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색 밤 (실비 제르맹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호박색 밤 (실비 제르맹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8.20
Description
“호박색 밤 불의 바람,
모든 전쟁이 끝난 후에 태어난 그는
혼자서 자신만의 전쟁을 발명해냈다.”
황폐한 땅에서 부상자가 일어서듯
다시 시작된 페니엘가의 거대한 이야기
가브리엘 마르케스에 비견되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역사적 현실과 신화를 넘나들며, 수많은 전쟁의 길목에서 살아간 한 가문의 백년의 광기를 보여준 소설 『밤의 책』(2020년 문학동네 출간). 『호박색 밤』은 실비 제르맹의 데뷔작이기도 한 『밤의 책』 출간 후 이 년 만에 발표된, 그 후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밤의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탄생을 알리며 수수께끼처럼 등장했던, 페니엘 가계에서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이 샤를빅토르 즉 ‘호박색 밤’이 마침내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전쟁이 휩쓸고 간 황폐한 땅에서 부상자가 일어서듯 페니엘가家의 파란만장한 대서사시는 다시 시작된다.
『밤의 책』이 1870년 보불전쟁부터 1945년 제2차세계대전을 관통하며 인간의 끝없는 광기와 잔인함과 그 속에서 끊임없이 명멸하는 페니엘가의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면, 『호박색 밤』은 프랑스 북동부의 가상의 공간 ‘검은 땅’을 떠나 알제리와 파리 등으로 공간을 옮겨가며 전쟁이 지나간 후의 이야기, 알제리전쟁부터 프랑스 68혁명을 아우르며 망각 속 역사를 복원해내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또한 전후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상존하는 분노와, 결핍으로 인해 마침내 “혼자서 자신만의 전쟁을 발명”해낸 인물의 광기를, 샤를빅토르의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드러내 보인다.
실비 제르맹은 1991년 〈마가진 리테레르〉와의 인터뷰에서, 본래 자신이 쓰고자 했던 이야기는 알제리전쟁과 고문의 문제를 다루는 『호박색 밤』 한 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호박색 밤’이라는 인물의 혈통을 따져 그 조상들의 이야기를 간략히 풀어내려던 것이 한 권의 책으로 늘어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연상케 하는 한 가문의 방대한 서사시가 탄생한 것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말 번역본으로 1000쪽이 넘는 장대한 서사 속 인물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페니엘가 가계도’를 책 끝에 실었다.

내가 처음으로 펴낸 그 두 권의 책은 본래 한 권의 소설이 되어야 할 것이었다. 그냥 『호박색 밤』이라는 제목의 소설 한 권이면 되는 것이었다. 그 소설은 알제리전쟁과 고문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었으니 그때 이미 악의 문제는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소설의 주인공인 ‘호박색 밤’이라는 인물의 혈통을 따져서 그 조상들의 족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사실 처음 책을 쓰고자 했을 때 그의 혈통을 따라올라가 족보를 밝히는 이야기는 그저 열 페이지 정도면 족할 것 같았는데 정작 집필 과정에서 그만 『밤의 책』이라는 독립된 한 권의 책으로 늘어나버렸다.
_실비 제르맹(1991년 3월 〈마가진 리테레르〉와의 인터뷰)
저자

실비제르맹

SylvieGermain
창조적인서사전개와독특하고아름다운문체로현대프랑스문단에서독보적인위치를차지하고
?TadeuszKluba
있는실비제르맹은1954년프랑스샤토루에서태어났다.공무원인아버지를따라프랑스곳곳을떠돌며유년시절을보냈고,소르본대학에서저명한철학자에마뉘엘레비나스의지도를받으며공부했다.박사과정을마친후에는프라하로건너가철학을가르쳤다.
1981년부터틈틈이단편소설을쓰기시작했으며,1985년발표한첫장편소설『밤의책』으로여섯개의문학상을수상하며화려하게데뷔했다.후속편이라할수있는『호박색밤』이후출간한세번째장편소설『분노의날들』로1989년페미나상을수상했다.그밖에『프라하거리에서울고다니는여자』『숨겨진삶』등많은소설을발표했으며,2005년『마그누스』로그해‘고등학생들이선정하는공쿠르상’을수상했다.2016년프랑스문화재단에서수여하는치노델두카국제상을수상했다.
무력한개인이엄혹한세계와화해해가는과정을몽환적인상상력과치밀한필치로그려낸실비제르맹의작품들은‘새로운마술적리얼리즘’이라는호평을받으며20여개국에서번역출간되었다.

목차

나무들의밤_019
바람의밤_115
돌들의밤_221
입들의밤_351
천사의밤_459
또다른밤_543

옮긴이의말_551
페니엘가가계도_556

출판사 서평

“샤를빅토르페니엘,후일모두가‘호박색밤’이라부르게될그는
이제자신의차례가되어밤속에서싸울운명이었다.밤의한밤에.”

전편『밤의책』을추상적으로환기하는짧은서장序章을지나,맏아들‘작은북’장바티스트의시신을확인한폴린이온몸으로절규를내지르며『호박색밤』의이야기는본격적으로시작된다.남편인바티스트가전쟁에나가있던동안홀로뱃속에품고지켜낸,유일한희망이자기쁨이었던아이‘작은북’이사냥꾼들의팔에가로누인채뻣뻣한주검이되어숲에서돌아온것이다.전쟁이모두지나가고수년이흘러,더이상덧없는죽음은없으리라믿었던페니엘가에닥친첫번째죽음.‘그녀에게미친놈’바티스트가전쟁에서돌아오고,폴린의둘째아들인샤를빅토르의탄생을알리며끝이났던전편이후시간이흘러,이제샤를빅토르가다섯살,‘작은북’이여덟살되던해였다.
폴린은정신을놓고아들‘작은북’의시신을끌어안은채집을나가자취를감춰버리고,‘그녀에게미친놈’바티스트는주저앉아울기만한다.페니엘영감‘황금의밤늑대낯짝’이사라진며느리와죽은손자를찾아수색을진두지휘하는동안,집안의막내샤를빅토르는무관심과애정결핍속에철저히홀로남겨진다.

그는버림받은채로완전히혼자였다.배신당한채로.정말이지한순간에모두에게서배신당한참이었다.형은죽었고,어머니는미쳤고,아버지는울고있었다.그러니까그를걱정해주는이는아무도없단말인가?그는반항하듯일어서서그들모두에게외쳤다.소외당한아이의마음속가장깊은곳에서터져나오는외침이었다.“당신들이미워!”(23쪽)

숲에서가까스로되찾아온죽은형의시신에서나는악취와울음소리가온집안을채우는동안,샤를빅토르,훗날‘호박색밤불의바람’이라불릴소년은분노와울분,증오를먹고자란다.그는죽은형이어머니와아버지의사랑을앗아갔다고여기며타인과정서적교류없이자신만의공간에고립된채더욱난폭해져간다.집착과분노에사로잡힌그는다른대상위에군림하고싶어하고,결국고향‘검은땅’을떠나파리로향한다.그는파리의지식인대학생으로서“과거에서해방된자,과거를기억하지않는자,고통없는자가되어오직순간의무도덕적·무시간적자유와행복을누리기를꿈꾸”(옮긴이의말)고쾌락만을좇는괴물같은인간으로성장한다.

이렇게그는주변에상상의적들을만들어내고스스로를모두로부터저주받은자,사랑받지못하는자라믿으려애썼다.자신은눈덮인벌판한복판의얼음속에서산채로잡힌도마뱀보다세상에서더외로운존재였다.(42쪽)


신화나우화,묵시문학을닮은
“어떤절규에대한인식”

마술적리얼리즘이살아있는이소설은전편『밤의책』과마찬가지로역사적현실과신화나우화,묵시문학을떠올리는서술이돋보인다.가령이소설에는언덕에서걸어내려와죽은아이의묘에뿌리를내리는나무,땅속에서전차를달리며고함치는아이,주인공이노파를좇아폐허속을헤매는장면,장과의회오리바람에휩싸여춤을추다가새가되어버리는여자,죽음이라는극한상황에서카페주인의얼굴에달려드는죽은아내의환한불길,천사와벌이는싸움등환상적인요소가자주등장한다.

호박색밤을비롯해이소설에등장하는기이하고도원초적인인물들은어린시절에겪은배신을비롯해삶과역사가가해온상처,잃어버린낙원에대한그리움에사로잡혀산산조각이나있다.그들은현대사회에고분고분하게적응하여개성을상실한인간군상이아니라,마치신화의신들처럼감정의극을향해치달리다파멸하는비극적인인간들이기도하다.(옮긴이의말)

아들의죽음을목도한폴린이내지르는절규로시작되는『호박색밤』을두고문학평론가이자『밤의책』의역자인김화영은옮긴이의말을통해“실비제르맹의작품전체를관통하는것은바로원초적외침(절규)의다양한변형”이고,결국“인간이살아가면서겪는모든참화의고통과비탄을이기지못하여토해내는절규”이자“누대에걸친악과고통의진원”이라고설명했다.제르맹은『호박색밤』의제사題辭로프랑스시인에드몽자베스의말(“이문뒤에서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가?/한책의책장이넘겨지고있다./이책의줄거리는무엇인가?/어떤절규에대한인식.”)을인용하기도했다.소설속에알제리전쟁부터프랑스68혁명을묘사하며망각속역사를복원해내고침묵속이름들을되살려내려는시도로볼수있을것이다.
열일곱살에파리로떠났다큰범죄를저지르고다시고향으로돌아와‘구원’을찾는샤를빅토르의성장스토리를중심으로,새로이주목받거나태어나는페니엘가사람들의이야기가더해져『호박색밤』은더욱풍성해진다.『밤의책』의중심인물인빅토르플랑드랭(‘황금의밤늑대낯짝’)은여섯번째결혼을하여옥토브르와셉탕브르를낳고마침내거대한페니엘가문을완성한다.맏아들을잃은슬픔에서가까스로헤어나온폴린은셋째아이를잉태했음을깨닫고결국딸발라딘을,이외즈아드리앵을입양했던로즈엘로이즈는니케즈와의사이에서펠릭스를낳는다.그밖에도페니엘가문은끊임없이번성하며수많은이야기를파생하고,『밤의책』에등장하는페니엘,테오도르포스탱,빅토르플랑드랭,바티스트를비롯해샤를빅토르,상드르에이르기까지페니엘가문의총6대에걸쳐물려주고물려받아온연쇄적악과불행과고난의파란만장한대서사시를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