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멧 (피오나 모즐리 장편소설)

엘멧 (피오나 모즐리 장편소설)

$13.50
Description
스물아홉 살에 데뷔작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
“피오나 모즐리는 문학계의 대사건이다.” _NPR
2017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가 발표되었을 때, 조지 손더스, 폴 오스터, 앨리 스미스 같은 거장들 사이에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피오나 모즐리. 그리고 출간을 앞둔 그의 첫 장편소설 『엘멧』. 당시 스물아홉 살이었던 피오나 모즐리는 런던의 서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스스로를 ‘소설가’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모즐리에게 맨부커상 후보 지명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놀란 것은 작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문학계 역시 “후보 리스트의 예상 가능한 골리앗들 사이에 등장한 다윗”(〈이브닝 스탠더드〉)이라는 평과 함께 이 젊은 재능의 깜짝 등장에 즉각 주목했다. 외딴 숲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어느 기이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엘멧』은 거침없는 필치와 독특한 문체, 서정성과 폭력성를 기묘하게 결합한 대범하고 독창적인 서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놀라운 데뷔작은 2018년 서머싯 몸 어워드와 폴라리 퍼스트 북 프라이즈를 수상했으며 선데이 타임스 젊은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여성소설상, 국제 딜런 토머스 상 후보에도 올랐다.

“한때는 카운티 전체가 삼림지대였고, 바람이 불 때면 오래된 숲의 유령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흙속에는 폭포처럼 쏟아져나온 뒤 부식되었다가 어느 순간 다시 한번 형태를 갖추고 덤불숲 위로 솟아나 우리의 삶 속으로 돌아올 이야기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_본문 14쪽

소설의 제목인 ‘엘멧’은 5세기와 7세기 사이에 잉글랜드에 실제로 존재했던 최후의 독립 켈트 왕국으로, 후에 요크셔의 일부로 편입되었고, 현재는 웨스트요크셔를 비롯한 여러 주에 걸쳐 있는 지역이다. 춥고 황야가 많은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피오나 모즐리는 그 황량한 땅 위에 존재했다 스러진 것들에 대해, 사라진 삶과 삶의 방식들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고, 그것이 소설 『엘멧』의 씨앗이 되었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싹을 틔운 것은 런던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였다. 요크에 있는 부모님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창밖으로 요크셔의 익숙한 풍경을 보며, 모즐리는 소설의 첫 문장을 떠올렸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소설만큼은 꼭 완성하겠다고 결심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논문을 준비하느라 온전히 집필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통근길이나 이동중에 틈틈이 휴대폰으로 소설을 썼다. 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때로는 희망과 열정 속에서, 때로는 회의와 좌절 속에서 이야기는 한 줄 한 줄 견고하게 쌓여갔다. 그리고 2017년, 작가의 마음속 깊이 살아 숨쉬던 이야기는 마침내 “형태를 갖추고 덤불숲 위로 솟아나 우리의 삶 속”에 가지를 뻗고 잎을 펼치게 되었다.
저자

피오나모즐리

FionaMozley
스물아홉살에데뷔작『엘멧』으로맨부커상최종후보에올라화제를모은신예작가.1988년영국런던해크니에서태어났다.어린시절을요크에서보냈고,춥고황야가많은이지역이첫작품『엘멧』의배경이되었다.케임브리지대학교킹스칼리지에서역사를공부했으며,졸업후일년동안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영어를가르쳤다.이후잠시런던에있는출판에이전시에서일하다요크로돌아와,요크대학교에서중세역사를주제로박사학위를준비하며소설을썼다.
‘엘멧’은5세기와7세기사이에잉글랜드에존재했던최후의독립켈트왕국으로후에요크셔의웨스트라이딩으로편입되었다.작가는런던에살던시절요크에있는부모님을방문하고돌아오는길에기차창밖으로요크셔의익숙한풍경을보며,한때존재했다사라진왕국에대해생각했고이내『엘멧』의첫문장을떠올렸다.무슨일이있어도이소설만큼은꼭완성하겠다고결심한그녀는요크셔의외진숲속에서자급자족하며살아가는기이한가족에대한강렬한이야기를써내려갔다.그렇게완성한데뷔작『엘멧』은2017년,책이공식출간되기도전에맨부커상후보에오르며,“후보리스트의예상가능한골리앗들사이에등장한다윗”(〈이브닝스탠더드〉)이라는평과함께큰반향을일으켰다.또한이듬해서머싯몸어워드와폴라리퍼스트북프라이즈를수상했으며선데이타임스젊은작가상최종후보에올랐고,여성소설상,국제딜런토머스상후보에오르며커다란주목을받았다.2021년3월,두번째작품『핫스튜HotStew』가출간될예정이다.

목차

엘멧_011
감사의말_297
옮긴이의말_299

출판사 서평

폭력으로점철된세상의한구석,
연약한희망으로위태롭게쌓아올린
어느가족의기이하고아름다운유토피아

열네살소년대니얼은정처없이철길을따라북쪽으로가고있다.그의유일한목표는사라진누나캐시를찾는것.소년은어쩌다누나를잃고홀로길위를떠돌게되었는가,소설은그에대한이야기로처음부터끝까지대니얼의일인칭시점에서펼쳐진다.

잉글랜드요크셔지방의작은숲속에서바깥세상과단절된채살아가는세사람,대니얼과그의누나캐시와아버지존.이들은남매의아버지가직접지은숲속의나무집에서살고있다.식량은주로집근처의잡목림에서사냥과채집으로마련하고,가끔마을에내려가필요한걸구해오는정도가‘사회’와의거의유일한접점이다.거대한몸집과초인적인힘때문에‘거인’이라불리는아버지는때로며칠씩집을비우고마을로내려가,마치투견처럼맨주먹으로내기싸움을해서돈을번다.그는모든사람들에게두려움의대상이지만,캐시와대니얼에게는누구보다듬직하고따뜻한‘아빠’이고,그들의보금자리를지키는수호자이다.

이들이처음부터숲에서살았던것은아니다.남매가더어렸을때는마을에있는할머니집에서살았고,학교에도다녔다.하지만가끔씩집에불쑥나타났다가홀연히사라지던어머니는어느날영영돌아오지않고,얼마뒤할머니마저세상을떠난다.학교에서는남자아이들이드세고‘여자아이답지않은’캐시를잔인하게괴롭힌다.보다못한아버지는숲속의작은땅에직접집을짓고아이들을데려가살기로한다.그렇게자신들만의작은세상에서자라난대니얼과캐시는보편적인사회규범에서벗어난생활방식과사고방식을가지게된다.부드럽고섬세한성격의대니얼과아버지를닮아거칠고냉정한캐시는바깥세상의눈으로보면성역할이뒤바뀐것처럼보이지만,남매에게그것은계절의변화만큼이나자연스러운일이다.대니얼이머리를기르고배가드러나는짧은티셔츠를입는게전혀‘이상한’일이아닌것처럼.

세상의규범밖에존재하는그단란하고자족적인공동체에어느날불청객이찾아온다.프라이스라는악명높은지주로,일대의엄청난토지와권력을소유하고있다.대니얼가족이집을지은숲도서류상으로는그의땅이다.과거에아버지존을해결사로고용했던프라이스는존이다시자신을위해일해주지않으면그들을강제로내쫓겠다고협박한다.존은프라이스의제안을거절하고마을로내려가,지주와농장주에게시달리고있던세입자와노동자들을설득해저항세력을결집한다.이들은단체로집세납부를거부하고파업을하며프라이스와다른지주들에게저항한다.그렇게마을에긴장감이고조되고,물리적인위협과폭력의그림자가짙어지는과정에서남매는숲속세상에서벗어나잔혹한현실을마주하게된다.특히캐시는자신이결코아버지처럼될수없다는것을,아무리강한정신과마음을가졌다해도결국‘여성의몸’을갖고있기에약자일수밖에없다는사실을절감하며분노에휩싸인다.그리고위협의칼날이눈앞에다가왔을때,캐시는깨닫는다.그녀가대항할수있는유일한방법은그거대한분노를무기로사용하는것뿐이라는사실을.결국에는그핏빛불길이자신을태우고하나의세계를완전히집어삼켜잿더미로만든다할지라도.

동화적인풍경위에덧칠한핏빛리얼리즘,
서서히타오르다한순간에폭발하는경이로운서사의힘,
이것은완전히새로운문학적영토다.

『엘멧』을한마디로요약하거나규정하는것은불가능에가깝다.숲속에손수집을짓고사냥과채집으로생계를유지하며사회적규범바깥에서살아가는주인공가족처럼이소설역시하나의범주로분류되는것을철저히거부한다.『엘멧』은거칠지만단단한유대감으로결속된어느특별한가족의이야기이자,혼란과갈등속에서세상의무정함을서서히깨달아가는십대아이들의성장소설이자,현대자본주의사회의불합리한소유권개념과사회경제적약자가처한현실을꼬집는사회소설이자폭력과긴장감으로충만한고딕소설이며,결국에는문명과자연,선과악에대해근본적인물음을던지는일종의우화이다.무엇보다육체적,자연적힘의극단을형상화한듯한주인공아버지와자본주의적권력의극단을상징하는지주의대립을통해드러나는신화적이고우화적인특질은,이이야기를시간의테두리너머에위치시키며작품에시대를초월한보편성을부여한다.소설이시대성을의도적으로감추고있는것역시같은맥락에서이해할수있을것이다.작중에등장하는자동차나텔레비전같은물건을통해배경이현대라는것을짐작할수있지만이이야기가백년전,심지어중세시대에일어난일이라고해도서사는무리없이성립한다.

“아니야,그런뜻이아니란다.이서류에적힌내용은충분히이해할수있어.다만살아숨쉬는땅을,변화하고요동치고홍수가나고가뭄이드는땅을사람이종이한장에담을수있다고생각한다는게,그리고그사람이그땅을자기마음대로사용할수도,혹은전혀사용하지않을수도있고,다른사람의접근을막는것도가능하다는게,그모든것이종이한장에달렸다는게이해가안간다는거다.”
_본문194쪽

『엘멧』의탈규범적이고확장적인성격은작품의주제적측면에도적용된다.작가는다양한사회적구속에서벗어나기위해고군분투하는인물들을통해정상성이라는개념에대해,관습에의해정당화되는규범과규약에대해근본적인의문을제기한다.인간이자연을‘소유한다’는것은어떤의미인가,여성성과남성성을가르는기준은무엇인가.문명이란어떻게자유인동시에속박이될수있는가.또한작가는오래전사라진왕국의터위에건설된‘자본의왕국’을내내비판적인시선으로바라보지만,과거를미화하거나과거의가치를무조건적으로옹호하지는않는다.과거에는또다른형태의폭력과억압이존재했음을잊지않고지적한다.작가가이소설을통해진정으로성취하려는것은시대적한계너머에서,고정관념이나편견이배제된시선으로우리가사는세계를바라보는것이다.물론그세계는모순과불합리로가득하지만,그곳에첫작품을내놓는젊은작가의시선은냉정하기보다는뜨겁고절박하다.특히비정한세상을향한분노의외침처럼,한편으로는슬픔에찬울음처럼느껴지는소설의결말부는꺼지지않는거대한불꽃이되어읽는이의마음속에서오래도록활활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