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에게 (양장)

복자에게 (양장)

$14.00
Description
어떤 실패도 삶 자체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모든 넘어짐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가장 청량한 위로
단단한 시선과 위트 있는 문체로 인간의 보편적 불행과 슬픔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두번째 장편소설 『복자에게』. ‘우울이 디폴트’인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찬란한 순간을 날렵하게 포착해내는 김금희의 소설은 무심한 듯 다정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장면들을 다채롭게 그려내며 수많은 독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다. 평단의 끊임없는 지지와 더불어 2015년 신동엽문학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7년 현대문학상, 2019년 우현예술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한 김금희는 이제 ‘언제나 믿고 읽는’ 독보적인 작가가 되었다.

이 소설은 1999년 초봄, 야무진 열세 살 초등학생 이영초롱이 남동생 대신 제주 본섬에서도 한번 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고고리섬’의 고모에게 맡겨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영초롱은 자신이 서울에 남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적은 제안서까지 써서 부모에게 호소해보지만, 절망적인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고고리섬에서 침울한 나날을 보내던 이영초롱은 어느 날 섬 둘레를 혼자 걷다가 우연히 또래 여자아이 ‘복자’와 마주친다. 당차고 무람없는 성격을 지닌 복자는 섬에 왔으면 할망신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이영초롱을 할망당으로 안내한다.
이 소설은 제주의 한 의료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산재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복자에게』에는 그밖에도 제주4.3사건, 국정농단 사건, 판사 블랙리스트 파문 등 다양한 사회적·역사적 문제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작가는 현실의 ‘나쁨’에 대해 더이상 아무것도 미화하지 않겠다는 듯 냉철한 시선으로 그 사건들을 그린다. 이러한 자세는 김금희 소설의 캐릭터 변화로도 나타난다. 그러나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힘”을 믿는 김금희 소설의 긍정성은 이러한 악함과 대비되며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한다. 복자를 비롯한 제주 사람들의 강인한 생활력과, 건실한 노동으로 삶을 책임지는 그들의 넉넉한 위트에 감화되며, 이영초롱은 실패한 지난 시간을 서서히 매만지고 회복해나간다. 김금희의 인물들은 섬 안에서 서로 파도처럼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하지만, 그들은 그 모든 갈등을 끌어안으며 함께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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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금희

1979년부산에서태어나인천에서성장했다.인하대국문과를졸업하고2009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너의도큐먼트」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주요저서로는소설집『센티멘털도하루이틀』,『너무한낮의연애』,『오직한사람의차지』,『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등이있고,장편소설『경애의마음』,『복자에게』,중편소설『나의사랑,매기』,짧은소설『나는그것에대해아주오랫동...

출판사 서평

“복자를보고있으면마음이온통물러지는기분이었다.
하지만결국나는그것이힘을쓰고싶은마음이라는사실을알았다.”

소설은1999년초봄,야무진열세살초등학생이영초롱이남동생대신제주본섬에서도한번더배를타고들어가야하는‘고고리섬’의고모에게맡겨지는장면에서시작된다.이영초롱은자신이서울에남아공부해야하는이유를조목모족적은제안서까지써서부모에게호소해보지만,절망적인상황을되돌리기에는역부족이다.고고리섬에서침울한나날을보내던이영초롱은어느날섬둘레를혼자걷다가우연히또래여자아이‘복자’와마주친다.당차고무람없는성격을지닌복자는섬에왔으면할망신에게인사를해야한다며이영초롱을할망당으로안내한다.

“우리집이완전히망해버렸습니다.”
내가그렇게말하자이번에는복자쪽에서약간움찔했다.하지만일단입을열자나는마음이편안해졌다.
“서울에서나쁘게지냈습니다.아빠친구라고해서문을열어줬는데남자들이신도안벗고들어와서욕설을하였고싸웠습니다.아빠가신발을벗으라고하자남의돈을안갚는집은사람새끼들집이아니라고했습니다.나는베란다창고에숨어노래를들었습니다.영웅이는거실에서다봤습니다.”
“아,경헸구나.”
듣고만있기뭣한지복자가맞장구를쳤다.(24쪽)

엉겁결에일생일대의비극을타인에게털어놓게된이영초롱,그리고처음본아이의슬픈사연에진심으로반응해준복자.두아이는그날부터단짝이된다.복자는이영초롱에게낯선섬생활의든든한버팀목이되어주지만,어느날두사람의우정에금이가는사건이일어난다.마을어른들사이의갈등에휘말려서로에게커다란상처를주게된그들은줄곧화해하지못하다가이영초롱이서울로돌아가면서결국소식이끊기고만다.

시간이흘러사법고시에합격한이영초롱은이제법관의소임에대해깊은회의감을느끼는판사가되어있다.법의엄정한언어가때로는개개인의세세하고애달픈사연을평면화해버린다는사실을이영초롱은무심히지나치지못한다.착잡함과분노를견디지못하고법정에서욕설을쏟아낸끝에제주의법원으로징계성인사발령을받은이영초롱은,열패감을안고회귀한유년의장소에서복자와재회하게된다.그런데오랫동안소식을알수없었던복자는지금그곳에서거대한불합리와힘겹게싸우는중이다.

“들었겠지.모두가들었으니까.”
복자가여전히얼굴을밤하늘에마주한채답했다.
“우리가지금삼십대가됐잖니.그런데인생이대체어떻게흘러가는지모르겠어,그렇지?”
“맞아.”
“누구는그런말도한다.아이를유산한나같은경우에는산재가인정될확률이높다고,그돈으로건강해져서얼른아이다시가지라고.근데나있잖아,다시건강해진다는게뭔지모르겠어.다시그렇게된다는게무슨말인지……어떻게내가다시그렇게돼.”(138~139쪽)

제주의‘영광의료원’에서열악한근무환경을견디며간호사로근무하다유산으로아이를잃은복자는같은피해를입은간호사들과힘을합쳐산업재해인정을받아내고자한다.근로복지공단을상대로행정소송을제기하고,피해를입증할수있는증거를내놓지않는의료원과끝까지투쟁하는복자.소중한친구의싸움을아프게지켜보던이영초롱은이번엔자신이복자에게든든한존재가되어주기로마음먹고법의대리자로서소송에뛰어든다.

맑고시린풍광을채우는생생한활력과넉넉한위트
일하는사람들의섬,제주를수놓는강인한발걸음

소설의중심에놓인복자의소송은제주의한의료원에서실제로일어난산재사건을모티프로하고있다.『복자에게』에는그밖에도제주4.3사건,국정농단사건,판사블랙리스트파문등다양한사회적·역사적문제가배경으로깔려있다.작가는현실의‘나쁨’에대해더이상아무것도미화하지않겠다는듯냉철한시선으로그사건들을그린다.이러한자세는김금희소설의캐릭터변화로도나타난다.모난인물들을묘사할때도일말의애정을놓지않았던김금희는이소설에싸늘하게까지느껴지는‘진짜악역’을세워놓는데,영광의료원원장의부인으로등장하여강렬한인상을남기는‘엘리사벳’이그인물이다.

“우리가하기전에부장님이랑의논해서재판회피,하세요.저희가기피신청을해버리면기사나고힘들어지지않겠어요.그게우리내과병동에서일잘했던,신실했던그직원을위한일일거예요.내가그직원임신했다고했을때선물도했어.우리시어머니입원했을때극진히간호를해서.저도한이있겠고어디단체에서도부추겼겠지만친구까지합세해서이러면안되잖아요?내가그일이아예없었다는것이아니야.그런데결국법은칼이아니라저울아니에요.공정하게측정해주셔야지편을들면돼요?”(204쪽)

그러나비극을딛고일어서는“인간의힘”을믿는김금희소설의긍정성은이러한악함과대비되며오히려더욱빛을발한다.복자를비롯한제주사람들의강인한생활력과,건실한노동으로삶을책임지는그들의넉넉한위트에감화되며,이영초롱은실패한지난시간을서서히매만지고회복해나간다.김금희의인물들은섬안에서서로파도처럼가까워졌다가다시멀어지기를반복하지만,그들은그모든갈등을끌어안으며함께살아가기를멈추지않는다.
『복자에게』는작가가제주에서지냈던나날들에영감을받아완성된소설이다.작가가탄생시킨가상의공간고고리섬은맑아서시리기까지한풍광과사람들의생기로운목소리가풍부하게어우러지며생생한현장감을획득해낸다.일하는사람들에의해살아숨쉬는이섬에서모든실패는살아가기위한움직임이남긴증거로서위로받고포용된다.타인과의관계에서,학업과생활에서,성공을위한도전에서실패를겪은모든이들에게,이곳은삶을용인하고앞으로나아갈힘을북돋는공간이되어줄것이다.‘작가의말’에서김금희가“삶이계속되는한우리의실패는아프게도계속되겠지만그것이삶자체의실패가되게는하지말자고”다짐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