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당신 것이니 (김경욱 장편소설)

나라가 당신 것이니 (김경욱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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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칠순 노인이 된 전직 요원에게 부고처럼 날아든 암호문
그분이 나를 부르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조금의 낭비도 없는 날렵한 문장으로 하드보일드와 유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원숙한 스타일리스트 김경욱의 여덟번째 장편소설 『나라가 당신 것이니』가 출간되었다. 장편으로는 5년 만의 신작인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칠순 노인이 된 전직 첩보요원. 강산이 여러 번 바뀌어도 과거의 영화를 잊지 못하는 그에게 생애 마지막 임무가 주어지고, 그는 왕년의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거스르는 기이한 여정에 나선다. 그러나 지나간 시대의 맹목과 현재의 누추함이 뒤엉킨 이들의 발걸음은 자꾸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작가는 이 시대착오적인 반영웅들의 이야기에 대한 익숙한 기대를 능란하게 비틀며 세계의 심연에 대한 끝없는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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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경욱

1993년『작가세계』신인상에중편소설「아웃사이더」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베티를만나러가다』『위험한독서』『신에게는손자가없다』『소년은늙지않는다』『내여자친구의아버지들』,장편소설『황금사과』『천년의왕국』『동화처럼』『야구란무엇인가』『개와늑대의시간』,중편소설『거울보는남자』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현대문학상,동인문학상,김승옥문학상,이상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부고
WisdomTeeth
피셔맨
재단사
귀부인의초상
낙원속극장
황금십자목걸이
기린아,기린아
속지말자소련놈,믿지말자미국놈
죽은자들가운데살아계신분
북극성
소년들이여순결하여라
푸른산빛을깨치고단풍나무숲을향하여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첩보인생의마지막임무,
이무서운끝은언제시작되었을까

김도식,별칭김감독,코드네임라이카.지금은관절염과녹내장에온갖약을달고살면서손주에게무시당하고때로요양병원에있는아내의이름조차가물가물한노인이지만,과거중앙정보부(이후안기부)해외담당첩보원으로여러굵직한공작에서활약하고비밀리에김일성을직접대면하기도했던전직첩보요원이라는자존심까지버리지는않았다.어느날펼쳐든신문에서자신의이름으로된부고기사를발견한그는그것이김실장이자신에게보낸암호문임을직감한다.
김실장,별칭‘목사’는어린시절라이카의숨은재능을알아보고요원으로길러낸스승이자아버지와도같은인물.라이카뿐아니라여러소년들이그에게발탁되어각자의특별한능력을발휘하며목사휘하의비선조직으로세상을막후에서쥐락펴락했었다.그러나목사는90년대말정권교체와함께횡령죄로감옥에갇히고,라이카와동료들역시조직으로부터버림받은터였다.출옥과함께미래를기약하며자취를감춘지이십년,지금그가옛수하인라이카를호출한것이다.
라이카는암호문에감추어진메시지를실마리삼아왕년의동료김배우,코드네임피셔맨을찾아나선다.침술로자백을이끌어내던자백기술자,지금은무자격침술사로한의원을운영하고있는피셔맨은그를왕년의공작대본가인김작가,코드네임재단사에게로이끌고,이십년만에뭉친셋은함께목사의흔적을좇아그단서들이지목하는장소들을차례로더듬어간다.미술관과낙원상가극장,외진사찰에서의기묘한대결을거쳐이윽고는바다건너미국으로향하는이들.그곳에서이들을기다리는것은미국대통령암살이라는어마어마한공작을꾸미는목사의모습이다.그곳에서이제이들의임무는누구도예상하지못한방향으로치닫기시작한다.

“터치다운.”
평양과워싱턴,아니전세계를패닉에빠뜨릴대본의클라이맥스가실현되었다는통보.독수리는주타깃에붙인코드네임이기도했다.가장높이날던그독수리를떨어뜨렸다.
역사책에오늘은어떻게기록될까.사백십오년만에실현된가이포크스데이?21세기미국에서다시울린사라예보의총성?중서부에서재현된댈러스의악몽?(8쪽)

어둠은빛을이길수없다
다만조종할뿐

한편의긴장감넘치는첩보물처럼매끄럽게내달리는서사의표면은그러나한편으로곳곳에서고개를드는의구심으로인해점차불거지는균열을감추지않는다.라이카는자신이읽어내는단서들을스스로도확신하지못하고,자신이기억하지못하는것이무엇인지알지못하는채로동료들에대한의심을떨치지못한다.목사가자신을왜부르고있는지,어쩌면목사가자신을부른것이맞는지조차.라이카와동료들이실낱같은단서를이리맞추고저리맞추며우왕좌왕하는모습이얼핏반전을예비한치밀한각본으로읽히면서도한편으로어딘가어설프고위태로운주사위놀음처럼보이는것은그때문일지모른다.
셋모두일주문을들어설때보다몇십년은늙어버린것같았다.영락없이저승사자만기다리는산송장꼴이었다.특별한능력이라곤쥐뿔도없는평범한상늙은이.우리에게정말그런능력이있기는한걸까.능력이봉쇄되었다기보다아예없었던건아닐까.그렇지않고서야.(217~218쪽)

애초에냉전과공안의시대를호시절로추억하는이시대착오적인인물들에게오늘날어떤모험담이가능할것인가.아이오와의옥수수밭한가운데자신만의장막을짓고망상에가까운공작을획책하는목사혹은김실장이라는이기이한인물은도대체무엇인가.그리고그런그에게선택되고길러져평생을충성해온라이카와피셔맨,재단사는다무엇이란말인가.그런의문이모습을드러낼때,소설은과거의망령에들려현실에발붙이지못하는이들의텅빈내면을그린한편의풍자극으로읽히기도한다.

지옥이라는미궁을빠져나가는유일한길은
언제나미궁의심장부로나있는법

그러나“도저히이해할수없는무언가를이해해보려는노력이소설이라고말하는것은멋있기보다위험한일”(‘작가의말’)이라고말하는작가김경욱은이야기를거기에서멈추지않고끝나지않는질문을이어가며우리를또다른장소로이끈다.그리고그곳에서라이카가“왜나였죠?나를왜뽑으셨나요?”(392쪽)라고다시물을때,꼬리에꼬리를무는의심을더듬어가는방황의서사는이제,답할수없는어두운질문의심연으로한발한발걸어들어가는나약한인간의이야기로모습을바꾼다.
하지만사실은어느쪽이어도,혹은어느쪽도아니어도좋을지모른다.작가가능숙하게흩뿌려놓은숱한단서와암시와상징은마치라이카와동료들에게주어진임무처럼어느쪽으로도열릴수있는복수의세계를마련해두고있고,우리는라이카처럼그중어느한세계를자신의것으로선택할수도,혹은가능한세계모두를오래헤맬수도있을것이기때문이다.어느쪽이건,그끝에서우리는소설속북극성처럼환하게빛나는(것처럼보이는)밤하늘의별빛이실은우리자신의모습을한막막한어둠임을발견하게될것이다.어쩌면그어둠이야말로김경욱이라는노련한작가가우리에게던지는이흥미진진한암호문을해독할단서일지도모를일이다.

이곳은어디인가?나는어디로가고있나?무엇을하려고?무얼위해?
인간의의지를자연의의지와구분짓는육하원칙이라는경계선마저희미해지자,하나의생명체처럼살아숨쉬는어둠이헤드라이트불빛마저삼켜버렸다.가라앉듯낮게뜬별들이어서오라고손짓하는것같았다.흩뿌린듯점점이반짝이는겨울별들.저중에북극성은어디쯤있을까.(3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