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양장)

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양장)

$16.00
Description
매일 쓰는 몸과 마음의 힘 〈일간 이슬아〉 작가의 글방 이야기
《일간 이슬아 수필집》《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의 이슬아 작가 에세이『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작가는 지금처럼 연재노동자로 살기 전부터 수년간 ‘글쓰기 교사’로 일해왔다. 처음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다는 전단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한 ‘글쓰기 교사 이슬아’의 이력은 KTX를 타고 여수 글방을 열고, 어린 형제들을 위한 작은 글방, 망원동의 어른여자 글방, 청소년 글방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하여 파주 자신의 집에서 코로나 시국에 허송세월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헤엄글방을 열고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이슬아 작가가 글쓰기 교사로 일했던 글방들에서 그가 가르치고 또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더이상 글쓰기에서 재능의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나 잘 쓸 때와 못 쓸 때가 있는데, 글방에서 더 많은 글을 꾸준히 가져오고 타인의 의견을 많이 들은 사람이 그만큼 잘 쓴 글을 남길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이슬아 작가는 그 스스로가 ‘반복’과 ‘꾸준함’의 힘으로,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자기만의 판을 열어젖힌 작가였다. 꼬마부터 청소년, 남중생, 성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이슬아 글방에 온 제자들이 담긴 빛나는 문장들부터 그들에게 전한 ‘글쓰기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이 에세이는 글쓰기와 삶에 대한 영감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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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슬아

1992년서울에서태어났다.잡지사기자,누드모델,글쓰기교사등으로일했다.2013년단편소설<상인들>로데뷔후작가이자헤엄출판사대표로일하고있다.수필,칼럼,서평,인터뷰,소설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글을쓴다.

언제나외부의플랫폼으로부터청탁을받아야만독자를만날수있었던이슬아는2018년봄부터아무도청탁하지않은연재를시작했다.연재의제목은<일간이슬아>....

목차

프롤로그_부지런히쓸체력,부지런히사랑할체력_05

글방의시작
나의어린스승들에관하여_13
믿어지는문장들_17
재능과반복_23
음식과글쓰기_27

형제글방
오,형제여_33
소년의마음으로쓰는소년의글_46
탄생과거짓말_51

여수글방
무엇이야한가_57
문제해결의경험치_64
주어가남이될때_69
잡담과간식_75
몸의일기_79
여수아이들에게쓴편지_83
글투의발견_134
쉬운감동,어려운흔들림_140

청소년글방
건전교사_147
남중생과나_155
재능과운명_159
그날입은옷_167
그리움과디테일_171
긴장과눈물_175

나의유년과어딘글방
으악너무너무무섭다_183
일기검사_190
해명하지않을용기_203
먼저울거나웃지않고말하기_207

어른여자글방
언니들의문장_213

코로나시대의글방
코로나시대의글쓰기교사_227
어린이의허송세월_231
만날수없잖아,느낌이중요해_261
입체적인타인들_265
남의고달픔을쓰는연습_269
접속사없이말하는사랑_275

에필로그_나의오랜스승으로부터_280

출판사 서평

“글쓰기를싫어하거나두려워하는아이도
글쓰기를좋아하게만들수있습니다.”

글쓰기교사이슬아의이력은전단지에적힌이한문장으로부터시작되었다.
그가『나는울때마다엄마얼굴이된다』에쓴에피소드에서누드모델로일하기시작할때그러했듯이,학자금대출2천만원을갚기위해재기발랄한<일간이슬아>구독자모집포스터를SNS에올리기시작할때그러했듯이,글쓰기과외를구하는전단을붙이러다니던2014년봄,스물세살의대학생이슬아는카페알바시급만으로는월세와생활비를감당하기가벅찼다.
그당시엔아직책이없는작가였고,다만잡지사에서근무했고문학공모에서작은상을탄경력이있을뿐이었다.그는‘글쓰기를싫어하거나두려워하는아이도글쓰기를좋아하게’만들겠다는,스스로도믿을수없었던문장으로글쓰기교사로서의여정을시작한다.결코확신할수없는문장이었지만,거짓말은아니었다.그것은스스로를향한다짐같고약속같기도한말이었다.
사방이꽉꽉막힌빼곡한네모칸들로가득한원고지보다유튜브와축구공과종잡을수없는수다에더이끌리는아이들에게그는같이글을써보자고말을걸었다.아이들이스스로의이야기를자연스럽게꺼낼수있도록먼저이슬아자신의일상과생각에대해시시콜콜털어놓았다.그리고그날쓸글감들을신중하게가려뽑아그글감의의미와아름다움에대해들려주며,이슬아는아이들과함께글방의시간을,원고지를채워가기시작한다.
아이들은“왜그런걸써야돼요?”“글쓰는게짜증나니까그렇죠!”라며젖은눈으로훌쩍훌쩍코를들이마시다가도,결국이슬아선생님이안내하는글쓰기의세계로한발짝한발짝천천히걸어들어왔다.

떠들며먹고마시다가
얼렁뚱땅명문장이탄생하는날들

이책에는아이들이쓴재미있고기발한문장들이책장사이사이삐뚤빼뚤한손글씨의원고지와함께실려있다.

“언니랑동생이옆에있어도그리운마음이든다.”_열살최가희
“우리는함께뒤섞여놀다가서로의여름냄새에대해다알게되었다.”_열세살이형원
“달리는사람들은얼굴살이위아래로훌렁거린다.뛰다보면바람이날밀어주는느낌이다.바람생각을하면서뛰면나는어느새1등이나2등이되어있다.”_열두살우예린
“우리는꼭마지막이해피엔딩으로끝나지않는영화를찍으며즐거움을느꼈다.”_열세살오승린
“안녕!나같은어린애야!이제부터내가인생사는법을알려줄게.(...)내가말한것을하면인생이행복해질거야.행복이란너가원하는것을하는거야.”_열살김지온
“가끔엄마에게혼나고혼자있을때면이런노래를부른다.‘어차피화해할인생~엄마는나를좋아하니까밤이되면괜찮아지겠지’하며나자신을위로한다.”_열살양휘모

아이들은이렇듯찬란한문장들을써놓고는,기대감에찬눈빛으로“이제나가놀아도되죠?”하고이슬아선생님을바라본다.자신이쓴원고지들을챙겨갈생각조차하지않고마당으로,바깥세상으로,‘지구바깥까지라도’튀어갈듯이와글와글뛰어나가는아이들.그는아이들의원고지아래에자신의독후감과궁금한것들,더듣고싶은이야기들을메모하고,때로는그냥‘왕좋아!’라는뿌듯한감탄사를남기기도한다.그리고아이들이책상에흩어두고간원고지들을추려간직하고,종종그찬란한문장들을,아이들이새롭게발견하고써내려간사물과세계를넋놓고바라보곤했다.

최초의제자는나에게글쓰기교사의숙명을알려주었다.
“너는꼭내글을간직해줘.
너는꼭,내글을간직해줘.”

이슬아작가가처음가르쳤던어린형제들의원고를자그마한책으로엮어주려고준비할때,아홉살김세윤은이런문장을썼다고한다.
“내글쓰기선생님성함은이슬아야.책이빨리완성되면좋겠어.너는꼭내글을간직해줘.”
아이가글쓰기교사인자신에게내리는지령이자숙명처럼느껴졌던이문장을이슬아는곱씹는다.
“너는꼭내글을간직해줘,너는꼭,내글을간직해줘.”
글쓰기교사이자작가이슬아는생각한다.글쓰기는인생의디테일들을모으고간직하는일이라고.글쓰기는모르는것을배우는일이고.자기애의늪에도자기연민의덫에도걸려들지않고나의몸과마음에대해탐구하는일이라고.동시에항상‘나’를주어로놓는이기적인일상에서벗어나‘남’을주어로놓고그의입장에서도생각해보는일이라고.무턱대고누군가를욕하지않고손쉽게착하다거나나쁘다거나가치판단을하지않으며,한사람을납작하게눌러보지않고입체적으로바라보는것이라고.타인의한숨과잔소리까지도기억속에쟁여두었다가“따옴표”라는리본으로소중히묶어서원고지위에숨을불어넣어되살리는일이라고.
그리고아이들이또박또박적어나가는문장들로부터이슬아작가는다시,깨닫는다.이모든글쓰기의의미는사랑과맞닿아있음을.
결국,글쓰기는‘부지런한사랑’이었다.
마음을부지런히쓰고누군가를골똘하게관찰하고그에대해생각하며,자꾸만편해지려하는몸을부지런히놀려끊임없이나아닌타자에게로,더넓은세상으로향해가는일이었다.
아이들의빛나는문장에응답하고,그작은몸들이살아낸커다란일상을기억하고간직하는동안,이슬아는이제자신의독자들에게도‘꼭,간직하고픈사랑과삶의문장’을쓰는작가로각인되었다.이제그는더이상월세와생활비를근심하지않아도되는작가가되었지만,여전히일주일에하루는글쓰기교사로일한다.
왜냐하면그에게아이들은그저아르바이트대상이아니라,이슬아작가가평생해나가야할글쓰기의‘어린스승’들이기때문이다.

그러자우리의마음이바빠졌다.주어를늘려나갔을뿐인데.나에게서남으로시선을옮겼을뿐인데.그가있던자리에가봤을뿐인데.안들리던말들이들리고안보이던것들이보였다.슬프지않았던것들이슬퍼지고기쁘지않았던것이기뻐졌다.하루가두번씩흐르는것같았다.겪으면서한번,해석하면서한번.글을쓰고누우면평소보다조금더나이가든채로잠드는듯했다.
우리는글쓰기의속성중하나를알것같았다.글쓰기는게으르고이기적인우리를결코가만히두지않았다.다른이의눈으로도세상을보자고,스스로에게갇히지말자고글쓰기는설득했다.내속에나만너무도많지는않도록.내속에당신쉴곳도있도록.여러편의글을쓰는사이우리에게는체력이붙었다.부지런히쓸체력과부지런히사랑할체력.이부드러운체력이우리들자신뿐아니라세계를수호한다고나는믿는다._프롤로그

꾸준함없는재능은어떻게힘을잃는가
재능없는꾸준함은의외로얼마나막강한가

『부지런한사랑』은지금의이슬아가왜‘이슬아’가되었는지를증언하는책이기도하다.
매일한편의글을마감해내는것,그것을타인들에게보여주고무수한의견들을듣고감당하는것,자신에게재능이있는지없는지를더는따지지않고그저매일써나가는것,못쓴자신을견뎌내고잘쓰는남에게끊임없이감탄하고감동하면서,기어코다시자신만의고유한문장을써내고야마는것.이단순하고도무서운훈련이결국지금의이슬아를만들었고,그는지금도글쓰기교사로글방에서아이들을가르치는동시에계속해서글쓰기에대해배워나가고있다.
출판계와독자들이‘이슬아’라는사람을‘발견’하고읽어나가기시작한지,돌아보면이제고작2년이되었다.그시간동안그는꾸준히<일간이슬아>를발행하고매일쓰고소통하면서,불과2년만에출판계와독자들사이에서존재감과무게감이남다른작가가되었다.『부지런한사랑』이출간되기도전,예약판매기간에초판1만부에이어서곧장2쇄중쇄제작에들어간것은이슬아작가가그만큼수많은독자들이기다림과기대감을품고지켜보는작가가되었음을보여주는하나의신호일것이다.
연재노동자이슬아에게2년은그저나이를두살더먹는것에불과한일이아니라,760여일동안부지런히글쓰고어제의나로부터하루하루더새로워지는일이었을것이다.
그가썼듯이이야기와글쓰기는“우리를몇번이고다시살게”한다.그렇게“몇번이고다시태어나”매일새로운이야기를쓰는작가이슬아.그의신작『부지런한사랑』에는매일다시태어나고매일새로워지는작가이슬아가글쓰고마음쓰는법이담겨있다.이슬아작가는글쓰기가곧‘부지런한사랑’이라고은유했지만,책을읽다보면자꾸만‘사랑’이단단해지고원고지칸처럼틀이잡혀‘사람’으로도읽히는것같다.
부지런한사람이부지런히쓰고사랑할때어떤힘과파장을일으키는지,‘손이달구어진’사람의문장이어떻게이세상과자신의운명을조금씩바꾸어나가는지,작가이슬아는지금우리앞에생생하게보여주고있다.

나는나에게재능이있는지궁금했다.재능은누군가를훨씬앞선곳에서혹은훨씬높은곳에서출발하게만드는듯했다.재능이있다면더열심히쓸참이었다.만약없다면글쓰기말고다른일을열심히해볼까싶었다.
스물아홉살인지금은더이상재능에관해생각하지않는다.그렇게된지오래다.꾸준함없는재능이어떻게힘을잃는지,재능없는꾸준함이의외로얼마나막강한지알게되어서다.
재능과꾸준함을동시에갖춘사람은더할나위없이훌륭한창작을할테지만나는타고나지않은것에관해,후천적인노력에관해더열심히말하고싶다.재능은선택할수없지만꾸준함은선택할수있기때문이다.생각해보면10년전의글쓰기수업에서도그랬다.잘쓰는애도매번잘쓰지는않았다.잘못쓰는애도매번잘못쓰지는않았다.다들잘썼다잘못썼다를반복하면서수업에나왔다.꾸준히출석하는애는어김없이실력이늘었다.계속쓰는데나아지지않는애는없었다.
써야할이야기와쓸수있는체력과다시쓸수있는끈기에희망을느낀다.남에대한감탄과나에대한절망은끝없이계속될것이다.그반복없이는결코나아지지않는다는걸아니까기꺼이괴로워하며계속한다.재능에더무심한채로글을쓸수있게될때까지.
_‘재능과반복’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