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쿠스 솔루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양장본 Hardcover)

로쿠스 솔루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양장본 Hardcover)

$16.10
Description
황홀한 상상력 실험의 전시장 ‘로쿠스 솔루스’
신화적 작가 루셀의 초대로
그 경이로운 외딴 정원의 문이 열린다
“나는 새로운 것, 굉장한 것, 때로는 순수하고 잔인한 것을 보고 싶을 때마다
이 집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문을 열고 보게 되는 것은 모두 엄청나서,
내가 겪은 적 없는 이야기라도 지어내서 루셀에게 갖다 바치고 싶어질 것이다.”
박솔뫼(소설가)

“이 작품을 탄생시킨 기법은 문학이 나아갈 전혀 새로운 길로 통하는
비밀스러운 통로를 열어주었다.”
짐 자무쉬(영화감독)

미셸 푸코가 전기를 바친 유일한 문학인이자,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울리포, 누보로망 작가들에게 열렬한 찬사를 받고, 뒤샹, 에른스트, 자코메티, 짐 자무쉬를 비롯한 시각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신화적 존재 레몽 루셀. 『로쿠스 솔루스』는 루셀이 1913년 발표한 두번째 장편소설로, 무한한 상상력과 치밀한 계산이 결합된 루셀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이자 『아프리카의 인상』과 더불어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로쿠스 솔루스Locus Solus’는 ‘외딴곳’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소설에서는 그 이름을 딴 광대한 빌라 정원을 배경으로 진기한 구경거리와 그에 얽힌 사연이 잇달아 소개된다.

사후 30년이 지나서야 미셸 푸코의 발견으로 뒤늦은 영광을 누리기까지 작가로서 루셀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광경이 펼쳐지는 그의 작품에 앙드레 브르통을 비롯한 당대의 초현실주의자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으나, 폭넓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끝내 실패한 채 어디까지나 주변적인 존재로 남아 있었다. 모든 책은 자비로 출간해야 했으며, 1909년 발표된 『아프리카의 인상』은 초판이 소진되기까지 2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로쿠스 솔루스』 역시 비슷한 운명을 겪어야 했다. 1913년 10월에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11월부터 『골루아 뒤 디망슈』에 ‘부지발에서의 몇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뒤에도 반응은 미미했고, 대중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로 대본과 연출, 무대장치, 의상 모두 당대 최고의 전문가에게 의뢰해 연극무대에 올렸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1933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의 삶은 성공과 거리가 멀었으나, 1963년 우연히 푸코의 눈에 띄어 다시금 세상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즉시 재조명을 받으며 그야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수많은 예술가가 “하늘과 땅을 머리에 인 상상력”(폴 엘뤼아르)에, “시인의 합리성과 수학자의 열정”(레몽 크노)이 결합된 그 세계에 찬사를 보냈고,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들은 갈피갈피를 풍요롭게 채우는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그 이면에 숨겨진 수수께끼로 지금도 전 세계 독자들을 매혹하고 있다.

2019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된 『아프리카의 인상』에 이어 선보이는 『로쿠스 솔루스』는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루셀의 특징이 아낌없이 발휘된 작품으로, 삶 자체를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가꿔낸 작가 자신의 모습을 엿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한 정신과 상담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 ‘마르시알 캉트렐’을 예명으로 썼다는 사실로 짐작되듯 세상과 동떨어진 채 연구에만 몰두하는 주인공에게는 루셀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작품에 열일곱 차례 등장하는 샴고양이 이름 ‘콩덱렌’에 포함된, 어느 언어에도 없는 문자 인쇄를 위해 특수 활자를 제작한 작품 바깥의 사연은 막대한 비용과 열정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존재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의 모습과 정확히 겹쳐진다. 이제, 그 신화적 작가 루셀의 초대로 황홀한 상상력 실험의 전시장 ‘로쿠스 솔루스’의 문이 열린다.
저자

레몽루셀

프랑스문학사에서상상을초월하는사치와기기묘묘한작품이력으로‘광기’의작가로통하는루셀.초현실주의자들의대부앙드레브르통이말하듯“일화자체에서초현실주의자”와같은면모를지닌작가.처음에그는파리국립음악원에들어가피아노를배우나연주말고작곡에는재능이없음을깨닫고,첫운문소설『대역』(1897)을시작으로서서히문학에몸담기시작한다.푸코를현혹시킨시집『전망』(1904)을비롯해,대표작장편소설『아프리카의인상』(1909)과『로쿠스솔루스』(1913),희곡『이마의별』(1925)과『무수히많은태양』(1926),그리고자신이죽고난뒤에공개하도록한창작론『나는내책몇권을어떻게썼는가』(1935)등을펴냈다.연극으로올린작품들이초현실주의자나다다이스트들로부터뜻밖의지지를얻어내긴했으나,난해한작법과기이한이야기전개탓에세간의야유와혹평에휩싸이기일쑤였다.1933년팔레르모의한호텔에서수면제의일종인바르비투르산제과다복용으로주검으로발견되기전까지그의명성은30년간미미했다.
이후에미셸푸코,미셸레리스,마르셀뒤샹,레오나르도샤샤,알랭로브그리예등많은사람들에의해전기를비롯한그의작품론등이발표되면서유명세를탔다.특히푸코가쓴전기『레몽루셀』(1963)은작가가생전에그토록바라던문학적명성을얻게해준결정적계기였다.사후에밝혀진바메타그람이라는글자바꾸기놀이기법으로대부분의작품을창작해낸그는,놀라운서사적상상력과글쓰기의새로운지평을열어젖힌,문학사에서도가장희귀한작가중하나다.

목차

제1장·9
제2장·31
제3장·61
제4장·109
제5장·215
제6장·237
제7장·275

작품해설|레몽루셀의『로쿠스솔루스』와경이의정원·295
레몽루셀연보·313

출판사 서평

“작품을본우리의입에서탄성이터져나왔다.
선생은우리로서는도저히이해할수가없던비밀을알려주었다.”

총7장으로구성된이이야기는파리근교에위치한아름다운빌라‘로쿠스솔루스’의정원에화자와친구들이모이는것으로시작된다.그곳의주인캉트렐은엄청난부와광기어린열정을기울여다양한작업에매진하는과학자로,각장마다광대한정원곳곳에그가준비한일곱가지진기한볼거리가소개된다.

그들이가장먼저마주하는것은어린아이의조상彫像과양각세점이새겨진벽감이다(제1장).위로펼친아이의손바닥에는오래된식물이말라죽어있다.이모습을보고의아해하는일행에게캉트렐은아프리카통북투의여러부족이우애의표시로흙을모아조상을빚었고,오랜세월이지난뒤그손에서자라난식물이여왕의지병을고쳐왕국에평화가찾아왔다는사연을들려준다.이어벽감양각에담긴이야기,즉마찬가지로한나라의위태로운왕권과그것을사수하기위한왕의전설이이어진뒤캉트렐은다음장소로일행을이끌고,자리를옮길때마다일행을맞이하는기상천외한광경과그에대한설명이뒤를잇는다.날씨를정확히예측해이동하며인간의치아로모자이크를만들어나가는비행기구(제2장).신비한용액이가득찬다이아몬드모양수조와그안에서머리카락으로음악을연주하는무용수,자유롭게헤엄치다머리에원뿔을뒤집어쓰고근육만남은당통의입술을움직이는샴고양이,기포를내뿜으며주기적으로물속을오르내리는잠수인형무리와그주변을돌며경주를벌이는일곱마리해마(제3장).냉기가도는유리집안에서살아생전의가장중요한순간을끊임없이재현하는시체여덟구(제4장).어린딸의죽음에사로잡혀풍선인형으로그참혹한순간을재현하는한편특수한바느질로배내옷을만들고딸의목소리를되살려내는광인(제5장).무지개새꼬리에매달린채절대떨어지지않는신비로운물덩어리,작은에메랄드빛원이떠오르는가운데아름다운음악이흘러나오는타로카드(제6장).피를뿌려쓴글씨로시를짓는닭,열을가하면조금씩펼쳐져섬세한레이스가되는금속두루마리(제7장).눈을의심하게하는광경과그에얽힌이야기가또다른이야기를낳으며거듭뻗어가는가운데,‘로쿠스솔루스’의비밀이하나씩눈앞에펼쳐진다.

치밀한계산과무한한상상력이결합된
루셀문학의진수가담긴걸작

루셀의작품을논할때빼놓을수없는특징은그치밀함이다.사후에공개된창작론『나는내책몇권을어떻게썼는가』(1935)에따르면루셀은동음이의에근거한언어유희로작품을설계했다.시나샹송,광고문구등특별한동기나이유없이무작위로선택한문구를부수고재조립하여또다른문구를얻어낸뒤둘사이의간극을논리적으로메우는것이다.『로쿠스솔루스』역시그특유의‘기법’을활용한작품으로,제2장의구성이대표적이다.먼저‘Demoiselle?pr?tendant(구혼자가있는아가씨)’라는문구를임의로선택한루셀은‘Demoiselle?re?treendents(치아로제작된기병의달구)’‘pr?tendantrefus?(거절당한구혼자)’‘r?veus?(희미한꿈)’을얻어낸다.이재료들은하늘을나는달구와그것이제작하는치아모자이크의소재,즉어느기병이남작부인에게접근하려다실패한뒤의미심장한꿈을꾼다는가상의설화로재탄생한다.이러한작법을두고당대의시인이자비평가로베르드몽테스키우는“일견풀수있을법하지않은사실방정식을제시하고이론의여지가남지않도록명쾌하게풀어나가는대수적정렬”이라표현했으며,이렇게철저히이성과논리에근거해탄생한발명품과수집품의묘사역시지극히정교한기계장치의매뉴얼을방불케한다.

그럼에도그의작품에서무엇보다눈을사로잡는것은한계없이뻗어나가는상상력이다.서로전혀접점이없는문구들을한편의이야기로논리정연하게엮어낸다는형식적제약속에서기예에가까운상상력이발휘된것은어쩌면필연적인결과였을것이다.루셀은상상과의조합이아니라면현실의요소는무엇하나작품에포함하지않는다는원칙하에언어로만존재할수있는세계를구축해냈고,동시대초현실주의자들의맹목에가까운지지를받았던이유도바로그때문이었다.전세계곳곳을여행하면서도기항지에서바깥을구경하러나간일이없다는그에게는스스로천명하듯‘상상력이전부’였고,이작품에펼쳐진진기한볼거리와사연역시모두그의머릿속에서만들어진것이다.산소를내뿜는액체‘아쿠아미칸스’,서로접촉하는순간강렬한전기를발생시켜사체에생명을불어넣는물질‘비탈륨’과‘레쥐렉틴’,각각의장기에알맞은치료제를분비하도록신체부위에호소하는약물‘청원제’,납작한몸을카드속에숨기고둥근빛과음악소리를내보내는‘에메랄드충’등어디에서도보지못할존재들이눈을사로잡고,그것을설명하는캉트렐/루셀의극히이성적인목소리는이야기가지닌신비한힘으로독자를매혹한다.프리드리히대왕과의산책중자신의무신론에회의를느낀볼테르,약장수가미래를예견하는어린바그너,이마에타오르는빛으로평생고통받는빌라도,맹렬한발길질로염소자리의위치를바꾼아틀라스등상상력은신화와역사를가로지르며무한히뻗어나간다.

물리학과화학,생물학부터공학에걸쳐당대의폭넓은성과에힘입은정밀한논리와그어떤작가도근접하지못할상상력이만나탄생시킨기상천외한이야기들은거창한대의를내세우거나하나의주제로수렴되어그럴듯한의미를생산하는대신,그자체로머무르며순도높은유희의세계로독자를이끈다.이책을옮기고작가를연구한불문학자송진석이지적한바,“제시된텍스트너머로해독해야할중요한의미를상정하는일이부질없어보이는,아니어떤의미혹은주제와의연관도신경쓰지않는듯보이는『로쿠스솔루스』는그러므로글쓰기자체가하나의자유로운모험으로펼쳐지는현대문학의중요한경향과합류한다.”합리주의와실용주의의틀을벗어나그어디에서도볼수없는세계를펼쳐보이는루셀의작품을읽는다는것은출구에서무엇이기다리는지도모르는채아름다운미로를걷는행위와비슷할지모른다.그미로속에서기꺼이길을잃고헤매며현기증과도같은쾌감에몸을맡기는것이야말로루셀문학이주는즐거움일것이다.

그희한하고기상천외한이야기들,그정교하고현란한이야기들,그사랑,용서,연민,집념,극복을말하는이야기들에서미셸푸코처럼지적자극을받거나마르셀뒤샹처럼예술적영감을얻거나한사람의진지한독자로서고도의정신적즐거움을누리는일은레몽루셀이조성한경이의정원『로쿠스솔루스』를여는이의기꺼운몫일것이다.송진석,〈작품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