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쥐

고양이와 쥐

$12.00
Description
어두운 시대의 공범이자 증인이 풀어놓는 죄의식의 서사
그로테스크의 미학으로 역사에 그림자를 부여한 작가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지난 세기 마지막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고양이와 쥐』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4번으로 출간되었다. 그라스 작품세계의 핵심을 밀도 있게 담아내 독일 교육과정 내 필독서로 꼽히는 소설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오십여 년 만에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그래픽아트를 전공한 화가이기도 한 작가가 직접 그린 표지 일러스트는 고양이가 목에 맨 훈장을 시각적으로 부각시켜 작품의 주제를 가시화한다. 『고양이와 쥐』는 전공戰功을 최고의 가치로 둔갑시킨 나치 이데올로기를 고발하면서, 무비판적으로 나치에 동조한 소시민들에게도 집단적 죄과가 있음을 꼬집는다. 회고적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서술자는 시대의 어둠을 증언하는 동시에 나치 독일의 범죄에 가담한 공범으로서, 글쓰기를 통해 죄의식의 심연을 드러내 보인다.
선정 및 수상내역
- 1999년 노벨문학상
- 1965년 게오르크 뷔히너 상
저자

귄터그라스

저자:귄터그라스
1927년10월16일지금의폴란드그단스크에해당하는단치히자유시에서상인의아들로태어났다.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공군지원병으로징집돼이후전차병으로복무했다.종전이후뒤셀도르프와베를린에서그래픽아트와조각을전공하고1956년부터파리에체류하며시와희곡을집필했다.47그룹모임에서낭독해호평을받았던『양철북』을1959년출간하고,뒤이어『고양이와쥐』『개들의시절』을발표해‘단치히3부작’을마무리지었다.나치점령기의단치히를배경삼아당시세태를풍자한이작품들로세계적인명성을얻었다.그외대표작으로『넙치』『텔크테에서의만남』『암쥐』등이있다.게오르크뷔히너상,토마스만상,몬델로문학상,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상등수많은상을받았으며,1999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이후자전적소설『양파껍질을벗기며』를출간하며나치친위대에복무했음을뒤늦게고백하고,이스라엘을비판하는산문시「말해야만하는것」을발표해논란이일기도했다.하지만이를계기로끊임없이역사를뒤돌아보며일관되게자기반성을강조해온작품세계가다시금주목받았다.2015년독일뤼베크에서숨을거두었다.

역자:박경희
독일본대학에서번역학과동양미술사를공부하고번역가로일하고있다.『숨그네』『흐르는강물처럼』『옌젠씨,하차하다』『행복에관한짧은이야기』『베이징레터』『첫사랑마지막의식』『암스테르담』『슬램』『맨해튼트랜스퍼』『아침그리고저녁』『릴리와옥토퍼스』『내면의그림』등을우리말로옮겼으며,한국문학을독일어로번역해해외에소개하는일도하고있다

목차

고양이와쥐
해설|그러므로그라스는이야기한다.
고양이와쥐,나의죄,그리고부끄러움에대하여
귄터그라스연보

출판사 서평

역사의표층아래감춰진치부에정면으로맞선
‘계몽주의자’귄터그라스

1927년단치히자유시에서태어난귄터그라스는제2차세계대전을시작으로동서독의통일까지독일현대사의결정적인순간들을목격했을뿐아니라온몸으로굴곡진세월을통과해간작가다.빌리브란트전독일수상의정치적파트너로현실정치에관해꾸준히목소리를냈으며,시대의가장민감한주제들을그린작품들로사회에비판적시각을제공했다.1959년출간한첫장편소설<양철북>은나치에동조한소시민들의세태를특유의그로테스크한방식으로풍자한작품이다.이작품은전후독일문학의놀라운성취로받아들여졌고,그라스를단숨에세계적인작가의반열에올려놓았지만동시에사회적으로큰파장을일으켰다.전후독일에서는전쟁의책임을히틀러를위시한나치수뇌부에돌리는분위기가강했고,그때문에소시민들또한추악한범죄의공범이었음을폭로하는그라스의작품은불편하게받아들여졌다.일각에서는이를신성모독과외설로일축했고,작가에게‘불쾌와외설의대가’‘둥지를더럽힌자’라는비난이쏟아졌다.
그라스는이에굴하지않고1961년<고양이와쥐>를발표하며비판의식을계속밀고나갔다.이작품은나치이데올로기가사람들을어떻게전쟁에동원했는지를집중적으로조명한다.또나치에선동돼‘전쟁영웅’을동경하고실상사람목숨값과같은기사십자훈장을최고의자랑거리로여겼던민중의무비판적이고반성없는사고방식을비판한다.그리고그비판은나치점령기를살아간소시민들을넘어,전쟁의기억을지우는데집중하던전후독일사회로향한다.그라스의작품은죄과에서자유로운듯행동하는독일인들을향해단호하게말한다.누구도집단적책임에서자유로울수없다고.
“이성에피로해진시대의후기계몽주의자”를자처한귄터그라스는1999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넙치』『암쥐』『광야』등의작품을통해한시대가눈돌리고싶어한역사의이면을집요하게파고든결과다.그는2015년타계하기까지평단과대중양쪽의사랑과질타를한몸에받았던,한시대의양심이었다.

잃어버린도시단치히에서길어올린문학의정수

<고양이와쥐>는<양철북><개들의시절>과함께‘단치히3부작’으로알려져있다.단치히는제임스조이스의더블린에비견될만큼그라스문학세계를관통하는중요한축이고,작가의고향도시이면서동시에역사적인특수성을띠는장소다.단치히는지금의폴란드그단스크로,중요한항구도시였기때문에역사적으로독일과폴란드사이에분쟁이끊이지않았다.제1차세계대전이일어나기전까지독일에속했으나독일의패전으로체결된베르사유조약에의해양국어느쪽에도속하지않은자유시가되었다.당시단치히인구의대다수는독일인들이었고,독일땅이아니었기에점령의형태로나치의영향권아래편입되기는했으나제2차세계대전이일어나기전에이미주민의과반수이상이나치를지지하고있었다.단치히는큰저항없이나치이데올로기를체화했다.
종전이후단치히가폴란드에귀속되면서독일계주민들은나고자란고향에서추방당하게된다.그후단치히는독일적인맥락과완전히단절되었고,귄터그라스가기억하는자유시시절의단치히와전혀다른공간이된다.그라스는작품상당수에서단치히를중요한공간적배경으로배치했는데,단치히에그토록마음을쏟는이유를“그도시를영영잃어버렸기때문”이라고표현했다.그곳은어린시절을보낸고향이자작가로서의자본을하나둘비축해간장소였다.

단치히는내문학의근원이매장되고,또깊이감춰져있는장소다._귄터그라스

그라스에게‘단치히3부작’은정치적,역사적인이유로완전하게잃어버리고만고향을조금이나마붙잡아보려는시도였다.영영상실해버린것을되찾을유일한방법으로서그라스는글쓰기에의지했다.다시말해그라스를소설로이끈것이바로단치히였고,그렇기에단치히는그라스작품세계정중앙에위치한다.

죄의식의심연에서털어놓는‘나의죄’,모두의죄

<양철북>을발표한뒤‘감자껍질’이라는가제아래소설을집필하던그라스는,그속에서내적완결성을갖춘한편의이야기를발견하고이를독립된작품으로발전시킨다.그렇게집필된소설이<고양이와쥐>이고,‘감자껍질’의큰줄기를이루던내용은이후가공을거쳐장편소설<개들의시절>로출간된다.‘단치히3부작’은공통적으로나치범죄가집단적범죄였다는인식과결부된죄의식을형상화한다.특히『고양이와쥐』는주제의식과형식이긴밀히결합된밀도높은작품으로,오늘날독일교육과정내필독서로여겨진다.
『고양이와쥐』는액자식구성을띤소설로,서술자필렌츠는전후가톨릭단체에서서기로일하면서친하게지내는신부의권유로글을쓰기시작한다.학창시절을돌아보는그이야기의중심에는비대한울대뼈를가진말케라는소년이있다.말케는유달리큰울대뼈를가리기위해고군분투한다.자신의‘신체적결함’을온갖물건으로덮어보려하기도하고,운동능력을키워이를상쇄하려고도한다.원래수영을할줄몰랐던말케는동급생들이놀이터삼아드나드는침몰한소해정을목표삼아잠수실력을키운다.그는곧소년들사이에서경탄의대상이된다.그렇지만외톨이말케는계속해서세상의인정을갈구한다.
말케는학교강당에연설하러온전쟁영웅의목에걸린훈장을본다.좀처럼채워지지않던인정욕구를채워줄유일한물건이다.훈장을가진자는틀림없이모두의인정을받을수있기때문이다.전쟁당시모두가탐내던그훈장을,말케는집착에가까운수준으로좇고급기야‘전대미문’의범죄를저지르게된다.남들이자원입대할때유일하게동조하지않던이‘위대한말케’는이후누구보다훌륭한군인이되어바라던대로훈장을손에넣는다.하지만기대와다르게투쟁은결국비극으로끝나고만다.
회고적으로이야기를서술하는필렌츠는자신도그비극에책임이있음을안다.이야기하는내내말케의울대뼈,즉‘쥐’를노리는고양이의모습을떠올리면서고양이를부추긴것이누구인지,혹시나였던건아닌지되묻는다.고양이는필렌츠의죄의식과밀접하게연결된다.“작은쥐를보호해야할지,고양이들을부추겨사냥하도록해야할지”판단하지못하는필렌츠의우유부단함이말케를곤경에빠뜨렸기때문이다.죄책감은필렌츠의머릿속에서고양이,그리고쥐를영원히맴돌게만든다.
『고양이와쥐』는귄터그라스가필렌츠를대리인삼아쓴자기고백이기도하다.작품속단치히는실제로그라스가어린시절나치의행동강령을몸에익힌장소이고,그가회상하는당시의분위기가그대로재현된곳이다.

나는뉴스속보를들으며자랐다.나는언제나성공의열망에사로잡혀있었다.군인으로서어떤공적을세웠는지가용감함을재는척도였고,용감함이야말로우리세대가갈구한행복이었다.[...]천단위등록톤수의배가얼마나많이침몰했는지,적군의전투기가몇대나격추되었는지,해치운탱크는몇대인지가중요했다.그용감함이라는것에홀려우리세대는그방면에소위에이스라불리던전쟁영웅들의사진을수집했다.

소설에는작가의회한이담겨있다.필렌츠를비롯한작품속소년들의모습에는히틀러유겐트를거쳐나치친위대로복무하면서도이데올로기나전쟁에몰지각하고무비판적이었던과거본인의모습이투영되어있다.『고양이와쥐』는서술자필렌츠와마찬가지로뒤늦게깨달은자로서작가그라스가남긴‘나의죄’,더나아가‘모두의죄’에대한기록이다.

★1999년노벨문학상
★1965년게오르크뷔히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