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사라져갈 때 (식민 말기 한국의 모더니즘적 상상력)

미래가 사라져갈 때 (식민 말기 한국의 모더니즘적 상상력)

$22.56
Description
사라지는 미래와 마주한 일상의 모더니즘
식민주의, 파시즘, 모더니즘의 교차로에서 독자적 미학을 선보인 한국 근대 작가들
이 책은 식민주의, 파시즘, 모더니즘의 교차로에서 독자적 미학을 선보인 식민 말기 한국의 작가, 지식인(최명익, 서인식, 이태준, 박태원, 최재서, 임화, 오장환, 김남천)을 다룬다. 영국 출신의 한국문학 연구가 자넷 풀 교수(토론토대학 동아시아학과)는 사라져가는 미래에 직면해 일상에 천착했던 이 시기를 20세기 중엽 세계 모더니즘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례로 손꼽는다. 2015년 세계적 권위의 ‘모더니즘학회 도서상’ 수상작.
선정 및 수상내역
★2015 모더니즘학회 도서상 수상작★
저자

자넷풀

JanetPoole
토론토대학동아시아학과교수로,한국문학과문화사를연구하고가르친다.영국출신으로컬럼비아대학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에서한국근대모더니즘소설을고찰한「식민지의내부:한국모더니즘소설ColonialInteriors:ModernistFictionofKorea」로박사학위를받았다.주요연구분야는(탈)식민주의와근대성,모더니즘미학,한국·일본의근대문학과사진사,번역이론등이며한국근대문학번역에도많은관심을갖고있다.일제말기한국의작가및철학자의작품을글로벌모더니즘의자장에서해석하고파시즘의역사적맥락에서식민주의를규명한『미래가사라져갈때WhentheFutureDisappears』(2014)로,2015년모더니즘학회도서상ModernistStudiesAssociationBookPrize을수상했다.식민지시기한국작가의소설및수필도다수영어로번역하여「동방정취」를비롯한이태준의수필을모은EasternSentiments(2009),「먼지」등단편소설을엮은DustandOtherStories(2018)를출간했다.평양에서활동한작가최명익의단편소설도번역하여영문판출간을앞두고있으며,최근에는북한으로간작가들과예술가들을살펴보는‘월북과한국모더니즘’연구를진행중이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감사의말

서론식민지파시즘의사라지는미래
1장식민말기의통제되지않는디테일
2장식민지노스탤지어의사회학
3장사적인동양
4장도시변두리의꿈
5장황민화,혹은위기의해소
6장천황의언어를소유하기
에필로그이후의삶


참고문헌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모더니즘학회도서상’을수상한역작

한국의역사서술에서1930년대말~1940년대초는‘암흑기’로불린다.일본식민지배의마지막십년동안한반도에살았던시인,철학자,소설가,저술가들은전쟁과파시즘의광풍속에서민족의미래를더는상상할수없게된다.하지만주체와객체,일본과조선사이에서철저하게결박되고분열된상황은역설적으로세계다른어디에서도찾아보기힘든독특한모더니즘의풍경을만들어냈다.그모더니즘은사라지는미래에직면한식민지부르주아주체들이펼치는상상의고투였다.
컬럼비아대학에서한국근대모더니즘소설연구로박사학위를받은자넷풀은한국문학과문화사,(탈)식민주의와모더니즘미학을연구하는학자이면서이태준등의수필과소설을영어로소개해온한국문학번역자이기도하다.서양학자의시선으로바라본한국모더니즘연구인이책은몇가지흥미로운특이점이있다.
첫째,식민말기한국모더니즘을서양모더니즘의영향하에있던아류적현상으로보지않고당대세계모더니즘과파시즘의문화사라는거시적차원에서수평적으로다룬다.세계적인모더니즘의흐름속에서한국은독창적인미학을탄생시켰다는것이다.
둘째,한국에서도이천년대들어서야연구가본격화한식민말기,그중에서도특히해방이후북한으로향한작가들을주로논한다.이태준,박태원,최명익,임화,오장환,김남천등은대개해방이후월북했거나북한에남았던이들이다.이들의작품은1980년후반까지도남한에서출판금지되었다.
셋째,글쓰기형식면에서일화적수필,비평,단편소설같은‘비주류’장르에주목한다.당시시대상과작가들의심상이이런단편적이고파편화된글쓰기형태에각인되고투영되었다고보는것이다.

분열된주체들의모더니즘적상상력

식민말기상황에서,미학과정치는분리될수없는것이었다.이책에서논의하는작가들은대부분일본의식민통치가본격화하기시작하는1900년대초에태어났다.그들은식민지이전사회에대한기억이없었으며,일본에유학한이들도여럿이었다.그들이왕성하게활동하던1930년대에는조선어매체가번성했고,전업작가들이생겨날만큼출판시장도활성화되어있었다.
예컨대이태준은식민지에서자수성가한대표적인작가였다.단편소설과문장작법을쓰고신문학예면편집자로일하며신문에장편소설을연재하기도한이태준은가족을부양하면서우아한생활을누릴만큼충분히돈을벌었다.이책에나오는다른작가들도모두부르주아주체들이다.그들은시장으로부터의자유를꿈꾸면서도시장의혜택을누렸으며,조선어를통해민족문화관념에고취되었으나실상제국의뒤편에서여유로운생활을누렸다.
하지만1930년대후반부터시행된일제의황민화정책으로상황은급변한다.1940년에조선어매체가폐간되면서시장및정치로부터의자유는사라졌다.발표지면이급감했고,이제대부분의작가에겐일본제국의언어로글을쓰는것만이작가로서살아갈수있는유일한길이었다.
“세계식민주의역사를통틀어,식민지의언어가근대가되어서도살아남았다가국가권력에의해폭력적으로폐지된사례란거의없다.”(37쪽)전쟁이시작되고조선어는점차사라져갈운명에처했다.이에대한작가들의대응은새로운언어로혁명적이상을고취하겠다는태도부터파시즘에대한전면적인승인까지매우다양했다.
이시기문단에는파편적이고삽화적이며순환적인구조를갖춘단편소설,시,수필형식이부상했고,데카당스와노스탤지어의분위기가가득했다.개인과민족앞에드리운짙은어둠앞에서작가들은현재와일상을탐구하기시작했다.소설도개인사와가정사의영역에눈을돌린다.

서사의파편화를통해독자적미학을창출해냈던작가최명익의작품에서도시의일상은역동적인부조화의현장으로서역사적인의미를지닌다.미래가사라짐에따라일상의“디테일”이부상하는과정을그의글에서엿볼수있다.교토학파철학을소개했던좌파지식인서인식은식민지이전시대인과거에대한광범위한관심이모더니즘적노스탤지어로나타나는현상을,철학이라는추상적언어로비판적으로고찰한다.
반면에이태준은과거에서새로운매력을발견하려애쓴다.부르주아엘리트인그의골동품취향은실상일상적현재에대한매혹을암시한다.누구보다자본주의의혜택을보면서도이를평가절하고모더니즘을견지하면서도오래된것을패러디하는이태준의수필은전통과근대,공과사가뒤엉켜있는모순적개인성의표출이다.『소설가구보씨의일일』의작가박태원은‘자화상’연작에서도시변두리의일상을서사화한다.빠르게근대화되는도시의변두리는자본과식민국가,오래된것과새것이첨예하게맞부딪히는현장이며이곳에서개인은가정과내면으로침잠해들어간다.
일제식민정책에적극협력함으로써다른미래를상상했던최재서는문학의황민화를이끌었으며일본어글쓰기와전쟁동원에적극동참할것을주장했다.그는황민화에서의심과불안이사라진행복한미래에대한약속을보았다.공산주의운동의지도자였던김남천은최재서가운영하던잡지『국민문학』에일본어로쓴단편소설「어떤아침」을발표한다.이소설은식민권력의언어로자기를표현하는일,그언어를자신의것처럼소유하는일의불가피성과불가능성을동시에보여준다.
식민말기한국의모더니즘은새로운것의탐색을통해미래를열어젖히는것이아니라모순적현재를탐색함으로써미래의사라짐을표현한다.

해방이후의삶

1945년일본의항복선언으로,아무도예견하지못한식민통치의종말이갑작스럽게찾아왔다.사라진줄만알았던미래가다시열렸을때작가들의운명도예상치못한방향으로흘러갔다.고완품과미학에경도된인물로알려졌던이태준의월북은모두에게충격을안겨주었다.문화사절단으로소련을방문하며“새세계”를향한열광을담은기행문을발표했던이태준은1950년대에부르주아적성향이란비판을받으면서작가이력이끝났다.이태준못지않게문체미에몰두했던딜레탕트박태원도한국전쟁때의외의월북을했는데,아이러니하게도그의비정치적성향덕분에50년대의숙청에서살아남아1986년사망할때까지활발한작품활동을했다.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주축이었던시인임화는자연스레북으로향했지만,1953년미국간첩혐의로처형당했다.친일협력자명단의최상단에위치할최재서는이책에서다루는작가중거의유일하게서울에남아1964년죽음을맞기까지비평가,교수로활동을지속했다.그는친일협력자에게책임을묻지않은미군정과남한체제에서미래의삶을보장받았다.반면에미래의꿈을찾아북한으로갔던작가들은대부분미래를다시잃어버린채비운의삶을살았다.

“식민말기한국은민족적주체성과미학적자율성양자모두를폐색시키는식민지동화정책과총동원체제하에서미래를완전히차단당했다.이책에서살펴본작가들은이상황을모더니즘적상상력에근거를둔미학적전략들을구사함으로써견뎌냈다.자넷풀은사회정치적맥락속에서만의미를띠는글쓰기행위,그러한행위를수행하는작가의복잡다단한내면성,그러한주체성의표현형식으로서의다양한글쓰기양식의특질을끈질기게추적하여재구성하는데성공했다.”(옮긴이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