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13.50
Description
“닷새 안에 답장이 없으면
절교하자는 뜻인 줄로 알겠습니다.”

이슬아 남궁인의 펀치 같은 편지
문학동네에서 우리 시대 별처럼 빛나는 작가들의 왕복서간을 엮는 서간에세이 시리즈 ‘총총’을 시작한다. 그 신호탄을 쏘는 작가는 에세이스트 이슬아×남궁인이다. 흔히 서간에세이라 하면 신뢰와 호감으로 연결된 두 사람이 서로의 일상과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점점 가까워지는 구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슬아, 남궁인 이 두 작가는 초장부터 절교 위기를 맞으며 편지를 시작한다. 큰 배에서 처음 만나 동료작가로 교류하던 그들 사이엔 드넓은 오해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이슬아 작가는 다정하고 훈훈한 인사말과 서로에 대한 격려와 예찬이 아닌, 대찬 ‘선빵’을 날리며 편지를 시작한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이슬아

1992년서울에서태어났다.잡지사기자,누드모델,글쓰기교사등으로일했다.2013년단편소설<상인들>로데뷔후작가이자헤엄출판사대표로일하고있다.수필,칼럼,서평,인터뷰,소설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글을쓴다.

언제나외부의플랫폼으로부터청탁을받아야만독자를만날수있었던이슬아는2018년봄부터아무도청탁하지않은연재를시작했다.연재의제목은<일간이슬아>....

목차

프롤로그6

멋지고징그러운남궁인선생님께14
여러모로징그러운이슬아작가님께22
느끼하지만고마운남궁인선생님께32
힘센이슬아작가님께40
새해의남궁인선생님께54
고백하고싶어지는이슬아작가님께64
고통을공부하느라고통스러운남궁인선생님께78
발목이묶여도끝내넘어지지않는이슬아작가님께90
간혹스텝이꼬이는남궁인선생님께104
‘라떼’를엎어버리는불호령의왕이슬아작가님께116
남궁성씨를빛내는남궁인선생님께130
종종서늘한물음을던지는이슬아작가님께138
알다가도모르겠는남궁인선생님께150
하여간언제나사랑에서힘을얻는이슬아작가님께160
이래저래궁상스러운남궁인선생님께174
닥침의미덕을설파하는강연계동업자이슬아작가님께186
남궁인밖에모르는남궁인선생님께202
우정과존경과통계의왕이슬아작가님께218

이어진토막편지
요즘도가끔말걸고싶은남궁인선생님께230
가녀장이슬아작가님께234
노잼이두려운남궁인선생님께238
NK의친구이슬아작가님께242
먼저느끼해본남궁인선생님께246
언젠가느끼함의세계로진입할이슬아작가님께250
며칠전에만난남궁인선생님께254
귀인이슬아작가님께258
생각하면울렁거리는남궁인선생님께262
미지의이슬아작가님께264

에필로그266

출판사 서평

오해의바다에서이해를구하다
너무도다른두작가의대결과조우

두작가가있다.아무런간판도,울타리도,‘빽’도없이각종아르바이트를하며창작을병행하다가어느날독자들과직거래방식으로글을직접판패기의여성작가이슬아.그리고명문의대를졸업한후응급의학과전문의가되어대한민국을뒤흔든사건사고의중심에서서의학이들려주는진실과인간적인슬픔과분노가버무려진탁월한글들을발표해온작가남궁인.
두사람은요즈음가장각광받는에세이스트들이라는점에서같지만,누가봐도다른점이더많다.그런데이들은사실오해는이슬아와남궁인둘사이뿐만아니라,사실독자들과도있었다는듯전에는드러나지않았던완전히새로운표정과문체를드러내보인다.
어른스럽고세심하며부지런하고속깊은젊은이처럼보이던이슬아작가는이서간에서는주머니에손하나찌르고한쪽입꼬리를살짝들어올린채할말다하는괴짜처럼쓴다.편지속이슬아는짓궂다못해괴상할만큼호기로운자세로‘잘나가는의사양반’에게쩌렁쩌렁불호령을내리면서독자들을웃긴다.

남궁인선생님과의이인삼각은대충상상해봐도너무웃기는군요.우리는잘해내지못할것입니다.키와보폭이차이나는데다가어깨동무를하기에도어색하고허리에팔을두르기에도어색한사이니까요.하지만만약에라도그런순간이온다면제안에서뜨끈뜨끈한승부욕이발동할게분명합니다.(…)주도권을5:5로나누면아름답고공평하겠지만이인삼각은그런게임이아닙니다.서로너무배려하면죽도밥도안되죠.둘중한사람이치고나가야합니다.더용감한사람의맹렬한기세를덜용감한사람이충실하게따르는것이이인삼각의필승비결입니다.우리둘의사회적지위와나이,지정성별,체구,연봉등을고려해봤을때선생님보다는제가치고나가는것이밸런스가맞습니다.저의기세를그저겸허히따르십시오.혹시나진짜로발목을묶게된다면말입니다.
_이슬아,‘간혹스텝이꼬이는남궁인선생님께’중에서

한편,그간책뿐만아니라뉴스와시사프로등에서긴급하고진중한사안으로만나던의사남궁인은이서간문에서는‘남궁상’이라는돌이킬수없는별칭을얻는다.지금까지아동학대,코로나,죽음등세계의더없이잔인하고혹독한것들에맞서왔음에도,그는이슬아라는적수앞에서만은의사가운을곱게벗어한쪽에개어놓은뒤공손하게불호령을듣는다.어쩔줄몰라하며정성껏사과하고,궁상맞고부끄러운자신의지난시절과흑역사를자발적으로고백하기도한다.어느면으로나사회에서는꾸짖음이나불호령당할일한번없을것처럼보이는이번듯한의사작가가끊임없이자기자신의못남과부족함을인정하고돌아보고사과하는장면은낯설면서도반갑다.한사람이지위와나이와그모든관습과고정관념을던져버리고가슴과귀를한껏열어타인의말을경청하고,자신을낮추어상대를존귀하게만들며,‘우리’의이야기를다져나가는것은현실에서는좀처럼보기드문장면이기때문이다.
이전복과의외성이역설적으로둘의완벽한케미를만들어낸다.

그는구린걸구리다고매우능숙하게말하는사람입니다.저라고구린게구린지모르는사람은아
니지만늘입밖으로내기에는망설여졌습니다.그러면서혹여나누군가제구림을꾸짖을까봐항상전전긍긍하며살았습니다.저는얼마나저와제문장이치열하게구린지알고있는사람이니까요.그의글에선나이많은남성이쓴문장의구림이나행실의어색함을신랄하게꾸짖는대목이자주나옵니다.저는그때마다실소하면서도혹시그대상이내가되지않을까두려웠습니다.갑자기호흡이가빠집니다.아무리생각해도그앞에선저는꼼짝없이유죄판결을받아들일수밖에없습니다.
이슬아의꾸짖음을달게받을작정으로서간문을시작합니다.글이란내가얼마나구린지본격적으로생각하면서도,용기를내자모를맞추고문장을만들어자신을변호하는것입니다.
-남궁인,프롤로그중에서


삶과죽음이얽혀서추는탱고같은서간
슬며시드러나는맨얼굴과새로운표정들

에세이라는장르를주전공으로하는것은같지만,이슬아와남궁인의글쓰기도사실거의대척점에서이루어지는것처럼보인다.‘아무리바빠도데이트는챙기며’.스스로‘몸도마음도창창한느낌’이라고백하는이슬아는명백히‘삶의작가’이다.‘벌어야할돈과이뤄야할야망과아직모르는쾌락이산더미처럼남아있는’이삶이좋아서,그는매일매일다시태어나<일간이슬아>를발행한다.
반면남궁인은출근하자마자눈앞에들이닥친죽음을막아내야만하는,‘죽음과가까이있는작가’‘죽음을기록하는작가’이다.수많은생명들이부질없이죽어가기직전에야,혹은죽어서찾아오는응급실에서남궁인은‘제발살아있으면안되겠냐’고발을구르며뛰어다닌다.하지만한생명을죽음에서삶쪽으로끌어오는일은쉽지않고,그는자주실패하고절망한다.

계속이겨내는수밖에없습니다.우리는대체로패배하고가끔승리했다고생각하겠지만다시패배로돌아올것입니다.그래서삶은눈물나는일입니다._남궁인,‘힘센이슬아작가님께’중에서

남궁인작가는‘어떤죽음을보고있으면자신도영영행복하기어려울것같은기분’에빠진다고말한다.그리고한때는분명자신도죽으려한적이있다고고백한다.이에‘삶의작가’는매일죽음들가운데서분투하는작가에게슬며시이런응원과위로를건넨다.

선생님은분명죽으려한적이있다고말씀하셨지요.그때진짜로죽지는않아서정말다행이라고,이편지를쓰는내내생각했습니다.

저는남궁인선생님이살아있는게너무좋기때문입니다.

편지를기다리고,읽고선따박따박따지고,그러다사과하고,하나의글안에서여러인격을들키고,놀리고,조롱하고,걱정하고,선물하고,소중한이야기중하나를꺼내놓고,그에따르는슬픔도덧붙이고,금세농담을하고,편지를보내고,또다시답장을기다립니다.선생님이살아있어서요.(…)선생님은저보다9년먼저태어났는데가끔은90년넘게산것처럼지쳐있습니다.너무많은고통과죽음을봐서그런것같습니다.(…)그모든선생님의일부를목격할수있어서영광입니다.저에게선생님은아주복잡한의사겸작가이고가능성의수호자입니다.
_이슬아,‘간혹스텝이꼬이는남궁인선생님께’중에서

그리고죽음을막아내느라지쳐있던작가도잠시삶의온기와빛속에서수줍게미소짓는다.

제가정말사랑하는,돌도지나지않은조카의사진을훔쳐봅니다.사랑하는남동생의어린딸입니다.코로나19때문에자주보러가지못해아직삼촌을보고웁니다.아이는삼촌과닮았다는이야기를많이듣습니다.조카를안고있는사진속둘은닮았지만제얼굴에는어마어마한세월의더께가덮여있습니다.가끔옛날사진을뒤지다발견하는‘당시에도나이가많이들었던’전형적인삼촌의지치고풍파에시달린얼굴입니다.하지만정수리에서풍겨오는아이의냄새를떠올리며,한팔에안을수있는작은몸을기억하며,모든것을다먹여주며오래살고싶다고생각합니다.미중년남궁인의시대는그다지꿈꾸지도바라지도않습니다.지치고평범하고약간지혜로운삼촌이되는것이제목표입니다.관자놀이를문지르며,살아있어야겠습니다.
이야기가계속될수있도록,작은아이가커서삼촌의부끄러운투쟁을엿볼수있도록요.
_남궁인,‘라떼를엎어버리는불호령의왕이슬아작가님께’중에서

한편,3월8일여성의날에쓴편지에서이슬아작가는자신은여자이고남궁인은남자라는부동의사실앞에서두사람이편지로할수있는농담과쓸수있는단어들도현격하게달라진다는것을예리하게지적한다.그리고남궁인은남성으로서의자신이그에대해영원히알수없을것임을겸허하게수긍한다.그러나그렇게자신의직접경험만으로는영원히알수없는것들이너무나많기에,남궁인은고통의한복판에서고통을공부하는연구자가되었다.
남편에게칼을맞아응급실로왔음에도남편이아니라자신의잘못이라고말하는여성에게비단의료적인처치만이아닌실질적도움을주기위해애쓰는의사남궁인은,영원히알수없는일들,몰라도‘괜찮은’무수한사건들가운데서도더알기위해,살리기위해,다가가기위해애쓴다.
이밖에도데뷔작의신선함과충격을넘어자신의이야기를계속퍼올려야만하는에세이스트의난감한운명과그럼에도갱신,‘갱갱갱신’을이어가기위해어떻게써야할것인가에대한두사람의고민과대화,‘작가의연인’에대한이야기,폐소공포증이있는이슬아작가와범불안장애를갖고있는남궁인작가의비슷하고도다른이야기가핑퐁처럼오간다.
이복닥거림속에서두작가는결국새로운우정을결의하며끝나야자연스러울터이지만,이슬아의마지막편지에는뼈가있었고,이편지는연재당시온라인상에서엄청난화제를불러일으켰다.첫편지만큼이나충격적인이슬아작가의마지막편지와끝까지용기를내‘자모를맞추고문장을만들어’두사람의묻힐뻔한기억을복원해낸남궁인작가의감동적인답장은이책의백미다.


멋지고징그러운남궁인선생님께
‘닥침의미덕’을설파하는불호령의왕이슬아작가님께
…그리고누군가의오해이자이해일당신에게

사람들은쉽게말한다.여성과남성은,나이차가꽤나는두사람은,모범생과이단아는,흙수저와금수저는,문과와이과는서로안맞게마련이라고.말이안통하고생각하는방식도다르다고.그래서소통불가능하며진짜친구는될수없다고.그러나여기,너무도달라서사람들이서로편지를쓰는것을의아하게바라보던두작가가있다.두작가는세상이손쉽게구분해놓은선과경계를폴짝뛰어넘어서로를향해말을걸었다.서로격렬하게맞짱뜨다가도나란히같은곳을바라보며한권의서간집을만들어냈다.
친할법한사람들끼리만나예의바른웃음과체면치레를한뒤‘뒷담화’하고딴생각하는표백된관계가아니라,저사람들왜친하게지내지싶은‘서로다른사람’이만나거침없이‘앞담화’하고경계없이대화하면서몰랐던것을알아가고듣고배우는것.그것이결국이슬아남궁인이다다르고자한새로운우정의세계가아닐까.
남궁인작가는이서간집의초판을펴내면서우리모두가실은누군가의오해이자이해일것이라는말을남겼다.
그리고이슬아작가역시잊을수없는문장을책에새겼다.

“우리사이엔늘오해가있고앞으로도그럴테죠.서로를모르니까요.오해는흔하고이해는희귀하니까요.우리의우정은이제막시작되었습니다.”

이책은우리가인간관계에서수시로맞닥뜨리는그흔하고넓은오해의바다에서진주처럼작고반짝이는이해를찾아나서는여정의지도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