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못하는 여자 (린다B를 위한 진혼곡 | 이스마일 카다레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떠나지 못하는 여자 (린다B를 위한 진혼곡 | 이스마일 카다레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80
Description
당의 명령이 삶과 죽음의 법칙에 앞서는 세계
그 지옥의 형벌에 속박된 삶과 사랑, 예술에 바치는 비가
『떠나지 못하는 여자-린다 B를 위한 진혼곡』은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알바니아의 ‘문학 대사’ 이스마일 카다레가 2009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공산독재가 한창이던 1980년대 알바니아를 배경으로 어느 여자의 자살에 얽힌 수수께끼와 당의 기준을 충족할 작품 창작으로 고뇌하는 극작가를 통해 전체주의적 감시하의 삶과 사랑, 예술을 그린 작품이다.

1963년 첫 장편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을 발표한 이래 세계적인 작가로 입지를 굳히고 ‘조국 알바니아보다 더 유명’해진 이스마일 카다레. 그가 일생에 걸쳐 탐구한 주제는 2차세계대전 직후부터 약 40년간 알바니아를 장악한 엔베르 호자의 독재정치와 그 체제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이다. 알바니아는 공산국가 중에서도 전체주의적 통제가 가장 심했던 나라로, 대중활동과 사적인 일상은 엄격히 감시를 받았으며 정치범은 모두 수도 티라나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유배를 갔다. 『떠나지 못하는 여자』는 그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당의 명령이 삶과 죽음의 법칙에 앞서는 그곳, 카다레 스스로 ‘작가의 천적’이라 밝혔던 전체주의적 세계에서는 사랑을 하고 미래를 꿈꾸며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은 물론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그 편집증적 감시하의 형벌과도 같은 삶을 그리며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절묘하게 결합해낸 이 작품은 ‘멜로드라마와 비극, 신화를 통해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조망하는 훌륭한 소설’(〈가디언〉) ‘이스마일 카다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향한 전 세계적인 염원에 다시금 불을 붙일 작품’(〈뉴욕 타임스〉) 등의 찬사를 받았다.
저자

이스마일카다레

IsmaelKadare

1936년알바니아남부지로카스트라에서태어났다.티라나대학교에서언어학과문학을공부했고,모스크바의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수학했다.1963년첫장편소설『죽은군대의장군』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이후『돌의연대기』『꿈의궁전』『부서진사월』『누가후계자를죽였는가』『광기의풍토』등많은작품을통해신화와전설,구전민담등을자유롭게변주하며암울한조국의현실을우화적으로그려내는자신만의독특한문학세계를구축했다.독재정권아래놓여있던알바니아에서몇몇작품은출간금지라는수난을겪기도했지만,그럼에도전체주의와독재체제를고발하는날카로운시선을잃지않았고,특유의풍자와유머로우스꽝스러운비극,기괴한웃음을만들어내며세계적인작가로입지를굳혔다.
독재정권이무너지기직전1990년프랑스로망명한카다레는지금까지파리에서왕성한작품활동을펼치고있다.1992년프랑스의문화재단에서수여하는치노델두카국제상을수상했고,2005년제1회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받았다.2009년에는스페인의권위있는아스투리아스왕자상(문학부문)을수상했다.2016년레지옹도뇌르최고훈장을수훈했고,2019년제9회박경리문학상,2020년노이슈타트국제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장·009
2장·022
3장·032
4장·041
5장·050
6장·062
7장·074
8장·089
9장·110
10장·131
11장·149
12장·169
13장·195

이스마일카다레연보·245

출판사 서평

이스마일카다레의독자들은매년노벨상위원회가그를간과하는것에경악한다.
2009년알바니아에서처음출간된이작품은전세계적인염원에다시불을붙일것이다.
-뉴욕타임스

“그여자는유배상태입니……
아니,유배상태였습니다.”


공산독재가한창인1980년대후반알바니아의수도티라나.극작가루디안스테파는아무설명없이당위원회의소환을받고불안감을느낀다.예술심의회에서검열중인자신의신작에문제가있기때문일까?사회주의리얼리즘의기준으로는적합하지않은유령을등장시킨게문제였을까?아니면애인미제나가자신을고발했을까?얼마전말싸움도중분을이기지못하고‘당에서붙인스파이가아니냐’며몰아붙인것이화근이었을지모른다.하지만당국의관심사는엉뚱하게도그가전혀모르는누군가의자살이었다.‘린다B’라는그젊은여자는공산당에숙청당한옛귀족집안출신으로,수도에서멀리떨어진소도시에유배되어이동의자유를박탈당한상태였다.그죽음에일종의정치적메시지를전하려는의도는없는지조사가진행되던중여자의소지품에서루디안이그녀의이름까지적어직접사인을해준책이발견되었으며,일기장에서는그의이름이수차례등장한것.천킬로미터나떨어진곳에서일어난,한번도본적없는젊은여자의자살에대체그가무슨책임이있단말인가.둘사이의접점은그녀의친구이자루디안의비밀스러운애인미제나뿐이다.얼마전부터알수없는이유로눈물을보이던미제나가감춘진실은무엇인가.

린다의꿈은오직하나,한번이라도수도티라나에가보는것이다.지정받은거주지바깥으로는한발짝도나설수없도록그녀를속박하는전체주의의법은에우리디케를구속한지옥의족쇄보다더혹독하다.5년마다갱신되는유형을견디던린다는자신에게허락되지않은자유와예술을상징하는존재로서극작가루디안에대한동경을키워간다.루디안의작품을찾아읽고텔레비전과신문을통해정보를집착적으로수집하는사이린다의동경은그와깊은관계를맺고싶다는갈망으로커져가고,미제나의도움으로친필사인이담긴책까지손에넣자그바람은갈수록절박해져간다.당국의허가없이수도에발을들일경우무기징역또는사형에처해질린다가티라나에갈수있는방법은그곳의병원에서암치료를받을자격을얻는것뿐.결국린다는단며칠,몇시간만이라도정상적으로살수있다면목숨을걸어도좋다는마음으로몸속에서암세포가발견되기를바라고,미제나는친구의기이한희망을위해자신의특권을이용한다.

그렇다면린다의죽음은암이발견되었기때문인가?혹은발견되지않았기때문에?루디안은묘한책임감에내몰려자살의이유를알아내려하지만,미제나도판사도당신은알필요가없다는대답으로일관한다.당의기준을통과할작품의완성,낯모르는여자의자살.무엇하나손에잡히지않는안갯속을헤매는그의머릿속에서,에우리디케를속박한저승의족쇄를끊어내려고뇌하는오르페우스의그림자가어른거린다……

편집증에사로잡힌전체주의정권의끊임없는통제
그감시하의삶에대한절묘한은유와풍자


소설은끊임없이따라붙는감시의눈길을의식하며불안을떨치지못하는루디안의시점을통해,알바니아와수도티라나의억압적공기를고스란히재현해낸다.“넷중한사람은국가를위해감시를한다는소문”이도는그곳에서는누구든평소카페의어느자리에즐겨앉는지,애인과친구로는누가있는지당이낱낱이파악하고있으며,조사실은피로얼룩져있고당지도자에대한비난은아무리사소한것이라도처형의이유가된다.아무의미없는언동에정권비판의의도가덧씌워지고,이름없는젊은여자의죽음조차체제전복적인음모의가능성을의심받는다.예술의영역도예외는아니다.당에서는모든작품을사전에심사해“적대적인슬로건은색출”하고“긍정적인인물에비해부정적인인물에할당된텍스트비율을수학적으로계산”하며,“돋보기를들고원고를샅샅이살펴가며지문을채취하고수상쩍은독자의신원을파악하려”든다.수정을거듭하며힘겹게써나가는작품의초고가고스란히제시되는극중극장면은그러한제약속에서작품활동을이어나가야했던루디안의압박감을효과적으로전한다.

그자신이프랑스로망명하기전까지그러한통제를몸소경험한카다레는신화와전설,구전민담을통해조국의현실을우회적으로그려내는독특한문학세계를구축했다.이번작품에서그가선택한것은오르페우스와에우리디케신화다.지하세계에발이묶인에우리디케와그녀를지상으로불러오려는오르페우스는,살아서도죽어서도자유를누릴수없는린다와그런그녀를자신의상상속에서거듭티라나로소환하는루디안의모습과절묘하게겹쳐진다.이에더하여카다레는오르페우스가전통적인리라에현을두줄추가했다는각색으로신화를변주한다.지옥의문지기개케르베로스를잠재우기위한술책으로나온그혁신은관료주의에빠진올림포스에격한논쟁을불러일으키고,이는예술작품조차정치적잣대로재단을받아야했던프롤레타리아독재의부조리한단면을날카롭게풍자한다.

수수께끼의조각이맞춰지는사이어느평범한여자의자살로시작된이야기는인간다운삶으로부터추방된모든이의비극으로확장되고,이중의베일뒤에감춰졌던또다른진실이하나둘드러나는마지막몇페이지는정부의감시에서그누구도자유로울수없었던현실을암시하며묵직한울림을남긴다.삶을위해죽음을소망해야했던린다,그녀에게반쪽짜리자유라도주고싶었던미제나.두사람과의기이한삼각관계속에서현실과환상의경계를오가던루디안은어떠한결말을마주할것인가.지옥의형벌과도같은통제하의삶과사랑,예술에바치는비가『떠나지못하는여자』는이스마일카다레의이름을독자들의뇌리에다시한번각인시킬거장의걸작이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