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물러가고 (김수연 장편소설)

여름이 물러가고 (김수연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재능이 없는 사람이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은 고백뿐입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걸 알았습니다.”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가 김수연 신작 장편소설

젊은 상상력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려는 시도 아래 제정된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은 발굴되지 않은 목소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며 이종산, 정지향, 임솔아, 이희주 등 현재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해왔다. 상이 운영될 당시 심사과정에서 이례적인 순간이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제2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선정할 때였다. 다양한 응모작들이 저마다의 장점을 빛내며 치열하게 경합하는 가운데 당선작이 정해지는 일반적인 심사와 달리, “당선작 선정에 이견이 없어서 싱겁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만장일치”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은 작품이 있었던 것이다.
당선작은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 능력, 학원가와 대학가 인근 등을 섭렵하는 공간감, 자기 세대의 문제를 포착하는 시선 모두 남달랐다”라는 평을 받으며 특목고 입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을 그려낸 『브라더 케빈』으로, 작품을 쓴 김수연 작가는 당시 스물세 살의 젊은 극작과생이었다. 수상 직후 이루어진 한 인터뷰에서 김수연은 “연극은 좋은 게 안 외롭잖아요”라고 고백하며 여러 사람이 협업해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연기를 하는 일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전공을 십분 살려 오랜 기간 매만진 끝에 선보이는 두번째 장편소설 『여름이 물러가고』는 한때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지게 했지만 현실의 무게에 압도당해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연극’을 향해 다시 한번 뛰어드는 두 명의 청년과,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 때문에 그 두 사람의 삶에 얽혀들게 된 한 고등학생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저자

김수연

『브라더케빈』으로제2회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_009
2부_115
3부_185

작가의말_217

출판사 서평

그날,공장안에서있었던일은과연무엇이었을까요.
다시재연할수도없고,
오로지그순간에만존재하는일이었으니까.
그래도정말남는게없었을까요.정말그랬을까요.

가장뜨거웠던시절이지나가고다시마주한여름,
환호도박수도없는그여름의끝에서
세사람이만들어가는그들만의무대

제지공장에계약직으로입사해기계가쏟아내는소음에묻혀살아가는김규남과송태성.두사람의인연은수년전,규남이중학생이던태성의학교에방과후교사로찾아가면서시작되었다.규남은과거처참한모의고사성적에도아랑곳하지않으며“자신의인생을걸어볼만한무언가를”(122쪽)찾아다니던짧지않은방황끝에‘연극’을선택했다.길을걷다눈에들어온포스터에마음이끌려보게된연극이규남의마음을온통뒤흔들어놓았고,그순간규남은자신이그토록찾아헤맸던것이바로연극임을깨닫게된것이다.그후규남은이런저런극단을전전한끝에마지막으로‘시너지’에몸을담게되는데,‘누구나쉽게연극을즐길수있도록하자’는시너지의모토에따라규남은학생들을대상으로하는방과후수업에참여하게되고그수업을통해태성과만난다.연극이규남의삶을바꾸어놓았듯이,태성또한난생처음학교무대에올랐다가자신을향해쏟아지는함성과박수에매료되어배우가되겠다고결심한다.하지만좋은작품을만들겠다는규남의다짐도,많은사람의관심을받고싶다는태성의의욕도모두다지난시절의추억이되어버리고,현재두사람은다세대주택의한칸짜리반지하방에살며공장과집을오가는생활을반복할뿐이다.
연극을향해품었던마음을억누른채지루하게노동을반복하던중규남이도박으로보증금오백만원을날려먹게되면서일견평화로워보이던두사람의관계에금이가기시작한다.하지만규남은태성이카페와피시방에서아르바이트를하며간신히모은오백만원을날려버렸는데도뻔뻔하게태성에게돈을모을‘굉장한계획’이있다고말한다.

규남이심각한표정을지은채주변을살폈다.그리고마치대단한비밀을털어놓는것처럼목소리를낮추고입을열었다.
-OMR카드로사기를치는거야.
태성이무슨소리냐는표정을짓자,규남은OMR카드를미끼삼아수험생부모들에게사기를치겠다고말했다.그들이일하는금명제지에서올해수능시험지와OMR카드를찍어낸다는거짓말을통해서.그래서있지도않은수능시험지를팔겠다는말같지도않은소리를내뱉었다.(38~39쪽)

규남은강남학원가를돌아다니며수능시험지를판다는거짓말로돈을벌겠다는얼토당토않은계획을꺼내고,그런규남의계획이말도안된다는걸알면서도태성은규남의진짜속마음이무엇인지알기위해그의뒤를따라나선다.규남은자신만만해하며길을나섰던것과달리빼곡하게정차해있는외제차들사이를거닐면서이상하게숨이가빠오고등에서식은땀이나는것을느낀다.각자자신의자리에알맞게놓여있는다른사람들과다르게혼자만세상에내던져진듯한비참한기분에휩싸이는것이다.그렇게애초의목적을잊고되는대로정처없이걷던규남은자신을향해다가오는차를미처보지못하고차에부딪히고만다.이우연한사고로규남은열아홉살의한솔을만나게되고,부잣집아이인한솔을끌어들여자신의계획을이어가려고마음먹는다.

“내가했던플레이는도대체무엇이었나.
그건동사였을까,아니면명사였을까.”

규남과태성은눈앞에닥친현실을지우고허무맹랑한계획을세울만큼‘매사서툴고,또순진하고,믿기지않을만큼비겁해’보인다.그래서한솔을끌어들여만들려는연극의제작기는우스꽝스럽게여겨지기도한다.하지만현실의무게가압도적일때,그무게에짓눌리기전자신을온전히투신하게했던것을향해뛰어드는건용기가뒷받침되지않고서는할수없는일일것이다.오래전부터품어온연극을향한마음과연극을처음접했을때자신의마음이어떤식으로기울어졌는지를계속해서되새겨보는일은동시에어린시절품었던꿈과는다른길을가고있는현재자신의현실을선명하게드러내는것이기도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규남과태성의연극제작기는현실로부터의도피가아니라,한때자신을들뜨게하고설레게했던그때처럼은살아갈수없는현재를인정하면서자신이처한현실의무게를제대로감당하겠다는다짐인지도모른다.그리고그런다짐속에서연극이이루어질때에야그것은단순한명사가아니라,때론성취하고자주실패하고간혹사람들과합심해마음을나누기도하는삶의움직임전반을가리키는동사로서의미를갖게되는것인지도모른다.
『여름이물러가고』가갖는또하나의특징은한편에는태성과규남,그리고한솔이연극을만들어가는제작기가자리잡고있고,다른한편에는레오나르도다빈치를주인공으로하는연극이전개된다는점이다.극단에몸을담은시절자신만의작품을만들려고애쓰던규남의바람이반영된그연극은세사람의왁자지껄한소동극과묘하게어우러지는데,제지공장에서일을하기시작한처음부터자신들만의무대를만들기위해애쓰는마지막까지일상의한편에나란히놓여있는그연극은일상과연극이어떻게병치될수있는지,그둘이서로를밀어내는것이아니라어떻게하나로모이며일상의테두리에또다른겹을만들어낼수있는지를보여주는상징이기도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