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소설)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소설)

$17.00
Description
“당신의 소설이 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말하게 될까봐
말할 기회가 영영 없을까봐 초조했다.” _황정은(소설가)

아름답고 광포하고 쓸쓸한 소용돌이로 휘몰아치는
최은미 소설세계의 눈부신 분기점
정제된 문장을 차분히 쌓아올려 단숨에 폭발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가 최은미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눈부신 분기점이 될 세번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을 선보인다. “이후의 한국문학을 위한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평과 함께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여기 우리 마주」와 젊은작가상 수상과 더불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발표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눈으로 만든 사람」을 비롯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은,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아홉번째 파도』를 통해 끊임없는 문학적 확장을 이루어낸 작가가 마침내 ‘최은미 스타일’이라고 부를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결과물이다.

앞선 작품들이 이미 결정된 세계에 놓인 인물을 통해 벗어날 길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억압의 정념을 그려냈다면, 십대 소녀부터 유자녀 기혼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번 소설집은 우리가 이들에 대해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멀리 비켜남으로써 무엇도 고정되지 않았기에 어디로도 갈 수 있는 해방의 파토스를 이끌어낸다. 참고 견디며 인내하던 최은미의 인물들은 이번 소설집에 이르러 터뜨리고 외치며 달려나간다. 하지만 이는 감정을 빠르고 뜨겁게 분출하기보다는 얼음 결정처럼 차갑고 예리하게 깎아나감으로써 마치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듯한 컵 속 물처럼 아슬아슬한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어코 한 방울의 물을 떨어뜨려 모든 것을 터뜨릴 때, 최은미 소설의 인장인 서늘한 파괴력이 뿜어져나온다. “일어났다 사라지고, 솟아났다 흩어지고, 눌리고, 찌그러지고, 터져나와 천장에 파편처럼 박혀버린 모든 감정, 말들, 욕과 사랑, 애원과 멸시, 체념, 기대, 자책과 비명”(「보내는 이」, 19쪽)을 끄집어내어 우리 안에서 휘몰아치는 아름답고 광포하고 쓸쓸한 소용돌이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것. 『눈으로 만든 사람』은 그 소용돌이에 새겨진 독창적인 무늬로 빛나는, 2020년대 한국문학을 이야기할 때 첫머리에 놓이게 될 작품집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 2021 현대문학상 수상작 「여기 우리 마주」,
-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 「눈으로 만든 사람」 수록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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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은미

2008년『현대문학』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너무아름다운꿈』『목련정전目連正傳』,장편소설『아홉번째파도』,중편소설『어제는봄』이있다.제5회,제6회,제8회젊은작가상,대산문학상,2019년,2020년김승옥문학상우수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보내는이…007
여기우리마주…047
눈으로만든사람…091
나와내담자…131
운내…153
美山…197
내게내가나일그때…223
11월행…275
점등…311

해설|강지희(문학평론가)
파열하며새겨지는사랑의탄성…349

작가의말…385

출판사 서평

팽팽한추위와옅은빛으로가득한계절의한가운데서
깎이고덧대어지고다시쌓아올리며지금의내가된다는것

『눈으로만든사람』은크게여성인물이가족과의관계에서겪는일에초점을맞추는소설과여성인물이가족바깥의인물과맺는특별한관계에집중하는소설로나눌수있다.「눈으로만든사람」「美山」「11월행」등이전자에속한다면「보내는이」「여기우리마주」「운내」등은후자에속한다고할수있다.표제작이기도한「눈으로만든사람」은이번에실린아홉편의작품가운데가장처음에쓰인것으로,이후최은미의소설세계가뻗어나갈여러갈래의방향을가리켜보인다는점에서각별한주목을요하는작품이다.소설은단란한가정을꾸리며살고있는‘강윤희’에게어느날작은아버지인‘강중식’이아들‘강민서’를잠시보살펴달라고부탁해오며시작된다.어릴때소아림프종진단을받았던강민서는항암치료끝에완치판정을받았지만최근암이재발한상태다.강윤희는강민서와함께지내는동안중학생답지않게세심하고다정한그에게서위로를받는다.하지만동시에강민서는강윤희가잊고싶어한,그러나떨쳐낼수없는강중식과의오래전기억을상기시킨다.강중식은강윤희가어렸을때그에게성적인폭력을가한적이있었던것이다.
이러한사정은그와비슷한상황에처해있는「나와내담자」속‘강수영’과「내게내가나일그때」의‘유정’의이야기에간섭하며세작품을일종의연작으로바라보게하는데,세작품모두인물을휩쓸고지나간사건의폭력적인면을그리는데열중하기보다는사건이후를살아가는인물의모습을세심하게다룬다는점이특징적이다.강민서와함께눈사람을만들었던강윤희가눈사람이다녹아흘러내린뒤에도“눈사람,없어진거아니야.그냥모습이변한거야”(128쪽)라고했듯이,「나와내담자」에서도작가는상담기간이끝나고더이상찾아오지않는강수영을기다리는상담자‘나’의모습으로소설을마무리함으로써이기다림에언젠가끝이있으리라는희망을품게한다.「내게내가나일그때」의유정도사정은비슷하다.소설가인유정은오래전미산이라는마을에살며가깝게지냈던‘창용이오빠’의연락을받고동생‘유태’와함께내린천휴게소로향한다.내린천휴게소아래있는그마을은어린시절유정이겪은상처가고스란히파묻혀있어언제라도유정을깊이를알수없는구멍속으로떨어뜨릴수있는곳이다.소설은유정이느끼는고통에대한손쉬운공감을차단하면서도,유정이창용이오빠의아내이자베트남이주여성인‘디엔’과만나고상처의기원인미산으로향하게함으로써유정이고통을‘통과해서빠져나올수있는’가능성을열어둔다.
“기이할정도로끈질기게잠복돼있다”(「내게내가나일그때,246쪽)가인물들로하여금“그때로시간을되감고또되감는것을멈출수”(「운내」,158쪽)없도록만드는일은이번소설집에서공통적으로발견된다.열세살때집에서멀리떨어진운내라는곳에보내진‘나’가그곳에서만난동갑내기여자아이‘승미’와보낸한시절을그린「운내」와,‘나’가어린시절잠자리를잡던순간과동생을잃던순간을포개놓음으로써무언가가찢어지고분질러지고쪼개지던그때의감각을반복적으로떠올리게하는「美山」은소중한무언가를과거에“영영두고올것을알지못한채”(「11월행」,279쪽)그시기를지나온이야기로,끈적이고축축하며불가해한채로남아있는그시절에상실로인한슬픔의색채를덧칠한다.

“어디에도말할수가없는마음,
너무사랑해서말할수없고,사랑하지않아서말할수없고,
가까워서말할수없고,멀어서말할수없고,
말하고나면별게아닌게되어버리는얘기들.”

그리고그상실은타인을잃는것뿐만아니라자신을잃는감각과도연결된다.소설집서두에나란히배치된「보내는이」와「여기우리마주」는유자녀기혼여성이가족과사회안에서느끼는고립감을압도적인디테일로표현해냄으로써‘나’로서있기위한여성들의고투와그들이서로를마주했을때터져나오는격렬하면서낯선생동감을담아낸다.
코로나19가유행하면서급격히달라진삶을그려낸「여기우리마주」에서‘나’는구년간의홈공방생활을청산하고드디어상가에공방을연참이다.그러나코로나19로인해‘나’는일과육아,그무엇도제대로해내지못하고있다는불안감과고독감에질식할것같은나날을보낸다.이는아이를키우면서경제활동을하는‘수미’또한마찬가지다.일과육아모두에서강박에가까운부담을느끼는이들유자녀기혼여성의삶은코로나19의확산과더불어위기를향해치닫기시작한다.
「보내는이」의‘나’와‘진아씨’또한같은아파트단지에살며열한살의여자아이를키운다는공통점으로서로가까워진다.짧지않은시간함께해온두사람의관계는그러나어느순간진아씨를둘러싼분위기가달라지며변화를맞고,‘나’는자신이무슨실수를한게아닌가싶을정도로진아씨에게말을걸기어려워진다.그런와중에강력한태풍이북상한주말,‘나’는남편이집에오는주말이면늘완강히내려져있던진아씨네거실블라인드가그날따라걷혀있는것을발견한다.

어떻게잊을수있을까.
설명할수없는기미에다시몸을돌리고,진아씨네창에눈의초점을맞추던순간을.창틈사이로무언가를알아채던순간을.어,어,하는찰나,안에서부터의압력으로부풀고부푼듯진아씨네유리창이하얗게터져나오는것을나는보았다.집을감싼전면창이한순간에산산조각이나는것을보았다.그걸본사람이나혼자가아닌듯비명인지탄성인지알수없는소리들이동과동사이를메아리처럼메웠다.(「보내는이」,41쪽)

임계점에다다른인물의마음상태를유리창이깨지는것을통해상징적으로표현한듯보이는이장면은그러나우리에게다른느낌으로도다가온다.“인생의어떤순간에아주나쁜선택을하진않을거”(「보내는이」,11쪽)라는‘나’의믿음을떠올리면,이강렬한장면은어떤한계에이르러스스로를파괴하는것이아니라그로부터빠져나오기위해외부를향해간절한신호를보내는것으로도읽히기때문이다.

어느때보다현실에밀착한이야기를풀어내어지금한국사회에흐르는공기를적극적으로환기하는이번소설집은여성-가족-사회를둘러싼최은미의문제의식이첨예해지는과정을확인할수있는자리이자,그와관련된관습적인재현을거부함으로써어떤카테고리로도포섭되지않는최은미만의독창적인목소리를만끽할수있는기회가될것이다.소설속유례가없는폭염이나모든것을동결시킬듯한한파와같은예외적이고돌출적인상황이지나간자리에서,이제안으로침잠하는대신발산하는법을익힌인물들은그자리를우리의예상을한참벗어난다른무엇으로채워갈것만같다.그리고그가능성을열어보이는것까지가최은미의이번소설집이달성한성취인듯하다.그렇게한명의작가가자신의작품세계를구성하는문학적인자를완성할때의강렬함과눈부심이이번소설집에담겼다.


여자가셋인데엄마둘에딸둘.
이러면긴장하고불안을느낄사람은모두최은미의소설에붙을것이다.아주붙을것이다.최은미의소설에붙은사람들은그래서나도그래,나도알아,그걸알아,라고자기말을소설곁에적기도할것이고,묻기직전인질문과악몽을입에가둔채사람을골똘히바라보는최은미의여자들때문에잠을설치기도할것이다.이여자들때문에내가.
최은미작가를보려고사람모인자리에나가서최은미작가가있느냐고여기와있느냐고묻고다닌적이있다.그를만나당신의소설이나를어떻게흔들었는지를말하게될까봐말할기회가영영없을까봐초조했다.나는최은미작가의소설에등장하는찢어지고쪼개지고부러지고뜯어지고찢어지고찢어지는,뻔뻔하게도찢는이가있어찢어지는여자들의얼굴을안다.최은미작가가인근에있는것같다._황정은(소설가)

최은미가이번소설집에서그려내는다층적이고복잡다단하고예민한여성들의관계는우리의문학적감수성이새로개척하고있는감정지도의중요한한단면을드러낸다.그아래여성들의들끓는욕망과새로운존재증명의형식이있다.사회적으로명확하게규정될수없기에미묘한현기증을동반하는이관계는자기의지와에너지를황홀경의상태로끌어올리고,끈적하고축축한파토스아래눌린말들을쏟아낸다.불균질한혼돈으로출렁이는이상태는여성을시련의존재나신화적존재가아닌생생한감각을지닌탄력적인존재로되살려낸다.최은미의소설적재능을이끌어온특유의그허기는소중한존재들의죽음을품고,폭력으로부터생존하기위한언어들을발명해가며,이렇게기이하고충만한사랑에이르렀다.몸속을휘도는회오리바람을견디며최은미가이자리에도달했기에,한국문학의촉수로감각할수있는아름다움의영역은새롭게확장되었다._강지희(문학평론가)


나는흔들리는그림자에마음을빼앗겨본적이있다.
밤새등을밝혀본적이있고
아무것도반사하지않는창인채로도바깥을꿈꿔본적이있다.
빛과동시에존재하는눈사람을알고있고
보이지않아도사라진게아닌것들을알고있다.
소설을조금은덜사랑하고싶다고,소설과삶을분리한채살고싶다고한쪽에선늘생각했지만,내가자기혐오에서조금이라도발을뗄수있었다면그건모두소설을쓰던시간덕분이었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