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기계

은둔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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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1세기 새로운 삶의 방식
은둔속에서 생각하고 노동하고 창조하라!
사회학자 김홍중의 첫 산문『은둔기계』. 이번 책에서 저자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향한다. 책에 실린 여러 단상들을 의미 있게 연관시키는 열쇳말이 ‘은둔기계’다. 저자가 말하는 은둔은 초연하고 귀족적인 탈속이나 세계도피가 아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나 ‘정신적 간격의 확보’와 같은 일상적인 실천을 가리킨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은둔을 시작했다. 인간은 음식물을 절단하는 기계, 언어를 구사하고 멈추는 기계, 숨을 쉬고 끊는 기계라는 들뢰즈의 말처럼, 우리는 ‘은둔기계’이기도 하다. 과열된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나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은둔하는 기계. 지금 우리에게는 사교가 아닌 은둔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이러스’에 관한 글이다. COVID-19를 통해 우리는 바이러스라는 비인간 행위자와 대면하게 되었다. 바이러스의 통제하기 어려운 미세한 작용, 기존의 사회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재구성하는 힘, 사회적 삶에 가져온 파괴적 영향력의 폭과 깊이를 매일 느끼고 지각한다. 만일 바이러스가 생명과 활동력이 없는 무언가라면, 타인과의 악수를 꺼리거나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는 것,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겁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두려워한다. 인간은 이미 바이러스를 행위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김홍중은 21세기 문명에서 바이러스는 생물학적 명칭이라는 함의를 넘어서, 시대의 탁월한 존재론적 형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적 현상, 미디어적 현상, 경제적 현상, 심리적 현상, 사회적 현상, 기호학적 현상 모두가 바이러스적이다.
생각의 아상블라주. 이 책은 그 자체로 김홍중이 말하는 은둔의 한 형태라고 할 만하다. 은둔 속에서 노동하고, 생각하고, 산책하고, 읽고, 쓰고, 견디고, 저항하고, 소통하고 창조하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는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매우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인문 에세이다.
저자

김홍중

서울대사회학과를졸업하고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울대학교사회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전공분야는사회이론과문화사회학이다.계간『사회비평』과『문학동네』편집위원을역임했다.지은책으로『마음의사회학』『사회학적파상력』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은둔하는삶

야구
서바이벌
악惡
친밀성
은둔
파상력破像力
자기-비움
은둔지에서

2부글쓰기에대하여

좋은글을쓰는법
문학의체험
대중문화의힘
연구
〈버닝〉
루만
단상이란무엇인가

3부난류속으로

숲의종언
포스트휴먼
바이러스
인류세
타연他然
미래의미래

4부모든것을단순하게

어떤이야기
인간희극
페이션시patiency
헐벗음
문제
필로-조에philo-zo?
여행
이후以後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사회학자김홍중의포스트코로나시대를위한단상

『마음의사회학』과『사회학적파상력』으로동시대사람들의마음을사회학의시선으로섬세히들여다보며그풍경속에서새로운희망을찾아내는작업을꾸준히진행해온김홍중의첫산문집이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
지금까지그의책들이주로학술적글쓰기와논리정연한내용으로이루어져있었다면,이번책은문학적인단상형식으로생각을자유로이풀어내어한결편히읽을수있다.한때시인이기도했던저자의생동감있는문체가좀더잘드러났다.
‘단상’은널리쓰이는글쓰기의방법이지만,막상그중에적절한무게감을갖춘동시에읽는이의흥미를유발하는글은쉬이찾기힘들다.그것은단상이자유로운방식의글쓰기인동시에독자로하여금끊임없이스스로생각하게끔만드는독특한형식이기때문이다.이는트위터나인스타그램등SNS에서의글쓰기방식과묘하게닮았다.짧고끊김이많은글,전체가아닌부분으로서충분히기능하며활짝열려있는글.동시에널리퍼지기쉬운글.『은둔기계』는부러그런방식을택했다.그래서짧은호흡의문장들임에도그안에담긴의미가깊이있어독자의눈길을자주한곳에묶어놓는다.
저자의생각은자연스럽게포스트코로나시대를향한다.책에실린여러단상들을의미있게연관시키는열쇳말이‘은둔기계’다.저자가말하는은둔은초연하고귀족적인탈속이나세계도피가아니다.지금우리시대의한복판에서벌어지고있는‘사회적거리두기’나‘정신적간격의확보’와같은일상적인실천을가리킨다.사실우리는스스로도모르는사이에이미은둔을시작했다.인간은음식물을절단하는기계,언어를구사하고멈추는기계,숨을쉬고끊는기계라는들뢰즈의말처럼,우리는‘은둔기계’이기도하다.과열된자본주의로부터벗어나기위해,지나친사람들의시선을피하기위해,위험한바이러스를피하기위해은둔하는기계.지금우리에게는사교가아닌은둔이필요하다.

“세계는좁아져있다.숨을곳이없다”
현대사회에서완벽한범죄는존재하기힘들다.CCTV와인터넷아래모든것이감시되고발각된다.눈부신기술의발전덕분에인간은매우안전하고편리한사회를만들었다.그러나역설적으로,그만큼숨을곳이없어졌다.카메라밖으로,사람들의시선밖으로벗어날수있는자유.SNS를하지않을자유.잡다한정보를보고듣지않을자유.모든것을스스로선택할자유.
너나없이자신의일상을전시하려는욕망이들끓는시대이지만,그에따른피로역시곳곳에완연하다.평범한일상포스팅에도광고가스며들고,유행하는카페에가서사진한장을남기지못하면뒤떨어지는느낌이든다.확인되지않은이야기가사실인것처럼퍼져나가기도하고,생면부지의사람에게스토킹당하기도한다.어린이들의장래희망목록의상위항목엔항상아이돌가수가올라있지만,반면악플에목숨을끊는연예인들도늘어나고있다.우리는과도하게연결되고,과도하게상처받기쉬운상황에몰려있다.
김홍중은이런문제들이병리현상이라기보다는문명사적변동의한징후라고말한다.그리고지금과같은초연결사회에서는오히려단절의능력이중요하다고말한다.얼마나깊이,진지하게,창조적으로끊어질수있는가?끊어짐과연결됨사이에얼마나생동감있는리듬을설계할수있는가?공동체의우상으로부터얼마나자유로워질수있는가?
누군가는커피로은둔하고,누군가는음악으로,누군가는산책으로,누군가는철학으로은둔한다.성격으로,질병으로,작품으로,광장에,대중속에은둔하는자들도있다.SNS로은둔하는사람이있는한편,SNS로부터은둔하는사람도있다.은둔지는멀리있지않다.그곳은발명될수있다.

“인간은사회적동물이아니라어떤경우‘연결하고’
어떤경우‘연결을끊는’동물,은둔할줄아는동물이다”
김홍중은인간은사회적동물이아니라필요에따라사람들을만나고다시은둔할수있는동물이라고말한다.그는페이션시patiency라는단어를통해‘은둔기계’의특성을표현한다.이단어는‘페이션트patient’,즉‘환자’에서유래하는데,‘견뎌냄’‘견디는힘’정도로표현할수있다.환자는무언가를능동적으로하는존재가아니라자신에게가해지는질병과치료를수용하는자,즉감수하는자다.여기서저자는십자가를감당하는,헐벗은예수의모습을떠올린다.그리고역설적으로이견딤의힘이얼마나강한지이야기한다.더나아가세계는견디는자들에의해움직여지고있다고이야기한다.
서구사회이론은언제나적극적으로행동하면서,합리적으로계산하는‘행위자’의관점에서사회를파악해왔다.그것은활동적남성을모델로한다.하지않는것은무시되거나,존재를부여받지못했다.그러나사회에는하는자들뿐아니라겪는자들도존재한다.은둔기계는이들과썩닮아있다.그들은세상의많은것들을그저감내한다.은둔속에서,세상에의참여가좌절된자리에서,유민처럼흩어져,도주하며,완강하게잔존한다.동시에그들은삶을사랑한다.

바이러스와인간
무엇보다도눈길을끄는것은‘바이러스’에관한글이다.생명의작동이멈추었지만죽지는않은것.부활-가능성속에서잔존하는것.조건이주어지면맹렬하게자기복제하는것.유보,정지,멈춤을내장한생명력.막강한변이능력.그리고면역시스템에식별되지않을수있는은폐능력.바이러스는가공할만한힘을가지고있다.
COVID-19를통해우리는바이러스라는비인간행위자agent와대면하게되었다.바이러스의통제하기어려운미세한작용,기존의사회제도를무력화시키고재구성하는힘,사회적삶에가져온파괴적영향력의폭과깊이를매일느끼고지각한다.만일바이러스가생명과활동력이없는무언가라면,타인과의악수를꺼리거나밀폐된공간에들어가는것,종교행사에참석하는것을겁낼필요가없을것이다.사람들은바이러스를두려워한다.인간은이미바이러스를행위자로인정하기시작했다.
김홍중은21세기문명에서바이러스는생물학적명칭이라는함의를넘어서,시대의탁월한존재론적형상으로이해되어야한다고말한다.정치적현상,미디어적현상,경제적현상,심리적현상,사회적현상,기호학적현상모두가바이러스적viral이다.

생각의아상블라주
이책은아무쪽이나펼쳐읽어도무방하다.프롤로그에서이야기하듯,‘전체’가아닌‘파편’이더욱강렬한책이다.야구나영화같은일상적인소재에서부터철학자니클라스루만에관한단상까지다채롭게담겨있다.저자가여행을다니며떠올렸던생각들도파편화된형태지만은은하고아름답게쓰였다.그리고모든글에는‘은둔’이라는키워드가있다.
생각의아상블라주.이책은그자체로김홍중이말하는은둔의한형태라고할만하다.은둔속에서노동하고,생각하고,산책하고,읽고,쓰고,견디고,저항하고,소통하고창조하라.우리가알지못하는새로운세계는어쩌면이런방식으로다가오고있는지도모른다.『은둔기계』는포스트코로나시대를살아가야할우리에게매우적절한시기에찾아온인문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