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특별활동 (정지향 소설)

토요일의 특별활동 (정지향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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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지향의 인물들과 만나는 일은 그 이름들이 계속 살아갈
2020년대를 함께 생각하는 일이다.” _최은미(소설가)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가 정지향 첫 소설집
친구, 가족, 애인, 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기민하게 포착하고 자신을 둘러싼 공간의 분위기를 예민하게 읽어내는 젊은 작가 정지향의 첫 소설집 『토요일의 특별활동』이 출간되었다. 첫 장편소설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문학동네, 2014)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3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에 선정되며 작가로서의 시작을 알린 정지향은 또래 대학생이 처한 현실을 담백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며 “동세대 젊은이들의 뼈아픈 성장통을 소설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로부터 올해 여름까지 약 육 년 동안 써내려간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이번 소설집은 유연한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구부러지기 쉬운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의 시기를 통과하는 인물들을 주로 담아내며, 점도 높은 끈적한 감정을 친구와 주고받으면서도 “자기감정을 정확하게 짚어”(96쪽)낼 수 없어 그것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자신과, 그런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계를 지금의 위치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쉽게 불순한 이미지로 연결되고 마는 ‘여학생’이라는 단어에 달라붙은 더께를 걷어내고 정형화되지 않는 구체성과 생동감을 지닌 인물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정지향은 유약하고 치기 어리며 성숙하지 못한 시기로 치부되기 쉬운 그 시절에서 우리의 모습을 새롭게 추출해낸다.
저자

정지향

『초록가죽소파표류기』로제3회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토요일의특별활동_007
한나_021
베이비그루피_057
리틀선샤인_103
알레르기_123
아일랜드페스티벌_149
교대_183
휴가_195

해설|인아영(문학평론가)
해명할수없던밤이지나고_223
작가의말_243

출판사 서평

정민은보통의여자친구들과는다른방식으로나를대한다.
그러니까그애는엄지손가락으로내손등을부드럽게쓰다듬는다.
동그랗게불거진마디들을따라손톱끝까지.
누구도나를그런식으로만진적은없다.

욕망과질투와선망으로녹아내릴듯뜨거웠던그시절
우리가나눈끈적하고투명한‘처음’의순간들

표제작「토요일의특별활동」은주오일제가시행되면서‘놀토’가도입된2000년대중반을배경으로중학교특별활동부인‘적성연구부’에서만난정민과‘나’의관계를다룬다.‘나’는보통의여자친구들과는다르게자신을쓰다듬고만지는정민의손길에서무엇인가를예민하게느끼면서도그것이어떤감정인지스스로도명확하게설명하지못한다.그러는한편‘나’는자신의이야기에거짓말을섞어글로풀어내는데,이두모습은정지향소설을구성하는핵심적인요소,즉여성인물들이나누는미묘한감정과그것이‘글쓰기’를매개로하여증폭되는과정을우리에게보여준다.
이어지는소설「한나」에도두명의여자아이가등장한다.예술대문창과2학년생인진아는시창작수업시간에한동안연락이끊겼던‘한나’와재회한다.한나는한창백일장을준비하던고등학교시절에문학회커뮤니티를통해알게된아이다.두사람이함께보내는시간이늘어갈수록진아는한나를안고싶고만지고싶다고느낀다.그러다한나가한남자강사와사적으로가까워지며진아와한나의관계는그전과는묘하게달라진다.주목할점은두사람모두소설을쓰고싶어한다는사실로인해진아와한나의관계가보다입체적인양상을띤다는것이다.진아는한나에게섹슈얼한욕망을느끼면서도“읽기에따라건조하고단단해서파고들틈이없는것처럼여겨지기도”(25~26쪽)하는자신의글과달리‘고유한리듬’을지닌글을써내는한나에게복합적인마음을느낀다.그러는한편한나를기분내키는대로대하는남자강사와얽히면서한나가원래지니고있던“세세하고고유한특성”이점점깎여나가는과정을가까이에서지켜보게된다.「한나」는글쓰기를향한인물들의욕망과함께그것이남자강사에의해어떤식으로굴절되는지를세밀하게그려나가면서지금사회의가장뜨거운문제중하나인‘기울어진젠더구조’에대해짚는다.
이러한문제의식은「베이비그루피」에서한층심화된다.열여덟살의‘나’는홍대라이브클럽에놀러갔다가한인디밴드의프런트맨이자보컬인P를알게된다.주위의여느남자와는다르게말하고다른식으로행동하는P는쉽게‘나’의호감을산다.그이후P는‘나’를자주자신의집으로데려가육체적인관계를맺길원하면서도,다른사람에게는한번도‘나’를여자친구라고소개하지않는다.그여름,자신이P와맺었던관계의이름은무엇이었을까?‘나’는한참을구글링한끝에‘그루피’라는단어를알게되면서그시절의자신이어떤상태에놓여있었는지객관적으로바라볼수있게된다.

“이제는잘잘못을떠나서로의상황을좀더너그럽게이해할수있지만
그때는아니었다.모두크고작게미웠다.”

정지향은이렇듯과거의자신을현재의시점에서다시들여다봄으로써그시절자신에게일어났던일과자신이느꼈던감정에대해새로이이름을붙일수있게된다.자신에게접근해치근덕대던남자는‘자유로운예술가’가아니라자신을‘가스라이팅’하던인물이었고(「베이비그루피」),한나를만지고싶고안고싶다고느꼈던마음은순간적인충동이아니었다는것을말이다(「한나」).
음악페스티벌취재를위해P섬에갔다가마주하게된전애인‘재훈’과‘나’의하루를그린「아일랜드페스티벌」에서도두사람의우연한만남이계기가되어과거자신의모습이불려나오고,「휴가」또한회사일을그만둔뒤고향으로내려간‘나’가할아버지의죽음을겪게되면서과거에한차례겪었던또다른죽음의장면이상기된다.특징적인점은정지향소설속인물들은그렇게다시마주하게된과거의자신을지금의시선에서내려다보지않는다는데있다.조금더여유있고성숙한관점으로그때를바라볼수있게되었더라도,그시절자신이누군가를향해느꼈던미움,애증,욕망,질투,선망등의감정을묻어두지않고있는그대로온전히되새기는것이다.그렇게정지향소설속인물들은자신이느꼈던감정을천천히되살리는한편자신이무엇때문에그러한감정을느꼈는지,그때의자신을둘러싸고있던세계를들여다보며해명할수없는감정과욕망으로가득찼던그시절을새롭게해석해나간다.그럼으로써정지향의소설은“무엇도내세계를바꿀수없어”(「아일랜드페스티벌」)라는노랫말을흥얼거리며자신의세계를고수하고자했던과거의자신을현재의자신옆에나란히세워두면서역설적으로자신을둘러싼세계를스스로의힘으로새롭게재배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