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부탁 (진형민 소설 | 양장본 Hardcover)

곰의 부탁 (진형민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우리,
서로의 괜찮음을 물어보는 사이가 되자.
긴 터널 같은 이 계절을 무사히 지날 때까지-
『곰의 부탁』 속 인물들은 청소년, 배달 노동자, 성소수자, 여성, 난민 등으로 불린다. 교차하는 경계 위에 선 이들의 모습에서 ‘나’와 ‘너’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이 소설이 끈질기게 보여 주듯, ‘괜찮지 않음’이란 한없이 고유한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지나고 있음이 분명한 마음의 상태이므로. 마음속 가장 외지고 구석진 곳에 머무르곤 하는 목소리들, 나조차 듣지 않으려 했던 나의 마음을 듣기 위해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형민의 소설을 읽는 이유는, 마음의 발견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에게,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괜찮음을 부탁’하는 마음에 닿기 위해서일 것이다. 『곰의 부탁』이 청소년소설의 이름을 벗고 양장제본으로 찾아온 이유다.
경쾌한 템포로, 그렇지만 흩날리지는 않고 단정하게 흘러가는 문장들이 일곱 편의 소설을 이룬다. 소설 속 갑갑하고 무거운 상황을 가뿐하고도 무심하게 툭툭 풀어내는 능숙함, 그 사이사이에 위트와 유머를 쉼표처럼 박아 놓는 진형민 특유의 노련함이 응축되어 있다. 덕분에 이 책의 독자는 웃게 될 것이 분명하지만, 가끔은 이야기 속 인물과 함께 세상을 향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말 것이며 끝내는 울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곰의 부탁』으로 만나게 될 이들은 “경계 위의, 경계 밖의 청소년”(송현민)이자 “탁한 풍경 속에서 버티며 살고 있던”(송미경) 이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곰의 부탁』은 부조리와 그로 인한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느닷없는 폭력의 가능성마저 감내해야 하는 이 세계를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웃기지만 하나도 웃기지 않은 이 이야기의 장르는, 말하자면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곰의 부탁」)인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12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저자

진형민

『기호3번안석뽕』으로창비좋은어린이책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동화『꼴뚜기』『소리질러,운동장』『우리는돈벌러갑니다』『사랑이훅!』,청소년소설『곰의부탁』『불안의주파수』(공저)『존재의아우성』(공저)『웃음을선물할게』(공저)『아무것도모르면서』(공저)를썼다.

목차

곰의부탁...7
12시5분전...41
헬멧...73
람부탄...109
언니네집...141
자물쇠를채우지않은날...175
그뒤에인터뷰...207

작가의말...236

출판사 서평

“세상이구석구석또렷했다.
우리가여기에있다는사실이너무나명백해서
오히려할말이없었다.”
_「곰의부탁」에서

표제작「곰의부탁」의‘나’는해를그릴때면빨간색으로칠해왔다.아무의심없이자신있게그럴수있었던것은해를한번도자세히본적없었기때문이다.그러나새벽녘겨울바다에선‘나’의눈앞에서서히모습을드러낸해는,빨간색이아니라“눈부신노란색”이다.
작가는바다나해처럼“여기에있다는사실이너무나명백”함에도많은이들이제대로들여다보려고하지않았던존재들을각이야기의무대중심에세웠다.배달노동을하며“돈생각좀안하고살고싶”다고말하는아이,“쉬쉬숨겨야하는”사랑을하는아이,예민한마음으로콘돔봉투를처음뜯는아이,타국의골목에서“세상에없는듯”살아가야하는아이까지.이아이들은“숨겨야”하거나“자꾸자꾸설명해야하는”상황에처하지만실은“할말없음이가장솔직한내심정”이라며설핏속내를내비친다.세상이지레넘겨짚거나심지어없는취급을할지라도,이들이눈부신노란색으로존재하고있다는것은더보탤말이없을정도로명백한사실이므로.“거기있음을아는것이나의시작”이라는작가의말에는누구든자신의존재를해명하거나증명하지않아도괜찮기를바라는마음이담겨있다.

“어설픈위로도,섣부른희망도차마입에담을수없어
나는숨죽여소설을씁니다.
너는괜찮아?짧은인사를남기기로합니다.
거기있음을아는것이나의시작입니다.“
_‘작가의말’에서

「람부탄」의세디게는머리칼을가려주는히잡을꼭꼭여미고,「12시5분전」의영찬은가방속에숨긴것을어른들앞에선꺼내지않는다.「자물쇠를채우지않은날」의지용은문에도마음에도언제나자물쇠를단단하게걸어잠그고다닌다.괜찮음과괜찮지않음사이를수시로오가면서도,모두속엣말을쉽사리꺼내지못한다.이들은“내가괜찮은지아닌지가뭐그렇게중요”하냐고,“괜찮은지생각해본적없다”고,아니면“자신이괜찮은지아닌지생각할기운이없”다고말한다.그러나사실은“어디서어떻게울어야할지몰라억지로참고있을뿐”이다.
『곰의부탁』은긴터널같은계절을지나고있는이들에게건네는말-괜찮냐는질문이자괜찮아달라는부탁이다.또한섣부른위로의말을건네기보다먼저“서로의괜찮음을물어도되는사이”가되어옆에있어주려하는마음그자체이기도하다.그러다이따금씩조심스럽게“울어도괜찮다고,지금이그때라고,자그마한어깨를내민다.”(송수연)이책을읽다문득‘내등짝에가만히와닿는손바닥두개’가느껴지는순간,마음속문에걸린자물쇠는잠시풀릴지도모른다.

돈이없으면기분이더러워요.
편의점에서음료수를하나사먹을때도요,
꼭더싼걸집게돼요.
그러면또혼자막생각해요.
나는처음부터이음료수를마시고싶었다고,
절대돈아끼려고그런게아니라고.
그런생각을자꾸하다보면요,
제가처음에뭘좋아했는지점점헷갈리게돼요.
_「그뒤에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