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과 늑대 (이현승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 (이현승 시집)

$10.00
Description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저자

이현승

2002년『문예중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아이스크림과늑대』『친애하는사물들』『생활이라는생각』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우는아이/슈퍼맨리턴즈/맥주와잘어울리는것들/동물의왕국/늑대가나타났다/식탁의영혼/
재난문자방송/기침사나이/동물성/괜찮은생각/캐츠아이/훌라후프를돌리는여자/근황/
공무도하가/간지럼증을앓는여자와의사랑/기침의영혼

2부
도망자/세렝게티의물소리/해변의여인/백서/결혼한여자들/문제는바나나/소리지르지말아요/
한여름밤의꿈/걱정이걱정이다/애완시대/주름의왕/서사에대한모욕/고양이/경험주의자와함께/
창피하다창피해/뚱뚱한그녀,혹은비둘기에게/하루키를읽는오후/미래의소년/밝은방/배드민턴다이얼로그

3부
꼬리/아이스크림과늑대/찰리의저녁식사/모래알은반짝/타이어/게으름에대한찬양/
이동네는주차할데가없어/중추(仲秋)부근/경계에서/단풍길/풍란의귀/춘설(春雪)/술권하는사회/
그집앞능소화/피터팬과몽상가들의외출/태풍은북상중/
모든것에대해긍정하는마음을당신은설탕에게서배울것인가?/최초의관객/철거시대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책소개

우리는거리에서노래하고
거리에서아이스크림과맥주를마시고
거리에서사랑을하고잠을자고
그리고거리에서죽는다
서로의몸속을보여줄만큼
거리는이제아주사적인공간이므로
투명인간들이활보하는거리에서
소년은눈물을훔친다_「우는아이」부분

말없는식사를가로지르는무뚝뚝한금속성
가장극심한소외가침대위에있듯이
네모반듯한식탁위에서모든사랑은다질투였을뿐
모든식욕은다굶주림이었을까요?
무방한사실을이야기하면서
나는의심으로부터놓여났다_「동물성」부분

때리면서아프냐고묻던고참병
대답을고민할필요가없어서고마웠다
아프다도아니고안아프다도아닌괜찮습니다
도대체대답이필요하지않은질문들이란뭐지?_「괜찮은생각」부분

2002년『문예중앙』을통해등단한이현승시인의첫시집『아이스크림과늑대』를문학동네포에지20번으로새롭게복간한다.2007년8월랜덤시선29번으로처음선보이고14년만에입은새옷이다.3부55편으로구성된이시집은“녹아내리는아이스크림의운명,이것이우리와소년의,그리고세계와존재와시간의운명”이라는해체적미니멀리즘을보여주면서도생의참혹에대응하는따뜻하고은근한유머를놓지않는다(강계숙).어떻게분명있었던것이소리없이비명을지르며사라져가는지.우리는어떻게그런사태들의한가운데를함께살아져/사라져가고있는지.아이스크림을‘Iscream’으로읽는순간(정한아)우리는길위에서얼음조각처럼녹아내리는아이의울음과공명하며깨닫는다.투명인간들이거리를유령처럼활보하고있음을.“나는햇빛,나는수증기,나는물방울./비로소나는당신의내부에있습니다.”(「도망자」)
거대하게출렁이는마실수없는물들앞에서나는목구멍에소금을처넣은듯목이마르다(「해변의여인」).우주에물고기한마리와단둘이남겨진기분.먹을것이냐외로워질것이냐?(「기침사나이」)늘배가고픈늑대의식성앞에서가족들의식사는용맹하다.악어의입에자신의머리를넣는곡예사처럼(「늑대가나타났다」).“핏물이배어나더라도/모든사람들이매일같이무신경하게이를닦”고“입냄새를지우고거울앞에서이-하며한번은억지웃음을짓”(「서사에대한모욕」)는이“가학의도시에서나보다먼저시민권을얻은저권태의새”(「뚱뚱한그녀,혹은비둘기에게」).“일기(日氣)와사람의마음은어떤곡선을그리면서비껴갈까”(「피터팬과몽상가들의외출」).시인은유머를생각한다.유머는강력한이빨을가진자만의것.악어나사자같이물어봐물어봐하다가정말꽉물어버릴수있는,물어버릴지모르는자들의것이다(「찰리의저녁식사」).또한웃음은보호막,문지르면더잘게,더많이일어나는비누거품같은것.“나는작은거품들에둘러싸인비누가손안에서미끌거리는것을본다”“작은웃음으로이루어진보호막/웃음속의공포”를(「간지럼증을앓는여자와의사랑」).리턴,리턴,리턴,그리하여무한반복하는삶(「슈퍼맨리턴즈」).시인은“통조림에도고유번호가있다는사실에서/위안과절망을동시에느낀다”(시인의말).손깍지를풀면서완성되는기도.연인들은헤어지면서사랑을이해하고지도는만들어지면서부터틀리기시작한다.“그런데깨진유리병들은/어디에저렇게많은금들을감추고있었을까”(「모래알은반짝」).

도망을이해하려면말야
아이스크림을봐
표정을바꾸는변검술사의손놀림처럼
재빠르게,혹은보이지않을만큼미세하게
무언가가빠져나가고있지
아이스크림이녹지
아이스크림은포효하고
아이스크림은분노하고
아이스크림은자살협박을하고
아이스크림은녹아내려

아이스크림은도망을이해할수있지
동물원을탈주한늑대처럼
아이스크림은도주하지
아이스크림은사라지지
가령,날렵한혓바닥은
흔적을지우면서헤엄치는물고기들의꼬리같아
도망을이해한다면당신은늑대
어둠속에서두개의눈을밝히겠지
늑대들은새빨간혓바닥으로새빨간거짓말을하고
거짓말처럼아이스크림은녹아내리지

잽싼손놀림을가질수있다면
나는완전히투명에가까워질수있지
잠시흔들렸다가원래의모양으로돌아오는물주름
어느날위치가바뀌어있는책상위의물건들처럼
혹은아이스크림처럼,또늑대처럼나는사라지지

_「아이스크림과늑대」전문

#이현승#아이스크림과늑대#문학동네포에지


■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문학동네복간시집시리즈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

1.
2020년11월문학동네는복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를시작하며1차분열권을우선으로선보였습니다.2021년3월2차분열권을새롭게세상에내놓습니다.문학동네는일찌감치이작업을시도한바있습니다.1996년11월‘포에지2000’시리즈의펴냄아래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그명맥을이어나가던바있습니다.“예민한감성과날카로운직관으로시대의혼돈과상처를노래했던젊은영혼의생생한울림이담긴추억의명시들을독자앞에다시금제시함으로써빛나는시의정수를확인하고자”하려함이라는취지의글이떠오릅니다.그정신은온전히두고그매무새를새로이다지는과정가운데문학동네포에지의첫행보를내딛기까지시간이오래좀더디걸린것도사실입니다.“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현시되는장을여는일이되기도할것”이다,우리스스로선언한책임과의무의말이실은얼마나큰무게인지모르지않은까닭입니다.시라는무한과시집이라는열림을끌어안으려는데있어한껏오므라들었다힘껏펼칠줄아는시리즈라는줄자,이를가능케하는힘은아무려나사랑에있음을이제는깨닫고온전히그순정에기대어용기를낼수도있게되었습니다.

2.
문학동네의구간시집시리즈인문학동네포에지는복간의기저를비단문학동네에적을두었던시집만을필두로하지않는다는점을특징으로합니다.반드시는아니더라도이왕이면읽어둬도참좋으련만,이런저런사정으로오랜시간서점에서찾아보기힘들었던시집들이우리에게는꽤있었습니다.문학동네포에지는시간을거슬러찬찬히행하는시로의이뒤로걷기를통해파묻혀있을수밖에없었던시집을발굴하고,숨어있기좋았던시집을골라내며,책장밖으로떨어져있던시집을집어서가에다시꽂는일을게을리하지않음으로써한국시사를관통함에있어필요충분조건이되는시의독본들을여러분들에게친절히제공해드릴참입니다.출발의본거지는제각각달랐으나도착의안식처는모두한데로,문학동네포에지안에서유연성다해섞이고개연성있게엮인가운데한차에열권씩펼쳐질시의병풍은저마다다양한개성으로저마다독특한양식으로저마다특별한사유로시리즈라는줄자에서보다큼지막한테두리로우리를시라는리듬속에재미속에미침속에한껏춤추게할것입니다.특히나귀하디귀하다싶은것이시인들의첫시집임을알아그최전방에첫시집들을앞서배치한것인데1차분의김언희,김사인,이수명,성석제,성미정,함민복,진수미,박정대,유형진,박상수시인에이어새롭게출간된2차분역시김옥영,이문재,염명순,안도현,정은숙,조연호,김민정,최갑수,이영주,이현승시인의첫시집임에,복간에있어첫시집을앞서염두에둔다는원칙역시말씀드리는바입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문학동네시인선과책사이즈가같습니다.세상의시계와는완연히다른시의시간속에이두시리즈가맘껏뒤섞이는난장속에시집시리즈의건강함을기대하였고,맘껏뒤섞이는자연속에시집시리즈의무구함을기약한것도애초의기획의도중하나이기도했습니다.표지디자인의중심을컬러에놓은것도둘의공통점입니다.문학동네시인선이핀꽃이거나필꽃이라할때문학동네포에지는꽃이있다떨어진꽃자리이거나꽃없이진꽃을기억하는등산로앞의자라할적에그컬러의생겨먹음이필시달라야할것이라는짐작이내내따라붙었습니다.힘을빼고또뺐습니다.등을펴고또폈습니다.그렇게비우고그렇게꼿꼿해지는과정속에문학동네포에지는파스텔톤의열가지컬러와마주하게되었습니다.해설이따로실리지않는시집시리즈,추천사도따로박히지않는시집시리즈,시인의약력과시인의자서와시인의시로만꿰는시집시리즈,시인의시가운데미리보기로어떠한가싶어고른한편의시를책뒷면에새기는일로시집의단장을마치고시집의장단을맞춘시집시리즈,이에는색보다는물의수위가높아야한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습니다.앞으로한차에열권씩출간하려는작정은예의과정에서비롯한작정이기도합니다.

4.
구석구석모자람도클것입니다.걸음마에넘어짐은자석근처의철심같은것,하여많은분들이넘어질적마다넘어졌구나가리키시고가르쳐주셔야오랫동안지치지않고씩씩하게걸어나갈수있음을압니다.모쪼록새롭게시작하는문학동네포에지를더도말고덜도말고그저사랑으로지켜봐주시면여한이없을성싶습니다.“사랑이란죽은이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에밀리디킨슨의시에힘입어“사랑이란죽은시집도거의소생시킬수있는것”이란우리만의변주로그이가부추긴‘사랑의함대’를비유삼아오늘이렇게문학동네포에지라는배를물위에띄워보는바입니다.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2차분리스트

011김옥영『어둠에갇힌불빛은뜨겁다』
012이문재『내젖은구두벗어해에게보여줄때』
013염명순『꿈을불어로꾼날은슬프다』
014안도현『서울로가는전봉준』
015정은숙『비밀을사랑한이유』
016조연호『죽음에이르는계절』
017김민정『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
018최갑수『단한번의사랑』
019이영주『108번째사내』
020이현승『아이스크림과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