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염되었다 (UN 인권위원의 코로나 확진일기)

나는 감염되었다 (UN 인권위원의 코로나 확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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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인 최초 UN 자유권위원회 위원,
코로나 확진으로 자유를 빼앗기다
성북구 13번 확진자의 사라진 인권을 찾아서
UN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으로 수년간 일하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UN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인권전문가 서창록 교수. 그는 2020년 3월 UN 체제학회 참여차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그 순간부터 존경받는 인권학자이자 대한민국 인권과 외교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그의 세계는 급변한다. 그간 머리로 연구하고 잘 안다고 믿어왔던 약자와 소수자의 삶, 인권의 개념은 산산이 부서지고, 그는 사회에서 존엄성과 인격이 있는 한 인간이 아닌 ‘해외에서 바이러스를 묻혀온 보균자’로 치부되고 관리되기 시작한다. 행동거지를 잘못해서 코로나에 걸렸다는 낙인찍기, 그리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일파만파 퍼진 각종 루머, 격리중의 24시간 감시와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그는 때론 분개하고 종종 체념하고, 안간힘을 다해 버텨내며, 그를 완전히 무너뜨리려는 정신질환과도 맞서 싸운다.

그는 코로나 확진의 경험이 인권전문가로서도,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말한다. 확진 순서로 넘버링된 번호로 분류되고 처리되고 차별받으며 신상과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던 코로나 초기의 확진자에서, 다시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와 더 민감하고 뜨거운 인권전문가로서 유럽인들과 ‘K-방역’에 대해 토론하고 한국인 최초 UN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기까지-그의 코로나 확진일기는 그간 우리가 잊어버리고 지워버린 인간의 얼굴과 권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것은 코로나 시대 우리가 바이러스를 잡는 데만 몰두하고 감염자들의 동선을 집요하게 쫓느라 놓쳐버린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

서창록

서창록
고려대학교국제대학원교수.
인권NGO‘휴먼아시아(HumanAsia)’대표.
국가인권위원회정책자문위원회위원.
UN시민적ㆍ정치적권리위원회(자유권위원회)한국인최초위원.
그리고‘성북구13번확진자’로보도된사람.
지은책으로『국제기구:글로벌거버넌스의정치학』,『북한인권개선어떻게할것인가:평화적개입전략과국제사례』(공저)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_코로나가뒤엎은삶…004

1부나는왜코로나에걸렸나-감염경로

‘중국바이러스’가창궐했을때UN본부가있는뉴욕과제네바에서벌어진일
_인간의본성에차별과혐오가있다…016

카타르에서애타게“나는한국인입니다”를외치다
_절박한난민,태연한텃세…026

자유의나라미국에갇히다
_감염병과이동권제한…034

나의사적인뉴욕감염경로역학조사끝에
알아낸것
_이민자들에대한멸시…044

2부성북구13번확진자의사라진인권을찾아서-두려움과확진

증상발현,부모님을만나지못하다
_구조적차별과감염병…052

귀국길,팬데믹보다무서운인포데믹
_가짜뉴스와피해자들…060

“혹시너코로나걸렸니?”
_확진자에게개인정보는없다…068

3부음압병실의모르모트-병원격리

음압병실의모르모트
_인권의최소조건…080

24시간감시카메라에걸리다
_CCTV와블랙박스의나라…088

견딜수없는고립감속에서
_내가잊었던가장소중한인권…094

벽에말걸기공포
_정신질환에대한편견…102

자가격리자들에게손목밴드를채우자고요?
_네가어제한일을국가는모두알고있다…108

‘이기적인의사들’과‘덕분에’챌린지사이의간극
_의료진의노동권과파업권을생각한다…118

선물과뇌물
_정과공정거래사이…128

4부완치자가아니라‘회복자’입니다
-코로나후유증과퇴원후회복기

코로나는완치될수있는가
_혈액기증이슈와코로나후유증…136

재양성자가나타났다,친구들이나를피한다
_국가와언론은괴담을유포해서는안된다…144

유럽인들과K-방역에대해토론하다
_애국심과자문화중심주의의덫…154

대학내온라인강의와등록금논란
_디지털시대의불평등과격차…160

코로나가아웃팅시킨성소수자들
_성소수자혐오는정의가아니다…166

신상털기와마녀사냥,슈퍼전파자의눈물
_낙인,차별,배제의지옥…172

팬데믹속에폭발한구조적인종차별
_다문화사회,공존의가치…178

코로나19와함께탄생한신조어‘플랜데믹’
_음모론vs.표현의자유…186

UN시민적ㆍ정치적권리위원회의한국인최초위원이되다
_다시,인권으로…194

마스크논쟁과트럼프대통령확진을보면서
_자유주의와권력…204

“걔,코로나걸렸잖아”
_음지의감염자들…210

내개인정보를열람하는보이지않는존재들
_디지털기술과인권…216

에필로그_코로나가타인의고통을이해하게한다…224

출판사 서평

“이것은코로나19로인해예기치않게
인생이바뀐한사람의기록이다.
그러나당신에게도얼마든지일어날수있는사건이다.”

나는UN에서인권이사회자문위원등으로6년간일해오던중에,2020년3월UN체제학회참여차뉴욕으로출국했다가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감염되었다.코로나19는내명함에새겨진온갖직책과직위를떼버리고,그저확진순서로넘버링된번호로관리되고격리되고처리되는확진자로서이사회의혐오와모욕과부조리를온몸으로겪어내보라고말하고있었다.매순간맞닥뜨리는당혹스럽고고통스러운일앞에서내가연구하고확신을가졌던인권에대한지식과신념,읽고써온책들은한낱종잇장일뿐이었다.
고통과회복,웃음과울음,무지와깨달음이뒤엉켜있는이이야기를당신곁의한친구와가족이겪은일처럼읽어주길바란다.코로나확진과정에서끝까지아닐거라버둥거리고도리질했던바보같은나의허세에웃고,때론한환자가홀로격리된채감당해내야만했던고통에울고,무엇보다우리모두가코로나라는대재앙속에적당히덮어두었던‘인간다움’의가치에대해기억해주길바란다.
코로나19가사라진자리에도바이러스와전염병,혹은한인간을세계로부터격리하고처리해야만하는재난은계속들이닥칠것이다.이책이코로나시대에우리가잃어버리고놓친것들에대해한번쯤생각해보게하는책이된다면더할나위가없겠다._프롤로그에서

신상털기,마녀사냥,가짜뉴스,감시카메라,정신질환,후유증…
코로나확진자가된인권학자,
낙인·차별·배제의지옥에서살아남기위해싸우다

조짐은있었다.코로나19가‘우한폐렴’‘중국바이러스’로불리며서구인들에게는‘남의집불구경’이었던그때,서창록교수는UN본부가있는뉴욕과제네바로출장을떠난다.아직서구에서는마스크를쓰는사람이거의없을때였다.그러나UN내부에서조차아시아국가의UN인권위원들에게은근한경계와호기심의시선이꽂히고,그는이런시선에묘한불편함을느끼면서도자신은중국인이아니라한국인이라고해명하고싶은욕구를느낀다.그래서우스꽝스럽게도대한민국여권을은근슬쩍내보이면서걸어다니기도한다.그러나그마저도소용없었다.출장을마치고카타르항공을이용해귀국하려던그는중간기착지인도하공항에서오도가도못하게붙들리고만다.때마침대한민국에신천지집단감염이확산되면서,비행기를타고오는중간에전격적으로한국인입국금지조치가내려진것이다.
“제네바에서넘어왔고UN에서일하고있다”고아무리호소해봐도그순간그는코로나바이러스를퍼뜨릴지모르는검은머리아시아사람1인일뿐이었다.이때까지만해도그는코로나바이러스에감염되지않은상태였는데도,단지아시아인이라는이유로타국에서난민과비슷한취급을받아야했다.
그러나뜻하지않게일어난오해와해프닝에머물것같았던이날의일은서창록교수가향후온몸으로겪어낼코로나재난의시작일뿐이었다.2020년3월,다시UN체제학회참여차뉴욕에갔던그는‘어디선가’코로나바이러스에감염되고만다.아직미국에코로나검사와방역수칙조차제대로마련되지않은때였다.코로나감염가능성이있다는뉴욕현지의사의진단과귀국권고에그는미국에계신부모님조차만나지않고마스크를단단히쓴채급거귀국해곧장국내선별진료소로향한다.
그리고한번도상상해보지도,겪어보지도않은‘확진자의삶’이시작되었다.
확진직후그는‘성북구13번확진자’로직업과동선이만인에게공개된다.그의직업을공개한것은방역에꼭필요한일이었을까?

코로나사태초기,우리는방역을핑계로누군가의동선과사생활을속속들이훔쳐보았다.한사람의소중한개인정보와일상이욕과비난,동정과연민의탈을뒤집어쓰고전시되었다.사람들은어떤확진자의동선을보고는‘불륜코스’라며낄낄거렸고,집과학교,집과회사만을오간사람의동선은불쌍하기짝이없으니이런사람은빨리완쾌했으면좋겠다며선의를가장해한인간의평범하지만고귀한생활을동정했다.
나는지금도왜이렇게자세한정보가공개되어야하는지모르겠다.
코로나19초기확진자는환자가아니라죄인이었다.자신의모든동선과사생활이만천하에공개되어그들은망연자실했다.나역시그랬다.(75~76쪽)

팬데믹보다무서운인포데믹

정말로죽을지도모른다는공포와귀국후가족조차만나지않고홀로지내는외로움속에서그는벼락을맞은듯이확진자가되었지만,그를둘러싸고돌연기묘한소문이돈다.그가한국으로돌아오는비행기에서마스크도쓰지않고,침을튀겨가며떠들고음식물을먹으며조심성없는태도로방만하게굴었다는소문이그의지인들을중심으로일파만파퍼진것이다.온몸을공격해오는코로나증상과싸우는동시에,그는자신은그런사람이아니라고???간힘을다해해명해야만했다.

어이가없었다.‘가짜뉴스라는것이이렇게퍼지는구나’싶어등골이서늘해졌다.잠시동안나는공공질서를지키지않는파렴치한이되었다.그소문은이미나도모르는사이여기저기퍼졌고,진실을아는사람은많지않을것이다.그사람들에게나는영원히그냥그런사람이다.나는그저병에걸렸을뿐인데,어느순간대단히큰잘못을저지른사람으로둔갑했다.
코로나19가확산되면서가짜뉴스가무차별적으로유포돼사람들사이에서불안심리와혼란,공포가가중되고있다.이른바‘인포데믹’이다.인포데믹이란정보를뜻하는‘인포메이션(information)’과전염병을뜻하는‘에피데믹(epidemic)’의합성어로,악성루머나잘못된정보가빠르게확산되는‘정보전염현상’을뜻한다.(…)
코로나19와가짜뉴스는공통점이있다.둘다인간을병들게하고사회를어지럽히는전염병이라는점이다.코로나19는인간의육체를,가짜뉴스는정신과사회를파괴한다.코로나19확진자인동시에가짜뉴스피해자가된이들의이야기를들어보면코로나19보다이들을더힘들게했던것이인포데믹이었다.(64~66쪽)


음압병실의‘모르모트’
CCTV감시공포와정신질환에시달리는확진자의삶

음압병실에서그는고립감과배신감을느낀다.코로나치료효과도명확하지않은데,에이즈와말라리아치료제가번갈아투여되는와중에,견딜수없는어지럼증과통증,구토감이엄습한다.정말이지죽을것같아서타이레놀딱한알만먹으면살겠다는생각으로가방속오래된타이레놀한알을손을떨면서꺼내지만,그때병실어디선가찢어지는듯한확성기소리가들린다.
“환자님!그거드시면안돼요!”
음압병실은24시간감시카메라에의해감시되고있었던것이다.
서창록교수의책에는우리가미처알지못했던코로나확진자들의절망과적나라한실상이있다.그들은왕복열걸음도안되는좁은음압병실안을왔다갔다초조하게오가며‘재양성자’에대한공포를조장하는뉴스들에심장이철렁내려앉고,자가격리자들에게‘전자팔찌’를채우자는뉴스에국민의70%가동의하는설문을지켜보며공포에질린다.서창록교수도‘안심밴드’라는그럴듯한이름을달긴했지만범죄자에게채우는전자팔찌와사실상다르지않은‘코로나전용전자팔찌’의도입과정에서절규한다.

“코로나이후우리의미래는지금의결정에의해좌우될수있다.우리는인간존엄성이훼손되는미래를원하는가.범죄자도아닌데모두가전자팔찌를차고다니는미래를원하는가.”(110쪽)

하지만그러한목소리는지금까지세상에거의드러나지않았다.그리고많은코로나확진자들이그처럼음압병실의흰벽을향해외로이말을걸다가정신질환에시달렸다.

나도병원에서정신질환이생겼고,약을처방받아복용했다.많은코로나19환자들이그랬으리라생각한다.실제로코로나에감염되었다가완치된사람들중에도정신질환으로고생하는사람들이많다고한다.하지만바깥에서정신병얘기는하지않는다.아마사람들의시선때문일것이다.코로나에감염된것도말하고싶지않은데,정신질환이생겼다는것까지말하면사람들이어떻게볼까두려운것이다.(…)
코로나19치료기간나는바깥도내다보기힘든음압병실에서격리되어있었다.몸도아팠지만,무엇보다죽을지도모른다는공포와내곁엔아무도없다는압도적인고립감에시달렸다.이상황에서마냥밝고긍정적인생각만할수없는게당연하지않겠는가.다행스럽게도퇴원하는날까지벽이먼저내게말을걸거나대꾸하는일은없었지만,나는입원기간내내흰벽을응시하고천장을올려다보며계속웅얼웅얼말하곤했다.내가누군가에게먼저말을건넬줄알고소통할수있는‘인간’이라는사실을잊지않으려는듯이.(106~107쪽)

코로나바이러스라는괴물은지금도수많은사람을죽이고있고,동시에가장사소하고소중한우리의일상을야금야금갉아먹고있다.더욱무서운것은사람들이팬데믹으로파괴된일상으로인한분노를엉뚱한곳에돌리곤한다는것이다.중국인,신천지,보수교회,동성애자등이손쉽게낙인과마녀사냥의대상이되었고,감염자들은검사받고치료해야할환자가아니라‘죄인’으로‘조리돌림’당했다.그러고도코로나후유증으로건강이좋지않아백신개발을위한혈장공여에참여하지않으면,‘국민의세금’으로‘공짜’로치료받고도뻔뻔하다는비난까지들어야했다.
이제서창록교수는코로나와그후유증으로부터몸과마음을회복하였으나,아직스스로‘완치’되었다고말하진않는다.도리어코로나19에과연‘완치’가있겠느냐고되묻는다.바이러스의숨통을끊기위한이전쟁에서,K-방역의강력하고도집요한방어막속에서돌이킬수없이되어버린것들이있다.끝내‘그냥그런사람’이되어버린이들이있다.코로나의피해자이지만가해자인듯숨죽여지냈던이들이있다.
아직코로나와의전쟁은끝나지않았다.그리고코로나와관련된이들에대한낙인과혐오도끝나지않았다.

나의삶은코로나19감염이전과이후로나뉘게될것같다.2020년코로나19확진자서창록이경험한세계는이전에교수,학자,인권활동가,UN인권위원서창록이살아온세계와는판이하게달랐다.그간전세계를누빈나의경험과연구지식은코로나19앞에서적용되지않았다.지금까지의인생이인권에대해‘머리로’찾는과정이었다면,코로나감염의경험은인간다움이란대체무엇인지‘마음으로’깨닫게해주었다.앞으로나의삶은모든인간이인간답게살아가는일을실현하기위해노력하는과정일것이다._프롤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