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사랑한 이유 (정은숙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 (정은숙 시집)

$10.00
Description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저자

정은숙

1992년『작가세계』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비밀을사랑한이유』『나만의것』이있고,인터뷰집으로스무문인과이야기를나눈『스무해의폴짝』이있다.책만들며사는삶에서정리한인문서『편집자분투기』『책사용법』도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생,그것을모른다/세상의하루/사슬묶인오리/사로잡힌한순간/통속/아득한나날/우스꽝스러운행보/
집떠난인생/몸으로이루는혁신/질주냐과속이냐/불면/사막의여자,혹은밀회하는여자/
관찰하는남자를관찰하는/사랑하는관계는구토다/좋은것이다만족스럽지는않아/소설의사랑/환각에살고지고/
카페의여자/환각의삶/무선전화기의하루/모니터라이프/허공

2부
낙타에게길묻기/일기장1/일기장2/길위의나날/나만의것/내몸에서독향이/휴일의세계/
운명보다강한것은없다?/생각들/불균형의인간/고요속에몸풀기/귀가/시든아침의노래/
활자에어울리는하루/‘진짜’의사연/매스미디어와섞는몸/병/직업병/양재동,하오2시/택시,택시/
쓸쓸한평화/참,근사한,식사를/봉인된희망/한순간

3부
책읽는여자/도쿄,흐린오후의시/채찍을주면당근을주마/먼지를날리는가벼운바람을날려/봄날/가는봄/
예약녹화된청춘/잠꼬대여,나를삼켜라/감기와의화해/모독1/모독2/모독3/모독4/모독5/
죽음옆으로흐르는샛강/내안의광인/반지속의여자/나의사랑,나의운명/구두에게묻는생/인생/멀리와서울었네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차라리내속에서끄집어낸손
그걸다시먹어버리고말지._「사랑하는관계는구토다」부분

삶은국수를건지려다국수가락을이등분하여
개수대에버리고있는여자를생각해보자._「운명보다강한것은없다?」부분

차열쇠를찾아시동모터를돌리면
너는나와똑같구나얼마나오랜
이반복을견뎌여기에왔니_「생각들」부분

1992년『작가세계』겨울호에시를발표하며등단한정은숙시인의첫시집『비밀을사랑한이유』를문학동네포에지15번으로새롭게복간한다.1994년10월민음사에서첫시집을묶은뒤27년만이다.1985년출판계에입문한정은숙시인은2000년8월16일출판사마음산책을창업해사람들이저마다품은‘마음산’에올라사유의산보를떠날수있도록문화의새로운방향을제시해온출판인이기도하다.인간과인간의관계,나아가자아까지도모두사물로전락한스산한시대를살아가는직업인여성으로서의자아를재치있게형상화(이승훈)한다는평을받으며등단한그의시편에는자크프레베르처럼아스팔트위의발라드같은인생파적인목소리로몽롱한일상을각성시키는디오니소스적갈망(김승희)이꿈틀거린다.처음시인으로이름이불린순간시인은말한다.종종주저앉아지친다리를감쌀때걸을때보지못했던꽃들이주저앉은자리에서보였다고.시(詩)가될수없는꽃은없었다고.그시의‘푸른꽃’을독자들앞에떨리는마음으로내민다.총3부67편으로구성된이번복간본에는두번째시집『나만의것』(민음사,1999)에서시인이직접고른시10편을데려와애틋함을더했다.
정은숙의첫시집은‘관계의그물망속에서일을견디고살아가는것을견디다문득견딜수없어지는순간,자기분열의틈사이로솟아오르는위반과전복의상상력’을보여준다.그환각의싱싱한힘은담의이쪽과저쪽을자유롭게넘나들며경계를지워버린다.정은숙에게‘모독과모독사이의푸른멍을가로지르는탐색’은삶과동의어이다.(김승희)“‘갑’또는‘을’또는풍문속에서‘나’인/삶을살아”(「내몸에서독향이」)가는나.“나아닌내가같이흔들리며/번져오르는생의취기”(「사로잡힌한순간」)속에서‘내면의유리벽뒤에서서다정히소통’하는사람들에게나는현기증을느낀다(「모독3」).“간신히존재하려고무릎이깨지도록기어가면서”(「세상의하루」)시인은묻는다.“나는만진것인가.현실이라는/이름의,염하지않은시신을.”(「일기장2」)“바람이불어와쓰다듬는상처속의빛”(「통속」)은‘작은성냥갑속에들어있는아이의얼굴’을비추고있다.이제는다흘러가버린어린시절의물안개같은그리움들을(「생,그것을모른다」).서른살무렵의시를다시만나자신이어떻게이세상을통과해왔는지느낀시인은스스로에게말을건다.“이제나는세상과잘어울리는가.”(개정판시인의말)

눈을깜짝거려본다.
믿을수없을정도로,잠깐사이
내차가뒤차의꽁무니를박았고,
그사이,아이는급브레이크에코가깨져
음악소리보다더큰울음을터뜨린다.
뒤를따르던차들의높은경적소리가거리를일시에메운다.
날카롭게내려찍는두통을느끼는순간
앞차의운전석에서사내의일그러진얼굴이떠오른다.
친구연주회에바칠꽃다발이낯설다.
바이올린현의떨림,예술의전당로비의소곤거림이
한순간,명멸하고
이제경찰차사이렌소리만기다릴뿐.
세계는단일초만에바뀌고
그일초만에바뀐세계를
만들기위해나는몇억만분을소모했는지.
세상이정말견고한가되물어보는
눈깜짝할사이.

_「한순간」전문

#정은숙#비밀을사랑한이유#나만의것#문학동네포에지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1.
2020년11월문학동네는복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1차분열권을우선으로선보였습니다.2021년3월2차분열권을새롭게세상에내놓습니다.문학동네는일찌감치이작업을시도한바있습니다.1996년11월‘포에지2000’시리즈의펴냄아래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그명맥을이어나가던바있습니다.“예민한감성과날카로운직관으로시대의혼돈과상처를노래했던젊은영혼의생생한울림이담긴추억의명시들을독자앞에다시금제시함으로써빛나는시의정수를확인하고자”하려함이라는취지의글이떠오릅니다.그정신은온전히두고그매무새를새로이다지는과정가운데문학동네포에지의첫행보를내딛기까지시간이오래좀더디걸린것도사실입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이다,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은까닭입니다.시라는무한과시집이라는열림을끌어안으려는데있어한껏오므라들었다힘껏펼칠줄아는시리즈라는줄자,이를가능케하는힘은아무려나사랑에있음을이제는깨닫고온전히그순정에기대어용기를낼수도있게되었습니다.

2.
문학동네의구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는복간의기저를비단문학동네에적을두었던시집만을필두로하지않는다는점을특징으로합니다.반드시는아니더라도이왕이면읽어둬도참좋으련만,이런저런사정으로오랜시간서점에서찾아보기힘들었던시집들이우리에게는꽤있었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쳐질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특히나귀하디귀하다싶은것이시인들의첫시집임을알아그최전방에첫시집들을앞서배치한것인데1차분의김언희,김사인,이수명,성석제,성미정,함민복,진수미,박정대,유형진,박상수시인에이어새롭게출간된2차분역시김옥영,이문재,염명순,안도현,정은숙,조연호,김민정,최갑수,이영주,이현승시인의첫시집임에,복간에있어첫시집을앞서염두에둔다는원칙역시말씀드리는바입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문학동네시인선과책사이즈가같습니다.세상의시계와는완연히다른시의시간속에이두시리즈가맘껏뒤섞이는난장속에시집시리즈의건강함을기대하였고,맘껏뒤섞이는자연속에시집시리즈의무구함을기약한것도애초의기획의도중하나이기도했습니다.표지디자인의중심을컬러에놓은것도둘의공통점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이핀꽃이거나필꽃이라할때문학동네포에지는꽃이있다떨어진꽃자리이거나꽃없이진꽃을기억하는등산로앞의자라할적에그컬러의생겨먹음이필시달라야할것이라는짐작이내내따라붙었습니다.힘을빼고또뺐습니다.등을펴고또폈습니다.그렇게비우고그렇게꼿꼿해지는과정속에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와마주하게되었습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기는일로시집의단장을마치고시집의장단을맞춘시집시리즈,이에는색보다는물의수위가높아야한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습니다.앞으로한차에열권씩출간하려는작정은예의과정에서비롯한작정이기도합니다.

4.
구석구석모자람도클것입니다.걸음마에넘어짐은자석근처의철심같은것,하여많은분들이넘어질적마다넘어졌구나가리키시고가르쳐주셔야오랫동안지치지않고씩씩하게걸어나갈수있음을압니다.모쪼록새롭게시작하는문학동네포에지를더도말고덜도말고그저사랑으로지켜봐주시면여한이없을성싶습니다.“사랑이란죽은이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에밀리디킨슨의시에힘입어“사랑이란죽은시집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우리만의변주로그이가부추긴‘사랑의함대’를비유삼아오늘이렇게문학동네포에지라는배를물위에띄워보는바입니다.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2차분리스트

011김옥영『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
012이문재『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
013염명순『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
014안도현『서울로가는전봉준』
015정은숙『비밀을사랑한이유』
016조연호『죽음에이르는계절』
017김민정『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
018최갑수『단한번의사랑』
019이영주『108번째사내』
020이현승『아이스크림과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