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 (김향지 시집)

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 (김향지 시집)

$12.00
Description
“같은 세계를 맛보는 기분
얼굴과 얼굴이 머무르는 기분”

서로를 마주할 때마다 선명해지는 생의 감각
문학동네시인선 154번째 시집으로 김향지 시인의 첫번째 시집 『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을 펴낸다. 2013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후 8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모아온 시편들에는 명확히 설명해내기 어려운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서로에게 가닿고자 하는 마음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저자

김향지

1983년부산에서태어나2013년『현대시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성균관대학교컴퓨터교육과와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국대학교영상대학원에서영화시나리오석사학위를받았다.

목차

시인의말

1부느낌은우주의언어
파라다이스/홑이불/무언가/옛날식잡화점이열린다면/홍대앞에서안네의시간을사세요/유니버스/눈사람의사랑/우주의사랑/살랑/드라이브/문손잡이를돌려

2부한쪽눈은다른세계를봐요
기침/단지여름의끝/파트라슈달리다/바다는모든일의시작이자끝이었다/벙커주인은귀를기울이는배경같이/마테르돌로로사/페르소나들/저녁에꾸는메타시/너를만날수있을까/복자는십이개월째태동이없었습니다/캐치볼/스무살의크리스마스

3부밤을빛내는꿈
고집/지구에서발견된필름-흑백무성(黑白無聲)/지구에서발견된필름-하드보일드/지구에서발견된필름-모험/지구에서발견된필름-SF/지구에서발견된필름-호러/이상한집/굿럭,로봇/편집되는소녀/예각(銳角)/목덜미에봄이가장늦게오는동안/유년의꿈이오늘밤에도시간여행을하고

4부이름을붙일수없는마음을주듯
빅사이즈방주/미로와함께/카르마/구애자프랑켄슈타인/바다를바라보는공동묘지/어디에있는가/호러나이츠/나무가견디는법/메리아침/안녕을위하여두손/토끼의센스있는우정/멸

해설|기록하는얼굴|소유정(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그러나나를살게한지표들은
실은아름다운느낌들이었습니다.
_‘시인의말’에서

시인의말에서엿볼수있듯이세계를이해하는데김향지가주목한단어는바로‘느낌’이다.1부‘느낌은우주의언어’,2부‘한쪽눈은다른세계를봐요’,3부‘밤을빛내는꿈’,4부‘이름을붙일수없는마음을주듯’으로이어지는시들에서시인이나누고싶어하는것은구체적인형태를띤것이아닌형언할수없는‘무언가’다.김향지는세심한시선으로세계의미약한기미들을발견해내고,그것에대해나지막한목소리로이야기한다.가만히귀기울이고,서로의얼굴을말없이들여다봄으로써만감각할수있는느낌들에대해.시인이“얼굴이얼굴을켜는음악을/가만히귀기울이면/들린다”(「살랑」)고말하는건그래서일것이다.그렇게발견한‘무언가’는김향지의시안에서때로기분이되고,때로빛이되며,때로는음악이된다.

휘청이는기분
하나의컵에두개의빨대를꽂고
같은세계를맛보는기분
얼굴과얼굴이머무르는기분

눈이눈에서떨어지며
다시서로에게속하지못한사이가되면
빈공간은표정으로채워진다

서투른것들은모두떨어진다
누군가내리는소리가
온마음을메우고있다
_「눈사람의사랑」부분

살랑을위하여
서로에게최대한
가볍게실패하기위하여

엉터리입술로살랑
발음하는사이
색색의손가락들이바닥에떨어져
부서진다
_「살랑」부분

그런가하면시인은지상과우주,현실과환상의경계를넘나들며다채로운감각과이미지를펼쳐놓기도한다.읽는이의감각을뒤흔드는이구현(具現)의향연은언뜻우리를현실에서유리시키려는듯보이지만실은눈앞에마주한당신에게당도하기위한길고긴유랑의궤적이라할수있을것이다.

집이그녀에게서
한걸음떨어져
거리가생기고시간이생겼으므로

쉬지못한구두처럼나란해진혼잣말들이
우주와지구에서
서로를별처럼보는밤

그녀가우주를연다
별들이그녀를안는다
_「우주의사랑」부분

초조함이출렁이던잔들
바다는혼자번식했다
본적없는새로운바다를낳으면서

더욱더
낯선바다가되었다

비라는비는모두우리위에모여있었다
_「바다는모든일의시작이자끝이었다」부분

그런데이렇게김향지의시들을하나하나읽어나가다보면어느순간묘한느낌에사로잡히게된다.시인이그려내는세계가마치밤과낮이동시에존재하는곳인것만같다는점이다.아니,시인에게밤의마음과낮의마음이공존하는것이라고봐야할까?그가“눈을뜨고하는말은자주틀렸다/눈을감고하는말은자주잊었다”(「파라다이스」)라고한탄하거나“무언가를평생읽었어요/무언가를잡고놓쳤어요”(「무언가」)라며회한에잠기거나“비장미가부끄럽고/가벼움이부끄럽고”(「살랑」)라고자조하다가도,이내“떠나온모든저녁들은아름다웠으니까.오늘저녁은슬프지만어쨌든”(「유니버스」)이라며희망의기미를발견하고“내가나에게/위로가될수있었다는것을/알고있었지”(「파라다이스」)라고스스로를위로하기도하며“사람들이실은/아름다운것을늘사랑했다는/기침같은고백일수있겠다”(「기침」)고안도하는것을보면꼭그렇다.자조와회한속에서도어쩔수없이기침처럼튀어나오는일말의낙관처럼,황량한듯보이는세계에서도타인에게서희망의빛을발견해버리고야마는.
이런시인의태도는섣부른비관도,섣부른낙관도유보하는조심스러움과는또다른형태의신중함일것이다.어쩌면김향지의시가우리의마음을깊이건드리는이유가아마여기에있지않을까.가만히귀기울여얼굴이얼굴을켜는음악을들으면서도(「살랑」),철봉에거꾸로매달려웃는아이의얼굴에서신의얼굴을보면서도(「기침」),여전히“손은안녕을위하여/있다”(「안녕을위하여두손」)는사실을잊지않고있는그의목소리는신뢰할수있기때문에.그의목소리를따라가보고싶은것은그가오직환한낮만이존재하는세계에서온것이아니라는믿음때문일것이다.
그래서시인이시집의끝에이르러간절히되뇌는“적어도너에게는잊히지않기를/지금폭발하는이숲이”(「멸」)라는말은,세계를돌아서여기까지온유랑의시간만큼,좀처럼흩어지지않는단단한여운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