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흰 개 (곽은영 시집)

검은 고양이 흰 개 (곽은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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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믿으며
내가 하는 것을 한다 _「불한당들의 모험 6」 부분

나는 사실 길에서 태어날 뻔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다.
아빠는 내가 7시에 태어났다고 하고 엄마는 내가 7시 반에 태어났다고 한다.
죽은 할머니는 내가 6시 반에 태어났다고 한다.
실수를 누군가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시한다.
정확한 것은 내가 바다를 사랑한다는 것.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바다를 붙인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아, 바다 같구나, 너에게서 바다 냄새가 나는구나. _「불한당들의 모험 8」 부분

중력을 이기고 날아오르기 위해 비행기는 초월적인 힘으로 달린다
지상으로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 초월적인 힘으로 달린다
당신의 발이 중얼거렸다
가볍게, 어떻게 사랑이 무거울 수 있지?
당신의 가슴이 말했다
커다란 프로펠러를 향해 돌진할 수 있었다면 아마 공중 계단을 밟았을지도
당신의 무릎을 껴안고 내가 중얼거렸다
우린 우리의 무게를 견뎌야 해요 곧바로 서 있으려면요
당신의 무릎이 다정하게 대답했다
당신의 손은 아무 말 없이 곤히 자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
혼자 타는 시소처럼 한쪽으로 기울었던 우리들 사랑의 중력-그것의 무게는 얼마일까 _「불한당들의 모험 10」 부분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곽은영 시인의 첫 시집 『검은 고양이 흰 개』를 문학동네포에지 29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2008년 5월 랜덤시선 40번으로 첫 시집을 묶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13년 만이다. 초판에서 몇 편을 덜어내고 첫 시집 이후에 쓰였으나 어느 시집에도 묶이지 않았던 시편들을 채워넣어 총 42편의 시를 실었다. 초판 해설에서 함성호는 곽은영의 시가 중요한 지점은 2000년대 시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채색술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언어가 가진 얽힘의 체계를 만들어 시어의 공간과 장소성을 획득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라 보았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통해 상징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곽은영은 2000년대 시의 중요한 징후를 발견하고 그것을 구조적으로 이끌고 있다(「네버랜드, 네버엔딩을 선택한 웬디」). 김혜순 시인은 말한다. 곽은영 시인의 “이 시집에 실린 시를 읽는 사람은 누구나 여성 신화를 읽을 때처럼 단어, 어휘, 그 자체가 아니라 단어, 어휘가 발설되는 순간의 파롤, (……) 거울 나라의 서사 구조에 근거해 공중을 날 듯 매 순간 떠나는 여성적 존재의 비상에 자신들의 모험 항로를 아로새겨보아야 한다”고.

너는 왕이었으나 늙고 절름발이가 되어 차갑게 식었고 너는 다 자라자 자신의 땅을 찾아 떠났다 너는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두 번 어미가 되었고 너는 영원한 아기로 곁에서 가르랑거렸다 너는 봄에서 출발했으며 너는 체취로 엮은 빈집을 주었고 너는 가을에서 고꾸라졌다가 겨울에서 뛰어올랐다 너는 투명한 다리를 건너 지붕에서 지붕으로 너의 움직임을 따라 허공 속 숨어 있던 공간이 열렸다 닫히고 톡톡 작은 시간 알맹이가 그 자리에 남았다 너는 말의 초라함과 우스꽝스러움을 가르쳐주었고 발톱을 꺼냈다 넣었다 선선한 사랑을 건네주었다 때때로 발톱에 실밥이 풀리기도 했으나 새 기억은 시간 한 줄을 더 널었다 너는 커다란 형상이면서 수많은 작은 점으로 너를 품은 여기와 거기를 보여주는 너는.
_「너는」 전문
저자

곽은영

2006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검은고양이흰개』『불한당들의모험』『관목들』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개정판시인의말

1부
불한당들의모험1/불한당들의모험2/불한당들의모험3/불한당들의모험4/불한당들의모험5/불한당들의모험6/불한당들의모험7/불한당들의모험8/불한당들의모험9/불한당들의모험10/불한당들의모험11/불한당들의모험12

2부
벽의견해/고양이헨리4세/셀프포트레이트/줄무늬마야/스탕달신드롬2/너는/고양이헨리4세를위한부록/달콤쌉쌀한어둠/겨울별자리의복화술/무화과/불새/고양이구출작전/머리통이도토리같았던,/파란뱀과한철/비정형사춘기/투명인간의여행가방/소녀와소녀/불량엽서/낯설지만뻔한,/악어의꿈/불꺼진메리고라운드/롤리타그루피/스탕달신드롬/스탕달신드롬3/회중시계/야구하기괜찮은계절/점핑19세/그집은변기가문제/아홉개의가을아이콘/스타세일러

출판사 서평

■기획의말

그리운마음일때‘IMissYou’라고하는것은‘내게서당신이빠져있기(miss)때문에나는충분한존재가될수없다’는뜻이라는게소설가쓰시마유코의아름다운해석이다.현재의세계에는틀림없이결여가있어서우리는언제나무언가를그리워한다.한때우리를벅차게했으나이제는읽을수없게된옛날의시집을되살리는작업또한그그리움의일이다.어떤시집이빠져있는한,우리의시는충분해질수없다.

더나아가옛시집을복간하는일은한국시문학사의역동성이드러나는장을여는일이될수도있다.하나의새로운예술작품이창조될때일어나는일은과거에있었던모든예술작품에도동시에일어난다는것이시인엘리엇의오래된말이다.과거가이룩해놓은질서는현재의성취에영향받아다시배치된다는것이다.우리는현재의빛에의지해어떤과거를선택할것인가.그렇게시사(詩史)는되돌아보며전진한다.

이일들을문학동네는이미한적이있다.1996년11월황동규,마종기,강은교의청년기시집들을복간하며‘포에지2000’시리즈가시작됐다.“생이덧없고힘겨울때이따금가슴으로암송했던시들,이미절판되어오래된명성으로만만날수있었던시들,동시대를대표하는시인들의젊은날의아름다운연가(戀歌)가여기되살아납니다.”당시로서는드물고귀했던그일을우리는이제다시시작해보려한다.

문학동네포에지3차분리스트

021고정희『누가홀로술틀을밟고있는가』
022남진우『깊은곳에그물을드리우라』
023전연옥『불란서영화처럼』
024이산하『존재의놀이』
025이선영『오,가엾은비눗갑들』
026전남진『월요일은슬프다』
027정끝별『자작나무내인생』
028신기섭『분홍색흐느낌』
029곽은영『검은고양이흰개』
030신동옥『악공,아나키스트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