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 문학동네 시인선 146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 문학동네 시인선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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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동네시인선 146번째 시집을 펴낸다. 2017년 『시인동네』를 통해 등단한 김희준 시인의 시집이다.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이다, 다. 김희준 시인. 1994년 9월 10일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으니 올해로 만 스물여섯의 시인. 2020년 7월 24일 불의의 사고로 영면했으니 만 스물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시인. 그러하니 이것은 시인의 유고시집. 시인이 태어난 날이자 시인이 떠난 지 사십구일이 되는 날에 출간되어 시인 없이 어쩌다 우리끼리 돌려보게 된 시인의 첫 시집. 이럴 수가 있는가 하면 이럴 수밖에 없음으로 하염없이 쓰다듬게 되는 시집. 이런 김희준 시인의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제목 끝 쉼표 하나 어떻게든 붙잡고 보는데 시인의 말마따나 그 어떤 이유로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뼈아픈 어처구니의 심정 속에 읽어나갈 수밖에 없는 시집, 그런 시집.
저자

김희준

1994년경남통영에서태어났다.경상대국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을다녔다.2017년『시인동네』를통해등단했다.2020년7월24일불의의사고로영면했다.그해9월10일만스물여섯생일에유고시집『언니의나라에선누구도시들지않기때문,』이나왔다.

목차

시인의말

1부단지여름이실존했네

생경한얼굴/악수/아르케의잠/인류도감/요르문간드의띠/태몽집/새벽에관한몽상/캔자스의산타/프로크루스테스의침대/하지만그러므로/구름포비아에감염된태양과잠들지않는티볼리공원,그러나하나빼고완벽한목마/기호학자의하루/사기(史記)꾼/종의기원

2부천진하게떨어지는아이는무수한천체가되지

머메이드구름을읽어내는방식/에덴의호접몽/제페토의숲/시집/백색소음/인디고비행/소행성09A87E의행방/습하다/알비노인간/소년기의끝/왼쪽으로가는므두셀라의방주,포도나무둥지에숨겨진노아의사육제/열대야/7월28일/환상통을앓는행성과자발적으로태어나는다이달로스의아이들

3부지금내가그린우리가족처럼말이야

친애하는언니/상실의피그말리온/연필/유년스케치/방황하는마틸다/7월7일/왔다갔다/8구역/드므개마을/너의네버랜드/탁아소의쌍생하는낮잠/우체통/로라반정0.5mg/테트리스적응기/조커의난타적성향

4부애인이없어야애인을그리워할수있었다

평행세계/아무나씨에게인사/면접의진화/기형적으로순환하는너와나의설원,그리고파라다이스혹은샴쌍둥이/싱싱한죽음/페스티벌/일랑일랑/아메데오모딜리아니그림을구기는오후/오후를펼치는태양의책갈피/안녕,낯선사람/포말하우트의여름/홀로그램바나나/측별가능한마르살라씨의불면증/꿈꾸는모비딕

발문|위태롭고불안한문장들의호명
|장옥관(시인)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사라지는건없어
밤으로스며드는것들이짙어가기때문일뿐”

문학동네시인선146번째시집을펴낸다.2017년『시인동네』를통해등단한김희준시인의시집이다.『언니의나라에선누구도시들지않기때문,』이다,다.김희준시인.1994년9월10일경남통영에서태어났으니올해로만스물여섯의시인.2020년7월24일불의의사고로영면했으니만스물여섯의나이로세상을떠난시인.그러하니이것은시인의유고시집.시인이태어난날이자시인이떠난지사십구일이되는날에출간되어시인없이어쩌다우리끼리돌려보게된시인의첫시집.이럴수가있는가하면이럴수밖에없음으로하염없이쓰다듬게되는시집.이런김희준시인의시집『언니의나라에선누구도시들지않기때문,』제목끝쉼표하나어떻게든붙잡고보는데시인의말마따나그어떤이유로든그렇다고하더라도그어떤이유를불문하고뼈아픈어처구니의심정속에읽어나갈수밖에없는시집,그런시집.
정말이지무엇때문이었을까.말하고있다지만정확히알수없음으로자꾸만찾아읽게되는김희준시인의그‘때문,’.“형,우리는버려진거였어그림형제의일기를훔쳐보던형과바늘로찔러버리고싶은세상이라고그날의일기를써내려가던내가그리고정글짐너머에서나눈혀가녹슨맛이났던건그런이유때문,”(「백색소음」)이라거나“그날손을놓친건지구로부터몸을버리러온밤이었기때문,”(「환상통을앓는행성과자발적으로태어나는다이달로스의아이들」)이라거나“옷소매는죽어버린절기로가득했고빈틈으로무엇을키우는지알수없었어주머니에넣은꽃잎을모른체했던건언니의나라에선누구도시들지않기때문,”(「친애하는언니」)이라거나“쏟아지는일은생각보다흔해서멍이들어도이상할건없었다물구나무선내가태양으로부터버려질수있었던건군네라가숨을멈추지않았기때문,”(「탁아소의쌍생하는낮잠」)이라하면서도합4편의시에서4번씩이나반복하여쓰고있는시인의이‘때문,’.밑줄그어연거푸읽어보면알겠지만이‘때문,’은주어진제상황에대한탓이거나떠넘김이라는전가가아니라꼿꼿하고반듯한자세속현실을직시하고환상을감내하는주체적인제태도속표현임을쉬이짐작하게한다.
총4부로나뉘어담긴시인의시들을보라.총57편의시가담긴이번시집속시인의크게뚝뚝잘라뱉은부의제목들부터먼저보라.“단지여름이실존했네”(「악수」)라고했다.“천진하게떨어지는아이는무수한천체가되지”(「환상통을앓는행성과자발적으로태어나는다이달로스의아이들」)라고했다.“지금내가그린우리가족처럼말이야”(「연필」)라고했다.“애인이없어야애인을그리워할수있었다”(「아무나씨에게인사」)라고했다.제시집의뱃머리가어디로향하는지알듯모를듯그러한혼돈의울렁임속에그러나특유의솔직함으로더한발랄함으로그어떠한눈치를보는일에타협이란없이툭툭주절주절우지끈우지끈시심을발동시키고시어를내뱉고시라는리듬에춤을춰가며제시들을한껏부려낸김희준시인.부의제목만으로이번시집을관통하는키워드를유추하고추출해보자하니‘죽음’이튀어나오고‘유년’이튀어나오고‘가족’이튀어나오고‘여성’이튀어나온다.크고도넓은시의주제,깊고도높은시의주제,그리하여처음이자끝에늘마주하게되는시의주제를사방줄로묶고이줄저줄고무줄놀이에바빴던시인.욕심일수있겠으나제안의폭발하는에너지또한타고남이라어찌할바몰랐을세상과의마주함이벅찼을시인.
김희준시인은몹시뜨겁고아주찬언어의소유자다.그중간의미지근한온도를맞출줄모르고그맞춤에에이하고욕조에서나올만큼제몸의언어를믿고제몸의언어를사랑해온이임을특유의그시들로충분히짐작하게도한다.시인의언어는달려가고시인의언어는넘어지고시인의언어는구르고시인의언어는뛰어들고시인의언어는껴안고시인의언어는밀어내고시인의언어는얼어붙고시인의언어는불탄다.시로목적이있는가하면그초점을흐릿하게한채가벼워짐을가뿐해짐을좇을줄아는타고난관록으로어딘가하면삶의무용의꼬리를찾고잡아휘휘휘두를줄알았던시인김희준.

“사라지는건없어
밤으로스며드는것들이짙어가기때문일뿐”

등단작「머메이드구름을읽어내는방식」속이두구절에오래눈이간다.사라짐이아닌스밈으로의짙음.그러니신화속천착과동화적상상력,이두세계를저글링하며“어쨌거나여름은자기를기다리는일”(「7월28일」)과같은구절을툭하고내뱉을수있었겠지.“우리는아침으로알탕을먹는다입안에서알이터질때마다응앙응앙소리가들리는건비밀로하자”(「생경한얼굴」).귓속말을하듯우리에게이런소리도공유하게했겠지.시인이이시집으로내미는악수.동명의시「악수」를한번읽어보시겠는가.“비의근육을잡느라하루를다썼”다고하더니이리귀결하는이시를.“물구나무를서서세상을들어올리는내가있네빗줄기를잡느라손은손톱자국으로환했네물집이터졌으나손금에는물도집도없었네단지여름이실존했네”.우리들의이‘여름’이사라지겠는가.우리들의이‘실존’이없어지겠는가.우리들이없어도이여름은영원히있고우리들이없어도이실존은잠자코있다.그걸믿음으로그걸희망으로우리는있다없어짐에악착같음을놓고비루먹음을버릴수있는거겠지.
시인의말을읽고또읽는다.“올리브동산에서만나요”.올리브컬러를머금은시집을만지고또만진다.올리브동산이지금여기없다해도시인이만나자하니언젠가거기있겠지.만나요,하는말만큼기대속설렘을부추기는예쁨과따스함속시집을덮자하니장옥관시인이시집끝에보탠발문이아파쉽게그러해지지가않는다.시인김희준과더불어사람김희준을정확하고도투명하게관통해낸이야기가이시집을넘나드는데있어긴요한‘곁’이되어주기에충분하다싶다.장옥관시인의발문끝처럼이글의말미도이문장으로마무리하고싶다.인터넷잡지『웹진시인광장』에서김희준시인이한말이라한다.두루새김이명복을비는일이라할것이다.
“모든시인에게하고싶은말이있어요.제가아주사랑한다고요.늘고민하던말이었는데마땅한기회가없어서꺼내지못했거든요.선생님,시가너무좋아요.매일절절생각해요.정말아끼고사랑해요.”

김희준시인은“소행성09A87E”로돌아간게틀림없다.아니다,그는아직이별에머물고있다.이시집이나오는9월10일.자신의스물여섯번째생일이자사십구재가드는그날,시집을안고자기별에돌아갈것으로믿는다.그러니우리는지구별의언어와감정으로김희준시인을소환해선안된다.밤하늘에떠있는별을보면서그를떠올려야한다.자신의엄마에게남긴마지막메모처럼,“엄마나는좋아,다좋아”하며짓던환한웃음.
─장옥관발문,「위태롭고불안한문장들의호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