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사에서가장독창적인작품으로손꼽히는크노의기념비적인역작국내첫출간
“내가『문체연습』을쓰게된것은,실제로그리고아주의식적으로,바흐의음악,정확하게말하자면,플레옐관館에서열린연주를회상하면서였다……어쨌든내가열두편을구상했던것은1942년5월이었다.나는작업에매달렸고,이보잘것없는열두편의에세이에「정십이면체」라는제목을붙였는데,그것은우리모두잘알고있듯,이아름다운다면체가열두개의얼굴을갖고있기때문이다.”_레몽크노
20세기현대문학사의빼어난문인레몽크노(RaymondQueneau,1903~1976)는출판,문학,음악,영화,언어학,수학등다방면에서활동했고이를토대로기막힌실험작들을발표해문학사에새로운획을그은인물이다.그의대표작으로손꼽히는걸작『문체연습Exercicesdestyle』(1947)이번역불가능성이제기되던험난한여정을뚫고드디어한국에번역되었다.위에서처음작품구상을했을때를밝힌바,바흐의푸가기법에영향받아하나의이야기를어떻게다르게변주해낼수있을지를고민한작가는일련의과정을거듭하며‘문체’의변주를통해말그대로‘99개의얼굴을가진다면체같은책’을내놓았고,이후연극과음악공연등으로각색되어대중적으로도폭발적인성공을거두었다.「차례」에서보다시피,문체가뿜어내는놀라운변용과변신의힘은읽는이로하여금감탄과재미를동시에맛보게한다.또한글쓰기라는것이문체에따라얼마나달라질수있는지,쓰는이로하여금몸소이책에구현된문체들을따라가며그잠재력과상상력의체급을실감할수있게한다.
처음열두편구상했던것에서점점문체를새로추가하고카를만의삽화와마생의타이포그래피가더해진화보판을거쳐1973년수정된버전의신판을내놓기까지,크노의『문체연습』은그야말로계속연마되어수많은작가와예술가에게영감의원천이되었다.이책의이탈리아어판번역가인움베르토에코는“이책은그자체로수사학연습이다.그가이책을생각해냈다는것은바퀴를발명해낸것과같은데,이걸로누구든원하는만큼멀리갈수있으리라”라고말했다.블라디미르나보코프는“전율을불러일으키는걸작,실로프랑스문학에서가장위대한이야기중하나”라고했다.자크프레베르의시에서가져왔다고하는1947년원서초판띠지에실린문구“사람은글을쓸수록달필가가된다”는말은,이책의막강한자장하에이제레몽크노의말로자리매김되었을정도다.영문판은유명작가들의수려한번역으로널리이름난바버라라이트가,세르비아어판은슬라브어권최고의작가로평가받는다닐로키슈가,독일어판은그의이름을딴상이있을정도로쟁쟁한번역가이자문인이었던오이겐헬름레가,또한체코어판은독창적인작품창작과특출한번역가로이름난파트리크오우르제드니크가옮겼다.이처럼세기의번역가-작가의지성과영혼에불을놓았던이책『문체연습』의한국어판출간은한국내번역문학사에도기념비적인사건이될것이다.
반쪽짜리이야기하나가99개가되는문체의혁명,글쓰기의마술
“『문체연습』은에세이도아니고,소설도아니며,단편모음집이라고도할수없고,또한콩트라고하기에도어려움이따른다……크노는문학전통속에서꾸준히진화하며고유한역사를갖게된문체,아직형식을부여받지않은무형식의문체,문어보다는입말로자주실현되는문체,일상적으로사용되지만문학의언저리에좀처럼진입하지못하는문체,사라진문체,낡은것으로치부되어폐기될위험에처해있는문체,특수한글쓰기를훌륭하게실현하는문체,백지에서벗어나목소리로발화되는문체,외국어가침투하고또침투된문체,‘잠재’와‘제약’으로이루어진문체등을하나의테이블주위에불러아흔아홉개의의자위에앉힌다.”_「옮긴이해제」중에서
『문체연습』은반쪽짜리도안되는동일한일화에서출발한99개의문체변주에따른실험연작이다.에피소드는간단하다.이야기속화자가,목이길고희한한모자를쓴웬젊은이하나가만원버스에서누가자꾸자기발을밟는다고항의하는걸봤는데,두시간후로마광장에서외투앞섶단추를올려달라며조언을건네는친구와같이있는그자를다시마주친다는내용이다.크노는자기가겪은일상의틈바구니에서캐낸“간결한주제주위로거의무한으로불어나는변주를이용한”이일화의기발한문체변주곡을두고“문학을파괴하려는시도는전혀내의도가아니었고,어쨌거나연습을해보는것이외에는아무것도없었다”면서,“그것이어쩌면고루하고여러모로녹슨문학에서문학을잘라내는결과를가져온것같다”고넌지시말하며문학의낡은권위를희희낙락하는놀이판으로바꾼다.실로이일화는현재-과거버전,희곡,노래(동요,창),시(소네트,알렉상드랭,자유시등),감각(후각-미각-촉각-시각-청각)적버전,철학용어,동물계용어,식물계용어,수학-기하학,영어섞임-일본어투-북한어-사투리버전등으로다양하게묘사되며,유쾌-상쾌-통쾌한재미를안긴다.만화경같기도하고프랙털같기도한이작품들은마술처럼접혔다펼쳐지는문체의무한한가능성속에서전통적인문학이론과글쓰기를완전히전복시키는문체의힘을보여준다.
글쓰기에서‘이야기’와‘문체’사이의우위를말하는숱한논쟁을차치하더라도,이책에대해『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권』에서해제를쓴필립테리의말마따나“정말중요한것은이야기가아니라그이야기를어떻게하느냐다.”이말을입증해낸작품이곧『문체연습』인것이다.한국어판을내놓은조재룡교수는「해제」에서‘차이’와‘반복’을통해끊임없이분할하고분기하는이텍스트의묘미를가리켜“파불라가수없이포개진텍스트뭉치이자이야기다발이며,변주와실험을향해열려있는무한한텍스트”라고했다.아울러크노가창단한‘울리포’에대한책을펴내기도했던스콧에스포지토는“강력한아이디어들을선포한하나의책,하나의혁명”이라며『문체연습』의역사적의의를갈무리했다.
한국어판의의의와특징:99개의문체에대한상세한해설과문체연습추가10편이더해진한국어판
이책은각언어권마다도전과창작에가까운의지와배반없이는누구도쉬이손대지못할것이라며번역불가능논의가수차례있어온,문학사속의유별난작품중하나다.그러나아이러니하게도현재까지34개국언어로번역되어있다.조재룡번역가는이번한국어판에서각문체에구현된크노의99가지아이디어에대한주해를달고,이에더하여크노가후기에행한몇편의문체연습에서재밌고흥미로운10가지문체를추가로뽑아부록으로실었다.이로써독자로하여금문체의무한한잠재적영토를상상해볼수있게끔몇개의손잡이를더달아준셈이다.
또한한국어판「차례」와「해제」에원어-원문을병기함으로써,실제로출발어와도착어를넘나들며독자가그언어놀이속에서번역자가완수해낸창조적인영역을가늠해볼수있게했다.문어보다는입말에더큰애착을품었던크노의언어관을존중해,한국어독자가얼마든지이짧은텍스트를마음껏낭독하고즐길수있도록각편의제목부터해당문체의특색을살려좀더구어에가깝게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