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스타킹 한 켤레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실크 스타킹 한 켤레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14.00
Description
세기를 초월해 우리에게 닿은 열한 명의 작가
또다른 삶의 가능성을 문학으로써 증언한 소설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여성 작가의 단편을 선별해 엮은 앤솔러지 『실크 스타킹 한 켤레』를 선보인다. 여성과 자연의 친연성이 남성적 문명에 위협받는 상황에 관심을 기울인 세라 오언 주잇의 대표작으로 첫 장을 열어 시대의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여성의 욕망을 전면적으로 다룬 케이트 쇼팽, 페미니즘 관련 저작을 다수 출간한 여성운동가 샬럿 퍼킨스 길먼, 엄격한 가정환경 속에서 관습적으로 요구되는 여성의 역할에 저항한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뉴욕 상류사회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여성의 성적 열망과 주체적 삶을 주창한 이디스 워턴, 변화하는 미국 남부 세계를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과 인간관계를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엘런 글래스고, 남성복을 즐겨 입으며 남성 주인공을 내세운 소설을 주로 썼던 윌라 캐더, 페미니즘 문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희곡들을 써낸 극작가 수전 글래스펠, 남성 우위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풀어낸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 날카로운 관찰력과 심리 묘사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캐서린 맨스필드, 그리고 다층적인 억압 속에 있는 흑인 여성을 조명한 조라 닐 허스턴까지, 총 11명의 작가가 쓴 13편의 소설을 엮었다.

수록작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쓰인 작품들로 특정했다. 과학기술과 대도시 중심의 소비 자본주의가 급격히 발달한 이 시기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가치관이 무너지고 이성애적 관계나 결혼, 가족이라는 제도 역시 뒤흔들리며 특히 여성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 격변의 시기였다. 여성성이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으로 획득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전통적인 이상적 여성상에서 벗어난 여성을 일컫는 ‘신여성’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동성애자나 크로스드레서, 논바이너리와 같은 퀴어 관련 논의도 전보다 가시화되기 시작한 때였다. 더불어 결혼과 출산을 여성성의 핵심으로 삼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여성의 독자적인 욕망과 자유의지에의 관심도 높아졌다. 19세기 중반 이후부터 많은 여성 작가가 왕성한 작품활동을 선보이는데, 이 격변의 세기 전환기에 쓰인 작품들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의 여성들이 씨름했던 문제를 담고 있다. 작가 11인이 문학을 통해 증언해 보인 새로운 삶의 가능성, 그 선구적 상상력에 깃든 혜안은 지금으로부터 오래전 과거에 쓰였음에도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보편성을 지니며 현재의 우리가 당면한 문제와 갈등, 고민을 해석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케이트쇼팽외

케이트쇼팽(1850~1904)
미국미주리주세인트루이스에서태어났다.미국에정착한프랑스계나스페인계귀족의후손인크레올의삶을담은단편을주로썼다.대표작으로는『깨어남』『바유사람들』『아카디에서보낸하룻밤』등이있다.

세라오언주잇(1849~1909)
미국메인주사우스버윅에서태어났다.고향인메인주의풍경과사람들의순박한삶을주로그리며‘지방색작가’로알려졌다.대표작으로『뾰족한전나무의고장』『시골의사』『백로』등이있다.

메리E.윌킨스프리먼(1852~1930)
미국매사추세츠주랜돌프에서태어났다.가족을부양하기위해십대시절부터아동소설과시를썼다.대표작으로는『변변찮은로맨스』『뉴잉글랜드수녀』『펨브로크』등이있다.

샬럿퍼킨스길먼(1860~1935)
미국코네티컷주하트퍼드에서태어났다.작가이자여성운동가,사회운동가로활동했다.대표작으로는『여성과경제』를비롯한페미니즘관련저작들과『여자만의나라』등의장편소설이있다.

이디스워턴(1862~1937)
미국뉴욕의부유하고명망있는집안에서태어났다.가든디자이너,인테리어디자이너로활동하며『집장식』을출간했고,소설가로서는뉴욕상류층의생활상과그변화를주로그렸다.대표작으로『이선프롬』『순수의시대』등이있다.1921년여성최초로문학부문퓰리처상을수상했다.

엘런글래스고(1873~1945)
미국버지니아주에서태어났다.평생버지니아에살며변화하는남부세계를배경으로남녀의사랑과인간관계를다룬소설을주로썼다.대표작으로『민중의목소리』『불모의땅』『구원』『여기우리생애에』등이있다.1942년퓰리처상을받았다.

윌라캐더(1873~1947)
미국버지니아주백크릭밸리에서태어났다.아홉살에네브래스카로이주했고,그곳에서북유럽이주민들과함께보낸십년간은이후작품의중요한소재가되었다.『오,개척자여』『나의앤토니아』『우리중의하나』등이대표작으로꼽힌다.1923년퓰리처상을받았다.

수전글래스펠(1876~1948)
미국아이오와주대븐포트에서태어났다.대학졸업후신문기자로일하다가고향으로돌아가본격적으로소설을쓰기시작했고,곧바로유망한신인으로떠올랐다.대표작으로는소설『정복당한자들의영광』과희곡『사소한것들』『앨리슨의집』등이있다.1931년퓰리처상을받았다.

버지니아울프(1882~1941)
영국런던에서태어났다.내면의식의흐름을정교하고섬세한필치로그려내면서현대사회의불확실한삶과인간관계의가능성을탐구한20세기대표적인모더니즘작가로꼽힌다.대표작으로소설『댈러웨이부인』『등대로』,산문『자기만의방』『3기니』등이있다.

캐서린맨스필드(1888~1923)
뉴질랜드웰링턴에서태어났다.1908년런던으로건너가평생유럽에서거주했다.섬세한관찰력과심리묘사가두드러지는소설로대표적인모더니즘작가의반열에올랐다.대표작으로는『행복』『가든파티』등이있다.

조라닐허스턴(1891~1960)
미국앨라배마주에서태어났다.세살때이턴빌로이주해,흑인들스스로세운도시에서자기긍정의정신과독립심,자긍심을배우며어린시절을보냈다.대표작으로『노새와사람들』『요나의박넝쿨』『그들의눈은신을보고있었다』등이있다.

목차

책을엮으며|세기전환기의여성

세라오언주잇백로
메리E.윌킨스프리먼뉴잉글랜드수녀
샬럿퍼킨스길먼누런벽지
케이트쇼팽아카디아무도회에서
[속편]폭풍우
실크스타킹한켤레
윌라캐더감상적이지않은토미
이디스워턴다른두사람
수전글래스펠여성배심원단
버지니아울프벽의자국
캐서린맨스필드작고한대령의딸들
엘런글래스고제3의그림자인물
조라닐허스턴땀

출판사 서평

부연안개속에서도진실을꿰뚫어보는명징한시선
고요하고차분하고광활한상상력으로구현해낸삶의진경

당시여성의글쓰기는예술성이나작품의중요도면에서가치가낮다고폄하되었다.글을쓰는창조적행위자체도여성에게는권장되지않았을뿐더러글을통해욕망을드러냈다는이유로단죄당하는일도부지기수였다.그럼에도불구하고여성들은글쓰기를결코멈추지않았다.
이책의작가열한명은제각기다른삶의이력과문학적감수성,작품세계를살려다채로운작품들을완성해냈다.자신의삶과경험을반영한서사에절망과분노를스며들게하거나자유롭고독자적인삶에대한끝없는열망또는더나은미래에대한희망을녹여냈다.사회의검열을피해고딕소설이나추리소설의형식을빌리는경우도있었다.눈에보이지않는여성존재를등장시켜불안감과공포감을유발하고(「제3의그림자인물」)살인사건의실마리를파헤치는과정에서결정적인단서를찾아내는여성들의이야기(「여성배심원단」)가그예다.폭력과착취를일삼는남성에대해서는소설속에서인과응보의방식으로복수를했다(「땀」).
『실크스타킹한켤레』에등장하는여성인물들은다양한입장과상황에놓여있지만모두주체적으로사고하고행동한다.멀리떠난약혼자를기다리다가자기도모르는사이독신생활의즐거움을깨닫고비혼의삶을살기로결단을내리거나(「뉴잉글랜드수녀」)이분법적성별로정체화되지않는인물이성별에따라강요되는전형적인성역할을무화시키며자주적인삶을살아나간다(「감상적이지않은토미」).여성을옭아맨억압적인현실과세태가풍자적으로드러나기도한다.가부장적인아버지밑에서평생자신의뜻을펼치지못하고살아온자매는그가세상을떠난뒤에도자신들에게드리워진그림자에서벗어나지못하고(「작고한대령의딸들」),아내가자신의욕망을그대로받아들여행동하고처신해주기를기대하던남성이결국에는같은이유로궁지에몰리는(「다른두사람」)식이다.작가들이이러한텍스트아래에숨겨둔절망과분노,욕망과희망을톺아보노라면당시사회의면면과시대분위기가선명하게읽힌다.결혼에대한기존의관념과그신성함이옅어지면서이를대하는여성의태도역시달라졌음을가늠할수있고,변화한현실에유리된위계와법칙을고수하는남성적사고에반기를드는여성적인식이생겨났음을엿볼수있다.
한편창조성과자유의지를완전히억압당해진정한삶을살지못하는여성이극도의히스테리증세를보이는내용의「누런벽지」는작가혹은예술가였던여성에게서나타나곤했던신경증적병증이실은표출되지못한창조성과관련되어있을가능성을짐작하게한다.또한실크스타킹의감촉을통해잠들어있던욕망과섹슈얼리티가발현되는여성의모습(「실크스타킹한켤레」)에서는상품소비자로서의욕망이단순한소비욕구나허영이아니라깨어나는여성의욕망과얽혀있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이렇듯11인의작가가명징한시선과광활한상상력을발휘해구현해낸삶의진경은오랜세월침묵을강요받은여성의목소리를대변하면서변화하는세계를날카롭게포착해낸다.

“사고하는일이곧나의싸움”
내면깊숙한열망을해방시킨소설이라는무대

“사고하는일이곧나의싸움”이라고버지니아울프가말했듯,여성작가들은부당한관습과사회적불평등에끊임없이의문을품고저항해왔다.이책에수록된작가들은소설을통해또다른삶을모색해보고자한대표적인여성들이다.전방위적으로획기적인변화가생긴이세기전환기는여성에게새로운삶의가능성을열어젖힌시기이기는했지만,실제로당시여성들에게삶의선택지란여전히제한적이었다.이런상황속에서여성작가들은자신이직간접적으로겪고있는변화를예리하게살피며,내면의사그라지지않는뜨거운열망을소설이라는무대위에펼쳐보였다.소설은여성이자신의내밀한감정과사회적교류에대해탐구하고삶의여러선택지를상상해볼수있는가장좋은장르인동시에자신들을둘러싼부조리한현실에서잠시나마눈을돌리게해주는훌륭한수단이었다.세라오언주잇이윌라캐더에게보낸편지에쓴말처럼“해가바뀌어도변함없이끈질기게마음을괴롭히는통에결국종이에똑바로써내려갈수밖에없는것-이는사소하든거창하든틀림없이문학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