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생활들아
손발을꽁꽁묶는최면의주문들아”
어떤추상으로도길들일수없는허공의심연들,거기비친삶의맨얼굴들
2005년『현대문학』으로등단한이후구체적이고일상적인풍경을날것그대로의상상력과충만한시적에너지로포착해단숨에독자를사로잡은황성희시인,그의네번째시집을펴낸다.앞선시집들에서뚜렷이드러났던,‘어머니’라일컬어진시세계의기원이자근원,그막강한두려움에집중하는데서한발나아가‘나자신’을시세계의전면에내세운시집이다.탄생에서죽음까지한몸에포함하고있는‘나’라는존재,질문과해답을모두품은존재가느끼는모순과긴장감이그의시세계에새로운떨림과울림을선사한다.그러고마주한절대적인무력감.나를뒤흔들고,억압에저항하고,‘어머니의세계’와투쟁하며느끼는진동이결국맞닿는곳이‘무의미’와‘죽음’일때의무력감이‘허공’의이미지에투영되면서뜨겁고위태롭게빛난다.눈물은,그러다가흐른다.
평생아!짐만되던평생아!너의생각이곧너는아니야.추상은가장손쉬운회피.그러니까나는식탁과놀고,강아지와놀고,역사는조금어렵지만,어쨌든나도역사니까,눈물겨운중략앞두고,호락호락썩지않을어머니와,차라리말라비틀어질어머니와,어머니를탈출하기시작한어머니와,영희,호철이,영호,애란이,명희,있었을수도없었을수도있는나의친구들
_「의리의지우개」부분
태어나지않을수있었다
자라나지않을수있었다
한평생한개의표정으로일관하는공산품이될수있었다
사소한뼈하나녹슬지않은채서랍속을뒹굴수있었다
(…)
이를테면내가아닌다른모든것이될수있었다
곡식을잔뜩채운입이아닌다른모든것
사망자심심찮게출몰하는저녁뉴스에
맥주한잔곁들이며감쪽같은사지속에
속절없이갇힌채좋아라사는걸보면
사랑이며행복같은이세계의사탕발림이또없다
아무보람없이도지우개는잘만닳지않는가
나도지우개가될수있었다
손모가지가둥글둥글유순하게닳아갈수있었다
_「지우개부심」부분
남기는것에대한고민없이,그저유순하게닳아가기만하는지우개의단순명료함이화자에게는인상적이다.그도그럴것이화자는태어나고자라지않을수없었던존재,사지육신안에속절없이,그러나안전하게머물며곡식으로입안을채우고세상의참담한소식들을맥주한잔곁들이며바라만볼수있는존재이기에.생에서사까지이어지는하루하루를꼬박꼬박살아내고윤리에길들여지며“처음여기왔던방식과는다르게사라진다/날마다조금씩어딘가를향해옮겨진다”느끼고생각하는존재,“내게남은마지막순서가나를향해전속력으로”“자비없이달려”드는것을기다리는존재(「시시한세계」)이기에.
라면을사러슈퍼에가고,세탁기에운동화를넣고,휴지걸이에휴지를끼운다.무탈한나날들,평온하고태연히반복되는일상의소재가황성희시곳곳에포진해있다.화자는그일상이란사실얼마나이상한것인가,태어나산다는것이얼마나비일상적인가를끝까지밀어붙이는힘있는문장과씁쓸한위트로그려낸다.한예로‘생선구이’에대한화자의견해를들어보자.
천천히밀려온다,투명한불안,바람처럼살랑거리고,매질없이,내장을긴장하게만드는기술,사고는한순간집중됐다가,산만해진다.한무리고기떼가모였다가흩어지는것처럼,사고의응축과분산,일상을가로지르는날렵한헤엄,부드럽지만확고한지느러미,이제점점더조여올까,그물은,아니생각은,순식간에모였다단번에흩어지는고기떼들을가두기위해,자동차가달리고,가정은탄생하고,깨달음저너머,형체만남은울부짖음,누군가운좋게도어머니를잃었나?경적이소스라치게,몇번을,놀란다.손가락이창문을쓰다듬는것,물고기가어항벽에주둥이를부딪치는것,과자로만든집과,생각으로만든케이크,부풀어라,부풀어라,숨이턱에다다른심장처럼,그러다뻥!상상으로만터져보는것은,재난대비훈련같은건가.낄낄낄찰나,눈앞의얄팍하고팔랑거리는이것은,온천할인권?사용기한지났나,안지났나,홱고개를들이미는순간,사정없이낚이는입꼬리,차라리찢어지고말지,그용기를마련못하고끌려올라가는비명,뱅글뱅글릴에감기는변명,대롱대롱,허공의물고기한마리,거울을뚫고기어이솟구친다,지글지글,태양아래,생각이타는냄새.
_「생선구이」전문
물고기떼가몰리다흩어지는것이응축되고풀리는화자의생각에조응한다.자동차가달리고가정이탄생하는지리멸렬한일상의풍경에뻥!하고터져버리는생각혹은심장은스펙터클이아니요,상상에그칠뿐,마음이뺏긴것은얄팍한온천할인권이었다.낚이는순간입꼬리찢어질게두려워순종적으로끌려올라오는물고기의작태라니.대롱대롱허공으로들려올려지는그순간물고기는‘수면’이라쓰이고‘나’라고읽히는거울을뚫고솟구친다.태양아래구워지는것은물고기인가내생각인가.
“혹시들켰을까
나는나에게
단한번의사건이라는걸”
나를넘어서려는노력과나를지키려는충동사이의진동
황성희가내세우는존재들은초현실과추상의세계로도망가지않는다.“통째로뽑는건쉬워요.뽑히는것도쉬워요.나무가나무를잊는게어려울뿐이죠”(「트럭신봉자」),그렇다,손쉬운허무주의는그가바라는것이아니다.“그냥조용히,추상으로만살수있었다면,팔다리필요없이대가리하나로끝났겠지,상상만으로지어진이세계는분명아닐거”(「없는목격자」)라는걸그는안다.
삶의마디마디에드리우던‘어머니’라는그림자에서벗어나,삶과죽음을양손에들고그양극단을오가는에너지로자신의스펙트럼을확열어젖힌황성희시인.그팽팽한원심력에맞서는시인의맹렬한사유와현실을바탕으로한구체성의힘.시인은그힘으로“아무언어로도말해질수없는비참”(「시시한세계」)에대해궁리하며오늘도“나는또박또박하고반듯하게써질테다.뻔하지만오래도록풀리지않는문제가될것이다.우리함께순순히썩지않는노선을택하자”(「의리의지우개」)며우리에게손내민다.
속절없는죽음의행진속에서그의화자들은존재의바닥으로부터끓어오르는갈망과허기들을,그럼에도결코피할수없는죽음과필연들을그대로반복하며복기한다.허공을견디기위해존재의바닥을길들이기위해서가아니라그림자들의호흡과무관히살고죽을수없는삶의맨얼굴들을위하여,어떤추상으로도길들일수없는허공의심연들을정면으로마주하고호흡하기위하여이모든망설임과흔들림을기꺼이다시살아낸다.‘바깥’이라는미학적도피처가아니라‘안’과‘바깥’이하나로뒤엉킨채서로를물고집어삼키는이곳의오늘을위하여몇번이고스스로를내어주고태연히피흘린다.
_이철주해설「당신의아름다운추상이끝끝내상처로남기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