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계절 (조연호 시집)

죽음에 이르는 계절 (조연호 시집)

$12.00
Description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저자

조연호

1994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죽음에이르는계절』『저녁의기원』『천문』『농경시』『암흑향』『유고』가있다.현대시작품상,현대시학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라면집에모여있던소년들/죽음의집/죽음에이르는계절/시월/달의목련/길을향하여/열매를꿈꾸며/불을꿈꾸며/사생대회/모래내/어떤꿈의거푸집/나의아름다운세탁소/염전/비내리는한철/수로/나쁜혈통/오월/오월/쥐의날/유월/얼음불꽃/수목한계선/꽃없는나무,제주(濟州)/매립지/금요일의자매들/금요일의자매들/빨간모자/불의교성(交聲)/구순기/연혁(沿革)/갈림길/진주난봉/해피엔딩/입춘부근/단식(斷食)/흑백사진/모네의저녁산책/적(敵),밋밋한여닫이문/HighwayStar/만화가소년/교문리/유원지필담/낡은장화/소리가만들어놓은길/모래의시작/희망/몇개의길/그대여오늘은/충혼탑에의추억/풀밭위의식사/왼발을저는미나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아무도그곳에와서기웃거리지않았으므로그아이의걸음,한줌의사랑에도묶이지않았다._「열매를꿈꾸며」부분

그리운사람들을너무오랫동안문밖에세워둔것은아닐까.문열어두면문밖엔아무도없고골판지같은나무들이서로를밟고하늘로올라가고있었다._「꽃없는나무,제주(濟州)」부분

희망을빌려쓰고갚지못해내가울다.덕소로가서한번돈내고영화두편보다.(…)꿈꾸는나무들은꿈밖어느가지도흔들지않다.생선의언주둥이가영다물어지지않던,뿌리가더이상땅위를묶지않던,차가움이한꺼번에살얼음으로번져가던,겨울과봄의접경._「희망」부분

1994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등단한조연호시인의첫시집『죽음에이르는계절』을문학동네포에지16번으로새롭게복간한다.2004년8월천년의시작에서선을보인뒤17년만이다.“환상과언어를긴밀히엮어냄으로써,환상에삶으로서의깊이와무게를얹어주고있다”(신경림,김광규,김훈)는평과함께등단한조연호.시인이이룩해낸새로움이더욱새롭고깊어지기바란다던1994년에서그는얼마나멀리,혼자걸어온것일까.“함께출발했던동시대의누구와도다르게,그저언어의성채를쌓아가며자신의존재를형성”해온조연호.그의“신과자연그리고세계를배반한바벨탑의언어”(김정현)가겨누고있는심연으로인도하는출발점이바로이첫시집『죽음에이르는계절』이다.“구토,현기증,불투명한시선으로포착한사물등이가득한”문제적인51편의시.“내면에가득찬실존적갈망을매혹적인시적풍경으로바꾸는연금술”은“세계와현실을일그러뜨”린다(김춘식).
엄마,사생대회가야하는데물감이말라서안나와,알록달록물감덩이를물에풀면알약의캡슐처럼느리게녹아내리던엄마의상처(「만화가소년」).달그락거리는배고픔들이따뜻한아궁이속으로들어가지못하고밤새꿈앞을서성대고(「얼음불꽃」)찌처럼조용히그늘위로머리만내민봄볕은자기를물고어둠밑으로순식간에내려갈바람의입질을기다린다(「입춘부근」).따뜻한얼굴과아름다운노래를아무데서나만들어서는안된다는걸알게될때까지,아이들은개들과함께동네쓰레기통을들쑤시고다니고(「모래내」)멀리공장굴뚝에까지가닿는좋은부력의종이비행기를접고싶었지만날려보낸것들은멀어지지않았다(「유원지필담」).처음엔얇은비닐막같았고,김휘휘도는찌개그릇같았다가자기입에못담을험담들이되어가는생(生)(「모래의시작」).문득길을돌아보면아카시아잎사귀는정말로마지막이란말을담으며그리움을눈부셔하고있었다(「몇개의길」).누군가강저편으로외롭게돌을던진다.항상더아프고더외로운쪽으로만날아가는그돌을(「불을꿈꾸며」).

비내리던오월이그쳤다.숲이가난한자들의빈그릇속으로들어왔다.나는모서리에몰려서서심장이저울질당하는소리를들었다.부드러운비에꽂혀하늘이아프게하수구까지걸어온다.쥐들의지붕타는소리가엄마의재봉틀굴리는소리만큼크다.(뜻도없이문이밀쳐지고,한번쯤분노해야할일이없을까.나는그리다만그림에붉은명암을넣었다.)어쩌면세상은평안하고,이렇게될줄예감하면서주일이면동네확성기에서찬송이쏟아졌을것이다.죽은꽃과죽은바람을차마볼수없어등을켜지않았다.

오월은늦은식사로부터와서늦은식사로떠난다.붉고지친꽃잎위로지하방직공장실먼지가희미하게올라온다.늦은식사,우는엄마들,햇복숭아를사들고칠팔월로훌쩍가버리는오월.분수대에손을넣고바람의패총을줍는다.덜마른기억의껍질들이손가락사이로뚝뚝떨어진다.앙천의눈매되뜨는,이짙은오월,한번쯤분노해야할일은없는가.비갠하늘빛을따라느린삶을옮기는달팽이와그의늙은집과그의집이옮겨가며뒤에남는반짝이는것들이모두길이되어가고있었다.

_「오월」전문

#조연호#죽음에이르는계절#문학동네포에지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1.
2020년11월문학동네는복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1차분열권을우선으로선보였습니다.2021년3월2차분열권을새롭게세상에내놓습니다.문학동네는일찌감치이작업을시도한바있습니다.1996년11월‘포에지2000’시리즈의펴냄아래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그명맥을이어나가던바있습니다.“예민한감성과날카로운직관으로시대의혼돈과상처를노래했던젊은영혼의생생한울림이담긴추억의명시들을독자앞에다시금제시함으로써빛나는시의정수를확인하고자”하려함이라는취지의글이떠오릅니다.그정신은온전히두고그매무새를새로이다지는과정가운데문학동네포에지의첫행보를내딛기까지시간이오래좀더디걸린것도사실입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이다,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은까닭입니다.시라는무한과시집이라는열림을끌어안으려는데있어한껏오므라들었다힘껏펼칠줄아는시리즈라는줄자,이를가능케하는힘은아무려나사랑에있음을이제는깨닫고온전히그순정에기대어용기를낼수도있게되었습니다.

2.
문학동네의구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는복간의기저를비단문학동네에적을두었던시집만을필두로하지않는다는점을특징으로합니다.반드시는아니더라도이왕이면읽어둬도참좋으련만,이런저런사정으로오랜시간서점에서찾아보기힘들었던시집들이우리에게는꽤있었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쳐질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특히나귀하디귀하다싶은것이시인들의첫시집임을알아그최전방에첫시집들을앞서배치한것인데1차분의김언희,김사인,이수명,성석제,성미정,함민복,진수미,박정대,유형진,박상수시인에이어새롭게출간된2차분역시김옥영,이문재,염명순,안도현,정은숙,조연호,김민정,최갑수,이영주,이현승시인의첫시집임에,복간에있어첫시집을앞서염두에둔다는원칙역시말씀드리는바입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문학동네시인선과책사이즈가같습니다.세상의시계와는완연히다른시의시간속에이두시리즈가맘껏뒤섞이는난장속에시집시리즈의건강함을기대하였고,맘껏뒤섞이는자연속에시집시리즈의무구함을기약한것도애초의기획의도중하나이기도했습니다.표지디자인의중심을컬러에놓은것도둘의공통점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이핀꽃이거나필꽃이라할때문학동네포에지는꽃이있다떨어진꽃자리이거나꽃없이진꽃을기억하는등산로앞의자라할적에그컬러의생겨먹음이필시달라야할것이라는짐작이내내따라붙었습니다.힘을빼고또뺐습니다.등을펴고또폈습니다.그렇게비우고그렇게꼿꼿해지는과정속에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와마주하게되었습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기는일로시집의단장을마치고시집의장단을맞춘시집시리즈,이에는색보다는물의수위가높아야한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습니다.앞으로한차에열권씩출간하려는작정은예의과정에서비롯한작정이기도합니다.

4.
구석구석모자람도클것입니다.걸음마에넘어짐은자석근처의철심같은것,하여많은분들이넘어질적마다넘어졌구나가리키시고가르쳐주셔야오랫동안지치지않고씩씩하게걸어나갈수있음을압니다.모쪼록새롭게시작하는문학동네포에지를더도말고덜도말고그저사랑으로지켜봐주시면여한이없을성싶습니다.“사랑이란죽은이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에밀리디킨슨의시에힘입어“사랑이란죽은시집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우리만의변주로그이가부추긴‘사랑의함대’를비유삼아오늘이렇게문학동네포에지라는배를물위에띄워보는바입니다.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2차분리스트

011김옥영『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
012이문재『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
013염명순『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
014안도현『서울로가는전봉준』
015정은숙『비밀을사랑한이유』
016조연호『죽음에이르는계절』
017김민정『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
018최갑수『단한번의사랑』
019이영주『108번째사내』
020이현승『아이스크림과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