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 (미학의 전장, 정치의 지도)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 (미학의 전장, 정치의 지도)

$19.12
Description
비평가, 미학자, 작곡가 최정우가 『사유의 악보』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우리 시대 미학-정치의 지도 그리기
“나는 사유와 철학의 지향이 아픔에 있다고,
그 아픔의, 그 아픔에 대한, 그 아픔을 향한 열림의 형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모든 아픈 이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철학자, 작곡가, 비평가, 미학자 ‘람혼’ 최정우의 신간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미학의 전장, 정치의 지도』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2011년 비평에세이 『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출간 이후 저자가 근 10년 만에 펴내는 책이다. 정교하고 치밀하며 음악적인 문체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용산 참사, 천안함과 세월호,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페미니즘과 그 반동, ‘한국적’ 포스트모던 담론의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장면 등 이천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적 풍경을 미학과 감성의 차원에서 새롭게 읽어나간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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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정우

철학자,작곡가,비평가,미학자,기타리스트.
1977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인문대학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불어불문학과에서조르주바타유(GeorgesBataille)의에로티슴문학과유물론적철학에대한연구로석사학위를받았다.
2000년『세계의문학』을통해비평으로등단한후,오랫동안‘누더기넋’이라는뜻의‘람혼(襤魂)’을필명으로사용하면서,문학평론과미술평론,시론과연극론,미학과사회의관계,음악론과철학적에세이등을중심으로다양한비평들을집필했다.
2011년『사유의악보-이론의교배와창궐을위한불협화음의비평들』을출간했고,그외『싸우는인문학』,『알튀세르효과』,『아바타인문학』,『현대정치철학의모험』등의책들을공저했다.『레닌재장전』(공역),『뉴레프트리뷰1』(공역),『바르트와기호의제국』,『자유연상』,『거세』,『사도마조히즘』,『학교의대안,대안의학교1』등의책들을번역했으며,문예계간지『자음과모음』의편집위원을역임했다.
바타유의유물론과에로티슴,푸코(Foucault)의구조와주체,데리다(Derrida)의예술론과글쓰기,랑시에르(Ranciere)의미학과정치,여러현대문학론과이미지론,음악과철학/미학사이의관계론등에관한연구들을중심으로,비평행위자체의자율적가능조건이지닌불가능성과텍스트의음악적구조성을끊임없이실험하는다양한글쓰기를이어오고있다.
2002년결성된3인조음악집단레나타수이사이드(RenataSuicide)의리더로서,보컬과기타를맡고있다.
2003년부터무대음악작곡가로활동하면서,〈평심〉,〈발코니〉,〈새벽4시48분〉,〈애쉬즈투애쉬즈〉,〈철로〉,〈마라/사드〉,〈시련〉(이상박정희연출),〈천년전쟁〉,〈블라인드터치〉,〈인간의시간〉,〈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루시드드림〉,〈내심장을쏴라〉,〈주인이오셨다〉,〈지하생활자들〉(이상김광보연출),〈밤으로의긴여로〉,〈우리,테오와빈센트반고흐〉,〈달이물로걸어오듯〉(이상임영웅연출),〈검둥이와개들의싸움〉(김낙형연출),〈염소혹은실비아는누구인가?〉(신호연출),〈풍찬노숙〉(김재엽연출),〈강남의역사-우리들의스펙태클대서사시〉(이경성연출)등의연극음악을,그리고〈몇개의질문〉,〈육식주의자들〉,〈RED-白熱〉,〈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이상장은정안무),〈휘어진시간〉(정영두안무),〈텅빈혼잡〉(이나현안무),〈I’mAllEars〉(이소영안무),〈아바나行간이열차〉,〈안전한표류〉(이상이윤정안무),〈내일의어제〉(공영선,박성현,허효선안무),〈풍정.각〉(송주원안무)등의무용음악을작곡하고또연주했다.
2010년이창동감독의영화〈시〉에서음악감독을맡았고,2019년레나타수이사이드의첫번째앨범〈RenataSuicide〉를발매했다.
2012년프랑스로이주,파리INALCO에서오랜시간프랑스학생들에게한국학을가르쳤고,현재는파리ISMAC의교수로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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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서곡/열림|Ouverture
-어떤의미에서,‘우리’시대미학-정치의지도제작법을위한글쓰기

1.시적정의와용기:다시(또다른)인민이되기위하여
-‘우리’와‘타자’의이름을다시묻는보편적동시대인의미학적성명학

2.눈뜸과눈멂의계보학:하나의시점,두개의시선,세개의시각(1)

0.미학과정치의풍경들을위한불가능한지도제작법
1.하나의시점:모든것을보는눈

3.눈뜸과눈멂의계보학:하나의시점,두개의시선,세개의시각(2)

2.두개의시선:모든것을볼수는없는눈(들)
3.세개의시각:삼위일체,환영과출현,제3의눈,그리고다시외눈박이

간주곡1:감각적인것의밤과정치적인것의낮
-랑시에르의정치-철학:감성적/미학적전복으로서의정치와해방

4.이름과호명의미학,고유명과국적과성별의정치(1)

0.“동해물과백두산이마르고닳도록……”이라는가사
1.“구미(歐美)에서는상상도못할일……”이라는문형
2.“우리가선진국으로진입하기위해서는……”이라는당위

5.이름과호명의미학,고유명과국적과성별의정치(2)

3.“우리가간직함이옳지않겠나”라는의무의의문문혹은당위의설의법
4.“이땅에순결하게얽힌겨레여”라는텅빈호명혹은형용모순의틈
5.호명되지않는이름,고유명을위하여:“당신의이름은무엇입니까?”

간주곡2:SNS시대의인문학,개입하며도래하는징후의응시

6.증상의발명,상처의봉헌,흔적의순례(1)

0.피해자인가가해자인가:종교-도덕적자기의식과미학-정치의자기형식들
1.미학인가정치인가:새로운투석전과오래된패션사이의선택불가능성

7.증상의발명,상처의봉헌,흔적의순례(2)

2.증상의발명
2-1.아직오지않은21세기를위해,아직가지않은20세기로부터:동시대인에게
2-2.깊이와표피,현학성과대중화사이:드물고고귀한것을혐오하는새로운반달리즘
3.상처의봉헌
3-1.일상적인것과비일상적인것사이의상처로서의미학적균열
3-2.미학적전장위에서:모래의미학을위(爲)하여,혹은모래의미학에반(反)하여
4.흔적의순례
4-1.모래의미학과인민의예술
4-2.산책자의공통감각적인국가와순례자의이질감각적인국경사이에서:하나의전쟁

8.불가능의물음과이름들,우회로의주체와지명들

간주곡3:전위,도래하지않는봄을위한불가능한제전

9.선언의픽션,금기의딕션(1):나는국회의사당을폭파했다

10.선언의픽션,금기의딕션(2):민주주의를만나면민주주의를죽여라
─‘순수민주주의비판’을위한하나의시론

11.후기/뒷면|Postface:우리,포스트모던인[이었던적이한번도없던사람]들
-알리바이로서의모던과포스트모던,아포리아로서의번역과번안

0.세대없는세대론:경험과징후로서의모던/포스트모던
1.문제설정:이식혹은이행,발견혹은발명으로서의번역어
2.자유주의의징후와번역의수행성:‘차연’혹은‘차이’,‘해체’혹은‘탈-구축’
3.미학에서정치로,미학에서정치를:‘미학’혹은‘감성론’
4.알리바이인가아포리아인가:‘포스트모던’그자체?

출판사 서평

“나의글쓰기는,어떤의미에서,세월호사건이후에정지되었다.”
이책은이하나의문장으로시작된다.한국사회의중대한분기점이된‘세월호’이후긴침묵의시간,사유의숨고르기를거치고난뒤비로소저자는이책을묶어낸다.이책을관통하는주제어는‘미학-정치’이다.‘정치-미학’이아니라‘미학-정치’,정치에어떤미학이있다거나정치가미학에어떤영향을끼친다는이야기가아니라거꾸로어떤미학이그에따른특정한정치를파생시킨다는것이다.이때의미학은흔히이해되듯미와예술에대한담론이아니다.인간과그인간들의사회안에흐르는감성,감각적인것에대한담론을말한다.그리고바로이러한감성,감각적인것에대한일종의‘지도’로서의미학이바로우리의정치성의‘영토’들을구성한다.
이책의제목은그런‘감성’의차원을여러대조적인형용사들로압축해서표현한다.미학과감성은명사나동사가아니라형용사의사유임을제목에서부터이미이렇게암시한다.‘드물고남루한,헤프고고귀한’은역설과모순으로가득하고그역설과모순이생명력자체로작동하는한국사회의기이한과거/현재에대한직관이자통찰이며동시에다가올가능성/불가능성에대한전망이기도하다.이제목‘드물고남루한,헤프고고귀한’에서드물고고귀함이란오히려헤프고남루한것안에서만발견되는일종의성스러움이라는의미를내포한다.이책은“오직남루함속에서만발견될수있는어떤탁월한드묾,그리고오직헤픈보편성안에서만발명할수있는어떤탁월한고귀함”에대한이야기다.(18쪽)그래서또한이책이다루는미학은‘드물고고귀한’상부문화의산물이아니라반대로우리의정치적이데올로기를가능하게하는‘헤프고남루한’기저의조건이된다.
“지고의미학은드물고고귀한것,지상의정치는헤프고남루한것일지모른다.(…)드물고고귀한것은헤프고남루한것과만난다.그리고그렇게드물고고귀한것은그렇게헤프고남루한것을통과할때에만비로소바로그자신이될수있는지도모른다.지고의것은지상의나락으로처박힌다.드문것은남루한것안에있고,헤픈것안에서고귀한것이등장한다.”(87쪽)

세월호냐천안함이냐

저자는천안함과세월호,이두배의이름과그에얽힌사건의이미지들이이책이다루고있는‘유일한철학적대상’이며,이는또한우리의‘미학’과도직결된문제라고밝힌다.이두배의이름은더이상단순한이름에머물지않는다.어떤특정한정치는‘우리’의이름으로‘천안함’이라는이름을필요로하고소환하며,반대로‘세월호’라는이름을지워버리려고애쓴다.이러한정치는어떤감성의지도,어떤미학의경계위에서작동한다.그러므로진리나윤리가미학의전제가되는것이아니라거꾸로미감을이루는감성적인것자체가바로‘우리’라는이름으로당연시되는진리나윤리를근거짓는조건이된다는것이다.
“천안함이냐,세월호냐.이것은우리에게마치하나의정치적선택처럼여겨지게된것은아닌가,모든‘우리’들은먼저이렇게물어야한다.말하자면천안함으로재현되는서사를선택할것인가,아니면세월호로상징되는서사를선택할것인가,이는마치어떤정치적인입장을갖는가하는보다근본적인선택에대한일종의알레고리적시험지역할을하게되어버린것.그러나또한이러한선택이단지좁은의미에서의‘정치’에만머무는것은아니다.이러한선택지의구분혹은이러한이분법은그자체로‘우리’라는(하나의이름으로부를수있을것처럼보이지만,각자가지칭하는집단이전혀다른)이름으로호명된주체들이사회안에서나누고있고또그스스로가나누어져있는어떤감성의지도를,그미학의분배/구획방식을보여주는하나의대표적인지표이자핵심적인징후가된다.”(20~21쪽)

‘우리’시대의‘미학-정치’

그렇다면,다시‘미학’의의미를돌아봐야한다.미학(美學)이라고아름답고편협하게번역된의미가아니라,aesthetics의본래적의미,근원적의미를이해할필요가있다.미학이하나의학제로서성립한것은칸트이후인데,우리가통상‘미학’으로번역하는독일어‘?sthetik’,영어‘aesthetics’,프랑스어‘esth?tique’는엄밀하게말하자면‘감각학’또는‘감성학’의의미에더가깝다.이책에서말하는미학도시간과공간이라는선험적형식을다루는칸트의‘감성학’에맞닿아있으며,또한자크랑시에르의핵심개념인‘감각적인것의나눔/분할/분배’가의미하는정치적함의를반영한다.랑시에르는‘감각’혹은‘감성적인것’의어원에서미학을다시생각하게하는데,랑시에르에의해새롭게이해된미학,감성학,감각학에따르면,“하나의미학이특정한정치의반영인것이아니라,오히려하나의정치가바로특정한미학때문에가능하게되는무엇”(413쪽)이다.그러한감각적인것의지형도위에서어떤정치가가능하며또한불가능해진다고보는것이다.이책의주요개념인‘미학-정치’의지도는이러한맥락에서이해가능하다.
우리는세월호유가족들,그리고그들과함께아파하며시위를이어간시민들은옳았고그들을조롱하던‘일베’는틀렸다고말하지만,바로그‘일베’의비-정치와몰-정치를구성하는조건역시그들의어떤미학이다.이렇듯우리사회는서로다른미학의충돌,상충하는감성의세계관이격돌하는전장이다.그래서이책은또한바로그‘미학의전장’위에서드러나는아픔들에주목하면서,그전장위에서비로소가능하거나불가능해지는‘정치의지도’를그리고자한다.
쉬운예로,남한에서‘애국가’를따라부르지못하는사람은거의없으며,심지어자칭반민족주의자나반국가주의자라할지라도‘애국가’가울려퍼질때본능처럼울컥하는감정을느끼지않기는어렵다.우리는‘애국’의이데올로기가상상적으로만들어진역사적구성물임을알고있음에도감성적으로는전혀다르게반응하게된다.이것이바로모든정치적이데올로기의문제가근본적으로미학과감성의영역에기반하고있음을보여주는중요한사례이다.그렇다면‘우리’시대에더욱긴급한문제는단순히협소한정치적영역에서의설득이나반전이아니라오히려기저의미학과감성의영역에서시도할수있는어떤보이지않고들리지않는것들의‘혁명’이아닐까.
박근혜대통령탄핵정국당시촛불집회의반대편에서벌어졌던태극기집회는역사적이고국가적인차원에서‘애국’이라는이데올로기에희생당한피해자들이스스로국가의대변자라도되는양,집단적인가해자/권력자로스스로를자기매김한현상이었다고볼수있다.이는어떤특정한정치적집단이어떤미학의지도,어떤감성의나눔위에서있는지를보여주는극명한사례이다.역사의가해자와피해자라는의식,사회의지배자와피지배자라는의식,핍박받는자와핍박하는자의의식은,그래서단순한‘정치적의식’의구분이아니라그보다더근본적인감성적인것의나눔이라는‘미학적무의식’의산물일지모른다.

사유와이미지가교차하는감성의지도

이책에는보도사진과현대회화,영화속장면등다양한이미지들이등장하며,이하나하나의이미지가우리시대‘미학-정치’의풍경을구성한다.강제철거에항의하는시위자를위협하는용역깡패의폭력적이미지가등장하는가하면,타워크레인위에서고공농성을이어가던김진숙민주노총지도위원이이불빨래를너는모습을담은사진이이어진다.프랜시스베이컨의삼면화〈십자가형〉과빌비올라의〈낭트삼면화〉를경유하여시선,감각적인것의분할을사유하기도하고,고야의그림〈1808년5월3일〉과피카소의그림〈한국에서의학살〉을병치하면서역사적으로반복되는‘절멸’의욕망과신화를들여다본다.
현재와과거,동양과서양,범속한(‘남루하고헤픈’)이미지와예술적(‘드물고고귀한’)이미지들의잡종적인교차는이책에서사유의대상으로삼는이시대미학-정치의풍경을그대로재현하는전략이다.또한한국사회의다이내믹하고스펙터클한현상들위에데리다와들뢰즈,랑시에르와아감벤의논의를끌어와유려하게펼치는혼종적인글쓰기는그자체로모던과포스트모던이동시적이면서시대착오적으로병존하는한국적사유의지형도를스스로재현하려는전략으로도읽힌다.이러한전략의연장선상에서‘선언의픽션,금기의딕션’이라는제목이붙은두개의장에서는비평적에세이(딕션)와허구적이야기(픽션)가교차하는또다른내용-형식의전술을시도하기도한다.탈출구가없는듯보이는이시대의알리바이를분쇄하고그아포리아,곧그‘길없음’에서오히려어떤‘길’을내려는이‘불가능성’의모든전략과시도들은,결국정치적쇄신이아니라미학적혁명의‘가능성’으로통한다.
후기/뒷면의제목에도나오듯,지극히포스트모던한상황속에있으면서도실상제대로포스트모던인이었던적은없는이착종과분열,불협화음은한국사회의독특한자화상에다름아니며,이책은형식과구성면에서도그자화상을재현하고더나아가그분열을덧내면서그상처의흔적을순례하는기록,아픈사유의악보이다.
“순례한다는것,그것은감각의지도를새로그린다는것,미학과정치의새로운지도제작법을꿈꾼다는것,그러나안온한산책안에서가아니라위험천만한경계위에서그렇게한다는것을의미한다.발명된증상을진단하고,그증상에도리어상처를내균열을열며,그균열이만들어낸흔적을순례하는것.아마도이것이나와당신,우리동시대인앞에놓인사유의작업,미학과정치의지도를다시금새롭게짜고제작하기위한,하나의지침일것이다.”(3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