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헬렌 던모어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외투 (헬렌 던모어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50
Description
“오늘밤 작전이 끝나면 곧장 당신에게 갈게.
창문을 두드릴게.
잠들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일상의 보이지 않는 균열 위로 드리운 의문의 그림자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과 집착의 파노라마
1950년대 영국의 어느 마을, 전쟁이 끝나고 몇 년이 흘렀지만 사람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마을 곳곳에는 여전히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저벨과 필립은 결혼한 지 두 달 된 신혼부부다. 지역 보건의로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남편 필립과 달리, 이저벨은 낯선 마을에서의 결혼생활이 쉽지 않다. 다정하지만 자신의 일이 우선인 남편과 이웃들의 날선 시선들이 이저벨을 더욱 외롭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집이다. 이저벨과 필립은 자리를 잡을 동안 머물 요량으로 이 셋집에 들어왔다. 거실 겸 부엌과 침실, 단 두 칸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조악하기 그지없고 심지어 욕실은 공용이다. 거기다 위층에 사는 주인 여자가 집안을 쉴새없이 걸어다니는 소리가 밤낮으로 이저벨을 괴롭힌다.

어느 날, 이저벨은 집안 벽장에서 낡은 군복 외투를 발견한다. 끊임없이 집안으로 새어들어오는 외풍 때문에 밤마다 추위에 떨어야 했던 이저벨은 그 군복 외투를 이불삼아 잠을 청한다. 오랜만에 단잠에 빠진 이저벨은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창밖에는 공군 제복 차림의 남자가 서 있다. 그는 이미 이저벨을 아는 양 다정한 눈빛으로 이저벨을 부른다. 이저벨은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남자를 집안에 들인다. 그 순간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 이저벨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 기억 속에서 이저벨과 그 남자는 연인이고, 남자는 폭격기 조종사다. 남자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이저벨은 그 기억을 통해 남자의 이름이 알렉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알렉은 이저벨의 남편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매일 찾아온다. 이저벨은 점점 현실과 상상, ‘누군가’의 기억과 자신의 기억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알렉과 깊은 사이로 발전하면서 이저벨은 기이한 사실을 깨닫는다. 알렉은 언제나 같은 시간, 그가 무사히 폭격을 마치고 돌아온 스물여섯번째 작전과 목숨을 잃고 말았던 스물일곱번째 작전 사이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저자

헬렌던모어

HelenDunmore
영국의시인,소설가.1952년영국요크셔베벌리에서태어났다.던모어의아버지는열두남매중첫째였는데,대가족안에서그들의다양한이야기를들으며성장한것이던모어의작품에큰영향을끼쳤다.요크대학교에서영문학을공부하고이년간핀란드에머물면서학교에서영어를가르치고창작활동을시작했다.이후영국브리스틀에거주하면서창작에몰두하고〈포에트리리뷰〉〈옵서버〉〈타임스〉〈가디언〉등에시와소설에관한비평을기고했으며여러대학과기관에서시와창작을가르쳤다.1993년첫번째장편『어둠속의제너』를출간하고맥키트릭문학상을수상했다.1995년출간한세번째장편『겨울의주문』으로1996년오렌지문학상을수상했는데,오렌지문학상제정후첫수상작이었다.2001년출간한일곱번째장편『포위』는코스타북어워드의전신인휘트브레드북어워드최종후보에올랐고2010년출간한열한번째장편『배신』은맨부커상후보에올랐다.영국왕립문학회회원이었으며몇몇작품은영국문학교과서에실리기도했다.말기암판정이후집필을시작해2017년출간한『버드케이지워크』가던모어의마지막장편소설이다.2017년4월출간한마지막시집『파도의내부』로영국의권위있는문학상인코스타북어워드시부문과올해의책부문을수상했다.2017년6월세상을떠났다.

목차

외투ㆍ9

옮긴이의말ㆍ231

출판사 서평

“완벽한고스트스토리.”_인디펜던트

이저벨은살금살금거실로나가서불을켰다.벽난로에여전히온기가약간남아있었지만밤에는불을더피우지않았다.석탄이충분히남아있지않았다.물자부족,제한,규칙,배급통장,쿠폰,권고지침……이저벨이기억하는한언제나그런것들이있었다.그리고그런상황이달라질것같지도않았다.사람들은정부가대책을세우면석탄배급이계속될수있을거라고투덜댔다.누가전쟁에서이겼는지모르겠군.우리가독일사람들보다더못살아,그들은말했다._본문41쪽

1950년대영국의어느마을,전쟁이끝나고몇년이흘렀지만사람들의몸과마음,그리고마을곳곳에는여전히전쟁의흔적이남아있다.이저벨과필립은결혼한지두달된신혼부부다.지역보건의로서자기자리를찾아가는남편필립과달리,이저벨은낯선마을에서의결혼생활이쉽지않다.다정하지만자신의일이우선인남편과이웃들의날선시선들이이저벨을더욱외롭고무기력하게만든다.하지만가장큰골칫거리는집이다.이저벨과필립은자리를잡을동안머물요량으로이셋집에들어왔다.거실겸부엌과침실,단두칸으로이루어진공간은조악하기그지없고심지어욕실은공용이다.거기다위층에사는주인여자가집안을쉴새없이걸어다니는소리가밤낮으로이저벨을괴롭힌다.

이집은전에도그녀를속였고또다시속이려하고있었다.그녀는누군가혹은무언가가숨을참고있는것을느꼈다.그누군가혹은무언가는굶주려있었다.그굶주림은이저벨을꽉붙잡아끌어당기고싶어했다._본문162쪽

어느날,이저벨은집안벽장에서낡은군복외투를발견한다.끊임없이집안으로새어들어오는외풍때문에밤마다추위에떨어야했던이저벨은그군복외투를이불삼아잠을청한다.오랜만에단잠에빠진이저벨은누군가창문을두드리는소리에잠에서깬다.창밖에는공군제복차림의남자가서있다.그는이미이저벨을아는양다정한눈빛으로이저벨을부른다.이저벨은무언가에홀린듯그남자를집안에들인다.그순간다른누군가의기억이이저벨의머릿속을가득채운다.그기억속에서이저벨과그남자는연인이고,남자는폭격기조종사다.남자는말해주지않았지만이저벨은그기억을통해남자의이름이알렉이라는것도알게된다.알렉은이저벨의남편이자리를비울때마다,매일찾아온다.이저벨은점점현실과상상,‘누군가’의기억과자신의기억을구분할수없게된다.알렉과깊은사이로발전하면서이저벨은기이한사실을깨닫는다.알렉은언제나같은시간,그가무사히폭격을마치고돌아온스물여섯번째작전과목숨을잃고말았던스물일곱번째작전사이의시간에머물러있다는사실을……

안타깝게생을놓쳐버린,죽은자의소리없는절규
그럼에도꿋꿋하게삶을이어가야만하는산자의비애

사람들은그런재앙에대해흔히말하곤했다.“적어도그사람들은아무것도몰랐을거야.”알렉주위에서지옥같은폭발이일어나던순간,아마너무순식간에벌어진일이라서그는무언가느끼기도전에소멸해버렸을것이다.그러나누가알겠는가?그사건은그들누구의흔적도남기지않았다.불은재가되고흙이되고풀이되고꼬리풀과주홍별꽃이되어사라졌다.다끝났다._본문230쪽

알렉은올때마다점점더오래머물렀다.이저벨은알렉이그녀의집에서보낸시간의조각들을곱씹어보았다.그조각들을모두합치는게가능하다면,그래서어떤모양이되는지볼수있다면그녀의머릿속을파고드는누군가의기억도정체를밝힐수있을것같았다.그와함께있다보면알수없는기억들이머릿속에밀려왔다.처음에는영화를보는것같았지만그장면을바라보고있으면그것이그녀안에들어와그녀의일부가되었다.알렉과함께일몰을바라보던자신의모습,평온한시골의농장주택에서초조하게그를기다리는여인,그녀였던여자……
어느날알렉은이런말을했다.“시간이아예없다면어떨까?시간이란게존재하지않는다면당신은언제나나를만날수있을거야.나는항상당신에게갈거야.”또다른어느날,알렉은유난히불안하고두려워보였다.부들부들떨리는손을겨우진정시킨그는이렇게말했다.“오늘밤작전이끝나면곧장당신에게갈게.창문을두드릴게.잠들지않겠다고약속해줘.”알렉은그말을남긴채떠났고,이저벨은집전체가그녀를짓누르는듯한기분을느끼며머릿속에서메아리치는그의말에정신이혼미해졌다.그녀는무슨일이있어도알렉이자신을보러올것이고자신은또다시다른삶으로미끄러져들어갈거라는사실을알았다.자신의것이아닌기억들로머릿속이뿌옇게흐려지고다른삶의리듬에맞춰몸이움직일거라는것도알았다.그가오지못하게막을수있는것은없었다.일단그가오면그녀자신이다른여자가되지않을도리도없었다.

그말이몇주동안이저벨의머릿속에머물렀다.대신할사람들.그러나죽은자들없이도세상이잘만굴러간다는건오싹한일이었다.죽은자들은사라졌다.그들은너무많은세월,인생을놓쳤다……그러니어떻게분노하지않을수있겠는가?흘러간세월은그들이놓친바로그세월이었다.그들은되찾고싶을것이다……_본문211쪽

그들은말이없었다.그들사이에그것이있었다.이제거의표면에떠올라있었다.그녀가안고있는생명,그는다시가질수없는생명.다른수많은사람들,세상은그들없이도채워졌고계속되었다._본문226쪽

알렉은도대체누구일까?이저벨의머릿속을깊이파고드는기억은누구의것일까?그녀가세들어살게된집과벽장에서우연히발견한군복외투에는어떤비밀이숨겨져있을까?영국왕립문학회회원이자영국문학교과서에작품이실리기도한시인이자소설가헬렌던모어의『외투』는우아하면서도섬세한긴장감이감미롭게물결치는고스트스토리이자,열정적이면서도가슴아픈로맨스가있는역사소설이다.던모어는2차대전이끝난뒤에도여전히전쟁의상흔으로신음하던영국의시대상과이제막새로운삶을향해나아가던젊은부부의모습을통해신혼의단꿈이지나간뒤의허망한현실,평온한일상의보이지않는균열위로드리운전쟁의그림자,산자와죽은자의시간,안타깝게생을놓쳐버린인간의애절한절규,그럼에도꿋꿋하게삶을살아가야만하는남은자의비애를다채롭게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