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커튼으로 (강희영 장편소설)

녹색 커튼으로 (강희영 장편소설)

$12.50
Description
“나는 추구해야 할 아름다움 따윈 없다고 생각해.”

문학동네소설상 수상 작가 강희영 신작 장편소설
“난 내 옷을 만들 거예요. 모두를 위한 옷을요.”
독특한 화법과 진지한 탐구 의식, 탄탄한 구성으로 “어디를 봐도 흠잡을 구석이 없는 뛰어난 작품”(소설가 박민정), “에너지와 기운이 강력한 소설”(소설가 정용준)이라는 찬사와 함께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이름을 알린 강희영의 두번째 장편소설 『녹색 커튼으로』가 출간되었다. 첫 작품 『최단경로』가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에 더욱 두드러지는 삶의 돌발성과 그로 인한 상실의 슬픔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다면, 두번째 작품 『녹색 커튼으로』에서 작가는 패션과 사진을 소재로 삼아 빠르게 부상하고 허무하게 사라지는 유행의 시대에 진정한 자아란, 그것을 표현하는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아름다움과 예술의 문제에 접근하는 참신한 시각과 눈이 부실 만큼 선명한 감각으로 다가오는 섬세한 문장이 어우러져 새로운 소설세계를 만나는 반가운 기쁨을 깨닫게 한다.
저자

강희영

1986년수원출생.서울과암스테르담에서커뮤니케이션학을공부했다.2019년장편소설『최단경로』로제25회문학동네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장…과거…007
2장…현재…079
3장…미래…131

작가의말_171

출판사 서평

온감각이만개하는,
초록빛이무성한여름의두사람

패션계의대표적인행사로손꼽히는유럽패션위크,덴마크의어느골목에서열린패션쇼에서포토그래퍼를꿈꾸는‘차연’이모델‘다민’과마주치면서이야기는시작된다.낯선이국에서만난또래의두여성은“속내를가리는재주에차이가있을뿐누구든제본심을말끔히가릴수는없”(18쪽)듯이,“우리가이럴줄알았”(10쪽)다는듯이서로가서로를끌어당기며자연스레이끌린다.둘은패션쇼애프터파티에서패션계사람들과섞이고,아릿한술기운으로밤거리를거닐고,방파제의바닷바람을맞으며빵집에서버린데니시롤과호밀빵을나눠먹는다.젊음이가져다주는무모하고도들뜬환희를만끽하는다민과차연의모습에서는사랑이라고해도좋을설렘와웃음,아찔함,애틋함이초록빛이파리처럼반짝인다.

“난공원초입에이르러서야뒤미처깨달았지.너의머리색을말이야.햇살을받고서야네머리카락은숨겨둔청록빛을드러내며그밤의골목에서맡았던베르가모트향의뜻을올올이속삭였어.”(29~30쪽)


“유행을끝내는건누굴까.유행을모르는사람들?
혹은너무잘아는사람들?너는개중어디에속해있었니?”

다민의소개로유명패션지에디터에게자신을알리고그의추천서를얻은차연은귀국한뒤로패션잡지에사진을실으며커리어를쌓아간다.각자의자리에서한층성장한차연과다민은다음해여름파리에서재회하고,함께튈르리공원을산책하고이브생로랑의회고전이열리는프티팔레를찾는다.그러나두사람의눈에들어온것은나프탈렌냄새속에서어색하게손목이뒤틀린동일한체형의백색여성형마네킹들과이제는클리셰처럼보이는옷들,그리고살수없는그옷들을유심히바라보는사람들의시선뿐이다.어쩌면그때차연은다민이모델생활에피로를느끼고있음을,순간의유행일뿐결코영원하지않은패션에대한의심과회의로고통스러워하고있음을눈치챘는지도모른다.

“모델뒤에가장많이따라붙는말이뭔지알아요?패션도스타일도,아이콘도뮤즈도아니에요.출신이죠.모델출신.이것보다수명이짧은직업은아마또없을거예요.”(66쪽)

그리고얼마후다민은모델생활에서은퇴해자신의브랜드를론칭할것이라고선언한다.차연은그런다민을온전히이해하지못하지만,그럼에도다민의부탁으로패션쇼준비를돕는다.예쁜걸모아놓고그걸망쳐보겠다는,그래서유행을끝내고자신과모두를위한옷을만들겠다는다민의무모한기획이어떤미래를가져올지예상하지못한채로.




“나는그누구도아닌유행그자체,
허공을떠다니는녹색커튼”

패션쇼보다는연극적인퍼포먼스에가까웠던그날의쇼이후다민은차연뿐아니라누구에게도연락을취하지않은채로패션계에서자취를감춘다.그러나사람들은다민의안부보다다민이만든옷의행방에관심을가질뿐,오직차연만이다민이남긴메시지를이해한다.그리고다민이사라진자리에서다민을기억하며,패션이란,예술이란,아름다움이란무엇인지를비로소다시생각한다.다민이남긴것을손에쥐고,다민의뒤를잇기로결심한다.
『녹색커튼으로』가차연이현재시점에서과거를되짚어가는형식으로되어있다는점은의미심장하다.쉴새없이앞으로만나아가는걸음을멈추고장막으로가려진무대뒤에서영원을꿈꾸는일,젊음과낭만,아름다움으로장식된세계의허위를찢고어떤형식으로도담아낼수없는생생한감각을그려보이는일은그를통해서만가능할것이기때문이다.『녹색커튼으로』는자신을활발하게표현하는것이기본적인조건이된소셜네트워크시대를살아가는이들이라면누구나공감할법한이야기일것이다.



『녹색커튼으로』의주요무대가패션위크의런웨이라는사실이내마음을뛰게했다.결코‘사실’그자체를포착해낼수없는카메라로‘직진하면서도구부러지는’빛을기록하려는-뉴미디어시대에도과거를결코온존할수없다는인간의회한은여전하거나더심화했으므로-화자를따라그가목격한런웨이의걸음을나도함께봤거나수행한것같다.조명과플래시와눈빛,그만큼수많은빛이교차하는런웨이에서그는무대뒤녹색커튼의색채에주목하며아름다움을,그리고한국소설에서유난히조심스레접근했던말인‘예쁨’을정치하게탐구한다.이국체험의꿈이잠시산산조각난지금,위성이갱신하는이국의스트리트뷰,그정확한좌표를통해제시하는예술가소설은강희영만이해낼수있는영역이리라고확신한다._박민정(소설가)

때로한계절의풍경과색채를송두리째가져가버리는작품들이있는데,내게는강희영의『녹색커튼으로』가그러했다.이파리,오로라,인어공주동상,녹색커튼등소설속에서반복되는녹빛의이미지는부재하는‘다민’과그를회상하는‘차연’의기억과어우러지며,파릇하고선명했던한시절의여름을정지된스냅사진의색조로담아낸다.새로운세계를꿈꾸다거품으로화한인어공주처럼낯선아름다움을그리다영원히증발해버린다민,끝내말하지못했던마음을안고그가남겨둔미적유산을이어가는차연의애틋한이야기에나는오래도록붙잡혀있을수밖에없었다._조대한(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