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장수양 시집)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장수양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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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1년 문학동네시인선의 문을 여는 시집은 201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장수양 시인의 첫 시집이다. “장수양의 시는 속삭이며 걷는다. 허공의 접촉, 허공의 온도를 느끼며 사람들 사이를 걷는다. 그 속삭임은 일상의 풍경을 매달고 홀로 나아가지만, 삶의 가장 가까운 단면에 시적 언어의 섬세한 뉘앙스로 존재의 차원을 확장한다.”(시인 박상순)

겨울의 끝, “맑아서 보이지 않는/ 고백이 눈으로 내렸”(「선의」)던 계절을 지나 이제 “사라지는 눈사람처럼/ 시간은 처음의 모습으로 반짝이기 시작한다”(「연말상영」). 시공간의 위계를 지우고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물어 자신만의 시적 공간을 펼쳐 보이는 시 64편, 섬세히 나누어 3부에 담았다.
저자

장수양

2017년『문예중앙』을통해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안전제일
유리체/사람들이떠나기를좋아하는세계/플루트/신년인사/연말상영/사랑의조예/수요일/나란한시/여는시/친구는다치지않으리/정원/Pi-하고있는/플라스크속의작은인간/같아요/유저인터페이스/중학생/틀림없는중학생/중학생의별/미소/휴일/빛의운/사랑들

2부진짜밤
연강-땅/여읜시/선물/타임/손가락을접자손가락이없어졌다/이어year/사랑의뉘앙스/작은포크병/편지화/우산이있는소품/요새/선과/소다수의삶/레몬진저의새로운삶/사람행/언니의밤/블러핑/아니스타와아니불빛/사랑하지않으면사랑이된다/미/연강-강

3부작고불켜졌고사라지지않는
섬광의시/파인/소라/박쥐와당신/무크지/쇼자인테쉬크톨/컨트리/물룸/트루먼쇼증후군/lesson/네이처/올해의도마/연기령/실루엣의시/미치/캐치!/우리의주인님/폼포폼포폰포폰폰,1911/모자키스/티라와오브,그리고티라와오브의아름다운세계/선의

출판사 서평

“사라지는눈사람처럼
시간은처음의모습으로반짝이기시작한다”
-우리가기억하는,누군가를만졌던손끝
그손끝에서태어나는시

2021년문학동네시인선의문을여는시집은2017년『문예중앙』으로등단한장수양시인의첫시집이다.“장수양의시는속삭이며걷는다.허공의접촉,허공의온도를느끼며사람들사이를걷는다.그속삭임은일상의풍경을매달고홀로나아가지만,삶의가장가까운단면에시적언어의섬세한뉘앙스로존재의차원을확장한다.”(시인박상순)겨울의끝,“맑아서보이지않는/고백이눈으로내렸”(「선의」)던계절을지나이제“사라지는눈사람처럼/시간은처음의모습으로반짝이기시작한다”(「연말상영」).시공간의위계를지우고일상과비일상의경계를허물어자신만의시적공간을펼쳐보이는시64편,섬세히나누어3부에담았다.

독특한미학으로우리를찾아온장수양시인의첫시집을읽는방법은여럿일것이다.앞서인용한박상순시인의말처럼‘허공의접촉,허공의온도’를감지하며거기서시인이포착한것이무엇일지따라읽을수도있을것이고,「중학생」「틀림없는중학생」「중학생의별」혹은「나란한시」「여는시」「여읜시」그리고「섬광의시」와「실루엣의시」,「소다수의삶」「레몬진저의새로운삶」처럼제목의유사성이나연관성을단서삼아그시들을우선연이어읽어볼수도있을것이다.길이와호흡이다양한시들이리드미컬하게읽힌다.둘혹은셋사이의비밀스러운대화를엿듣거나정체를특정할수없는캐릭터들이꾸리는연극무대를보는듯한느낌을갖게하는시(「같아요」「아니스타와아니불빛」「우산이있는소품」「우리의주인님」등)도다수포진해있는것이큰특징이다.한권의시집에서누릴수있는쾌감을이토록다채롭고선명하게담은시집도흔치않으리라.

삶은너무많은부재로덮여있고사람들은그빈공간을조롱으로채워넣으려한다자본주의는결핍을그대로놔두는것에대한비난을멈추지않기때문이다자신을압도하고있는거대한비난에조롱으로대응하는것은우리가처음부터알고있는비참해지지않을수있는,큰노력이필요없는,일시적인대처법안에들어가있다그나저나레몬진저,내삶에주어졌을약이백오십개정도의금요일을네가살고있다면얼마나좋을까금요일에서금요일로이어지는연결음은하얗고파랗고너처럼선명하겠지
_「소다수의삶」에서

-당신앞에서당신을구걸하지도않는악마
-제것
-당신
-제것아님
-사랑
-뭐가됐든당신것은절대로아닙니다
-뭐가남았습니까?
-축하합니다
-당신은
-오직당신만의것이랍니다!
_「박쥐와당신」에서

‘밤’과‘사랑’이라는키워드를양손에쥐고읽어갈수도있지않을까.장수양의시들에는깊은밤혼몽한상태로꿈에서깨어나‘지금이진짜밤이라고ㆍ’라고갸웃할때느껴지는비일상성,시공간에대한낯선감각과거기서발생하는듯한이미지들이담겨있다.
서시에해당하는시「유리체」도입부에등장하는,도로위에선“커다란코트를입은사람”,그코트가“날개처럼”보이는아마도어느밤,화자는“그가위험하지않길바라”며“한번쯤날았다고믿는호의로해둔다/함부로뒹굴어도아프지않게”말이다.“우리의낯섦은죄가없고/보이지않는것은/보지않는것보다상냥하다”고느껴지는밤의이야기들.이것은시간에대한감각을모호하게만드는극장안의어둠속에서펼쳐지기도한다.“손을잡으면눈이녹아/극장에서는그래”라는,표제가된시구로시작하는시「연말상영」에서다.“모두떠나고나면/흐트러지는공간으로서눈뜨는/어둠이있”는곳.거기서우리는“누굴만졌던손끝을기억하고”만다.

너는어두울수록맑아지는게있다고했지만나는컴컴한공간에서매번어리숙했다.숨쉬는걸잊어버려서,나중에는귓가에다른사람의숨소리가닿는다고생각했다.그러자나는어둠속에하얗게떠오른너의얼굴을볼수가있었다.이런걸사람들은시네마라고부르는걸까.
_「연말상영」에서

더불어‘시인의말’부터시제목,시구구석구석에이르기까지장수양시에서‘사랑’의기운을감지하는것은어려운일이아니다.

배고파,추워같은말을무심코하기는싫어
사랑해,좋아같은말은
죽어도입에안익지
우리도안다
매일매일은사랑할수없지
_「언니의밤」에서

매일매일은할수없는것,멈춘채기다리고있는것,세상이아무리시끄러워도조용히해야하는것,만개하지않았던것이자슬픈것,‘친구’와‘너’사이에생긴거대한건널목과같은것으로사랑은언급되고사유된다.

잠깐날았다가오래앉았다.사랑들이사람처럼주위에모인다.
나는사랑들을먹이고재우다가잠든다.잠속에서나는잠들지않으려고한다.
사랑들이나를떠난다.검은천으로얼굴을덮고하얀하늘을날아사라진다.
사랑으로된잠을길게끄는사람이뜰에버려져있다.
_「연강-땅」에서

해설을덧붙이지않고오롯이시의언어만으로담담히채운이첫시집은창작에대한시인의입장과태도를그대로드러내는것이리라.손을잡으면눈은녹고,그자리에채워질것은읽는이저마다에게다를터이다.“사랑하는사람들로가득차커다란혼자”(‘시인의말’)인존재가아주먼곳까지가보고또아주가까이를들여다본일,할수있는데까지다해본이야기,내밀함과환상성의힘으로밤을펼치고사랑을담아둔그깊고확장된여정을즐겁게따라가볼일이다.

ㆍ장수양시인과의짧은인터뷰로첫시집을낸시인의소회를전한다.

Q.첫시집을낸소회가궁금합니다.
딱기쁜만큼의부끄러움이있어요.제가글을쓰는사람이아니었다면누구의앞에서든제안에만있던말들을이렇게나늘어놓을수있었을까요.저는모르는사람들앞에서도생각과마음을늘어놓고싶은사람인거예요.전부터알고는있었는데,시집이나오니공식적으로인정하는듯하여더부끄럽습니다.

Q.시가가진특별함은무엇일까요?
살아있는한누구나듣고싶은말이있고,모두각자인지라잘맞는말을찾기가힘듭니다.그말을찾지못해비참해지는때도있습니다.저는사람들이아직듣지못한말을찾을때헤맬만한지도로써시가있다고생각해요.시는언어의첨단에있기에다른곳에서찾지못했다면시에서발견할가능성이높습니다.

Q.첫시집을엮으며특별히중요하게생각한지점이있다면?
이시묶음으로부터감상에방해가되는심각한의혹이발생하지않기를바랐습니다.제시에애써해석해야할만큼비밀스러운것은들어있지않기때문에요.시들의순서를지루하지않게배치하고싶었던욕심도있습니다.격렬한시가있으면그다음은되도록평온한시가오도록했어요.전체적으로읽기편하고친밀하게만들려고노력했습니다.

Q.이번시집에서특별히아끼는시와그이유가궁금합니다.
떠오르는시들이열편정도가있는데요.그중소개하고싶은한편은「사랑의조예」입니다.이시는제가어떻게계속시를써야하는지,무엇을쓸것인지고민하던중에썼던것으로,나의시라고해서나만의이야기가아니라는것을알게한시이기도합니다.이러한시들을쓰면서저는시로서다른사람들을사랑하고그리워하며,곁에두게되었습니다.

Q.시집에'대화'형식의시들이많은게인상적인데요,이러한형식을종종쓰는이유가있으시겠지요?
대화로된시는덩그러니있는단상을한편의시로완성하기위한레퍼런스중하나입니다.하나의말로서시가나아가지못할때다른하나를부르곤합니다.저스스로는편법이라고생각하기도해요.때로는꼭하고싶은말을혼자서는이끌어낼수없었어요.무엇이든같이말을하고있다는가정이나환상이필요했습니다.

Q.시인이소개하는자신의시집,독자들께어떻게소개하고싶으신가요?
이시집은저한테나소중하지,독자여러분께소중할리없습니다.당연한거죠.그래서저는여러분이시간을할애하여이시들을읽을때,조금이나마즐거움을,일말의감흥을느낄수있도록하였습니다.그것만은사실이에요.하나더말하면*사랑이들어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