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문학의현재와미래를이끄는소설가
사라스트리츠베리가그린인간의근원적고독
내면의빛과어둠에대한탁월한통찰
그리고유약한인간존재를보듬는따스한손길
★2015유럽연합문학상수상작★
“사라스트리츠베리는『사랑의중력』을통해
스웨덴현대문학최고의소설가로확실히자리매김했다.”
스벤스카다그블라데트
야키는믿었다.자신의시선이엄마와아빠를지켜줄수있을거라고.아침햇살을받으며잠들어있는엄마와아빠를눈속에담아놓으면그들을영원히빛속에머무르게하고다가오는어둠으로부터지켜낼수있을거라고.하지만엄마로네는홀로흑해로떠나버리고,아빠지미는알코올중독과자살시도로베콤베리아정신병원에보내진다.자살충동에시달리는아빠를혼자두고싶지않았던야키는매일혼자서병문안을간다.야키는지미가이세상에가진전부이고,그세상은울타리와잠긴문이있는병원이다.병원이야키의유일한세상이될무렵,지미는야키의면회를거부하고모습을감춘다.그리고한아이의엄마가된야키가또다른세상을만났을때,지미가나타나자신의마지막모습을지켜봐달라는부탁을하는데……
정상과비정상의경계를시험하는도발적인사유와시적이면서도깨끗한문체,행간의침묵과단어마다깃든섬세한뉘앙스로유럽문학의현재와미래를이끄는소설가사라스트리츠베리의대표장편『사랑의중력』이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자신의자전적경험이녹아든이작품으로스트리츠베리는독자와평단모두의호평을받으며2015년유럽연합문학상을수상했다.스트리츠베리는2016년노벨문학상수상자를결정하는스웨덴한림원종신회원열여덟명중열세번째회원으로선정되었는데,한림원설립이후최연소회원이자열번째여성회원이었다.그러나노벨상최악의스캔들로알려진장클로드아르노스캔들이불거지고,피해자들과연대하기위해2018년한림원역사상최초로종신회원직에서자진사퇴했다.
스트리츠베리는『사랑의중력』을통해북유럽최대정신병원베콤베리아의연대기를토대로북유럽복지정책의이면을들춰내고,그안팎의사람들을집어삼키던어둠과그럼에도그들을끊임없이비추던빛을다채롭게그려나간다.“분위기의거장”이라는평을받기도한작가답게스톡홀름외곽에위치한정신병원의전경과병원속인물들의내면풍경을엮어가는솜씨가탁월하다.세상의주변부로밀려나인간의근원적고독을맞닥뜨린유약한인간존재를따뜻하게보듬는작가의시선이돋보이는작품이다.
“세상에서떨어져나가지않고발붙이기위해,
이세상에서미치지않기위해,나는썼다.”
“내인생에는두가지선택이있었어요.하나는비참해지는것이고,다른하나는작가가되는것이었죠.나는가끔이건알코올중독자와작가사이의선택이라는생각을해요.”세상에서떨어져나가지않고발붙이는방식으로글쓰기를택한작가,이세상에서미치지않고멀쩡한정신으로남기위해작가가된사람의말이다._옮긴이의말중에서
스트리츠베리는이미지하나를떠올렸다.한노인이옛정신병원건물에가만히손을대고서있다.마치건물의심장이여전히뛰고있는지확인이라도하듯이.베콤베리아정신병원이문을닫는바람에세상으로내보내진옛환자였다.작가는이이미지에서시작해『사랑의중력』을써내려갔다.그리고베콤베리아에입원한경험이있는아버지와대화를나누며집필을이어갔다.처음부터이작품에자신과아버지의모습을투영할의도는없었으나점점주인공소녀는작가자신을,소녀의아버지는작가의아버지를닮아갔다.어느인터뷰에서스트리츠베리는이렇게말했다.“『사랑의중력』은나의삶과가깝습니다.내가쓴어떤작품보다도가깝죠.물론이작품속의야키가나와똑같다는건아닙니다.하지만나와가장닮은인물이죠.”
그렇게『사랑의중력』은유럽최대정신병원이었던베콤베리아의과거와현재에대한이야기이자가족에대한,관계에대한이야기가되어갔다.작품속어린야키는아빠를집어삼킨어둠이대를이어내려오는지,자신과아빠가닮진않았는지늘궁금해하고불안해했다.사라스트리츠베리역시아버지처럼우울에민감했고세상을바라보는예민한시각이있었다.스트리츠베리는또다른인터뷰에서이렇게말했다.“나는제정신으로살아가기위해소설가가되었습니다.혹은소설가라면제정신으로살필요가없어서인지도모르고요.”
불안과우울,그리고어쩌면거기서기인하는,세상사람들이‘불행’이라일컬을가족사와아픔이전체서사의주요소재이지만,이대상들을향하는스트리츠베리의시선에는불안도,불행의흔적도묻어나지않는다.오히려관조적이기까지한시선으로가족의역사와베콤베리아의역사,가족한사람한사람과베콤베리아의인물들사이를오가며시간과공간과사건과정서를교차시키는파편적서술들이밀도있게누적되며한편의거대하고우아한칼레이도스코프같은그림을완성한다.
광인들의낙원,혹은복지국가의야망
어둠속에서복지국가가탄생했다.실제로는감옥인세계밑바닥의성,불구자들과가망없는자들이침침하고움직임없는빛속에홀로갇히고잊힌채로굴러다닐수있는궁전.태아가피와태아막에서나오듯환하게조명을밝힌깨끗한병원이땅에서솟아난다.원래는숲뿐이던자리,새와나무와하늘과물이있던곳에으리으리하고장엄한병원건물이생겼다._본문146쪽
그누구도배제되지않는새로운세계,질서와보살핌이만연한곳,그누구도어떻게처리해야할지몰랐던인간쓰레기들,수세기동안지하우리속에갇혀살아온쓸모없고그누구도원하지않는인간들을이제환한빛속으로데리고나와씻기고줄무늬환자복으로갈아입힐수있는곳.이병원을우리인간이서로에게해줄수없었던모든일을해주는완벽한장소라고이상화하기란쉽다.하지만또한두려움직하기도하다.이병원은실패,나약,고독같은우리안의불완전성을나타내기도했으므로._본문87쪽
1932년,스톡홀름외곽에유럽최대규모의정신병원베콤베리아가세워진다.도시의주거지역과는한참떨어진곳,원래는숲뿐이던자리에장엄한병원건물이들어섰다.당시복지정책의일환으로스웨덴의대도시외곽곳곳에정신병원들이세워졌는데,건물의모양과색깔,부지구조까지서로똑닮아있었다.가정혹은지역공동체의보살핌을받으며사람들과섞여생활하던알코올중독자,마약중독자,부랑자,자살시도자,정신질환자모두가세상에서유리된채병원안에격리되었다.정신병원입원환자는날이갈수록늘어서나중에는환자와직원수를합치면거의한마을규모가되는곳도있었다.몇몇사람들은정신질환자의증가는단순히시민을대상으로한국가통제의증거일뿐이라고말하기도한다.베콤베리아의시대는스웨덴복지국가의시대와일치한다.
베콤베리아가세워지던시기,사람들은그병원이아픈자들과길잃은자들에게완벽한보살핌과청결과질서를제공하고,어떤혼란과가난과굴욕도없는세계를보여줄것이라믿었다.그러나국가통제의대상이되어병원에갇히게된이들은더이상가족,연인과함께할수없게되었고,정신질환자라는낙인은세상속으로돌아가는순간을더욱두렵게만들었다.병원밖의사람들에게정신병원은일종의공포였다.언젠가저곳으로끌려가갇히게될수있다는공포,자유를박탈당할수있다는공포,나또한저들과다르지않은사람일지모른다는공포.
1980년대에이르자정신병원에서제공하는치료에대한비판이일었다.서구사회를휩쓸고간탈시설화물결의일환이었다.정신병원은문을닫고,환자들은그곳에서내보내진다.이제환자들은항정신병약의도움을받아시설밖에서생활할수있게되었다.스트리츠베리는말한다.그곳의환자들은단지너무빨리변해가는세상에적응하지못하고우울과세상의병폐에민감한사람일뿐이라고,혹은어떤이유로인해힘들고지치고외로울뿐이라고.‘다름’의문제이지‘정상’과‘비정상’의문제가아니라고말이다.
우리를이땅에발붙이게하는힘,사랑
가끔은멀쩡히일어나서살아갈수없을것처럼슬퍼지는때가있다.어느샌가땅에서발이떨어져바람에휩쓸려가버릴것같은때가있다.이세계에서떨어져버릴것같은때가있다.그때우리의발을잡고다시세상에끌어내리는것이사랑이라는개념이라고작가는말한다.슬프게도사랑으로모든걸끌어당길수있다고말할수는없다.아무리사랑해도그렇게갈수밖에없는이들이,벌어질수밖에없는일들이있다.이소설은그런슬픔또한그려낸다.그러나그것이우리의사랑이약해서만은아닐것이다.그러나자유롭기때문이든,자유롭지못하기때문이든,세계에서떠오른사람들도우리의사랑만은알고있으리라.『사랑의중력』은그렇게떠나는사람,남는사람모두를위한이야기이다._옮긴이의말중에서
아빠지미의꿈은글을쓰고피아노를치는것이었다.그러나세상의파도는그의꿈을허락하지않았다.그는도시에살며아침이면회색정장과회색가방의남자들무리와어두침침한건물에들어가고,저녁이되면다시밖으로뱉어내지는삶을살아야했다.그삶의권태와절망속에서지미는어머니비타를떠올렸다.어린시절,비타는마을에서가장먼저일자리를얻은여자들에속했다.집앞골목을돌아출근하는어머니를바라보며지미는바로그권태와절망을보았다.아버지의노력에도불구하고비타는결코어둠속에서빠져나오지못했고그렇게스스로세상을떠나버렸다.지미는비타에게물어보고싶었다,왜그렇게떠나버렸는지.풀리지않는의문을짊어진지미는언제나취해있었고,결국술과수면제를과다복용하고서베콤베리아에갇히고말았다.
이세상과지금의삶을도저히견디지못하는사람들이있다.세상에서발을뗀채부유하거나날개가꺾여아래로떨어지고마는순간들이있다.어쩌면우리모두한번쯤은그런순간들을겪고꿈꾸는지도모른다.그런순간에우리를세상에다시발붙이게하는것이사랑이라고,작가는말한다.보이지않는사랑의중력이위태로운내면의벼랑끝에서서로를구할것이라고말한다.끊임없이자살충동에시달리면서도야키에대한사랑으로결국떠나지않은지미처럼,아들마리온의천진한사랑에비로소발아래의세상이굳건해졌음을느낀야키처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