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밤

시간은 밤

$14.50
Description
현대 러시아에 새로운 여성문학의 틀을 제시한 작가, 솔제니친 이후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라 불리는 류드밀라 페트루셉스카야의 대표 중단편선 『시간은 밤』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2번으로 출간된다. 밑바닥에 있는 가난한 여성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 소련에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절, 페트루셉스카야는 어머니와 딸로 이어지는 가족과 그 구성원인 여성 개인의 이야기를 썼다. 고통에 짓눌리는 여성들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탓에, 페트루?스카야의 소설은 1980년대 중반까지 소련에서 출간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총 열세 편의 중단편 중 표제작 「시간은 밤」은 페트루?스카야를 세계에 알린 작품으로, 독일에서 먼저 출간되었으며 이듬해에는 러시아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저자

류드밀라페트루??스카야

저자:류드밀라페트루솁스카야
러시아의소설가,극작가,동화작가.1938년모스크바에서태어나모스크바국립대학교언론학부를졸업했다.1972년단편<들판을지나서>가잡지에실리면서소설가로데뷔했으나,소비에트민중의삶을적나라하게보여주었다는이유로데뷔하자마자10여년간공식적인작품게재를금지당했다.이에다른장르의글에매진해희곡과동화,만화시나리오등다방면의글을써냈고,특히음울하고부조리한현실을날카롭게은유하는희곡작품이러시아유수의극단무대에오르면서극작가로먼저이름을알렸다.1980년대후반소련의개혁정책으로작품활동이자유로워지자그간의글들을모은작품집《불멸의사랑》(1988)을출간해평단과대중으로부터예상치못한커다란호응을얻었다.그리고몇년뒤발표한장편《시간:밤》(1992)으로러시아부커상최종후보에올라소설가로서의완벽한재기에성공했다.푸시킨문학상(1991)을비롯해,러시아문화발전에공헌한예술가에게주어지는트라이엄프상(2002),러시아연방정부예술공로상(2003),스타니슬라프상(2005)등을수상했으며,러시아보다영미권에서먼저출간되어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에오른《이웃의아이를죽이고싶었던여자가살았네》(2009)로‘월드판타지문학상’을수상했다.고골의계승자이자“솔제니친이후러시아의살아있는가장위대한작가”로평가받는페트루솁스카야의작품은지금까지전세계30개이상언어로소개되었고,희곡역시세계곳곳에서다양한언어로무대에오르고있다.

역자:김혜란
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M.불가코프의비극적소극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고려대학교에서강의중이며,러시아현대희곡,러시아극장-공연예술사에대한연구를진행하고있다.불가코프의작품<위선자들의밀교>,<질주,조야의아파트>,<거장과마르가리타>를번역했으며,「비겁함의죄와그죄인들」,「전후의낙관적인체홉공연들」,「‘새로운드라마’와테아트르.doc의다큐멘터리연극」등의논문을발표했다.

목차

알리바바
밀그롬
어두운운명
성모사건
인생은연극이다
파냐의가난한마음
절대로
쇼팽과멘델스존
집의비밀
세얼굴
아름다운도시로
가족찬가
시간은밤

해설|여자호메로스들의노래
류드밀라페트루솁스카야연보

출판사 서평

평범한사람들의진짜삶을이야기하는작가
류드밀라페트루솁스카야

류드밀라페트루솁스카야는1938년모스크바에서태어났다.그의아버지는한살도안된딸과아내를버렸고,제2차세계대전과스탈린독재가이어지며그시기소련의다른아이들처럼페트루솁스카야도불우한어린시절을보냈다.모스크바국립대학교를졸업하고잡지사,방송국등에서일하던그가소설을쓰기시작한것은첫아이를출산한후였다.아이를낳은일과그직후남편이병으로쓰러진일은사랑하는대상이생명을잃을지도모른다는두려움을가져다주었다.그두려움은현실이되어남편은칠년동안자리에서일어나지못했고,환자와어린자식을돌보면서가장역할까지맡게된페트루솁스카야는가혹한현실과마주해야했다.그경험은페트루솁스카야가쓰게될글의기반이되었고,그렇게「클라리사이야기」「들판을건너」「이야기꾼」같은초기단편들이탄생했다.
하지만페트루솁스카야가쓴‘당국이가장두려워하는평범한사람들의진짜목소리’는어디에도실릴수없었다.발전된사회주의와밝고희망찬미래를내세우던소련당국에게,당시여성들의비참한현실을사실그대로묘사한글은용납할수없는것이었다.결국지나치게음울하고어둡다는이유로,페트루솁스카야의소설은1980년대중반까지소련에서출간되지못했다.
다행히잡지『노보예브레먀』의편집장은페트루솁스카야의재능을알아보고,글을출간할수는없지만작가와관계를끊지는말라고편집국에당부했다.『노보예브레먀』의소개로모스크바예술극장과연을맺은페트루솁스카야는희곡을쓰기시작했고,「친자노」「콜롬비나의집」등여러작품이무대에올랐다.여전히현실의삶을다루고이야기한탓에공연역시수차례상연금지처분을받았지만,페트루솁스카야의이름은점점유명해졌고,출간되지못한소설들도독일어와영어로번역되며유럽에먼저알려졌다.페레스트로이카정책이후상연및출간금지처분이풀리자여러극장은앞다투어그의작품을상연하기시작했고,모스크바예술극장은창립90주년기념공연으로페트루솁스카야의작품[모스크바의합창]을무대에올렸다.

여성을세계그자체로삼아현실을이야기하다

페트루솁스카야는스스로를다큐멘터리작가라칭하며,실재하는고통에짓눌리는삶을미화하지않고사실적으로묘사했다.현실에서보고들을수있는것들,평범한사람들의삶은어떤허구보다도강한힘을지닌다고믿었기때문이다.
사회주의유토피아를표방하던당시소련에가장밑바닥에있는가난한여성들의삶을다룬작품은거의존재하지않았다.빈곤에시달리는사람들,그중에서도약자인여자들의이야기를당국에서는용납하지않았기때문이다.그래서페트루솁스카야의작품에서이야기를이끌어가는인물은대부분여성이다.그의작품은대부분가정을배경으로한다.그가그리는가정은하나같이가난하며,걱정과고통은언제나여성의몫이다.이는실제로당시소련의현실이기도했다.
페트루솁스카야의여러작품에서여자는세계그자체이며,남자는독자적으로이야기를만드는게아니라그저여자의삶에부가되는인물로만존재한다.등장인물들은대부분아버지없이어머니와살며남편없이아이를키운다.가난에시달리고제대로교육받지못한어머니는가족,특히아이를상처입힌다.서투른모성으로아이의애정을짓밟는가하면(「성모사건」)나름대로노력하다가오히려아이를망치기도한다(「아름다운도시로」).페트루솁스카야의작품세계에서아이는보통열망하는대상이나희망을의미한다.그러나아이가자라는가정은늘어머니와아이만으로이루어진다.아버지의역할을다하는남자는거의등장하지않는다.임신한여자를두고떠나버리는게대부분이며,결혼한다해도다들아내를두고바람을피운다.다른여자를들이겠다고아내를내쫓기도한다(「밀그롬」).드물게아내에게애정을품는남자도등장하지만,그들도결국에는가족을방기하고외면해버리거나(「인생은연극이다」)보살핌을받아야하는상태에처한다(「쇼팽과멘델스존」).심지어아이아버지의존재가제대로언급조차되지않는단편들도있다(「집의비밀」「절대로」).
이러한묘사는당대남성에대한비판이며동시에아버지-스탈린을중심으로한소련의거대가족신화를향한비판이기도하다.남자는이성과계획,처벌과감시로가정을통제하려하지만,남편과아버지없이도완성되는가족은결국남자를배제하고무너뜨린다(「세얼굴」).

자신의삶을이야기하는모든여자에게바치는글,「시간은밤」

시인안나가남긴메모로이루어진「시간은밤」은페트루솁스카야의이름을세계에알린소설로,그의대표작으로꼽힌다.러시아보다독일에서먼저출간되었으며,이듬해에는러시아부커상후보에올랐다.페트루솁스카야는러시아를두고여자호메로스들의나라,굳이꾸며내지않고있는그대로자신의삶을이야기하는여자들의땅이라고했다.「시간은밤」은페트루솁스카야가이뛰어난서술자들,비상한재능을지닌이야기꾼들에게바치는글이다.
「시간은밤」에서페트루솁스카야는앞선단편들에담긴이야기,남자가어떻게아내와아이를버리는지,버려진아이들이어떻게다시가정을이루려애쓰다실패하는지,나이든여자들이고독과절망속에서어떻게무너져가는지,이모든고통이어떻게유전처럼반복되는지를세밀하게묘사한다.
소설의화자인안나는오십대중반의가난한시인이다.안나가글을쓰는시간은늘밤,손자가잠든후자신만의여유를즐길수있는유일한시간이다.그래서밤은안나의시간이된다.그러나그밤은평온과여유만을뜻하지는않는다.밤이되며하루가가듯이나이를먹은안나의삶도막바지를향해달려가고있다.하지만안나는남들은자신을아직젊은여자로보곤한다며몇번이나자신의시간대를거부한다.밤이라는시간은안나에게더는창창한미래가없는어두컴컴한현실을의미하기도하기때문이다.
안나는일반적으로떠올리는‘어머니’의모습과는전혀다르다.오만하고자의식이강하며,폭언으로딸알료나를상처입힌다.어머니시마가자신에게한말들은모두질투에서나온비난이라치부하면서,알료나에게모욕을퍼부을때는세상을더산현명한사람으로서하는충고라이야기한다.어머니와지낸시간을끔찍하게여기면서,자식들의사랑이자신에게향하지않는다는사실에분노하고절망한다.
안나는자식들을깊이사랑하고그들에게필요한존재가되고싶어한다.그러나시마가안나에게그랬듯이안나역시자식들에게제대로된안식처를만들어주지못한다.안나에게는아버지가없으며,안나가그랬듯이딸알료나도부인이있는남자의아이를낳는다.어머니와자식만으로이루어지는가족의형태는반복해서다음세대로이어진다.마침내안나는자신과어머니의관계가알료나와의사이에서그대로반복되는장면을본다.안나가오랫동안어머니시마를증오하고사랑한것처럼,알료나도안나를오래도록증오하고사랑할것이다.안나의시간인밤이하루의끝이면서또한다음날의시작이기도하듯이.

페트루솁스카야는여자의삶에는남을사랑하고돌보는순간은물론남을미워하고상처입히는순간역시존재한다는진실을반복해서묘사한다.이런페트루솁스카야의작품세계는현대러시아여성소설에완전히새로운틀을제시했다.그렇기에그는자신의작품이러시아만의이야기로읽히는것을경계했다.글에서다루는문제들은특정나라에만있는지엽적인문제가아니며,시대가달라진다고해서사람들의본질이변하지는않기때문이다.여자가고통을헤쳐나가며때로는누군가를돕고때로는누군가를상처입히는일은지금도여전히누구에게나일어나는일이다.페트루솁스카야의작품이말해주듯,현실의여성은아름답기도하고추하기도한인간이며인간은결코온전히선하거나온전히악할수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