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앉은 시간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앉은 시간

$13.51
Description
평범해 보이는 시간들 속에서 찾아낸
반짝이는 보석 같은 순간들
평생을 학문에 매진한 사람이 있다. 한때 상투적인 것처럼 들렸던 ‘학문에의 매진’이 이즈음엔 매우 드문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만큼 더 귀하게 들린다. 독문학자 전영애는 그런 일로매진一路邁進의 전형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는 여성이 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았던 시절부터 학문을 파고들어 마침내 국내 학계에 독문학의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 등 시대를 풍미한 고전들의 빼어난 번역이 모두 그에게서 나왔다. 지금은 여러 출판사들에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되어 독자의 선택권이 다양해진 시대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가 번역한 책을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한 권의 책’으로 꼽곤 한다.

수많은 작가들의 책을 번역해왔지만, 전영애에게 학문의 시작이자 종착지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다. 그가 2011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수상한 ‘괴테 금메달Goldene Goethe-Medalle’은 아시아의 학자로서, 여성으로서 이뤄낸 놀라운 업적이다. 2015년 문학동네에서 펴낸 『시인의 집』을 통해 여러 시인들과 작가들을 향해 걷는 마음의 기록을 전한 바 있는 전영애는, 이번 책에서 다시 괴테로 돌아가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동시집』 등 거대한 작품들에 담긴 아름답고 시적인 격언들을 통해 고단한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저자

전영애

서울대를졸업하고,1996년부터동대학교독어독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독일프라이부르크고등연구원의수석연구원,뮌헨대학교의초빙교원을겸임했다.2011년바이마르에서‘괴테금메달’을수상했다.『어두운시대와고통의언어-파울첼란의시』『괴테와발라데』『서·동시집연구』(공저)『독일의현대문학-분단과통일의성찰』등많은저서를펴냈고,시에관한네권의연구서를독일에서펴내기도...

목차

머리말

인간은지향이있는한방황한다
그대선에대하여보답을받았던가
시간이나의재산,내경작지는시간
가슴열렸을그때만땅은아름답다
눈물젖은빵을먹어보지않은이
올바른목적에이르는길은그어느구간에서든바르다
취해야하리,우리모두!술없이도취하는게젊음
서둘러가라,내사랑에게로
하지만저기외따로가는자누구인가?
더크게지을수야있겠지만,더많은게나오지는않습니다
인식했으면,무엇이세계를그가장깊은내면에서지탱하고있는지
꿈꾸고사랑했네,해처럼맑게,내가살아있는것,알게되었네

출판사 서평

여백서원에서온편지
전영애는현재“맑은사람들을위한책의집”여백서원을지어운영하고있다.여백서원은전영애가‘개집만한집이라도좋다’고생각하며글을쓰고공부할수있는작은집을여주에마련한것부터시작되었다.찾아오는사람이많다보니일이점점커졌고,이제는‘괴테마을’을직접만드는작업도병행하고있다.단순히독일의괴테마을을복제,재현하는것이아니라그만의시각으로재해석한괴테의공간을구상했다.현재서원의일부인‘괴테오솔길’이나‘스무명을위한파우스트극장’‘여백어린이도서관’‘갤러리여백’등도이렇게여러사람들의도움으로차근차근탄생했다.
사정이이렇다보니,스스로서원을돌보며나무와꽃모종을심고,물을주고,잡초를뽑고비료도주느라정작본인의일인학문은뒤로밀리기일쑤다.그는현재괴테의모든저서를한국어로옮기는작업을하고있는데,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는말이전영애보다어울리는사람은없을것이다.그가가장행복한시간은서원에서해야하는일들을어느정도마무리한늦은밤,작은등불을들고캄캄한후원을걸어작은단칸방집의불을켤때다.
한국의서원에난데없이웬괴테냐고의아해하는사람이많다.그는그럴때마다따지고보면옛서원들에서“모신”공자도외국학자이지않느냐고반문한다.그리고이렇게첨언한다.바이마르라는인구6만의작은곳이독일의문화적역사적자부심이되는것도인물하나잘키워내어그렇다고,우리에게서도인물하나잘커나오기를바란다고.그런데그인물은누가키워주는것이아니고자기가스스로크는것이라,그저훌륭한예하나를보여주고싶다고말이다.그리고저혼자잘크는인물도부럽지만,또한독일에서나온괴테,쉴러,베토벤등도부럽지만그런인물들이있게한사람들이부러워그이야기를많이하노라고거듭말한다.
서원한쪽에는흰연꽃이가득피는연못과작은솔밭사이에한사람을위한아주작은한옥집이한채있는데,이집은우정友亭,즉‘벗의집’이라는이름을달고있다.보통외국학자,예술가들이두어달씩머물며작업하는장소로쓰이는데,멀리서온학자들은이곳에서책을완성해가기도하고,화가들은그림을그려갤러리여백에서전시를하고간다.이렇게동서의만남의한표본이라해도좋을만큼긴밀하고다채로운만남이여백서원에서이어지기도한다.
전영애가이모든일을통해전하고자하는것은사람이얼마나클수있는지,그런사람은어떻게자기를키웠는지알려주고싶어서다.그가모델로삼은괴테는살면서위기나시련을겪으면능동적인사유와연구,창작으로극복해낸인물이다.그는괴테를알게된것이엄청난행운이라고말한다.

종이시대의가장생산적인문인
괴테가들려주는간명한지혜의말
괴테는빼어난작품들로유명하지만,그만큼많은일을한것으로도유명하다.그는바이마르공국의장관이면서26년간극장을이끌었던연극인이고,38년간도서관을감독하며세계의온갖책들을끌어모아작은나라를문화의메카로만들었다.대외적으로활발히활동하면서도글쓰기를멈추지않아서,그가써낸작품들을모은바이마르판전집은무려143권에달한다.이글들은분야도다양한데,시와소설,희곡등문학뿐만아니라식물학,광물학,기상학,동물학에대한글도많고자연과학에대한논문도있다.괴테가남긴스케치만2500여점에,사는동안쓴편지의양도2만여통으로추정된다.긴생애동안그는한시도쉬지않고열정적으로일하고사랑했다.당연한이야기지만,괴테는그모든일들을결코대충하지않았다.그중에서도대작『파우스트』는무려60년동안쓴작품으로유명하다.실로크고넓은인물의전형이라할만하다.
“눈물젖은빵”에관한이야기나“인간은지향이있는한방황한다”등누구나한번쯤은들어보았을유명한말들에는괴테가긴생애동안끊임없이꿈꾸고사랑하며체득한빼어난지혜가담겨있다.
『꿈꾸고사랑했네해처럼맑게』는괴테의작품세계가워낙방대하여쉽게다가가지못했던독자들을위해차분히이야기하는말투로,우리가괴테에게배울수있는삶의아름다움을전한다.일상의평범한순간들에서반짝이는순간들을찾아내어,나지막이,그러나단호하게희망에대해서말한다.험하고때론잔인한세상속에서,어떤어려운순간이오더라도어긋나지않을바른인식을가져야한다고강조한다.그럼에도전영애의글에서완연히전해져오는느낌은따스함이다.행여괴테의의도가잘못전해지지않을까조심스레,자신의인생궤적을통해어렵게알아낸귀한깨달음을섬세한언어로풀어낸다.그래서이책은소중한사람을향한편지를닮았다.

다시,책한권의무게를가늠해보는일
책이‘지식의보고’로전해지던시대가저물어가고,이제는다양한매체를통해사람들의무한한호기심을충족시키는시대다.그러나전영애는아직도부러무거운책을쌓아놓고한자리에앉아오래도록일어나지못한다.괴테가60년동안쓴『파우스트』를,그는45년을두고읽었다.너무많이읽는바람에나중에는낱장으로흩어져고무줄로묶어두었다.천천히번역까지해가며읽은책한권한권이,그에게는매번하나의세계였다.
전영애는“세상무엇이든더이상놀랍지않을때,그무감각은,생물학적연령이어떻든이미실질적인삶의종말인지도모른다”고말한다.이책을읽는시간이,먼옛날의위인으로서의괴테보다늘삶에대한호기심을잃지않고열렬히사랑하며“해처럼맑게”살았던친숙한한사람과마주앉는시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