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산책 연습

미래 산책 연습

$13.50
Description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하는 시간의 춤
결국, 서로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경이로운 산책길
박솔뫼 소설의 좋음을 알기에 가장 좋을 신작-로
박솔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미래 산책 연습』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미래 산책 연습』은 박솔뫼의 일곱번째 장편소설이자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작품으로, 지난겨울 갈무리한 원고를 더욱 가다듬어 이를 읽기에 가장 좋을 계절인 지금 독자들에게 내어놓는다. 2009년 장편소설 『을』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솔뫼는 전혀 새로운 서사 감각과 문체를 선보이며, 등장 자체를 한국문학계의 한 ‘사건’으로 만들었다. 올해로 데뷔 13년, 4권의 소설집과 6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사실이 때로는 무색하고 때로는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매번 자신의 소설세계를 갱신하는 박솔뫼를 ‘젊은 작가의 미래’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낯섦, 전위, 구어체와 비문, 문체와 사유의 리듬감, 일상과 생활. 이는 그간 박솔뫼의 소설을 수식해온 단어이자 그의 소설을 읽어내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이 키워드가 하나로 관통하는 바가 있다면, 이 수식들의 요체가 지시하는 곳을 따라간다면, 그 끝엔 ‘자연스러움’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존재할 것이다. 기승전결이 불분명하거나 없는 서사 전개, 어디로 도약할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보폭, 논리가 아닌 사유의 흐름-리듬을 따라가는 문장은 작가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성법이자, 생각과 삶의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이었으리라는 것.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가장 삶을 닮은 방식으로, 가장 호흡에 가까운 리듬으로, 가장 인간적인 보폭으로, 삶의 복잡성과 인간의 깊이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박솔뫼는 써왔다.
『미래 산책 연습』은 이러한 박솔뫼 소설의 자연스러움을, 그 자연스러움의 좋음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물론 자연스러움이 ‘쉬움’이나 ‘말끔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간 박솔뫼의 소설을 사랑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에게는 그간의 작품보다 한층 친숙하게 쓰인 이 소설로 시작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또한 박솔뫼의 소설을 사랑해온 독자라면 친숙해서 낯선 새로운 기쁨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 소설의 제목에서 ‘산책’과 ‘연습’에 주목해주시기를 바란다. 전력 질주가 아닌 바로 ‘산책’, 우리는 이 책을 산책의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도 좋겠다. 또한 실전이나 단 한 번이 아닌, ‘연습(練習/演習)’, 따라서 우리는 얼마든지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고 멈추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지금 뻗는 이 가벼운 한 발짝이 시간의 춤으로 이어지는 첫 스텝이 되는 것을, 누군가의 마음으로 가닿는 첫걸음이 되는 것을 함께 목도해주시기를 바란다.
저자

박솔뫼

2009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럼무얼부르지』,『겨울의눈빛』『사랑하는개』,『우리의사람들』,장편소설『을』,『백행을쓰고싶다』,『도시의시간』,『머리부터천천히』,『인터내셔널의밤』,『고요함동물』,『미래산책연습』등이있다.김승옥문학상,문지문학상,김현문학패등을수상했다.

목차

먼곳의친구들에게_007
코코아_019
개와사랑_041
새로운것이시작될거야_063
도넛_083
다음에쓸것들_105
부산의눈_127
따뜻한물_141
목욕탕계획_159
열아홉시간을달린열차_191
타워에서_205
개는연기를잘한다_227

작가의말_242
추천의말|사이토마리코(번역가·시인)_244

출판사 서평

“이이야기에는내가하루를보내고싶어하는완전한방식이담겨있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지금이라는시간이미래에도과거에도통한다는것이
왜이렇게멋지고동시에슬픈걸까.”_사이토마리코(번역가·시인)

『미래산책연습』은두이야기가교차되며펼쳐진다.부산의구(舊)도심에흥미를느끼며소설이될지,일기가될지모를무언가를쓰는작가‘나’.그리고“매일의날씨와지나가는사람들을늘죽을때까지기억하고싶”(25쪽)은‘수미’가각각의이야기속주요인물로등장한다.나는부산에서여행을하던중목욕탕에서‘최명환’을만나게되고,그녀의소개로오래된아파트를월세로계약한다.나는조금은충동적인계약에당황하지만,한달에한번부산의집에서글을쓰면된다고마음을고쳐먹는다.나는남포동일대를산책하며용두산아파트,부산데파트,그곳의아케이드,옛유나백화점건물을지나가고,유나백화점육층남자화장실에서1982년한대학생이미국을향해80년5월광주에관한책임을묻는유인물을뿌렸다는사실을떠올린다.이어시선이가닿는곳은지금은근대역사관이된‘부산미문화원’건물이다.
수미는막교도소에서출소한‘윤미언니’를집으로데려온참이다.서로에대한어렴풋한기억만을간직한친척이지만,이제는한집에서살게된윤미언니가수미는조금은불편하고많이안쓰럽다.“어떻게생각해도평범한미래가보이지않”(24~25쪽)는윤미언니,완전히잘못되고엎질러진것같은윤미언니.그런윤미언니가왜그렇게되었는지를수미의단짝친구‘정승’은알고있는듯도하다.매일같이힘없이잠만자던윤미언니가어느날친구를보러광주에가야겠다고가족들에게말하고,어찌된일인지수미가그여로의동행자가된다.아주다르게말을하는광주사람들틈에서수미는“이곳이바로그광주인가……”(79쪽)생각하다,언니가수상한행동을보이면보고하라던학교선생님을떠올리며긴장하기도한다.그러나부산의조윤미와똑같은이름을가진광주의‘조윤미’가만나는장면을본이후,수미에게도알수없는변화가생겨난다.

현재와미래를생각하는사람들와야할것들을끊임없이생각하고지금에서그것을지치지않고찾아내는사람들은이미미래를살고있다고생각했다.시간을끊임없이바라보고와야할것들에몰두하고사람들의얼굴에서무언가를찾아내고자하는이들은와야할것이라믿는것들을이미연습을통해살고있을것이라고.어떤시간들은뭉쳐지고합해지고늘어나고누워있고미래는꼭다음에
일어날것이아니고과거는꼭지난시간은아니에요.(91쪽)

“하지만우리가정말로마주앉는다면
각자의손을내려다보던고개를들어서로를마주본다면
그때우리가할수있는말이아무것도없을까.그럴수는없다.”

서로다른시간속을살아가는나와수미의이야기를언타임리(Untimely)한인물들이언타임리하게교차하는이야기라고말해도좋을듯하다.이두이야기의(표면적이고도희미한)공통점은이야기가전개되는공간이부산이라는점과‘부산미국문화원방화사건’을경유하거나그것에다가가고있다는점이거의전부다.이교집합역시어느산책길의‘내가언젠가지나간곳을누군가가지나간’정도의우연에불과할지도모르지만,우연히들어선산책길에서운명적으로느껴지는사물과사건을만나듯,『미래산책연습』속에서이두이야기는다분히운명적이고산책적으로교차한다.

비가내리면수미는먼곳에서누군가자신을찾아올것이라고자신을잘이해하고있는누군가가편지를보내올것이라고막연하지만확실한예감이들었고라디오에서는극장에서상영하기시작한영화를소개하였다.먼도시에서사람들이만나는서로가서로의운명인두사람이야경을걷고어쩔수없는이유로혹은서로의모자람이나오해때문에헤어지지만결국다시만나고마는이야기가좋았다.그것은꼭자신에게벌어질일같았다.(103~104쪽)

글을썼고-쓰고있다고말하는‘나’가부산에서만난돈을모으고모으고또모았던최명환,여름한낮의부원아파트속자크,함께토요코인건물을바라보다부산타워에오르게되는P씨,언덕에서손을흔들어인사를하던조무영.더는“이전처럼생생하게모든것을기억하고싶”(82쪽)지않은‘수미’가우연히마주한광주청문회속‘조윤미’,“많은것을배우는어른이되게”(103쪽)도와달라고기도하던윤미언니,이제는일본에서만나게되는‘정승’.박솔뫼는때로는풍경의아키비스트가되어,때로는역사의아키비스트가되어그들이사는공간과시간을생생하게그려낸다.이러한인물과이야기를통해,오히려지금-여기의‘여집합’을마주하지않으면안된다고,미래는그시간과공간의어디쯤있을것이라고작가는말하는듯도하다.그리하여“서로의지난시간을정면으로부드럽게마주하”(230쪽)는순간들을만들어내고,우리역시그것들과마주할수있도록인도한다.
산책과산문은흩어지고갈라지고뒤섞인다는뜻의한자‘산(散)’을함께품고있다.그지극한자유로움과자연스러움을소설로가장잘표현해내는작가가바로박솔뫼이지않을까.때로는샛길로새어들기도하고,익숙했던풍경이갑자기낯설게느껴지기도하고,전혀다른시공간이겹쳐상념에빠지게도하는경이로운산책길.그런산책으로서의쓰기.그렇게미래를걷기.연습하듯가능성을품고살기.박솔뫼에게걷기와쓰기가불가분이듯『미래산책연습』에는불가분한인물과이야기가흩어져우리를기다리고있다.서로다른시간과공간속의인물들과,마찬가지로다른시간다른공간속에서이책을펼쳐든독자들이어느한순간이어진다면,마주한다면아마작가는이렇게말할지도모르겠다.“우리는눈으로웃고순간적으로이미서로를이해해버린눈빛을나누었다.무얼알까무얼안다고.그런데그순간은물을물에섞듯모든것이자연스러웠다.”(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