내 이름을 불러줘 (황여정 장편소설)

내 이름을 불러줘 (황여정 장편소설)

$13.50
Description
살고자 하는 마음을 배반하는 세계
투기와 폭력의 현장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가 황여정이 내어주는 온당한 대피소
치밀한 구성과 정교한 문장으로 묵직한 진심을 전하는 작가 황여정의 두번째 장편소설 『내 이름을 불러줘』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등단작이자 2017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첫 장편 『알제리의 유령들』에서 앞 세대에게 닥친 역사적 비극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 청년 세대의 고뇌와 방황을 담담해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는 서술로 풀어내었다. 그후 3년, 작가가 만반의 준비 끝에 발표한 신작 『내 이름을 불러줘』는 ‘비극 이후’에 초점을 맞추며 황여정 소설세계의 영토를 더욱 확장해낸다. 이제 황여정의 인물들은 느닷없이 마주한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진중하게 사유해나간다.
이 인물들의 움직임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이들이 헤쳐나가야 하는 비극이 최근 한국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해 절실한 생활 터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투기의 대상이 되는 난장의 한복판이 바로 이 소설의 무대다. 황여정은 소유주들의 분쟁으로 한 건물의 절반만이 철거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삼아, 사회의 가장자리로 점점 밀려난 끝에 존재할 자리를 잃고 세상에서 지워지고 만 이들을 가만히 호명한다. 그 나직하고도 강단 있는 목소리가 소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제시하며 욕심으로 과열된 현실에서 벗어날 마음의 안식처로 우리를 인도한다.
저자

황여정

2017년제23회문학동네소설상에장편소설『알제리의유령들』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내이름을불러줘_007

작가의말_289

출판사 서평

간신히숨쉴공간조차내어주지않는이곳을배회하는의문의존재
이제는그의잃어버린이름을불러주어야한다

나는살해당했다.(…)완벽하게조작된죽음이었을것이다.그러니누구도의심하지않았을테고.어쩌면누군가는의심했지만아무도믿어주지않았던건지도.그러니아무도나의죽음에대해말하지않는거겠지.

소설은한건물에매인지박령의목소리로시작된다.그가문득자신의존재에눈뜬장소는부지소유주들의이권다툼끝에반토막이난‘우성빌딩’이다.영업이어려워진세입자들이하나둘떠나을씨년스러워졌지만,이곳에는아직자신의자리를지키는사람들이남아있다.1층의헌책방주인인‘오탁조’도그중한명이다.영안靈眼을지닌오탁조는건물안을배회하는지박령의존재를감지하고,그혼령이3층에서사진관을운영했던‘고수림’의미심쩍은죽음과관련이있음을직감한다.오탁조는스스로의정체를모르는혼령의성불을도우며고수림의죽음에관한진실을조사하기로결심한다.

삼십육계는한번으로충분하다.
커피를마시며기분을달래다가미래는문득그렇게생각했다.애초에소환이안되었다면모를까이미의식에잡힌일을모른척하기란쉽지않을것이었다.차라리전모를아는것이그기억으로부터가장빨리벗어날수있는길일지도몰랐다.

오탁조의연락을받고우성빌딩을찾은고수림의딸‘고미래’는아버지의사인死因과함께그의죽음에남은의문에관해듣게된다.가정을제대로돌보지못할정도로망가진삶을산아버지를멀리했던고미래는아버지에게말못할비밀이있었을지도모른다고여기고아버지의지인들을찾아다니기시작한다.산자의세계를탐문하는고미래와죽은자의세계를유영하는오탁조,두사람은콤비를이루어미궁에빠진사건의퍼즐조각들을모아가고,이내고수림이과거에저지른잘못때문에사망한사람이있다는것을알게된다.그리고모든비극은우성빌딩부지가재개발되는과정에서비롯되었다는사실이밝혀진다.

비통한넋이산자에게말을걸고해원을호소하고앙갚음을하고그렇게이세상에영향을끼치는일이정말로있을수있을까.(…)정말로그런일이가능하다면세상이이토록엉망이됐을리없었다.죽인자는두려움을모를리없고죽은자는잊힐리없고.그토록줄기차게그럴수는.

소설이마지막까지남겨두는가장큰수수께끼는지박령의정체다.우성빌딩에갇힌지박령은고수림때문에죽은자인가,앙갚음하기위해고수림을죽인자인가,아니면고수림자신인가.고미래와오탁조는그의정체를알아내이름을불러주고그를성불시킬수있을까.그의존재는왜이렇게무참히망각되고만것일까.지박령이간직한슬픈진실은우성빌딩일대에서발생한모종의폭력,그리고그사태를바라보던사람들의매정한시선과대비되며강렬한클라이맥스를완성한다.

“사람이머무는곳이란어떤의미를가지고있을까.
그곳은어떤장소여야할까.”

장례지도사인오탁조의아들‘오풀잎’부터헤어진연인의소원을들어주기위해한국을찾았다가우성빌딩에잠시머물게된이방인‘빔피셔’까지,『내이름을불러줘』의모든등장인물들은다름아닌‘사람’에의해생사의기로에내몰린이들의비극에대해증언한다.공고한사회구조의문제를개인의의지와노력의문제로축소하는자들,최대한의이익을얻으려는욕심으로타인을착취하고배반하며사람이머물최소한의공간조차빼앗는자들을향해소설은묵묵히경종을울린다.
작가는본래누구의소유도아니었으나어느새자본의논리에포획되어버린땅과그위에마련된공간의진정한주인이누구인지묻는다.우리가단지여기에잠시머물다떠나는자들이라면,우리의역할은과오를기억하고탐욕을내려놓음으로써더이상비극을되풀이하지않는것이아닐까.존재하고있으나존재할장소가없는이들의거대한슬픔을영매처럼달래면서,황여정은사람이살아가는공간에깃든진정한의미를다시금일깨우고있다.



책다운책이다.흥미로운도입부를지나긴장감있는플롯을따라서페이지를넘기다보면이이야기를온전하게즐기고있는자신을발견하게된다.
재미있는소설을만나기도귀한데이이야기는재미만을좇는휘발성강한이야기가아니다.
도시개발이라는폭력의파편을미처피하지못한사람들과그곁을맴도는유령을따라꽤긴사연을읽고나면멋있게재정비되어가는도시와골목의이면에대해생각하게만드는힘이있는작품이다._연상호(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