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이문재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이문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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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저자

이문재

1982년『시운동』4집에시를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으로『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산책시편』『마음의오지』『제국호텔』『지금여기가맨앞』이있다.김달진문학상,시와시학젊은시인상,소월시문학상,지훈문학상,노작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돌팔매질/기념식수/우리살던옛집지붕/물소/돌은움직이지않으려고얼마나애쓰는것일까/섬에서보낸한철/
마로니에잎은둥글어지고/생일주간/죽음의집의이사/유월의여섯시/이렇게푸르른그늘을/
저문강을이름붙이려함/슬픈로라/저녁의푸른노트/백색교회2/金과진공/나의생각은석류처럼익어간다/
시간의책/방랑자여,슈파……로가려는가/낙타의꿈/나는불을가진다/여름의평일/백색교회

2부
새/물위의집/검은돛배/나는그를모른다/내젖은구두를해에게보여줄때/저문길이무어라하더냐/
새야새야/저문비/오래된악보/봄밤/황혼병/우울한악보/다시황혼병/길/조용한도시/
자네요즘어떻게지내나/구름의서랍/늠름한금욕주의자/돌의팔/근처에서/저녁방송/아픈사람/
김씨의인터뷰/잔등/구름그림자/녹색의책/붉은꽃

3부
양떼염소떼/어디로가는길/길/적막강산2/적막강산/판화/지금의집/여름의독백/모래시계/모래시계2/
푸르른집/편집/옛날주소/고백/길/길연작3/길/황혼병3/그리운내일/망자시(亡者詩)1/길에관한독서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강이그리울때바다가보고싶을때마다
강이나바다의높이로그옛집푸른지붕은역시반짝여주곤했다._「우리살던옛집지붕」

짓다가그만둔예배당은너무커보인다지붕이없어서
밤에는힘없는별들이발을헛딛기도했다_「돌의팔」부분

내가이름붙일수없는것들을섬이라고부르기
시작했을때나는알았다세계가나를
그의어느어두운집방하나를세주어살게하고
있음을세계가나에게조금씩
들키고있음을_「섬에서보낸한철」부분

1982년『시운동』4집에시를발표하며등단한이문재시인의첫시집『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를문학동네포에지12번으로새롭게복간한다.1988년2월서른의나이에민음사에서첫시집을묶었으니그로부터꼬박33년만이다.발표순으로묶었던시71편을3부로나누고몇군데손을보아내놓는다.이문재는이한권의시집으로1980년대후반을장식하는신예시인으로독자적인개성을확보하였다(최동호).삼월의햇빛을닮은그의시어는유년의나이테를세심하게넘기며감당하기어려운비극에서겪은상처와슬픔,배고픔과외로움을둥글게감싸안는다.이문재의시는우리를부드럽게어루만져주는음악과같다.그의시에서는크기를잴수없는슬픔도어두운밤이오기전까지유리창에머무는빛의반짝임처럼아름답다.시인이문재에게여기담긴스무살시절은“오래된처음”이다.그오래된처음이누군가의처음과만나또다른처음이된다면그것은시의축복일것이다(개정판시인의말).

형수가죽었다.
나는그아이들을데리고감자를구워소풍을간다
며칠전에내린비로개구리들은땅의얇은
천장을열고작년의땅위를지나고있다.
아이들은아직그사실을모르고있으므로
교외선유리창에좋아라고매달려있다
나무들이가지마다가장넓은나뭇잎을준비하러
분주하게오르내린다
영혼은온몸을떠나모래내하늘을
출렁이고출렁거리고그맑은영혼의갈피
갈피에서삼월의햇빛은굴러떨어진다
아이들과감자를구워먹으며나는일부러
어린왕자의이야기며안데르센의추운바다며
모래사막에사는들개의한살이를말해주었지만
너희들이이산자락그뿌리까지뒤져본다하여도
이오후의보물찾기는
또한저문강물을건너야하는귀갓길은
무슨음악으로어루만져주어야하는가
형수가죽었다
아이들은너무크다고마다했지만
나는너희엄마를닮은은수원사시나무한그루를
너희들이노래부르며
파놓은푸른구덩이에묻는다
교외선의끝철길은햇빛
철철흘러넘치는구릉지대를지나노을로이어지고
내눈물반대쪽으로
날개도흔들지않고날아가는것은
무한정날아가고있는것은

_「기념식수」전문

#이문재#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문학동네포에지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1.
2020년11월문학동네는복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1차분열권을우선으로선보였습니다.2021년3월2차분열권을새롭게세상에내놓습니다.문학동네는일찌감치이작업을시도한바있습니다.1996년11월‘포에지2000’시리즈의펴냄아래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그명맥을이어나가던바있습니다.“예민한감성과날카로운직관으로시대의혼돈과상처를노래했던젊은영혼의생생한울림이담긴추억의명시들을독자앞에다시금제시함으로써빛나는시의정수를확인하고자”하려함이라는취지의글이떠오릅니다.그정신은온전히두고그매무새를새로이다지는과정가운데문학동네포에지의첫행보를내딛기까지시간이오래좀더디걸린것도사실입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이다,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은까닭입니다.시라는무한과시집이라는열림을끌어안으려는데있어한껏오므라들었다힘껏펼칠줄아는시리즈라는줄자,이를가능케하는힘은아무려나사랑에있음을이제는깨닫고온전히그순정에기대어용기를낼수도있게되었습니다.

2.
문학동네의구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는복간의기저를비단문학동네에적을두었던시집만을필두로하지않는다는점을특징으로합니다.반드시는아니더라도이왕이면읽어둬도참좋으련만,이런저런사정으로오랜시간서점에서찾아보기힘들었던시집들이우리에게는꽤있었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쳐질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특히나귀하디귀하다싶은것이시인들의첫시집임을알아그최전방에첫시집들을앞서배치한것인데1차분의김언희,김사인,이수명,성석제,성미정,함민복,진수미,박정대,유형진,박상수시인에이어새롭게출간된2차분역시김옥영,이문재,염명순,안도현,정은숙,조연호,김민정,최갑수,이영주,이현승시인의첫시집임에,복간에있어첫시집을앞서염두에둔다는원칙역시말씀드리는바입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문학동네시인선과책사이즈가같습니다.세상의시계와는완연히다른시의시간속에이두시리즈가맘껏뒤섞이는난장속에시집시리즈의건강함을기대하였고,맘껏뒤섞이는자연속에시집시리즈의무구함을기약한것도애초의기획의도중하나이기도했습니다.표지디자인의중심을컬러에놓은것도둘의공통점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이핀꽃이거나필꽃이라할때문학동네포에지는꽃이있다떨어진꽃자리이거나꽃없이진꽃을기억하는등산로앞의자라할적에그컬러의생겨먹음이필시달라야할것이라는짐작이내내따라붙었습니다.힘을빼고또뺐습니다.등을펴고또폈습니다.그렇게비우고그렇게꼿꼿해지는과정속에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와마주하게되었습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기는일로시집의단장을마치고시집의장단을맞춘시집시리즈,이에는색보다는물의수위가높아야한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습니다.앞으로한차에열권씩출간하려는작정은예의과정에서비롯한작정이기도합니다.

4.
구석구석모자람도클것입니다.걸음마에넘어짐은자석근처의철심같은것,하여많은분들이넘어질적마다넘어졌구나가리키시고가르쳐주셔야오랫동안지치지않고씩씩하게걸어나갈수있음을압니다.모쪼록새롭게시작하는문학동네포에지를더도말고덜도말고그저사랑으로지켜봐주시면여한이없을성싶습니다.“사랑이란죽은이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에밀리디킨슨의시에힘입어“사랑이란죽은시집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우리만의변주로그이가부추긴‘사랑의함대’를비유삼아오늘이렇게문학동네포에지라는배를물위에띄워보는바입니다.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2차분리스트

011김옥영『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
012이문재『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
013염명순『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
014안도현『서울로가는전봉준』
015정은숙『비밀을사랑한이유』
016조연호『죽음에이르는계절』
017김민정『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
018최갑수『단한번의사랑』
019이영주『108번째사내』
020이현승『아이스크림과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