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들은 밤에 찾아온다 (세스 노터봄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여우들은 밤에 찾아온다 (세스 노터봄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유럽 문단의 거장 세스 노터봄,
지중해 연안 도시들에서 감각적으로 직조해낸
죽음과 마음의 치유에 관한 여덟 가지 이야기

당신은 하루에 한 번씩 죽고 싶어했고
매일 밤 어둠을 두려워했다.
여우들은 밤에 찾아온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사고로 목숨을 잃은 건 나였다.
나의 빛은 꺼져가고 있지만
아직 진짜 이별이 온 건 아니다.
죽음은 세 가지 순간으로 나뉘니까.
우리가 헤어질 때, 육체가 죽었을 때,
그리고 마침내 산 자가 죽은 자를
혹은 죽은 자가 산 자를 잊기 위해 마음먹은 때.

세스 노터봄은 스물두 살에 장편소설 『필립과 다른 사람들』을 발표하고 안네 프랑크 상 첫 수상자가 되면서 유럽 문단의 스타로 주목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방랑처럼 계속된 여행의 경험과 고전·역사·철학·예술에 대한 해박함을 바탕으로 문단의 철학자, 여행자, 모방할 수 없는 작가로 불리며 폭넓은 사유와 독특한 통찰이 빛나는 작품세계를 구축한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여우들은 밤에 찾아온다』는 20개국 출간 베스트셀러 『계속되는 이야기』에 이어 노터봄 문학의 핵심이 응축된 대표 소설집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 2010 벨기에 황금부엉이상 수상
저자

세스노터봄

1933년7월31일네덜란드헤이그에서출생했다.가톨릭신자인의붓아버지에의해수도원소속학교들에보내졌으나전학을거듭하다위트레흐트의야간학교에서중등교육을마쳤다.유럽전역을유랑하듯여행하고그경험을바탕으로장편소설『필립과다른사람들』(1955)을출간했다.이작품으로안네프랑크상최초수상자(1957)가되면서유럽문단의스타로부상했다.시집『죽은자들이고향을찾는다』(1956),희곡『템스강의백조들』(1959),여행기『브뤼에에서의어느오후』(1963)등으로다채로운글쓰기를선보였다.작품중최초로장편소설『의식』(1980)이영미권에소개되며이름을알렸고,장편소설『계속되는이야기』(1991)가20여개국에번역되고베스트셀러에오르며세계적명성을얻었다.『산티아고가는길』(1992)을비롯해20편이넘는여행기를써내며여행문학의심오한지평을연작가로손꼽힌다.미국의페가수스상(1983),유럽의아리스테이온상(1993),독일의괴테상(2002),네덜란드의페이세이호프트상(2004)등을수상하고프랑스의레지옹도뇌르훈장(1991)을수훈했으며,베를린예술아카데미와미국현대어문협회회원으로임명되었다.세스노터봄은세계각국을여행하며체득한경험과고전·역사·철학·예술에대한해박함을바탕으로시와소설,에세이와여행기,희곡과시사평론등을집필하며폭넓은사유와통찰위에서고유한작품세계를구축했다.

목차

곤돌라|뇌우|헤인즈|9월말|마지막오후|파울라|파울라Ⅱ|가장먼곳|옮긴이의말|세스노터봄연보

출판사 서평

시간과존재를붙들어두는사진을매개로산자와죽은자는교감한다
「곤돌라」「헤인즈」「파울라」

세스노터봄이천착해온대표주제는‘죽음’이다.삶과죽음의경계,이별의의미,산자와죽은자의마음에대해묻고사유하며자신의문장으로그미지의세계를다뤄왔다.노터봄은『여우들은밤에찾아온다』에서시간을잡아두고속이는‘사진’을통해죽은자를기억하는인물들을그린다.「곤돌라」의주인공은사십년전베네치아여행에서애인과찍었던사진한장을들고다시그장소를찾는다.사진속여인은세상을떠나고없다.그는죽은자를생생히떠올리게하고,더는존재하지않는과거를대면시켜주는사진의위력에새삼놀라움을느낀다.더불어사십년전머물렀던공간을다시거닐며죽은애인의부재(不在)를느끼는여행을통해아직어딘가열려있는그녀와의관계를나름의방식으로끝맺고자한다.그는그이별의식이살아있는자신과죽어버린그녀를위해꼭필요한일임을안다.

실제로누군가가자신의인생에서그저사라져버린다는건견딜수없는일이다.필요한건백가지평행한삶들이다.(18p,「곤돌라」)

과거의일에서무언가놓치는것들이있기마련이다.가령검증해보는일이나이별의형식같은.필요하다면자신뿐만아니라상대방을위해서라도끝맺음이있어야한다.(25p,「곤돌라」)

「헤인즈」에서‘나’는과거에자주어울린무리와찍었던단체사진을본다.그중헤인즈는이탈리아해안지역리구리아에살면서사랑하는사람이죽은뒤술로급격하게망가져간인물이다.나는남모르는비애를품은동시에경박함과유쾌함을지닌헤인즈에게정의할수없는매력을느끼고함께어울리지만,결국그가망가진몸으로죽음에다다른순간에는먼곳에떨어져있게된다.훗날나는사진속헤인즈의모습을낯설게바라보려고시도하며그의삶에대해새롭게알아낼단서들이있을지탐색한다.「파울라」의화자역시수십년전함께어울리던무리중유일하게자신이깊은감정을품었으나안타깝게생을마감한여인파울라를기억한다.최소한의물건만남기고텅빈집에서수도자처럼살고있는화자는여전히과거의기억만을잔뜩끌어안은채그녀의사진을바라보며,이것이완전히이별하지못한자신이그녀와교감할수있는방법이라고생각한다.

죽음은세가지이별의순간으로나뉜다
「마지막오후」「파울라Ⅱ」

노터봄은육신의죽음이후인간의정신이진정한소멸에이르기까지의과정을상상하는데,이는죽은자의정신뿐아니라남겨진이의마음이치유되는일과도연결되어있다.「마지막오후」에서‘나’는급작스럽게죽은남편과의이별을받아들이지못한채지낸다.그러다어느늦은오후,여느때처럼정원에드리운사이프러스그림자가담장너머로사라지는모습을보고돌연깨닫는다.이제야자신의남편이죽었음을,빛의움직임에민감하고밤을두려워했던그남자를진정으로떠나보낼순간이왔음을.그러면서그녀는죽음이세가지순간으로나뉜다고생각한다.서로가헤어질때,육체가죽었을때,그리고산자가죽은자를혹은죽은자가산자를잊기로마음먹은때.

그가죽었을때그녀에게그건진짜죽음을뜻하지않았다.지금에야그는죽었다.그녀에게그의진짜죽음은사이프러스그림자가담장높이드리웠던비밀스러운순간에일어났다.어찌그토록확신할수있을까?그녀는세가지순간을생각했다.이별의순간,그의죽음의순간,그리고그를잊기위해오래끌어온지금의순간.이제그는하나의그림자가되었고,그그림자는진짜죽음이었다.(135p,「마지막오후」)

내존재는내기억들이다.그건확실하다.그러나그기억들을얼마나간직할수있는지는모른다.그기억들을잃은뒤에야내진짜죽음이오는것이다.내가아직살아있다고말하는건그런의미에서다.죽었어도죽은것이아니다.아직내가무언가끝맺음할일이있다는느낌이든다.(178p,「파울라Ⅱ」)

「파울라」에서회상의대상이었던죽은파울라가「파울라Ⅱ」에서는화자로등장한다.그녀는죽음이후존재도시간도없는상태에놓이지만자신의기억만은생생히간직하고있다.그모든기억들을벗어내고진짜죽음에이르러야한다는걸알면서도,사랑했던사람에대한그리움과뒤늦게깨닫는후회라는감정안에좀더머물며자기삶에서해소하지못했던물음들을던진다.

자연속에서분투하는생과죽음의몸짓
「뇌우」「9월말」「가장먼곳」

오랜세월세계를여행하고세상을탐구해온노터봄의소설에서는흥미로운여행기혹은자연을노래하는섬세한서정시의면모를느낄수있다.『여우들은밤에찾아온다』는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의지중해연안도시를배경으로,죽어야하는운명과살아가야하는숙명을지닌인간이자연속에서교감하고굴복하고몸부림치는모습들을보여준다.

수지의몸무게는48킬로그램이다.따라서바람이세게불지않아도바다로나가는넓은도로에서는충분히날아갈수있다.위성류나무,소나무,무화과나무,나뭇잎이흔들리고바람이운다.끝까지버티는거야,그녀는가냘픈왼쪽어깨로바다에서육지를향해휘몰아치는광풍을맞으며중얼거린다.끝까지버티는거야.(115p,「9월말」)

백마리의갈매기떼보다더크게비명을질러댄다.그곳에빠져죽은자들에게소리를지른다.남자와여자모두돌아오라고소리친다.나는안다.그깊은곳으로사라져버리고싶음을,흔들리며춤을추는물결속으로없어져버리고싶음을.그리고그렇게하지못한다는것도안다.춤이끝났다는것도,다시먼길을되돌아가야한다는것도안다.(200p,「가장먼곳」)

「9월말」에서‘수지’는스페인에사는영국인이고,자신과가장가까웠던두사람이세상을떠난뒤해안가집에서홀로살고있다.그녀와잠자리를하는동네술집의종업원은빨리찾아온추위탓에관광객이줄자도시를떠날생각을하지만,그녀는영국식으로추위에대비하고그곳자연에순응하며“끝까지버티는거야”라는말을주문처럼읊조린다.「가장먼곳」의‘나’는흐린날이면섬가장멀리있는등대에간다.분노와환호가교차하는파도소리를들으며드넓은바다앞에서춤을춘다.굽이치는물결속으로사라져버리고싶은충동을느끼지만먼저빠져죽은자들을생각하며소리만지를뿐이다.결단하지못하고현실로돌아가야하는자신에게굴욕감을느끼며다시강풍이불고바다가광포하는날이오기를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