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강신애 시집)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강신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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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 빛은 어디서 왔나요”
타자를 보듬는 시선으로 가늠하는
이해에 다다르는 정확한 거리
문학동네시인선 150번째 시집으로 강신애 시인의 네번째 시집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를 펴낸다. 첫 시집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에서부터 서로 다른 존재와 화해하며 생명의 중심을 채우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시인. 이번 시집에서는 먼 곳에 있는 존재들에 대한 간절한 접촉의 열망에 이끌려 이윽고 걸음을 옮기고자 하는 시인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물리적 거리가 아닌 그리움의 거리로 세상을 가늠하는 그는 시를 통해 낯선 이와의 이해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저자

강신애

1996년『문학사상』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서랍이있는두겹의방』『불타는기린』『당신을꺼내도되겠습니까』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툭담
움직이는숲/밤의기사(技士)/필경사/천장(天葬)/툭담/팬데믹/자석/갈매기/여름달/물무늬/푸른옷의여인/누구일까/러버덕/어떤리듬/요가소년

2부마더
수의사/DMZ/귀순병사/마더/게릴라가든/풍선/나이지리아/저원통형우주속에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걸까/탈피/몽타주/클라인의병/재의여름/털실인형/윙컷

3부르클레지오의바람
인디언모자/터너의원소/푸른수염/깃,굿(巫)/설국/도장공사/허들링/포토라인/폐지압축공/르클레지오의바람/매/가짜고기버거/한나라의인구가/상아들의노랫소리들려오면/CCTV

4부물가의집
무희/프로빈스타운/프로빈스타운고스트투어/이도시의기념품/물가의집/장갑/앵무새,룰루/춤금지/마리안,마가렛/모로코여인/부탄/늦은휴가/블룸이펙트/머루/깃털모으는남자/하얀성(城)

해설|그리움의현상학|박동억(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먼나무가걸어왔다

옹이진무릎에서방출되는


나무는멀어지면서
동시에다가왔다

내앞어두운나무들은
가파르게뒤로물러나는듯했다

투명하게
사선으로움직이는소로
찌르는향

재빨리숨는노루,새와벌레와
부러진흙빛둥치들까지
알수없는기체가얽힌뿌리의세계
-「움직이는숲」부분

가장처음에놓인이시에서우리는타자를향한시인의시선을확인할수있다.그는걸어오는‘먼나무’를배경이아니라하나의주체로,그것이무기력하게서있는것이아니라나를향해멀어지거나다가오는하나의존재로인식한다.또한그존재가‘멀어지면서동시에다가’온다는표현은,눈에어른거리도록먼나무를오래도록바라보는‘나’의타자에대한열망을짐작케한다.우리는무언가가멀리있을때에야그것을간절히원하게되고,그곳으로걸음을옮기기시작한다.그렇다면반대로우리자신이무언가를얼마나갈망하는지알고싶다면,그사물과의거리를가늠해보는것이방법이될수있지않을까?때로연인은곁에있어도아득히멀게느껴지고,어떤참혹은아무리먼곳의일이라도우리를소름끼치게하는것처럼,마음으로세상을보는자는물리적거리가아니라그리움으로세상을가늠하는것처럼말이다.그렇게본다면시인이그토록바라보지만‘가파르게뒤로물러나는’나무가하필상록교목중하나인먼나무인것은어쩐지절묘하다.

시집의해설을쓴박동억평론가는이와같은시선에대해“역원근법”이라는표현을제안한다.「움직이는숲」에서움직인것이사람이아니라나무였던것처럼,풍경화가의그림조차풍경화가아니라“전신에퍼진낱낱의내력에서흘러나온”(「터너의원소」)자화상이라는것이다.화가가어떤물감을택하고어떤원근법을택하는지는순간의사건이나감정이아닌일생에의해결정되며,시는그시인이그린그리움의점근선일지도모른다는이야기.
그렇다면강신애의그리움은어떤점근선을그리고있을까?그의시를읽다보면,무미건조한일상안에서타자의낯설얼굴을발견하고자하는열망이느껴진다.그와같은시선은아파트숲사이느닷없이나타난러버덕을바라볼때도(“매캐하고이상한도시를/신성한소인국으로바꾸어놓지//일톤의샛노란곡면에출렁이는호숫가사람들은/유년의환영으로둥둥떠오르지”「러버덕」),요가를가르치는유튜브스타의영상을볼때도(“부드러운목소리로나를인도하는너//네가낙타가되면/나도낙타가되고//네가쟁기가되면/나도쟁기가되지”「요가소년」)확인할수있다.

시인이벗어나고자하는완고한일상,그곳에서눈돌리는낯선장소에서발견되는것은많은사람이소홀히대하고사소하게여기는타자들이다.시인이「깃털모으는남자」에서“지갑을열자/깃털이수북하다”라고쓴것처럼,이시집에서사람과사람이거래하는수단은화폐가아니라깃털이다.깃털로“사과의마음하나쯤살수있겠지”라고말하듯,이시집에서거래되는열매는물질이아니라마음이다.한편의시를이루는한단어,한단어는하나의마음이타자의마음으로향하기위해지불하는한번의날갯짓인것이다.그러나시인은한사람의마음을감히알수있다고말하지는않는다.“침대에길게늘어진어머니는/뒷모습이앞모습이었다/그것은내게어떤포기를요구했다”라고표현할때시인은타자의고통앞에서그저바라보거나침묵할수있을뿐이라고말한다.시「클라인의병」에서표현하듯,세상을떠난어머니를향한마음은‘슬픈자각몽’처럼삶을침범하지만,“당신은이제내게오지않을것이다”라는확고한사실을그는알고있는것이다.
그래서이시집에서이해는타자의고통이나현전에관한일이아니다.이해는다만그리움에사로잡힌자신을견디는일이다.시인은그길이끝이없는막막한걸음이라는것을알면서도자신을견디며머뭇거리지않고타자를향해나아간다.그리고그의시선,‘시’라는이름의그시선을좇으며우리또한이해에다다르는거리를가늠해볼수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