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갇힌 불빛은 뜨겁다 (김옥영 시집)

어둠에 갇힌 불빛은 뜨겁다 (김옥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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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저자

김옥영

1973년『월간문학』을통해등단했다.1979년첫시집『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를출간했고,이후방송에입문,1982년부터30여년간다큐멘터리작가로활동해왔다.현재는다큐멘터리제작자로일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말1/말2/말3/열개의쉼표/그러나무엇인가이것은/행복한땅/여름을위하여/죽은풀

2부
수업/부조(浮彫)/별을위하여/죽은날벌레들을위하여/혼례/도둑괭이를위하여/
소양호전경/올빼미/한천문학자를위하여/슬픔에는슬픔의그늘/맨처음놓이는돌은땅속에있다/흉상

3부
만나지못하는그대의말/맨홀을믿지않는당신에게/나의평화주의/금지!금지!/자운영꽃밭에서의일기/
길섶에는질경이들이/깨끗한마당/조리법/정전/선로불통/우는아이를위하여/그대는집을원하지않는가

4부
하나의관찰기록/피에로를위하여/집/완전히어두워지지못하여/비에게/파도법(法)/떠도는자의노래/
흐르는강물을노래함/우화

5부
콩알하나/신데렐라/지상에서가장아름다운불꽃/스무겹의요아래의콩알/멀고먼왕궁/완전한시간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잠속에서어둠의뿌리가피흘리고있을때생채기마다소금의모래알뒹구는민달팽이다파도는어디에서도찾을수없고목소리만남은빈바다에갇혀서비틀거리는은빛흔적이다._「말2」부분

-여러분은법칙과모든법칙적인죽음을믿습니까?
-아닙니다.저는꽃의생장을믿습니다._「수업」부분

밝고깨끗한아파트의빈방들이
빈눈으로
울고있는아이를보고있다._「우는아이를위하여」부분

1973년『월간문학』을통해등단한김옥영시인의첫시집『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를문학동네포에지11번으로새롭게복간한다.1979년겨울문장사에서첫시집을묶었으니그로부터꼬박42년만이다.총47편의시를5부에나누어실었다.시란“모든요지부동에대한음험하고고독한복수의작업”이라던시인은1982년KBS〈문학기행〉을시작으로30여년간다큐멘터리작가로활동하며회의하고질문하며공고한현실의균열로부터‘다른’어떤것을보여주려노력해왔다.문장사초판해설에서김주연평론가는김옥영시인이다루는언어에대한고민은단순한말장난이아니라“무거운삶의현장과부딪쳐서울려나오는어쩔수없는결과의경이”임을인정하며허무속에서이어지는언어와의싸움이인간에게남은마지막축복이라고말한다.김옥영시인은이시집한권으로“‘여성시’라는물줄기의한수원지를형성”(김정란)한것이다.
“타인에게가장잘이르는길은자기자신을더열심히들여다보는일이라고”(시인의말)믿는김옥영의시를읽는일은‘사랑’‘슬픔’이라는말의과질(果質)에서“지상에일어서는빈집하나”를발견하는일이다.김옥영은말(言)의확고하지않음에서허망하지만“가장견고한아픔”을본다(「말1」).허물어지고부서지는지상의집이아닌땅속그늘의주춧돌을,날아갈수없는종이새에서불새의모습을한별을,베어져버린가지에서그늘의깊은꿈과꽃들을데리고아득히날아오르는뿌리의푸른마술을.그는언제나행복하게끝나이제아무도울지않는동화의나라에서홀로울고있는아이의울음앞으로우리를데려간다(「우는아이를위하여」).“낮속의밤밤속의그밤”“오른쪽으로도왼쪽으로도넘겨볼수없는어둠”(「말2」)속에서그울음은“아무것도잃어버린것이없는우리”의집에“가로질린쇠빗장을조금씩조금씩흔들”어댄다(「도둑괭이를위하여」).“길들여진아이들은조심조심허락된제몫의솜사탕을핥고있”는(「수업」)백열하는“오후두시의명백한태양”이지배하는확실한세계에서문득감각하게되는“축축한지하”.“화석,지푸라기,눈물,뼈,죽은개,현실,지렁이들”이의좋게(「맨처음놓이는돌은땅속에있다」)꿈꾸고있는기름진어둠속뿌리의세계로.

네가‘사랑’이라고혹은‘슬픔’이라고말할때
상아의이빨이가지런한네말
네말이씹는과질(果質)속으로
몇마리마른고기가텀벙뛰어들기도하지만,
네가‘사랑’이라고혹은‘슬픔’이라고말할때
지상에일어서는것은
빈집하나다

단단한골격을두른말의어깨너머
말이부려놓는공간,
우기(雨期)의긴골목으로
깊이발이빠지면
목소리들은안개에머리를부딪고
스스로체중을벗어
들의공복(空腹)에살을섞는다.

들의그림자들의뿌리께물을주며
오허깨비들이
이들을키운다.
허깨비를본자는
허깨비의나라로밖에갈수없어
네가‘사랑’이라고혹은‘슬픔’이라고말할때
가시엉겅퀴들은흔들리지만

살아있는은빛독사는보이지않고
흰공터만눈을뜬다.
유리창마다자옥이성에끼는겨울날
(때로성에를꿰뚫는날카로운햇빛의파편)
벌목된주검몇구뛰어넘어
울렸다사라지는쪽으로
왜고개가돌려지지않을까?

서쪽하늘에서성이며떠나는공기의맨발이
오래도록가슴을밟고밟을뿐.
네가‘사랑’이라는혹은‘슬픔’이라는
빈집을세울때.

_「말1」전문

#김옥영#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문학동네포에지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1.
2020년11월문학동네는복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1차분열권을우선으로선보였습니다.2021년3월2차분열권을새롭게세상에내놓습니다.문학동네는일찌감치이작업을시도한바있습니다.1996년11월‘포에지2000’시리즈의펴냄아래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그명맥을이어나가던바있습니다.“예민한감성과날카로운직관으로시대의혼돈과상처를노래했던젊은영혼의생생한울림이담긴추억의명시들을독자앞에다시금제시함으로써빛나는시의정수를확인하고자”하려함이라는취지의글이떠오릅니다.그정신은온전히두고그매무새를새로이다지는과정가운데문학동네포에지의첫행보를내딛기까지시간이오래좀더디걸린것도사실입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이다,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은까닭입니다.시라는무한과시집이라는열림을끌어안으려는데있어한껏오므라들었다힘껏펼칠줄아는시리즈라는줄자,이를가능케하는힘은아무려나사랑에있음을이제는깨닫고온전히그순정에기대어용기를낼수도있게되었습니다.

2.
문학동네의구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는복간의기저를비단문학동네에적을두었던시집만을필두로하지않는다는점을특징으로합니다.반드시는아니더라도이왕이면읽어둬도참좋으련만,이런저런사정으로오랜시간서점에서찾아보기힘들었던시집들이우리에게는꽤있었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쳐질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특히나귀하디귀하다싶은것이시인들의첫시집임을알아그최전방에첫시집들을앞서배치한것인데1차분의김언희,김사인,이수명,성석제,성미정,함민복,진수미,박정대,유형진,박상수시인에이어새롭게출간된2차분역시김옥영,이문재,염명순,안도현,정은숙,조연호,김민정,최갑수,이영주,이현승시인의첫시집임에,복간에있어첫시집을앞서염두에둔다는원칙역시말씀드리는바입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문학동네시인선과책사이즈가같습니다.세상의시계와는완연히다른시의시간속에이두시리즈가맘껏뒤섞이는난장속에시집시리즈의건강함을기대하였고,맘껏뒤섞이는자연속에시집시리즈의무구함을기약한것도애초의기획의도중하나이기도했습니다.표지디자인의중심을컬러에놓은것도둘의공통점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이핀꽃이거나필꽃이라할때문학동네포에지는꽃이있다떨어진꽃자리이거나꽃없이진꽃을기억하는등산로앞의자라할적에그컬러의생겨먹음이필시달라야할것이라는짐작이내내따라붙었습니다.힘을빼고또뺐습니다.등을펴고또폈습니다.그렇게비우고그렇게꼿꼿해지는과정속에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와마주하게되었습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기는일로시집의단장을마치고시집의장단을맞춘시집시리즈,이에는색보다는물의수위가높아야한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습니다.앞으로한차에열권씩출간하려는작정은예의과정에서비롯한작정이기도합니다.

4.
구석구석모자람도클것입니다.걸음마에넘어짐은자석근처의철심같은것,하여많은분들이넘어질적마다넘어졌구나가리키시고가르쳐주셔야오랫동안지치지않고씩씩하게걸어나갈수있음을압니다.모쪼록새롭게시작하는문학동네포에지를더도말고덜도말고그저사랑으로지켜봐주시면여한이없을성싶습니다.“사랑이란죽은이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에밀리디킨슨의시에힘입어“사랑이란죽은시집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우리만의변주로그이가부추긴‘사랑의함대’를비유삼아오늘이렇게문학동네포에지라는배를물위에띄워보는바입니다.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2차분리스트

011김옥영『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
012이문재『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
013염명순『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
014안도현『서울로가는전봉준』
015정은숙『비밀을사랑한이유』
016조연호『죽음에이르는계절』
017김민정『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
018최갑수『단한번의사랑』
019이영주『108번째사내』
020이현승『아이스크림과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