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 (양장본 Hardcover)

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 (양장본 Hardcover)

$11.50
Description
열두 살이 된다는 건
바람이 연주하는 노래를 온몸으로 따라 부르는 일이지
청소년이 되기 전 유년기의 마지막 길목에 접어든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만끽할 수 있는 시의 세계가 펼쳐진다. 눈부신 태양보다는 은은한 달에 새삼 마음이 가고, 아직 가 본 적 없는 먼 세상의 이야기가 부쩍 궁금하고, 그곳 어디엔가 있을 “나를 닮은 또 다른 아이”가 문득 그리운 그 또래 아이들의 속내가 시인의 언어로 섬세하게 포착되었다.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을 나만의 일기장을 처음 마련할 즈음의 아이들이라면 꼭 내 마음을 옮겨 놓은 듯한 시구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열두 살”로 표상되는 어느 한 시기의 마음들은 멈추지 않고 흐르며 새로운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바람줄기, 그 결 하나하나와 닮았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손가락이 빨간 앵두를 차르르 흔들며 반짝이는 노래를 연주하듯이, 스쳐 지나는 듯 보이는 설렘과 외로움, 두려움과 기대의 순간들은 선연한 빛깔로 차곡차곡 쌓이며 마음의 키를 키운다. 그렇게 아이들의 이마는 조금 더 단단해져 간다.
저자

문신

여수에서태어나바다를바라보며자랐다.2004년세계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시를써오다가세아이의아빠가된후동시를쓰기시작했다.2015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동시가당선되었으며,현재우석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시집으로『물가죽북』『곁을주는일』이있다.

목차

제1부열두살이된다는건
바람의그림자|혼나는나무|2월30일|강가에굴러떨어지는돌멩이|
고래라는이름의고양이|뒤로걸으면|열한시|가을하늘과이마|
하늘기둥|솜이불|달의마술사

제2부어디선가나를닮은또다른아이도
바람의눈|두꺼비운동화|시험끝나면|불꽃인데|막힌말|윤이가좋다|
겨울밤|유리컵|달이좋아요|이사|고물자동차

제3부큰목소리로이름부르면
대팻밥|가을저녁|하늘을나는가위|봄햇빛공수대작전|등산|
바람이불어올때|무릎으로웃는다|무서운가을|달팽이와참꽃마리|
요기조기저기|작은것들|콩과콩새와별

제4부흐린날엔구름책을펼친다
웃지마,꽃!|물그림|뿔난발톱|반달|비를듣는다|늑대와북적북적도서관|
봄비내릴때구름위에는|달력|나무도안다|소나기지나갈때|연극

해설_송선미

출판사 서평

조금전
스윽,
네어깨너머로
뭔가
지나간것같다면

그것은
바람의그림자


장미넝쿨을헝클어뜨리고온바람이
네이마의머리카락에
열두개나되는투명한손가락을
척,
올려놓을때

어쩐지
네목덜미가간지러운것은
바람의
열두개나되는손가락의그림자때문이지

네가
휙,고개를돌리면
바람의열두개나되는손가락들의그림자들은
벌써
앵두나무에주렁주렁매달린
빨간앵두를
기타줄퉁기듯
차르르차르르
흔들어대지

열두살이된다는건
바람이연주하는빨간앵두의노래를
온몸으로
따라부르는일이지

_「바람의그림자」전문

“문신동시는아이의마음과바람에자주머문다.
마음과바람은보이지않고,떠다니며움직이고,몸으로느낄수있다.
아이의마음은직접표출되거나이미지로제시되는대신
바람이스치듯기미와낌새로연행(演行)된다.
열두살,그좋아하고설레고외롭고두렵고기대되는마음들을
어떤형용사로표현할수있을까.”_송선미(『동시마중』발행인,동시인)

|열두살이된다는건
|바람이연주하는노래를온몸으로따라부르는일이지

문신시인의첫동시집.시를써왔던그는세아이를키우며동시를쓰기시작했다.2015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동시로당선되었고문학동네동시문학상에서는제5회,제6회,제7회등무려세차례에걸쳐최종본심에올랐다.특히마지막까지격론의대상이되었던제7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심사당시‘시적세련성에서단연돋보인다/말을다루는솜씨가빼어나다/어디거칠거나어색한언어의실밥이도무지눈에띄지않을정도로잘다듬어져있다’라는평을받은바있다.이후매무새를더가다듬어아이의내면세계로한층뻗어나간동시가마침내『바람이눈을빛내고있었어』로찾아왔다.
청소년이되기전유년기의마지막길목에접어든초등고학년아이들이만끽할수있는시의세계가펼쳐진다.눈부신태양보다는은은한달에새삼마음이가고,아직가본적없는먼세상의이야기가부쩍궁금하고,그곳어디엔가있을“나를닮은또다른아이”가문득그리운그또래아이들의속내가시인의언어에섬세하게포착되었다.아무에게도보여주지않을나만의일기장을처음마련할즈음의아이들이라면꼭내마음을옮겨놓은듯한시구를발견하는기쁨을느낄수있을것이다.
“열두살”로표상되는어느한시기의마음들은멈추지않고흐르며새로운무언가를실어나르는바람줄기,그결하나하나와닮았다.보이지않는바람의손가락이빨간앵두를차르르흔들며반짝이는노래를연주하듯이,스쳐지나는듯보이는설렘과외로움,두려움과기대의순간들은선연한빛깔로차곡차곡쌓이며마음의키를키운다.그렇게아이들의이마는조금더단단해져간다.

가을하늘올려다보고
손바닥으로이마를탁탁두드려주면
가을하늘이
단단한이마에새겨지겠지

또한번
가을하늘올려다보고
눈꼭감고
손바닥으로이마를쓰윽쓰다듬어주면
가을하늘한장
이마를덮어주겠지

해마다
내이마가단단해지는것은
가을하늘이
높고
푸르게
이마에펼쳐져있기때문이겠지

_「가을하늘과이마」전문

|아무날도아닌날은없어
|이세계에서자라나고있는건나혼자가아니니까

반짝빛나는바람처럼시인의눈은크고작은것들사이를자유로이누비며성장의낌새를알아차린다.그눈길이닿는곳에는아이의내면뿐아니라아이를둘러싼세계,자연이있다.“몇개의골짜기와/그늘깊은숲과/바위와/눈맑은산새를키우는/산하나”를“통째로”조망할만큼시원하게뻗어나가는시선은(「등산」)발밑에다글다글모인키작은풀꽃들의표정또한놓치지않는다(「웃지마,꽃!」).떡갈나무열매하나가쿵,소리로땅을깜짝놀라게하고(「가을저녁」)달팽이한마리가참꽃마리잎을거뜬히기울이는광경을지켜본다(「달팽이와참꽃마리」).생명력을지니고자라나는모든존재는“비빔밥처럼”버무려진사계절을품고있기에(「대팻밥」)거대한산못지않게무겁고저마다의방식으로기운차다.

제비꽃,산마늘,복수초,지치,개불알풀,꽃다지……다들피었다
양지쪽에피었다

앗,
바람꽃만큰바위뒤에자리잡았다

거기는
봄내내햇빛한줄기안들이치는곳

햇빛을공수해라

곰개미가바쁘다
네발나비가허둥댄다
명주바람도불어댄다

그걸로는안되겠다
호랑거미야거미줄을짜라
고운실로배게짜라
아침이슬총총매달리게꼼꼼히짜라

마침내
봄햇살이
호랑거미거미줄에맺힌이슬에반사되어
바람꽃을비추니

됐다
됐다
이제됐다

올봄에도빠진것없이다피었다

_「봄햇빛공수대작전」전문

어느존재의성장이방해받을위기에처했을때다른존재들이합심해돕는장면은특히인상적이다.햇빛이들지않는큰바위뒤에자리잡은바람꽃한송이를위해곰개미,네발나비,명주바람,호랑거미가허둥대며「봄햇빛공수대작전」을펼친다.마침내호랑거미가짠거미줄에작은이슬이맺히고그이슬에햇빛이반사되어바람꽃도햇빛을쬐는데성공하기까지,경쾌하고도따스한소동이그려져있다.“됐다,됐다,이제됐다”하는말은바람꽃하나빠뜨리지않고다함께무사히자라나자는시인의소망이담긴목소리로읽힌다.
아이들은밤새이불속에서비가들려주는이야기를들으며먼나라에대한상상을펼치는시간이콩싹과앞개울과직박구리에게도훌쩍자라는시간임을깨닫게될것이다(「비를듣는다」).그렇게“외롭지않는법”한가지를배우게될것이다(「달의마술사」).『바람이눈을빛내고있었어』의세계에서는매일이기다려진다.모든존재가자라나며매순간변화하는이곳에“아무날도아닌날”이란없기때문이다(「2월30일」).

|내가하얀늑대를생각할때마다
|북적북적도서관책꽂이에하얀늑대이야기가한권씩생겨요

시인은열두살의마음속한편에늘자리하고있는꿈의상자를슬며시열어보인다.그속에는“별과/별/사이를건너며/외롭지않는법을”배울수있게해주는「달의마술사」가있고,먼나라에서편지뭉치를배달하는“어떤우편배달부”가있고(「가을저녁」),하얀늑대로부터달아나는주문을일러주는“북적북적할머니”가있다(「늑대와북적북적도서관」).상상속의세계,환상적인이야기속의세계가꿈처럼우리앞에모습을드러낸다.

혼자공원을산책하고있었죠
(어느공원이냐고요?)
북적북적도서관언덕에새로생긴공원있잖아요
꼭대기에미루나무한그루가
신비의칼처럼
언덕에


꽂혀
바람에
웅장하게
휘날리는공원에서
(믿기지않겠지만)
늑대를만났지뭐예요?
그래요
늑대


눈이
주먹만해서
(보름달같은늑대의눈을상상해보세요)
내눈도휘둥그레져서
늑대가나타났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없었어요(어떻게그럴수있겠어요?)나는두발이공중에붕떠있는것도깜빡잊고북적북적도서관을향해쏜살같이달렸죠그순간언덕아래에서북적북적할머니가외쳤어요(오른쪽으로다섯발,왼쪽으로세발,또오른쪽으로다섯발,또왼쪽으로세발……그렇게달려야된다나요?)

_「늑대와북적북적도서관」부분

「늑대와북적북적도서관」은“북적북적도서관언덕에새로생긴공원”이라는일상공간을배경으로펼쳐지는판타지서사를이야기시형식에담은작품으로,책을보며늑대를떠올리는게아니라늑대를떠올리면책이생겨난다는발상이눈길을끈다.상상으로구축된이세계에서아이는이야기의창조자이자주인공으로존재한다.해설을쓴송선미시인은한편의연극처럼흘러가는이이야기에서어디까지가사실이고어디까지가허구인지상상하는일은그자체로“북적북적도서관”에꽂힐책의두께를만드는놀이가된다고하였다.그놀이의과정을기록해책속으로옮겨놓는“북적북적할머니”의자리는전통과공동체와어른의자리,즉시인이선자리와도같다.북적북적할머니가있는든든하게지키고서있기에아이들은마음놓고“꿈잠”을꿀수있게된다(「겨울밤」).

열두살에나는바람을모으는아이였지.
풀꽃바람,개울바람,숲바람,노을바람,
눈오는날불었던바람
내가속상했던날이마를스치고갔던바람
텅빈학교운동장에서
조그맣게불러보았던그애이름을잽싸게채갔던바람이
내방천장에주렁주렁매달려있었어.
(…)
그후로나는바람을기다리는시인이되었어.
공원을산책하다가도
자전거를타고한적한시골길을달려가다가도
운동장에서아이들과축구를하다가도
눈이별빛처럼맑고찰랑거리는바람을만나면
나는오래오래시를쓰지.
바람의시말이야.
_‘시인의말’에서

“문신동시에는연극을만드는관객의자리이자,
연극을받아적는북적북적할머니의자리가있다.
보이지않는것을보는그의동시가현재를호흡하면서
미래를응원할수있는것은그때문이다.”_송선미(『동시마중』발행인,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