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친절 (이나리 소설)

모두의 친절 (이나리 소설)

$13.50
Description
“삶을 기묘하게 재현하는 위험한 이야기가
이제 시작될 것이다.” _박민정(소설가)

문학동네신인상 수상작가 이나리 첫 소설집
쉽게 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문제적 개인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삶의 감각에 대해 재질문하는 이나리의 첫 소설집 『모두의 친절』이 출간되었다. 2014년 단편소설 「오른쪽」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했을 당시 작가에게 쏟아진 “자신만의 목소리가 뚜렷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독특한 시선과 화법으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 “서늘하면서 깔끔한 단편소설의 맛을 잘 아는 작가”라는 찬사는 이 신예작가가 이후 축조해나갈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등단작인 「오른쪽」은 자식의 범죄 사실을 알게 된 엄마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소설로, 교육과 모성을 둘러싼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그에 대한 기존의 윤리를 강화하는 대신 그것을 무참히 허물어뜨림으로써 우리에게 충격과 함께 낯선 매력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오른쪽」을 비롯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은 이처럼 도덕규범에 비추어 보았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인물을 제시하는데, 이들은 대개 여성일 때가 많다. 예민하고 거친 이 여성 인물들은 우리가 작품 속 인물에게 기대하는 바를 배반함으로써 그간 익숙하게 여겨져온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우리를 안내할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항상 올바르고 다정할 것을 요구받는 우리에게 어떤 해방감을 느끼게도 한다.
저자

이나리

2014년단편소설「오른쪽」으로문학동네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완벽한농담_007
모두의친절_037
비타민_065
바퀴벌레_089
타조아니면낙타_107
오른쪽_133
애완식물_155
유턴지점을만나게되면_177

해설|임정균(문학평론가)
사람아닌것들의리얼리티_201

작가의말_221

출판사 서평

“살다보면그럴때가있잖아요.
마치아주어릴때로돌아간것처럼
아무조건도따지지않고깊이친해지는일말이에요.
언니와내가딱그랬어요.언니와나는너무잘맞았어요.
지난밤전까지는요.”

다정하지도올바르지도도덕적이지도않은,
거칠고예민한여자들이일깨우는날카로운감각

소설집의문을여는「완벽한농담」은성적인것에이제막호기심을갖게된여자중학생을화자로내세운다.흔히‘까진아이’라고여겨지는친구‘미루’가‘나’를문구용품점으로이끌며도둑질을하자고말하자‘나’는잠깐고민하지만,이내립글로스를움켜쥐고문구용품점을빠져나온다.자랑스레립글로스를보여주려는‘나’에게미루는도둑질을하자고했던건농담이라며웃으며말한다.그리고그뒤‘나’에게이상한일이일어난다.경찰이집으로찾아와유기된아이가있다는신고를받았는데혹시아는게없느냐고묻는것이다.전날미루와헤어지고집으로가는길에‘나’는가로등아래버려진검은봉지를발견했었다.설마그안에아기가담겨있던것일까.‘나’는자신에게일어난이모든일이도무지현실처럼느껴지지않고,완벽한농담인것만같다.우리를둘러싼세계는그대로인데그것을바라보는시선이달라지는때가우리가성장하는순간을일컫는다면,「완벽한농담」은자신을둘러싼세계를새로이인식하게된여자아이의성장기라고할수있을것이다.
두여성이맞부딪치는순간을그려내는긴장감넘치는서술은표제작인「모두의친절」에서도이어진다.코로나19로인해어린이집이문을닫으면서옆집여자가‘나’에게아이를맡겨온다.‘나’는여자가처한상황을충분히이해하기때문에‘선량한호의’로여자의부탁을받아들인다.그러던어느날직장에일이생겨아이를돌보지못할것같다고조심스럽게말하는‘나’에게여자는“그걸왜이제얘기해?(…)이시간에나더러뭘어쩌라는거야”라고소리치며짜증을낸다.‘나’는여자의뜻밖의반응에자신이아이를맡지못하는상황이미안해야할일인지,미안해야할일인데자신이염치가없는건지헷갈린다.그리고다음날여자가엄청난기세로현관문을두드리며울먹인다.아이가사라졌다고.아이가사라진건‘나’가베푼‘친절’을아무렇지않게여겨온여자에게는당연한결과인걸까.「모두의친절」은어떤사건의인과관계를감정을둘러싼문제로이해하려할때빠지기쉬운함정을우리에게가리켜보이는지도모른다.
한편으로인물이지닌예민함과불안을세밀하게서술하는이나리의특장은그인물이부부일때극대화된다.「비타민」「바퀴벌레」「타조아니면낙타」는모두부부사이의균열과불안에초점을맞추는작품이다.옆집의어린여자와남편사이에서실체가명확하지않은야릇한분위기를감지하고는신경증에가까운불안을느끼는아내(「비타민」),혼자집에있을때만나타나는바퀴벌레때문에두려움에빠지지만이를대수롭지않게생각하는아내와의관계에서끝내해결되지않는문제에맞닥뜨리는남편(「바퀴벌레」),부부동반으로1박2일여행을갔다가,그간누적되어온남편에대한불만을묘한방식으로마주하게된아내(「타조아니면낙타」)등,이나리는겉으로는별다른사건이일어나지않는듯보이는일상아래에서부풀어오르는기포를하나하나집어들어그세부를면밀하게관찰한다.그렇게그기포들은,우리의귓속을간지럽히는알수없는아주작은벌레처럼,우리의내부에서끊임없이끓어오르며모종의불안과불편을유발한다.분명어떤일이일어났지만그일을해결하는것이불가능에가까울정도로요원해보이는상황에서다만앞을향해내달리기만하는인물처럼(「유턴지점을만나게되면」),이나리는무슨일인가가일어나우리를둘러싼모든것이의심스럽게느껴질때,실체를확인할수는없지만분명우리안에서무언가가웅웅댈때,그저그것을들여다보며작은기척에반응하는것이우리가할수있는최대한이아니냐고묻는지도모른다.그렇게이나리는가청영역밖의미세한소리를포착함으로써우리의일상을어그러뜨리는‘무언가’의존재를드러내보이는지도모른다.



이나리의등단작「오른쪽」을읽었을때받은충격을기억한다.신뢰할수없는화자의그악스러운진술,흔들리는카메라의시선을따라가듯위태롭게끝을알수없는외길로내달리던독서의경험.이나리의인물들은대개신경질적이고예민하며강박과두통과지긋지긋함에시달린다.자꾸잘못되고있다는느낌,그느낌때문에아무일도없는데조바심나는일상을보내느라많이지쳐있다.그러나‘죽고싶은게아니라’,‘죽여버리고싶기때문에’내내긴장하는인물들의내면에는전혀다른결의긴장이있다.그토록인간들이지겹다면서순정하게드러내버리고마는죄책감이다.그죄책감의이상한가역반응이소설을이끌어간다.악마에게서도망치다찾아든곳이바로그악마의품임을실감하게하는,삶을기묘하게재현하는위험한이야기가이제시작될것이다._박민정(소설가)

이나리의인물들은유난히예민한사람들이다.(…)이예민한감각은미래를전망할수없는인물들이겪는증상이자,전망을결핍한소설의징후라고봐도좋다.전망이소거된소설의시간안에서인물들이할수있는일은집요하게순간을경험하는것뿐일테니까.그렇게소설의시간이늘어지면,평소에는보이지않고들리지않던낯설고기이한순간이속살을드러낸다._임정균(문학평론가)



사람이사람을이해한다는건가능한가.
사람들각각은언어도,문화도,법률도모두다른독립된세계라고생각한다.그러니사람들이서로를완전하게이해한다는건불가능에가깝지않나.그런생각을오랫동안해왔다.그세계들이맞닿아부딪치는순간을말하고싶었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