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 (황현진 소설)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 (황현진 소설)

$13.50
Description
등단 10주년, 한 작가가 완성한 불안과 희망의 연대기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쓰인 황현진 첫 소설집
한두 문장만으로 인물의 독특한 성정은 물론, 그들이 구태여 드러내지 않은 진심까지 탁월하게 포착하는 소설가 황현진의 첫 소설집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이 출간되었다. 2011년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니, 그의 등단 10주년에 그간 발표해온 단편 중 11편을 정선해 묶게 된 셈이다. 그 과정을 짐작해보면 작가가 어떠한 자세로 소설쓰기에 임해왔는지를 느낄 수 있다. 책 한 권을 출간할 수 있게 되었을 때가 아니라 내놓고 싶어질 때를 기다려 내놓은 소설집인 만큼, 허투루 쓰인 표현 없이 단정하게 완성된 단편들에서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흔들림 없는 시선이 발견된다.

작품의 등장인물들도 작가 황현진의 모습을 조금씩 나눠 받은 듯하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불운과 불행에 괘념치 않고 자신의 삶을 직접 결정하려는 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황현진은 갖은 시련에 달관한 듯 차분한 문장으로 인물들의 불안감과, 그 불안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작은 희망에 대해 쓴다. 이 차분함은 안정제처럼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소설 속에 그려진 현실과 인물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작가가 인생의 시련에 관해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공통감각이라 할 불안을 다루는 동시에 불안을 다독여주는 품 넓은 소설을 쓸 수 있었을 터. 황현진은 이러한 불안이 ‘잘 살아가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드러내며 독자를 위로한다.
저자

황현진

2011년문학동네작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죽을만큼아프진않아』『두번사는사람들』『호재』,중편소설『달의의지』『부산이후부터』가있다.

목차

우산은하나로충분해_007
비밀은한가지_035
내가원했나봅니다_055
하고싶어요_089
키스와바나나_117
츠츠츠_143
내가태어나서가장먼저배운말_173
언니의십팔번_201
우리연애의미래_223
지인의말에따르면_235
아무도진짜로죽지않아_245

발문|최진영(소설가)
이렇게우리는다행입니다_265

작가의말
모두가허무로부터다행입니다_281

출판사 서평

“그모든순간을괜찮다고말할수있는이유는알기때문이다.
무서운마음너머에있는,잘살아가려는마음을.”
_최진영(소설가)

황현진소설의인물들은결코순탄하게살아간다고할수없다.타인이경솔하게씌운누명,상황을타개하려할수록점점불어나는비밀,정당화될수없는폭력등,인생의난경이처절하지만현실감있게그들을둘러싸고있다.
「우산은하나로충분해」의딸은의류매장에서옷을든채엄마와전화로실랑이를벌이다무심코밖으로나와도둑으로몰려버리고,「내가원했나봅니다」의화자는직장선배의부당한폭력에문제제기한후의도적으로선배를밀어냈다고의심받는다.「비밀은한가지」의‘문주’는결혼하며직장동료들에게축의금을받은지얼마지나지않아이혼했다는민망함에이혼사실을숨기려다자꾸만일을키우기도한다.스스로에게떳떳하므로타인에게도이해받을수있을거라는믿음이배반당하고,상대를있는힘껏배려한결과불명예를떠안게되는잔혹한세계가황현진의소설세계다.
거대한폭력을당한인물에게완전히동화되지않으면쓰일수없는서술이놀라움을안겨주기도한다.「하고싶어요」는발달장애를지닌화자의목소리로서사를이끌어나감으로써장애인의사고방식과내면의상처를생생히체험할수있게해준다.「키스와바나나」는베트남전쟁에참전한전쟁고아‘키스’가적의목숨을살려준끝에적에게보복당하고,키스의동료들이그에대한보복에나서는처참한광경을그리며전쟁이불러일으키는헛된적개심에휩싸인병사들의심리를구체적으로묘사한다.친부에의해성매매에동원되는딸이주인공인「내가태어나서가장먼저배운말」,주점에서일하다만난남자손님과결혼한후더욱비참해진한여성이등장하는「언니의십팔번」과같은작품들에표현된적나라한비극또한황현진의공감능력과타인에게감정이입하는힘을보여준다.

슬프게도황현진의인물들은곡절많은인생에서완전히벗어나지못하고,그런점에서황현진소설은기구하지만현실적이다.중요한점은이리저리흔들리던이인물들이결정적인순간에는중심을바로잡고삶의결정권을스스로행사하려는의지를드러낸다는사실이다.
자신을굳게믿어주며함께결백을주장하고나서는엄마에게슬며시마음을열기로한딸(「우산은하나로충분해」),외부의결정에의해떠나거나남겨지는사람이되지말자고다짐하는화자(「내가원했나봅니다」),자신을포기하려는엄마에게이세상에존재하고싶다고간절히말을거는장애인(「하고싶어요」),친부에게서벗어날수있게된후다시태어난듯낯선희망을발음해보는딸(「내가태어나서가장먼저배운말」)들에게서는분명한변화의기운이감지된다.
불확실한미래를직시하며다음행동을준비하는인물들의담대해진시선과,삶의굴곡을온전히받아들여강인해진황현진의시선이겹친다.이들이바라는것은불안이완전히해소된‘해피엔딩’이아니라,불안과공존하면서도자기자신을잃지않을수있는‘다행한엔딩’이다.한작가가10년이라는짧지않은시간을들여완성해낸불안과희망의한연대기역시이로써다행한결실을맺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