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생활 (김혜진 소설)

너라는 생활 (김혜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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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러니까 그 밤에 내가 실감한 건 너와의 간극이었고 격차였다.
그러나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었을까.”
김혜진 작가는 2012년 등단한 이후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 혐오와 배제의 폭력성을 정면으로 다뤄왔다. 그가 내세운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앙역을 삶의 마지막 공간으로 삼은 노숙인 남녀(첫 장편 『중앙역』), 생활과 생업, ‘일다운 일’에 대한 물음을 품은 청년 세대(첫 소설집 『어비』),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두번째 장편 『딸에 대하여』) 권고사직을 강요받는 통신회사 설치기사(세번째 장편 『9번의 일』), 재개발 이후 빈부격차로 양분된 지역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중편 『불과 나의 자서전』), 작가는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욕망과 불안감을 고스란히 담은 인물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묵직하고 깊이 있게 그려냈다.

『너라는 생활』은 2인칭 소설들로만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너’를 바라보고, 궁금해하고, 소중히 여기고, 귀찮아하고, 버거워하는 ‘나’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연인 혹은 친구처럼 매우 가까운 관계이지만 ‘너’와 ‘나’ 사이에는 다양한 이유로 격차가 발생한다. 그것이 때로는 마음/감정의 크기 차이로, 월급의 차이로, 사는 곳의 차이로, 미래를 얼마나 불안해하느냐의 차이로 드러난다.

「3구역, 1구역」의 ‘나’가 ‘너’를 만나면 만날수록 선명하게 느끼는 건 “너와의 간극”이다. 불쾌한 질문을 악의 없이 던지던 ‘아는 언니’(「아는 언니」)는 이혼해 혼자 살며 월세가 버거운 상황인 데 반해, ‘나-너’는 이사할 필요 없는 ‘집주인’이며 널찍한 베란다가 딸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사실 그 집은 ‘너’의 것으로, ‘나’는 ‘너’와 헤어진 뒤 겨우 발 뻗고 누울 공간만 남는 작은 원룸을 구해야 했다. 사적인 다정함으로는 극복될 수 없는 격차들. 서로 다른 입장들. 거기에는 불편함과 거부감, 불쾌함이 따르며, 저마다의 상황 속에서 겪는 일들이 그 사람을 만들고 태도로 드러난다.
등단 8년차, 30대 여성 소설가 김혜진의 작품은 동시대 ‘젊은 작가’의 작품 경향과 다른 데가 있다. 페미니즘과 퀴어 이슈로 대표되는 최근 한국문학의 ‘트렌드’에서 조금 비켜나 그 이슈들을 포함하되 세대와 시대의 문제, 구체적으로는 노동과 주거의 문제를 보다 핵심에 두고 쓴다. 차분하고 명확한 문장들로 작품 속 인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묵묵히 그려낸다. 첫 소설집 출간 이후 꾸준히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을 펴낸다. 그사이 펴내고 호평받은 중ㆍ장편들의 씨앗이 된 인물과 모티브가 편편에 핍진하게 담겨, 지난 4년 작가가 관심 갖고 귀기울인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 시대/세대가 마주한 문제가 무엇인지 거울처럼 비춘다.
저자

김혜진

1983년대구에서태어나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어비』,장편소설『중앙역』『딸에대하여』『9번의일』,중편소설『불과나의자서전』이있다.

목차

3구역,1구역
다른기억
너라는생활
자정무렵
동네사람7
우리는
아는언니
팔복광장

해설│소영현(문학평론가)
하나는너무적지만둘은너무많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몹시윤리적이고총명한작가를만나행복하다.
이책의독자들은그라운드제로에서작가를만나는경험을하게될것이다.”
-정희진(『페미니즘의도전』『정희진처럼읽기』저자)
『딸에대하여』『9번의일』김혜진신작소설집


『너라는생활』은2인칭소설들로만이루어진작품집이다.‘너’를바라보고,궁금해하고,소중히여기고,귀찮아하고,버거워하는‘나’의이야기들을담고있다.연인혹은친구처럼매우가까운관계이지만‘너’와‘나’사이에는다양한이유로격차가발생한다.그것이때로는마음/감정의크기차이로,월급의차이로,사는곳의차이로,미래를얼마나불안해하느냐의차이로드러난다.
‘너’는누구인가.「3구역,1구역」의‘나’와‘너’는교회앞골목에서길고양이를챙기다우연히만난사이다.‘나’는재개발사업이더디게진행중인곳에,‘너’는공청회한번없이재개발사업이진행돼이제는아파트가들어선길건너에살고있다.‘너’는“길고양이를끔찍이생각하는사람”인동시에“요령있게집을사고팔며차익을남길줄아는사람”이고,우연히만난“내게아무런경계심없이사적인이야기를늘어놓는사람”이다.재개발이끝난‘1구역’에안착해살며“내가사는이동네를3구역이라고”부르며,“낡고오래된것들은말끔히부수어야한다고믿는사람”이다.동시에“몇날며칠씩오지않는고양이를기다리는사람”이다.「너라는생활」의‘나’와‘너’는함께산다.지체장애중학생을돌보는활동보조사로일하던‘너’가선의로한어떤행동때문에해고통보를받았다.구직활동을하고있지만원서접수도못하고돌아서기도한다.“어떤취급을당하는지도모르고,화를낼줄도모르는”사람이다,‘너’는.“시시때때로공과사의경계를무너뜨리는사람이고,일과생활의경계를흐릿하게만드는사람”이다.
작품속‘너’는어디까지나‘나’라는필터를통과해그려진다는점에주목해보자.누구에게도싫은소리를못하고매번손해를감수하는「팔복광장」의‘너’는‘나’의시선을통해“한없이무책임하고비겁하고나약”한사람으로평가되며,누굴만나건거리낌없고편견도없는「아는언니」의‘너’는“엄마의전폭적인지원과보호속에”자란탓에“뭔가를조심하고주의할필요가없었는지도”모를사람이된다.그러나‘나’는‘너’를부정적으로평가하고비난하기만하는것은아니다.‘나’에게‘너’는“결코내가다알수없는사람”(「3구역,1구역」)이란것을모르지않는다.‘너’에대해생각하며‘나’는나자신이선자리를끊임없이되새기기때문이다.
‘너’를통해‘나’가돌아보는것은어떤마음들이기도하다.「너라는생활」의‘나’는‘너’를답답해하고버거워하고떠나고도싶어하지만,끝내또한동안두사람의생활을책임지겠다는다짐을한다.‘너’가그런사람이아니었다면“우리는어떻게우리가될수있었을까”생각하기에.‘너’가경계심없이,겁없이,선의를가지고‘나’에게다가왔기에“서로의생활이이처럼맞닿고겹쳐질수있었”다는것을알기때문이다.해설을쓴소영현평론가는이에대해“‘나’라는필터와‘너’라는장치”라썼다.‘너’는‘나’라는필터를통해“무의식적으로장착되는시선의특권과그위치선점의문제”를촉발한다.그시선은‘나’개인의것이기도하고,그들을바라보는사회의것이기도하다.‘나-너’의관계가시작되고이어지고변화하는것을‘나’‘너’라는장치를통해알면알수록결국‘너’는“결코내가다알수없는사람”이되어가리라.

너라는2인칭에대해쓰고싶었고,그럴수있다고생각했지만,이소설들은나로부터출발하고결국나에게로되돌아오는이야기에불과하다는생각이든다.나와아주멀다고생각했던단어하나조차실은나라는사람의한계를조금도벗어날수없다는사실도._‘작가의말’에서

계급×젠더×주거의문제

“근데너희둘은어떻게만난거야?(…)도대체둘이어떻게알아본거야?그냥알아봐지는건가?알아보는방법이있어?(…)같이산다고부모님께말씀드렸어?아직자세한건모르시지?그런이야기까지하지는않았을거잖아.(…)그래,쉬운일이아니지.그런거생각하면너희도속상하겠다.사는게다왜이러니,그지?”(「아는언니」),이토록무람없는질문들.적의나혐오는담겨있지않아더무심하게느껴지는모욕이다.“여기서는편하게생각해도”된다거나“다들좋은사람들”이라는말(「자정무렵」)또한마찬가지다.‘나-너’의구도에서한발더들어가그들이레즈비언커플로짐작되는단편들에서,두여성청년이안전한주거공간을마련해일상을이어가며마주하는‘선량한차별주의자’들의시선,반대로편견어린낙인은작품을한층더복합적인것으로만든다.
「3구역,1구역」의‘나’가‘너’를만나면만날수록선명하게느끼는건“너와의간극”이다.불쾌한질문을악의없이던지던‘아는언니’(「아는언니」)는이혼해혼자살며월세가버거운상황인데반해,‘나-너’는이사할필요없는‘집주인’이며널찍한베란다가딸린아파트에서살고있다.사실그집은‘너’의것으로,‘나’는‘너’와헤어진뒤겨우발뻗고누울공간만남는작은원룸을구해야했다.사적인다정함으로는극복될수없는격차들.서로다른입장들.거기에는불편함과거부감,불쾌함이따르며,저마다의상황속에서겪는일들이그사람을만들고태도로드러난다.
노동과주거의문제,퀴어커플이라는관계와커플내경제적격차가만들어내는내밀한갈등,그럼에도불구하고가까이서서로의삶을지켜보고받아들이고의지하려하는,그것이때로는성공하고때로는실패하는‘나-너’의다양한변주들.현실밀착적인소설속삶의풍경과,언젠가마주했던/지금이순간마주하고있는‘나-너’가읽는이저마다의마음에다른여운을남기며새겨질것이다.이작품들읽다보면“어떻게해도내것이될수없었던너와의관계들과그것이만들어내는마음의짜임을그려보게될것이다.(…)아직은오지않은,아니어쩌면내내다다르지못한신기루같은미래만을실감할수있을뿐임에도,“한번뒤섞인것들은결코이전처럼분리되지않는다는사실”의절감이다른동반의삶을,나아가다른공동체를꿈꾸게해줄것이다.”(해설「하나는너무적지만둘은너무많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