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 (염명순 시집)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 (염명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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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저자

염명순

1986년조선일보신춘문예,1987년『실천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물푸레나무가때죽나무에게/아침노래/수국이피는곳/겨울이야기/가족사진/봄날엔/
비그친뒤/고양이/불꽃/꽃게/작은새/저햇살은/눈사태

2부
비눗방울/김장1/김장2/김장3/춘화도1/춘화도2/한국근대여성사/널뛰기/지하철은달린다/사랑의자세/
조난기/부처와의대화/돼지의해탈/위독하신어머니/심학규1/심학규2/심학규3/심학규4/심학규5

3부
낯선곳에서/국경을넘으며/나무처럼/바다/프랑스대혁명200주년축일에/카페아르뷔스트/파리의우울/
가론강을건널때/체르노빌/유리닦기/가을/켄터키프라이드치킨/어떤하루/세한도/황하/꿈

4부
저물녘/꼭그런것같지는않은데/노래에대하여/비가내리는몇가지풍경/감기/우기/마지막가을/
밤의산책/내낡은구두에게바치는시/달빛/입관식/첫눈/꽃다지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가론강을건널때
내가너무많이흐른건아닐까하는생각이문득
누가나를여기에떨구고간건아닐까하는생각마저_「가론강을건널때」부분

매일저녁지는해를바라보기위해
우리동네까지자전거를타고오는
어떤남학생을아주잠시지만
좋아했던적이있다._「유리닦기」부분

아직더닳아질마음이남아있구나
갈만큼갔다고생각했는데_「내낡은구두에게바치는시」부분

1986년조선일보신춘문예,1987년『실천문학』을통해등단한염명순시인의첫시집『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를문학동네포에지13번으로새롭게복간한다.1995년가을문학동네시집9번으로첫시집을묶고26년만이다.총61편의시를4부에나누어실었다.염명순시인은이시집이출간된1995년에한국을떠나프랑스파리에서미술사학과박사과정을밟고있었다.가도닿지못하는집을향한쓸쓸한향수,잠든도시의창을열고불밝힌다른집창을찾는그리움은타지에서그를살아있게하는감각이었을까(「바다」「심학규4」).그렇게조심했지만끝내나를버린도시에서(「조난기」)누가어디서나대신내삶을살고나는여기서남의삶을연기하고있다는느낌(「어떤하루」).“여행객처럼삶을스쳐지나가지도,정주민처럼영원히눌러앉지도못하는”(이경호)시인이머무는여기는살아갈수록첩첩한불명(不明)의땅(「심학규1」).갈무리할추억조차없는사람들은외투를두껍게껴입고도춥다(「겨울이야기」).불안하게흔들리는시선이지만언어의적외선으로찍어낸듯선명한풍경그속에는,삶의고단함을꿰뚫고지나가는심미적자의식이번득이고있다(남진우).
문학동네포에지로시집을복간하며초판에수록하지않은시「꽃다지」를맨뒤에새롭게넣었다.「꽃다지」는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기이전염명순시인이『실천문학』으로등단하기를바라고투고한시들중하나이다.그러나1985년『실천문학』이‘민중교육’사건으로폐간되면서시인은1986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먼저등단하게된다.이어1987년『실천문학』이무크지로환원되며이전에투고한시들이게재되어재등단을하게된사연이있다.이시집에서시인이가장오래전에쓴시는“사랑은상수리나무몇그루의흔들림으로시작되어/새깃털에묻은잿빛의무게만큼/깊어지는것인지”물었던이십대초반에쓴「꼭그런것같지는않은데」이다.두번째가바로“그리워도뒤돌아보지말자/눈물삼키며떠나던내고향언덕길에핀꽃다지”하고노래하는이「꽃다지」이다.염명순시인의시들은적요한순간문득들켜버리고마는,‘열어보이기엔너무연한상처의속살’(「꽃게」)이자‘강저편에서쓰는저물지않는사랑의편지’(「가론강을건널때」)이다.“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다시는시를못쓸것같다는생각이든다/아픈꿈의머리맡에서누가이마를짚어주는듯했는데/밥많이먹으라는언니의/안부전화가걸려왔다.”(「꿈」)그저물던여름,우리가족은아직거기서반짝이고있을까(「가족사진」).

누가내이름을부른다
부를때마다뒤돌아보고픈
그리운사람은어둔하늘에서
불꽃으로흩어지고
그해칠월큰물들어
차오르던남한강변에자주
마른갈대처럼쓰러지시던어머니
장마철습기는끈끈하게감겨들고
언니가쓰다만그림물감과화구통위에
불은잘붙어주지않았다
거짓말같게도언니는왜
스케치북맨첫장에
열아홉자화상을그리고떠난걸까
거울을앞에놓고낯선죽음을보듯
섬뜩섬뜩해지는
불꽃은드디어탁탁소리를내며타오르고
처녀귀신이무섭다고일찍빗장을잠근
마을길,밤하늘위로
흰옷자락흔들며
초혼의넋거두어가는소리로
불꽃은멍울멍울터지며
사그라들고

_「불꽃」전문

#염명순#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문학동네포에지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1.
2020년11월문학동네는복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1차분열권을우선으로선보였습니다.2021년3월2차분열권을새롭게세상에내놓습니다.문학동네는일찌감치이작업을시도한바있습니다.1996년11월‘포에지2000’시리즈의펴냄아래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그명맥을이어나가던바있습니다.“예민한감성과날카로운직관으로시대의혼돈과상처를노래했던젊은영혼의생생한울림이담긴추억의명시들을독자앞에다시금제시함으로써빛나는시의정수를확인하고자”하려함이라는취지의글이떠오릅니다.그정신은온전히두고그매무새를새로이다지는과정가운데문학동네포에지의첫행보를내딛기까지시간이오래좀더디걸린것도사실입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이다,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은까닭입니다.시라는무한과시집이라는열림을끌어안으려는데있어한껏오므라들었다힘껏펼칠줄아는시리즈라는줄자,이를가능케하는힘은아무려나사랑에있음을이제는깨닫고온전히그순정에기대어용기를낼수도있게되었습니다.

2.
문학동네의구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는복간의기저를비단문학동네에적을두었던시집만을필두로하지않는다는점을특징으로합니다.반드시는아니더라도이왕이면읽어둬도참좋으련만,이런저런사정으로오랜시간서점에서찾아보기힘들었던시집들이우리에게는꽤있었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쳐질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특히나귀하디귀하다싶은것이시인들의첫시집임을알아그최전방에첫시집들을앞서배치한것인데1차분의김언희,김사인,이수명,성석제,성미정,함민복,진수미,박정대,유형진,박상수시인에이어새롭게출간된2차분역시김옥영,이문재,염명순,안도현,정은숙,조연호,김민정,최갑수,이영주,이현승시인의첫시집임에,복간에있어첫시집을앞서염두에둔다는원칙역시말씀드리는바입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문학동네시인선과책사이즈가같습니다.세상의시계와는완연히다른시의시간속에이두시리즈가맘껏뒤섞이는난장속에시집시리즈의건강함을기대하였고,맘껏뒤섞이는자연속에시집시리즈의무구함을기약한것도애초의기획의도중하나이기도했습니다.표지디자인의중심을컬러에놓은것도둘의공통점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이핀꽃이거나필꽃이라할때문학동네포에지는꽃이있다떨어진꽃자리이거나꽃없이진꽃을기억하는등산로앞의자라할적에그컬러의생겨먹음이필시달라야할것이라는짐작이내내따라붙었습니다.힘을빼고또뺐습니다.등을펴고또폈습니다.그렇게비우고그렇게꼿꼿해지는과정속에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와마주하게되었습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기는일로시집의단장을마치고시집의장단을맞춘시집시리즈,이에는색보다는물의수위가높아야한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습니다.앞으로한차에열권씩출간하려는작정은예의과정에서비롯한작정이기도합니다.

4.
구석구석모자람도클것입니다.걸음마에넘어짐은자석근처의철심같은것,하여많은분들이넘어질적마다넘어졌구나가리키시고가르쳐주셔야오랫동안지치지않고씩씩하게걸어나갈수있음을압니다.모쪼록새롭게시작하는문학동네포에지를더도말고덜도말고그저사랑으로지켜봐주시면여한이없을성싶습니다.“사랑이란죽은이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에밀리디킨슨의시에힘입어“사랑이란죽은시집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우리만의변주로그이가부추긴‘사랑의함대’를비유삼아오늘이렇게문학동네포에지라는배를물위에띄워보는바입니다.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2차분리스트

011김옥영『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
012이문재『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
013염명순『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
014안도현『서울로가는전봉준』
015정은숙『비밀을사랑한이유』
016조연호『죽음에이르는계절』
017김민정『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
018최갑수『단한번의사랑』
019이영주『108번째사내』
020이현승『아이스크림과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