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소설집)

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소설집)

$13.50
Description
“현대사회를 사는 공격적이지 못한 소시민의
위로받을 수 없는 불안과 분노의 피해의식을 본다.” _박완서(소설가)

단정한 문장을 뚫고 터져나오는 야성적인 목소리
14년 만에 새로이 펴내는 초기 편혜영 세계의 압축판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서운 존재감을 발휘하며 쉼없이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 편혜영의 두번째 소설집 『사육장 쪽으로』를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만약 이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하드고어적 이미지들 속에서 기이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현대 소설 미학의 낯선 차원을 만나는 두근거리는 모험이 될 것이다”(문학평론가 이광호)라는 평을 받은 첫 소설집 『아오이가든』(문학과지성사, 2007)과 “현대사회의 익명성과 인간소외에 대한 고발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만의 시각과 어조로 그 주제를 완전히 환골탈태했다”라는 평과 함께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세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문학과지성사, 2011) 사이에 놓인 『사육장 쪽으로』는 낯설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집요하게 묘사하며 작가의 시작을 알린 편혜영의 작품세계가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쪽으로 서서히 변화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편혜영의 소설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집이다. 더구나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아직까지 소설 쓰는 사람으로 지낼 수 있는 것은 그 시절을 지나온 덕분”이라고 밝히고 있듯, 이 소설집이 작가로서의 일종의 터닝 포인트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사육장 쪽으로』는 지금까지 펴낸 11권의 책들 중에서도 특히 독보적인 무게감을 드러낸다. 함께 출간되는 신작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과 함께 우리는 편혜영의 초기 세계와 아울러 그 세계에서 시작되어 현재에 이른 궤적을 따라가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편혜영

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소년이로『어쩌면스무번』,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선의법칙』『홀』『죽은자로하여금』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셜리잭슨상,김유정문학상,제1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소풍…007
사육장쪽으로…035
동물원의탄생…061
밤의공사…087
퍼레이드…113
금요일의안부인사…139
분실물…167
첫번째기념일…195

초판해설|신형철(문학평론가)
섬뜩하게보기…219

초판작가의말…237
개정판작가의말…240

출판사 서평

“언젠가는길이끝날거였다.
길이끝나는곳까지달려가면어딘가에닿을것이다.
그는그들이닿는곳이사육장쪽이면좋겠다고생각했다.”

소설집에실린8편의단편은“매일같은시각에집을나서기위해서같은시각에잠에서깨어났고,그러기위해서날마다비슷한시각에잠자리”(「사육장쪽으로」,39쪽)에들기위해노력하는사람의일상이한순간어그러지는순간을포착한다.일상을망가뜨리는것은갑작스레도로위로나타난‘트레일러’이거나(「소풍」)언제든집으로쳐들어올수있음을경고하는‘계고장’이며(「사육장쪽으로」),중요한서류가담긴가방이분실되는사건이기도하다(「분실물」).이러한변화앞에서인물들이할수있는일은거의없다.오히려그전과다름없는일상을반복하는것만이그들에게남아있는유일한해결책처럼보이기도한다.뒤에서트레일러가덮칠듯따라붙는상황에서도‘남자’와‘여자’는도로위를계속해서달려야하고(「소풍」),완전히파산하여돈을버는족족빼앗길위기에처해있으면서도‘그’는회사에늦지않기위해차에올라타야한다(「사육장쪽으로」).
그리고이러한권태롭고무기력한일상을살아가는인물들의한편에자리해있는것은도시에서는좀체찾아볼수없는‘야생성’이다.동물원에서시베리아산늑대가사라진뒤늑대를잡으려는사람들이밤의사냥에나서면서이상한활기를되찾는도시나(「동물원의탄생」)“죽은채가라앉은들쥐며들고양이,소문대로라면사람의사체가한데섞여냄새를풍기”는(「밤의공사」,91쪽)습지는그자체향기와악취가,불빛과어둠이,사람과동물이뒤섞인채로공존하는공간을그대로드러내는듯보이기도한다.
이렇듯반복되는일상을살아가는사람들의불안과두려움을편혜영특유의빈틈없는문장으로담아낸이소설들은안개가깔린도로를겁없이질주하는듯한맹렬함으로우리를긴장과몰입의세계로몰아붙인다.


교외의전원주택에사는평범한월급쟁이가장에게어느날닥친,가족을지킬수없을것같은사건사고는마치내가직면한위기처럼리얼하게다가온다.사육장에서탈출한개에게물린아이를데리고차를모는병원방향이사육장쪽이라는것,그가운전해가는신작로와고속도로에서그를앞지르거나스치는트럭,트레일러등큰기계에대한그의무서움증에서우리는현대사회를사는공격적이지못한소시민의위로받을수없는불안과분노와피해의식을본다._박완서(소설가)

편혜영의단편들은경제적으로제어된서술,정교한디테일을통한암시,통일된인상의창출등과같은단편소설의고전적규범을정확하게습득한바탕위에쓰인것이다.표제작은물론그밖의단편모두현대의삶에대한은유를이루는여러가지상황을박진감있게제시하고있다.그상황의핵심은겉으로는정연한듯한인간세계어딘가에도사리고있는,어느순간인간현실을현실이아니게만드는불확실성의출현에있다.편혜영은일상생활의조건을이루는현실의범주들이어떤원초적인미혹에먹혀버리는광경을기괴한방식으로포착한다.그리고모든의미와상징의질서를헛것으로만드는집합적무의식의심층을냉혹하게파고든다.인간의내부,그암흑의핵심을향해이토록깊이시추를내린작가는우리문단에흔치않다._한국일보문학상심사평에서


오래전에소설을묶으면서,작품을다쓰고나면한시절을잃은것같은느낌이든다고썼다.
시절을잃은기분으로썼던소설을시간이지나되새기자니무척겸연쩍지만지금의나보다용감하고무모했던나에게,이책에담긴소설로그시절을건너와주어고맙다고말하고싶어서부끄러움을무릅썼다.

아직까지소설쓰는사람으로지낼수있는것은그시절을지나온덕분이라고여기고있다._‘개정판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