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 꾸세요 : 김멜라 소설집

제 꿈 꾸세요 : 김멜라 소설집

$14.50
Description
부드럽고 신비로운 바람이 불어오면 시작되는 이야기
누군가의 꿈속을 향해, 사랑하는 사람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가 바라온 8편의 이채로운 해피 엔딩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힘으로 우리를 강력하게 몰입시키는 꿈의 세계처럼, 상상을 자극하는 생기로운 질문들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투명하게 비추는 김멜라의 두번째 소설집 『제 꿈 꾸세요』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김멜라는 최근 다양한 작가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호명되고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매 계절 스펙트럼이 넓은 작품들을 발표하며 특별한 성취를 쌓아왔다. “모든 것을 다해 말하고 모든 것을 다해 웃으며, 자기 속도로 걷는 ‘체’라는 인물에게 나는 압도당했다”(소설가 이승우), “김멜라는 고유한 문제의식을 밀고 나가면서도 이를 거침없이 확장해가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준다”(문학평론가 김보경)라는 평과 함께 제12회 젊은작가상과 제11회 문지문학상을 잇따라 받은 「나뭇잎이 마르고」와 ‘레즈비언 커플을 불만족스럽게 바라보는 딜도의 관찰기’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제13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저녁놀」, 그리고 “맑은 마음들이 만나지면서 깨끗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작품”(소설가 오정희)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23회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제 꿈 꾸세요」가 포함된 이번 소설집은 새로운 목소리를 지닌 개성적인 작가가 등장하길 바라온 우리의 마음을 도발적이면서 경쾌한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줄 것이다.
저자

김멜라

1983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소설집『적어도두번』,『공공연한고양이』등이있다.『소설보다:봄2021』을함께썼다.『2021제12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링고링007
나뭇잎이마르고055
저녁놀093
설탕,더블더블137
논리173
물오리207
코끼리코229
제꿈꾸세요261

해설|오혜진(문학평론가)
빈괄호를그냥둔채누군가를웃게만드는일297

작가의말339

출판사 서평

“좋은만큼무서운마음이들지만그것보다더크게좋아.”

2022젊은작가상수상작「저녁놀」,
2021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수상작「나뭇잎이마르고」수록

부드럽고신비로운바람이불어오면시작되는이야기
누군가의꿈속을향해,사랑하는사람의미래를향해나아가는
우리가바라온8편의이채로운해피엔딩

김멜라의소설세계를향한열광의시작점인「나뭇잎이마르고」는대학선배인‘체’가오랜만에‘앙헬’에게연락을해오는장면에서출발한다.이때우리를소설가까이로잡아당기는힘은“한글자음을온전하게발음하지못”(58쪽)하는탓에중간중간고인침을삼키느라말을멈추는체의모습이다.체는불분명한발음으로앙헬에게말한다.그녀의할머니가며칠째한끼도먹고있지않아가족모두가걱정하는가운데,앙헬을보고싶어한다고.할머니를위해잠깐시간을내어줄수없냐고.앙헬에게체는어떤사람이었나.짧은머리에겨울의나뭇가지처럼팔다리가앙상했던체는“보는사람에게안타까움과동시에옅은안도감을불러일으”(65쪽)키던사람이었다.그리고한편으로자신에게필요한것을분명히요구할줄알며,준만큼되돌려받지못하더라도다시자기의것을내어주는,“다헤아릴수없는크고높은면이있”(75쪽)는사람이기도했다.또한여자와나누는사랑을원하고그욕망을부끄러워하지않던사람이었다.한번은앙헬에게‘둘이같이살자’며청혼을해오기도했었다.그런체를만나기위해앙헬은공주로향할결심을한다.

「링고링」은퀴어로자신을정체화하지않은청소년화자의모습에집중하며그가느끼는혼란스러움과들뜬충동을세심하게담아낸다.사귀는사람이동성인여자라는짝꿍의말에“웩,너무이상하다”(14쪽)라고반응했다가그애의무리로부터집단구타를당한적이있는‘나’는고등학교에들어가서는“누구와도가까워지지말”(17쪽)자는규칙을세운다.하지만선생이“7번김영주!”(18쪽)라고출석을부르자‘나’는규칙을잊고그애를쳐다본다.자신과이름이같은아이.자신이돌아봤을때마주보며웃어준아이.‘나’는그애와친구가되고‘운명처럼’함께영주로여행을떠나게된다.영주는‘나’의외갓집이있던곳으로,‘나’는종종엄마를따라영주에갔다가한번은엄마의친구인‘링고이모’를만난적이있다.그날이후‘나’는종종엄마와링고이모와함께셋이서영주를돌아다니는데,두사람을보며왠지묘한기분을느꼈었다.‘나’는영주와함께여행하는동안그날의두사람의모습을떠올리며생각한다.“영주야,난너랑같이있어서좋아.(…)좋은만큼무서운마음이들지만그것보다더크게좋아.우리엄마도그랬을까.엄마도링고이모랑그랬을까.”(46쪽)

우리사회의가장첨예한이슈인퀴어와장애문제를서정적이고신비로운문체로그려낸「나뭇잎이마르고」와「링고링」을읽은우리에게「저녁놀」은전혀다른스타일로말을걸어온다.레즈비언커플인‘지현’과‘민영’은“두여자가서로의이름을부르며애정표현을하기녹록지않은세상”(98쪽)이라서로의애칭을‘눈점’과‘먹점’으로정한다.별명덕분에애정표현을마음껏할수있게된두사람은“자신들을둘러싼언어의속박을유희로바꾸었으며점점더둘만의비밀언어를늘려”(99쪽)간다.이를테면‘못생긴말’인‘모텔’은‘도서관’으로,‘콘돔’은‘책’으로,‘섹스’는‘독서’로.서로의몸에집중하며충만한기쁨을만끽하던두사람은사귄지오주년을기념해딜도―두여자의비밀언어로는‘책갈피’―를구매한다.그것이바로딜도이자책갈피인‘나-모모’가두여자의집으로오게된배경이다.하지만모모의눈으로바라본두여자는답답하고한심하기그지없다.자신을그대로서랍에처박아둔채한번도제대로쓰지않는것도모자라신성하고지적인자신과는비교도되지않는대파를정성들여가꾸지않나,아무짝에도쓸모없는표범인형에게‘표표’라는애칭을붙여주며소중히대한다.안그래도좁은집에대파까지키우게되면서점점설자리를잃어가던모모에게또한번의큰시련이닥친다.눈점과먹점이공간을마련한답시고필요없는물건들을정리해버린다는것이다.유통기한이지난음식들과더이상읽지않는책들이쓰레기봉투에담겨지는데이어모모까지봉투에들어가고만다.위대하고고귀한나를어떻게버릴생각을한단말이지?모모는자신에게일어난일이도무지믿어지지않는다.

문학평론가오혜진이해설에서“표표와파파야와모모가함께있는모습,용도변경과함께자기변신을꾀한유연한신체들이함께하는곳에드리워진‘저녁놀’은성전쟁sexwar의시대에김멜라가그려낸가장평화롭고목가적인풍경이다”(332쪽)라고언급한것처럼,「저녁놀」이펼쳐보이는상상력의가장큰미덕중하나는눈점과먹점을자신과구분지으려는딜도의시도가엉뚱하고귀여운방식으로해소됨으로써세인물이함께하는마지막장면을우리가어떤두려움과불안없이받아들이게된다는점일것이다.

표제작인「제꿈꾸세요」또한이러한상상력의연장선에서바라볼수있을듯하다.화자인‘나’는지금허공위를걷는중이다.아래로얼굴이파랗게된채죽어있는자신이보인다.그러니깐마치“튜브에든물감을짜는것처럼”(268쪽)죽어있는자신의몸에서쓰윽빠져나온것이다.사인(死因)은기도폐쇄와호흡곤란.그렇다.‘나’는아몬드크런치크랜베리초코바를먹다어이없게도목이막혀죽고만것이다.그런데죽어있는‘나’의앞으로‘챔바’라는인물이나타난다.혹시말로만듣던천사인가?챔바는자신을가이드라고소개하며,‘길손’이된‘나’는지금당장떠나야한다고말한다.어디로?다른사람의꿈속으로.챔바의말에따르면길손은자신의상상력안에서다른사람의꿈으로갈수있다.그꿈에들어가다른사람으로하여금죽어있는자신을발견하게하는것.그것이바로‘나’가지금해야할일이다.그것은자신의삶에인과관계를부여해삶을완성시키는일이자한편으로“내시신을발견하고도지울수없는트라우마로고통받지않을”(274쪽)사람을고르는일이기도하다.과연어떠한상처도주지않고매끈하게그일을완수할수있을까?그물음앞에서김멜라는다른사람의꿈속으로향하는여정을자신의시신을발견할사람을찾아가는과정이아닌“일어났을때웃게되는꿈”(291쪽)을꾸게하는것으로바꾸어낸다.

“그녀는처음으로좋은결말로끝나는자신의마지막을상상했다.”

김멜라소설은이렇듯강렬하고경쾌한상상력으로도입부와결말부를멀리떨어뜨려놓음으로써우리를처음과는다른위치에닿게한다.첫사랑을만날수있으리라는기대를품고서울역사에서열리는미디어아트전시회에스태프로지원한「설탕,더블더블」속‘나’가마주하는사람은뜻밖에도서울역사벽너머에‘설탕’이있는지간절히확인하길원하는할머니이다.할머니는오래전서울역에서일하는일꾼들의밥을지어주는식모로일했었다.‘작고볼품없는식모’였지만우연한계기로일본인역장인‘테루오’와가까워졌고,어느날그는이렇게말한다.“설탕을따로모아뒀다고,어디먼데가서같이살자고.”(164쪽)설탕이무척귀했던당시의상황에비추어봤을때이말은곧청혼을한것과마찬가지였다.하지만광복이되면서테루오는말없이사라졌다.그때부터할머니는테루오가모아뒀다는,서울역어딘가에감춰져있을설탕을떠올리며지금까지버텨왔다.그리고할머니는이제알고싶어진것이다.정말설탕이있는지,아니면테루오가자신에게거짓말한것인지.첫사랑을향한강렬한궁금증과그리움으로시작된「설탕,더블더블」은예상외의인물을등장시킴으로써서사에팽팽한긴장감을부여하고,‘나’의사랑이가진속성을돌아보게한다.

「물오리」는팬데믹시기의목욕탕을다루며유머러스한반전으로우리의인식에산뜻한타격을가한다.목욕탕사장‘덕진’은자신이운영하는목욕탕의자위에올라서서안마기파이프에넥타이로매듭을짓고고리에목을건상태다.얼마전자신의딸인‘을주’가목욕탕손님들에게건넨식혜가문제가돼코로나확진자가연달아나왔고,죄책감에괴로워하던을주가자살시도를했다가겨우살아났기때문이다.그런딸을더이상볼수없어서끝내죽음을택하려는듯보이는덕진의모습은사실딸을정신차리게하기위해시도하는일종의연극이다.연극을마친뒤덕진이우연히발견한탕속물오리인형처럼귀엽고천진하게상황을뒤엎는이소설은,을주의자살시도를비난했던교회목사로대표되는종교와덕진이라는중년남성을향한지금우리시대의고정관념을허무는데까지나아가는듯보인다.

인상적인반전은「논리」에도등장한다.자동차사고로크게다친엄마의시선에서전개되는「논리」는레즈비언인딸의성적지향을받아들이지못하던엄마가사고를둘러싼비밀을알게되면서자신이해야하는일이무엇인지비로소깨닫는과정을감동적으로그려낸다.그러한결말덕분에우리는“무덤을찾는심정으로”(239쪽)‘개나리맨션에혹처럼튀어나와있는상가2층의202호’로이사한「코끼리코」의‘202호’를보면서도마냥불안해지지만은않는게아닐까.위로오빠만세명이있는집에서태어나자신을위해무엇하나제대로해보지못한채견디며살아온202호는아버지의유산으로“벽없이하나로트인십칠평공간”(240쪽)으로이사한다.그곳에서잘죽는게애초202호가세운목표였지만,상가일층에서치킨집을운영하는남자가아무렇지않게여자화장실을이용하는것을계기로이목표는전혀다른방향으로수정된다.그러니까죽음이아니라삶쪽으로.여자화장실을사수하는일은202호가그전처럼그저참고있지만은않겠다는선언과도같다.죽음의공간에서격렬하게드러내보이는삶을향한의지.그와함께202호는“좋은결말로끝나는자신의마지막을상상”(244쪽)하게되고“그곳에사는자신이좋”(260쪽)다고긍정하게된다.매작품다양한스타일을시도하며독창적인작품세계를만들어나가는김멜라의소설이지닌진정한힘은,바로우리로하여금그러한해피엔딩을믿게하는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