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속이아닌,우리곁의과학자는무엇으로사는가
달탐사50주년이되던해인2019년,『네이처』는미래의달과학을이끌세계의천문학자5인중한명으로심채경을지목했다.현재심채경은한국천문연구원에서우리나라최초의달탐사프로젝트에참여중이기도하다.그러나책속에서저자가보여주는연구자로서의삶은영화<그래비티>주인공의그것과는매우다르다.천문대에가서천체망원경을들여다보며행성을직접관측하는일은드물다.행성관측자료는대개연구실컴퓨터로전송받을수있기에,현대의천문학자들은주로연구실에서컴퓨터속데이터와씨름을한다.일년전후의독점기간이끝난미항공우주국의관측자료를쓰기도한다.
영화속천문학자의이야기와이책에담긴이야기들이사뭇다른또하나의이유는대한민국의과학자,그것도여성과학자를둘러싼일상을담고있기때문이다.두아이의엄마이자비정규직행성과학자인저자가묘사하는과학자의삶은하루하루치열하게편견과싸우는삶이기도하다.우리나라최초의우주인이소연에관한글「최고의우주인」은우리나라여성과학자들이어떤편견과차별속에있는지조곤조곤,그러나날카롭게보여준다.
고산이이소연으로교체된사건은,남자의자리를여자가대신한다는충격으로퍼져나갔다.이소연이대학에서기계공학을전공하고생명공학으로박사학위를받은,우주정거장에서의실험을수행하기에더없이적합한전문가라는점은쉽게무시되었다.많은사람이놓쳤지만,우주인프로젝트의명목상목적은우주정거장에서의과학실험이었다.우리나라최초로우주실험을수행할사람이마침학계에서과학하던사람이라는,우리에게주어진이행운은전혀주목받지못했다._본문100쪽
과학은세심하게의심하기에,찬란하게아름답다
_천문학자의정확하고사려깊은문장들이선사하는청량감
하늘의태양과달과별은쉽게규명하기어려운자연현상과이어지기에,오랫동안두려운경외의대상이자왕성한호기심의대상이었다.농경을위한기후관측을위해,정확한항로를위해,사랑을노래하고외로움을달래기위해,미래를점치기위해인류는하늘을올려다보기도했다.그러나달에서조만간부동산투자가실현될것만같은,강대국간의새로운첨단우주경쟁이펼쳐지는현재에도여전히우주는복잡한미스터리를품고있다.미항공우주국이제공하는천체사진은과학적현상으로다가오기보다는‘비현실적이고’신비롭기만하다.그래서인지천문학에는낭만적인시선이한껏더해진다.
그러나‘코페르니쿠스적전환’이라는표현이쓰일만큼,천문학은인류의세계관과삶을획기적으로바꿔놓는과학이다.천문학자들의질문과발견이세상을바꿔왔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리고그러한발견과실험과오류에대한깊은성찰은우리인류에대한근본적인질문으로이어지곤한다.까다로워보이는천문학에기꺼이매료되고자하는이유이기도할것이다.심채경의에세이에는천문학자만이생각하고쓸수있는,과학적이기에아름답고독특한사유들로곳곳이가득차있다.
내가고요히머무는가운데지구는휙,휙,빠르게돈다.한시간에15도,그것은절대로멈춰있지않는속도다.별이움직이는것이느껴져눈을휘둥그레떴던밤을기억한다.밤도흐르는데,계절도흐르겠지.나도이렇게매순간살아움직이며,인생을따라한없이흘러가겠지.내가잠시멈칫하는사이에도밤은흐르고계절은지나간다.견디기힘든삶의파도가한바탕휩쓸고지나간뒤에는물아래납작엎드려버티고버텼던내몸을달래며,적도의해변에앉아커피한잔놓고눈멀도록바다만바라보고싶다.한낮의열기가다사위고나면,여름밤의돌고래가내게말을걸어올것이다.가만히있어도우리는아주빠르게나아가는중이라고.잠시멈췄대도,다괜찮다고._본문253쪽
태양계의관점에서지구를바라볼때벌어지는일
언뜻천문학은우리의일상과무관해보이지만,세상을변화시켜왔고우리의일상적인사고방식에도깊이영향을미쳤다.그러나무엇보다도천문학은인간과세상을바라보는시야를크게넓혀주었다.발딛고선지구가우주의중심이라고생각하던시대로부터,화성탐사가실현되고있는지금까지인류는우주에대한호기심과탐사를멈추지않았다.그러면서‘나’에서인류로,지구위의모든생명체로우리의시선은확장되어왔다.우주를둘러싼지구인들의경쟁은치열하지만,천문학자들이새로운발견을할때마다우리가숙연해지며감탄하는이유는작디작은‘창백한푸른점’속에서벌어지는일상의고군분투가실은별것아닐지도모른다는마음을은연중에품게하기때문일것이다.영원히풀지못할것만같은생명과우주탄생의비밀앞에겸허한마음을갖게하는것은천문학의또다른지대한역할이다.
지구밖으로나간우주비행사처럼우리역시지구라는최고로멋진우주선에올라탄여행자들이다.어쩌면그래서우리의생이그토록찬란한것일까.여행길에서만나면무엇이든다아름다워보이니까.손에무엇하나쥔게없어도콧노래가흘러나오니까._본문2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