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유산 (심윤경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영원한 유산 (심윤경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이 세상에는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달의 제단》 《설이》의 작가 심윤경의 장편소설 『영원한 유산』. 이 소설은 저자의 오래된 앨범 속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의 작가와 할머니가 함께 찍힌 사진 속 낯선 건물, 크고 아름다운 근대 건축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말이다. 지금은 사라진 그 건물은 알고 보니 악명 높은 친일파 윤덕영이 지은 것으로, 그의 아호를 따 ‘벽수산장’이라 불렸던 곳이다. 해방 후 국유화되어 언커크(UNCURK)라 불렸으나 1973년 봄 철거되어 놀랍도록 빠르게 잊혔다. 사진 속 벽수산장을 인지한 2012년 이후 8년간 작가를 사로잡았던 대저택의 존속과 소멸. 여기에 작가적 상상력이 결합되며 완전히 새로운 또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잊힌 것과 존재하는 것, 오래된 소명과 새로운 운명을 품은 소설로.

배경은 해방 후 20년이 지난 1966년, 주무대는 옥인동 ‘벽수산장’이다.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의 아들 이해동은 유엔 산하 한국통일부흥위원회(언커크UNCURK)에서 통역 비서로 일하고 있다. 현재 언커크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는 대저택 벽수산장은 친일파였던 윤덕영이 지은 별장이었다. 달러로 월급을 받으며 ‘나 정도면 괜찮은 삶이지’ 생각하는 소시민 청년 이해동 앞에 어느 날 윤덕영의 막내딸 윤원섭이 나타난다. 윤원섭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출소한 뒤 국제기구로 쓰이는 벽수산장으로 돌아와 아무도 몰랐던 비밀의 방을 찾아내며 언커크에 파견 온 외교관들에게 저택의 옛 주인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각인시킨다. 기세등등해진 윤원섭의 뻔뻔한 말들을 통역하며 이해동의 삶에는 서서히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이해동에게는 적산(敵産)이며 윤원섭에게는 유산(遺産)인 저택 벽수산장이 그 모든 것을 굽어보는 가운데, 상반된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은 두 인물의 전혀 다른 삶의 행보가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다.
“친일파와 왕가, 국제기구와 대저택 같은 거창한 것들이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을 이리저리 떠밀어대는 이념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정직과 존엄을 지키려 애썼던 평범한 사람들이다”라고 작가가 밝힌 소회는 그래서 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조망하며 잘 담아내는 장편이 있는가 하면, 이 작품처럼 누군가의 인생에서 아주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 담아내는 좋은 장편도 있다. 문장들이 쌓이고 쌓여 맥락 속에서 빛나기 시작할 때, 우리가 소설을 읽는 기쁨이 거기 있을 것이다. 인생의 불가해함을 말하는 것은 그토록 아름답고 슬픈 것이고, 그것이 소설의 시간이다.
저자

심윤경

2002년자전적성장소설『나의아름다운정원』으로제7회한겨레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05년『달의제단』으로제6회무영문학상을수상했으며,장편소설『이현의연애』『사랑이달리다』『사랑이채우다』『설이』,연작소설『서라벌사람들』,동화『화해하기보고서』등을펴냈다.

목차

영원한유산

작가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이소설은그유별난잊혀짐에대해8년간궁리한결과다.”
『나의아름다운정원』『달의제단』『설이』…
장편소설의마이스터,심윤경문학의결정판

작품에서공통점을찾기어려운작가,자신의작품을치열하게경신해나가는작가심윤경의신작장편소설이출간되었다.새해첫날음식물쓰레기통에버려진갓난아기로발견된소녀의혹독한성장담『설이』를펴낸후근2년만이다.신작『영원한유산』은작가의오래된앨범속사진한장에서시작되었다.어린시절의작가와할머니가함께찍힌사진속낯선건물,유럽식뾰족탑과흰톱니모양테두리를두른창문이인상적인,크고아름다운근대건축물에대한호기심에서말이다.지금은사라진그건물은알고보니악명높은친일파윤덕영이지은것으로,그의아호를따‘벽수산장’이라불렸던곳이다.해방후국유화되어‘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ommissionfortheUnificationandRehabilitationofKorea,)’,줄여서언커크(UNCURK)라불린곳의본부로쓰였다는것이아이러니하다.1973년봄철거되어놀랍도록빠르게잊혔다.한동네에서나고자라현재도거주중인작가에게이잊힘은매우유별난것으로남았다.사진속벽수산장을인지한2012년이후8년간작가를사로잡았던대저택의존속과소멸.여기에작가적상상력이결합되며완전히새로운또하나의이야기가완성되었다.잊힌것과존재하는것,오래된소명과새로운운명을품은소설로.

“이세상에는사라지지않는것들이있다”
이분법의시대가남긴새로운회색지대
경계에선인물과시대의초상을만나다

배경은해방후20년이지난1966년,주무대는옥인동‘벽수산장’이다.이름없는독립운동가의아들이해동은유엔산하한국통일부흥위원회(언커크UNCURK)에서통역비서로일하고있다.현재언커크의사무실로쓰이고있는대저택벽수산장은친일파였던윤덕영이지은별장이었다.달러로월급을받으며‘나정도면괜찮은삶이지’생각하는소시민청년이해동앞에어느날윤덕영의막내딸윤원섭이나타난다.윤원섭은서대문형무소에서출소한뒤국제기구로쓰이는벽수산장으로돌아와아무도몰랐던비밀의방을찾아내며언커크에파견온외교관들에게저택의옛주인으로서자신의위치를각인시킨다.기세등등해진윤원섭의뻔뻔한말들을통역하며이해동의삶에는서서히균열이일기시작한다.
이해동에게는적산(敵産)이며윤원섭에게는유산(遺産)인저택벽수산장이그모든것을굽어보는가운데,상반된정신적유산을물려받은두인물의전혀다른삶의행보가박진감넘치게그려진다.그리고그해식목일,벽수산장에서기묘한불길이치솟는데……

*
등장인물

이해동(27세)
언커크에서호주대표의통역비서로일한다.조실부모하고선교사손에자라며영어를배운인물.얼굴도모르는그의아버지는독립운동을하다가잡혀가죽었다고하는데,역사에이름자하나남기지못한수많은죽음중하나였을뿐이다.해동이그사실에매여사는건아니다.앞세대의일이었고,자신은자신의삶을잘꾸려가고있다고생각했다.윤원섭이나타나기전까지는그랬다.윤원섭이자신의근무지인언커크(벽수산장)를제집드나들듯하며시절지난위세를확인하기전까지는.그것이자신의상사와언커크수뇌부들의눈에들기전까지는.결국자신이윤원섭의말을통역해입밖에내기전까지는.

하지만윤원섭그여자는정말이지,부끄러움을모르는친일파가가짜경력으로승승장구하는데,나더러애커넌씨가아닌그여자밑에서일을하라고하는데,그렇게해서라도일을계속해야하는지.그런데왜나만?다른사람들은이런고민따위조금도하지않고잘사는데,왜나만이런고민을해야하는것인지.아버지에이어서나까지,내일도아닌것의대가를왜내가,나만,치러야하는것인지._234~235쪽

윤원섭(51세)
이완용보다더한친일파라불렸던윤덕영의막내딸.대귀족의자손이었으나해방후가세가기울고집(벽수산장)은적산으로국유화되었다.사기죄로2년2개월형을살고나왔다.출소후가장먼저챙긴것이자신의샤넬백일만큼자신을드러내는것이중요한사람이다.귀족의혈통과감옥의어두움,그리고붉은대저택의비밀스러운신비까지한데두른채저택에숨겨진비밀통로와그곳을여는두개의열쇠로언커크사람들을휘어잡는다.수완이좋고눈치가빠르며사람을부릴줄알아모든상황과말을자신에게유리한쪽으로능수능란하게가져간다.결국‘문화복원디렉터’로언커크에합류하여예산까지주무르게되는데…과연윤원섭이진짜원하는것은무엇일까.

“이무례한자는대체누구인가?어찌너같은쭈그러진월급쟁이따위가해평윤씨를운운한다는말이냐?너같은자백만명을합쳐도감히내아버지윤덕영한사람을당해낼수없었을거란말이다!”_183쪽

애커넌(47세)
언커크호주대표로이해동의고용주이다.외교관답게처세에능하고합리적인인물로,독립운동에도친일행위에도부채감없는제삼자의시각을대변한다.윤원섭의사기꾼기질을의심하지않는건아니나몰락한묘령의귀족에게서풍기는특별한분위기와그가기억하고있는벽수산장의내력에매료된것역시사실이다.윤원섭에게연모의정을느끼는것은아닌가하는의심을사기도하지만정말그럴까?언커크가유엔기구이나국제정세와동떨어질수없는법,애커넌은점점위태로워지는언커크의위신을회복하는데벽수산장의특별한스토리를활용하고자한다.

“윤자작의일족이일본지배시절의행적으로비난받는것을알고있지만,지금의대한민국과그때의조선은다른세상이아닌가?나는그시대에살았던사람의형편은그때의것으로이해해야한다고생각하네.”_97쪽

손진형(24세)
해동이부모처럼따랐던고모가소개해준여성.지방에서상경한지삼사년이됐다지만세련된구석은보이지않는다.요컨대‘서울처녀’와는한눈에다른‘상경처녀’이다.작은섬유회사에서경리로일한다.유복하진않지만3남2녀의막내딸로형제간의우애와가족의정이끈끈한집에서자랐다.해동에게는한번도없었던다복한가정의품.진형은자신이가진건강하고든든한그뿌리들을해동에게나눠줄수있을까.

“화요일에별일이없으시면언니네같이가실래요?다른형제들도거기서보기로……”
“화요일요?”
“네,그다음날이식목일이라서형부랑다들쉬니까.다음날아침에나무심으러다같이소풍가자고.저녁때저퇴근하면만나서같이가요.언니네는충현동이에요.”_257쪽

*

희대의친일파가남긴대저택과그것에빌붙어다시영광을누리고자하는그의막내딸,한없이뻔뻔하고그것에당당한적에대한미움과부인할수없이아름다운저택사이에선소시민청년해동.작가는벽수산장과언커크라는역사적사실을바탕삼고그위에윤원섭과이해동가상의두인물을내세워영화보다더영화같은,소설보다더소설같은이야기로우리를이끈다.이쪽아니면저쪽이라는이분법의엄혹한시절을지나,양쪽이얽히고설켜기묘한회색지대가생성되는시기란역사속에종종등장하곤한다.그리고그경계에선인물들이자신의가치관과삶을지키기위해,스스로를납득시키기위해어렵게선택한길들이있다.
“친일파와왕가,국제기구와대저택같은거창한것들이등장하지만진정한주인공은사람을이리저리떠밀어대는이념의밀물과썰물속에서정직과존엄을지키려애썼던평범한사람들이다”라고작가가밝힌소회는그래서더묵직한여운을남긴다.한사람의인생을조망하며잘담아내는장편이있는가하면,이작품처럼누군가의인생에서아주결정적인순간을포착해담아내는좋은장편도있다.문장들이쌓이고쌓여맥락속에서빛나기시작할때,우리가소설을읽는기쁨이거기있을것이다.인생의불가해함을말하는것은그토록아름답고슬픈것이고,그것이소설의시간이다.

해동이가진것은온통미미한것들뿐이었다.(…)그런미미한것들은길가의거미줄처럼금세더럽혀지고아무발길에나찢어지고제일먼저흔적없이사라졌다.그런것이존재했다고증언해줄사람들도뿔뿔이흩어져그것이실제있었다고말할근거조차희박해지는것들뿐이었다.그에비하면윤덕영은,벽수산장은,언커크는얼마나확실하고단단하고부인할수없이존재하는가.
이세상에는사라지지않는것들이있다.그것을인정하지않을수없었다.흔들리지않고사라지지않는것들.지난석달동안그것의질긴생명력을경험하면서해동은그것이‘힘’이라는결론을내렸다.세상에는부정할수없는강력한힘들이있었다.그것을가지지못한입장에서는분하고고까울지언정그것이아예없다고는도저히말할수없었다._248~2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