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시집)

$12.00
Description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저자

안도현

1981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등단했다.시집으로『서울로가는전봉준』『모닥불』『그대에게가고싶다』『외롭고높고쓸쓸한』『그리운여우』『바닷가우체국』『아무것도아닌것에대하여』『너에게가려고강을만들었다』『간절하게참철없이』『북항』『능소화가피면서악기를창가에걸어둘수있게되었다』등이있다.소월시문학상,노작문학상,백석문학상,임화문학예술상등을수상했다.현재단국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눈오는날/22시바다/소록도사람들/늙은권투선수의죽음/산역(山驛)/낙동강/허수아비가되어/
빈콜라병들을위하여/변방에서/길/유민(流民)/귀(歸)/풍산국민학교/안항(雁行)/강의실밖에내리는눈/
고추밭/사월/초소에서/전야(前夜)/회군(回軍)/북일동/눈/족보(族譜)/서울로가는전봉준(全琫準)/
오랑캐꽃피기사흘전에/비내리는군대/연날리기/신혼일기/화투놀이/부여기행/그늘/
만경평야의먼불빛들/세수를하며/가자/기러기야발해가자/행군/강원도땅/한국개항사(韓國開港史)/밥1/
봉선화/울타리에대하여/집/벽시2/들불/산맥노래/홍골/병(兵)/빈논/젊은북한시인에게1/
젊은북한시인에게2/저녁노을/5월의단풍나무/밥2/다시낙동강/백두산가는길/새벽밥/기쁜지도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연락도없이사월이오는것을보았어나는
풀밭에앉아있었어물오른목련가지마다죽은아이들
손바닥같은꽃잎몇장씩붙여대며이제는잘
길들여진짐승처럼무사히사월은걸어오고있었어_「사월」부분

개같은세월울타리만겹겹
맥없이깊어지고우리는
어째낮달보고짖는개가되는것일까_「가자」부분

아버지등줄기에흐르던강물보았느냐
그속을거슬러올라헤엄치던어린날우리는
그렇지한마리씩의빛나는은어였을것이다_「다시낙동강」부분

1981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안도현시인의첫시집『서울로가는전봉준』을문학동네포에지14번으로새롭게복간한다.1985년여름민음사에서첫시집을묶고36년만이다.등단40주년을맞는해이기도해이복간이더욱반갑다.‘풋풋하고건강한삶의언어로인간에대한순정하고건강한믿음’(박혜경)을전해주는57편의시를실었다.
그흔한‘어둠’이라는은유도허락되지않던80년대라는시대와시를어떻게묶을것인가고민하던안도현은재일사학자강재언이쓴『한국근대사』의뒤표지에서서울로압송되는전봉준의타는눈빛을담은조그마한사진한장을발견한다.전봉준이전북순창의피노리에서체포된시기는음력정월로어느책에도그날눈이내렸다는기록은없으나안도현은시의배경에“마침내우리를덮는이불이되고막막한사랑이”(「화투놀이」)될눈을퍼부어대기로한다.압송되는현실을‘가는’적극성으로전환하는상상력이시의할일이며속절없는현실속에서정을들어앉히고서정을현실속으로잡아당기려는노력이라는듯이(「『서울로가는전봉준』을쓸무렵」).

저물녘나는낙동강에나가
보았다,흰옷자락할아버지의뒷모습을
오래오래정든하늘과물소리도따라가고있었다
그때강은
눈앞에만흐르고있는것이아니라비소로
내이마위로도소리없이흐르는것을알았다
어릴적의신열(身熱)처럼뜨겁게,

어둠이강의끝부분을지우면서
내가서있는자리까지번져오고있었다
없는것이너무많아서
아버지아무말씀도하지않으시고
낡은목선을손질하다가어느날
아버지는내게그물한장을주셨다

그러나그물을빠져달아난한뼘미끄러운힘으로
지느러미흔들며헤엄치는은어떼들
나는놓치고,내살아온만큼저물어가는
외로운세상의강안(江岸)에서
문득피가따뜻해지는손을펼치면
빈손바닥에살아출렁이는강물

아아나는아버지가모랫벌에찍어놓은
발자국이었다,홀로서서생각했을때
내눈물웅얼웅얼모두모여흐르는
낙동강
그맑은마지막물빛으로남아타오르고싶었다

_「낙동강」전문

#안도현#서울로가는전봉준#문학동네포에지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1.
2020년11월문학동네는복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1차분열권을우선으로선보였습니다.2021년3월2차분열권을새롭게세상에내놓습니다.문학동네는일찌감치이작업을시도한바있습니다.1996년11월‘포에지2000’시리즈의펴냄아래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그명맥을이어나가던바있습니다.“예민한감성과날카로운직관으로시대의혼돈과상처를노래했던젊은영혼의생생한울림이담긴추억의명시들을독자앞에다시금제시함으로써빛나는시의정수를확인하고자”하려함이라는취지의글이떠오릅니다.그정신은온전히두고그매무새를새로이다지는과정가운데문학동네포에지의첫행보를내딛기까지시간이오래좀더디걸린것도사실입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이다,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은까닭입니다.시라는무한과시집이라는열림을끌어안으려는데있어한껏오므라들었다힘껏펼칠줄아는시리즈라는줄자,이를가능케하는힘은아무려나사랑에있음을이제는깨닫고온전히그순정에기대어용기를낼수도있게되었습니다.

2.
문학동네의구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는복간의기저를비단문학동네에적을두었던시집만을필두로하지않는다는점을특징으로합니다.반드시는아니더라도이왕이면읽어둬도참좋으련만,이런저런사정으로오랜시간서점에서찾아보기힘들었던시집들이우리에게는꽤있었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쳐질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특히나귀하디귀하다싶은것이시인들의첫시집임을알아그최전방에첫시집들을앞서배치한것인데1차분의김언희,김사인,이수명,성석제,성미정,함민복,진수미,박정대,유형진,박상수시인에이어새롭게출간된2차분역시김옥영,이문재,염명순,안도현,정은숙,조연호,김민정,최갑수,이영주,이현승시인의첫시집임에,복간에있어첫시집을앞서염두에둔다는원칙역시말씀드리는바입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문학동네시인선과책사이즈가같습니다.세상의시계와는완연히다른시의시간속에이두시리즈가맘껏뒤섞이는난장속에시집시리즈의건강함을기대하였고,맘껏뒤섞이는자연속에시집시리즈의무구함을기약한것도애초의기획의도중하나이기도했습니다.표지디자인의중심을컬러에놓은것도둘의공통점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이핀꽃이거나필꽃이라할때문학동네포에지는꽃이있다떨어진꽃자리이거나꽃없이진꽃을기억하는등산로앞의자라할적에그컬러의생겨먹음이필시달라야할것이라는짐작이내내따라붙었습니다.힘을빼고또뺐습니다.등을펴고또폈습니다.그렇게비우고그렇게꼿꼿해지는과정속에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와마주하게되었습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기는일로시집의단장을마치고시집의장단을맞춘시집시리즈,이에는색보다는물의수위가높아야한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습니다.앞으로한차에열권씩출간하려는작정은예의과정에서비롯한작정이기도합니다.

4.
구석구석모자람도클것입니다.걸음마에넘어짐은자석근처의철심같은것,하여많은분들이넘어질적마다넘어졌구나가리키시고가르쳐주셔야오랫동안지치지않고씩씩하게걸어나갈수있음을압니다.모쪼록새롭게시작하는문학동네포에지를더도말고덜도말고그저사랑으로지켜봐주시면여한이없을성싶습니다.“사랑이란죽은이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에밀리디킨슨의시에힘입어“사랑이란죽은시집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우리만의변주로그이가부추긴‘사랑의함대’를비유삼아오늘이렇게문학동네포에지라는배를물위에띄워보는바입니다.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2차분리스트

011김옥영『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
012이문재『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
013염명순『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
014안도현『서울로가는전봉준』
015정은숙『비밀을사랑한이유』
016조연호『죽음에이르는계절』
017김민정『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
018최갑수『단한번의사랑』
019이영주『108번째사내』
020이현승『아이스크림과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