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주제와관련된어떤교훈을주고자하지않았습니다.문학작품은삶에서부딪치는문제에대한해답지가아니라삶에대한질문이라생각하기때문입니다.여러분이책을읽으며“통과의례란무엇인가?”,“이곳의건너편에는무엇이나를기다리고있을까?”와같은질문들을떠올린다면이소설집에참여한작가들은기쁠것입니다._엮은이의말에서
허진희「곰인지강아지인지모를」
내가나를어색해하다니,이게말이되나?쉬는시간마다춤추고까불던우리반분위기메이커였는데,고등학교에입학한이후로내캐릭터가완전히바뀌어버렸다.교실에서까불기는커녕새친구를사귀지도못하고있으니.낯설고서먹한나자신을도대체어떡해야하지?
최영희「돌부리」
나와똑같이생긴아이가목격되었다.흙을잔뜩뒤집어쓴몰골의그아이는내주변사람들을하나씩공격해오고있다.놈의정체가무엇인지확인하기위해선,아무래도가보아야할것같다.덮어두었던과거의기억속으로.내열다섯해인생을통틀어가장고통스러웠던순간으로.
오하림「이솔은상냥하지않아」
중학교동창인한범이아이돌로데뷔했다.나의유별난친구이솔은그소식을듣곤욕부터내뱉었고,한범이포털메인에뜬날엔냅다시골로도망쳐버리기까지했다.중학교교실이라는잔인한사냥터에서범과이솔사이에무슨일이있었던것일까.
신현이「내게도착한메시지는」
어릴때친하게지냈던진명과같은학원을다니기로했다.오랜만에만난우리사이는어쩐지조금어색하다.둘이서함께한어린시절에대해내기억과진명의기억이달라서일까?처음으로엄마없는빈집에서혼자자게된날,비밀스러운메시지가나에게도착한다.
오문세「템플」
느닷없이닥쳐온일이었다.문장의인과관계를파악할수없게된건.수능을앞두고,이름도거창한신경성유사난독증진단을받아버렸다.그래서나는요양차시골어느절간으로향하는길이다.모든걸때려치우고산골에틀어박힌누나가있는곳으로.
이선주「여름캠프의밤」
세상엔사랑이나배려,선의따위가존재한다고믿는사람들도있겠지만,나는아니다.내가믿는건힘,오직그것뿐.자신의자리는스스로쟁취해야만한다.지난여름캠프에서내가그랬듯이.내존재를지워버리려는아이들에게승리한그밤이후로나의세계는선명해졌다……고생각했었다.
전수경「내성발톱투쟁기」
오랜시간내싸움의상대는발톱이었다.걸핏하면살을파고드는내성발톱.야구도할수없고,남들과같은속도로걷거나달리기도힘들다.남들보다늘한발늦는내인생,돈을모아자전거를사면무언가달라지지않을까.나도형처럼집을떠나어디론가멀리가볼수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