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 : 강화길 장편소설

대불호텔의 유령 : 강화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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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것은 지금 강화길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고,
어쩌면 강화길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2020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가, 강화길 소설세계의 진화!
단편소설 「음복飮福」으로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거머쥐며 한국형 여성 스릴러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 강화길의 두번째 장편소설 『대불호텔의 유령』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첫 소설집 『괜찮은 사람』과 첫 장편소설 『다른 사람』을 통해 여성의 일상에 밀착된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조명했고, 두번째 소설집 『화이트 호스』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성의 삶을 억압하고 한계 지어온 거대한 구조를 부각시켰다. 강화길 소설은 스릴러 서사 속에서 인물들의 불안과 공포를 독자 스스로 감각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보였다.
혐오라는 현상에서 출발해 그것의 본질을 밝혀내려는 여정을 계속해온 강화길은 『대불호텔의 유령』에 이르러 한국사회의 밑바닥에 깔린 ‘원한’이라는 정서를 성공적으로 소설화해낸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전국을 지배하고 있던 1950년대, 귀신 들린 건물 ‘대불호텔’에 이끌리듯 모여든 네 사람이 겪는 공포스러운 경험을 다룬 이 이야기는 각각의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품어야만 했던 어둑한 마음을 심령현상과 겹쳐낸 강화길식 고딕 호러 소설이다. 독자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자신의 내면에 대물림된 그 뿌리깊은 감정들이 건드려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서로를 믿지 못한 끝에 해치게 만드는 그 유구한 저주에 자신 또한 사로잡혀 있었는지 모른다는 서늘한 자각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씻어내린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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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화길

1986년전주에서태어났다.전북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서사창작석사학위를,동국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2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방」이당선되어등단했다.소설집『괜찮은사람』『화이트호스』,장편소설『다른사람』『대불호텔의유령』,중편소설『다정한유전』등을펴냈다.한겨레문학상,구상문학상젊은작가상,젊은작가상대상,백신애문학...

목차

프롤로그|009
1부|013
2부|081
3부|243
에필로그|300

작가의말|307

출판사 서평

악령의저주에빠진소설가가귀신에씐채쓴작품
당신은이저주에전염되지않을수있을까

이야기는소설가화자‘나’의고백으로부터시작된다.실제강화길작가를연상시키는‘나’는충격적인경험을털어놓는다.사실은자신이악령에씌었던적이있으며,그로인해「니꼴라유치원」이라는소설을쓰려고할때마다악의에찬목소리의방해를받았다는것이다.그목소리는‘나’가무언가를성취하려할때마다,소중한누군가와관계를진전시키려할때마다저주를퍼부었다.자꾸만위축되어가는삶에고통스러워하던‘나’는점차악의에전염되고,보란듯이더깊은악의로점철된소설을써내저주를짓뭉개주겠다고결심한다.

나라고못할게뭐가있는가.안그래?나는떠오르는아침해를바라보며이를악물었다.그래.나도원한을품겠다.너희들에게.바로너에게.그역겨운목소리를그대로되돌려주겠다.어떻게든소설을쓰겠다.반드시쓰겠다.아주괴팍하게쓰겠다.잔인하고못된감정으로가득한이야기를쓰겠다.(57쪽)

그러던중,때마침친구인‘진’이흥미로운이야기를꺼낸다.‘나’가이야기하는니꼴라유치원의분위기가인천에있는대불호텔터의정경과유사하다는것이다.한국최초의서양식호텔이었던그건물은이후화교에게인수되어중식당으로변모하기도했으나결국오래도록폐허로남아있었다.진과함께대불호텔터에방문한‘나’는그곳에서묘한여성의환영을보고,진은그여성이과거대불호텔에서사망한한여성과인상착의가비슷하다는이야기를전한다.대불호텔에서일어난사망사건을추적하기로마음먹은‘나’는그사건에대해알고있는진의외할머니‘박지운’에게이야기를청해듣고,대불호텔을배회하던유령을자신의소설안으로데려다놓는다.


“세사람은서로를위로하듯함께저쪽에서있었다.
그리고나는이쪽에서있었다.”

그리하여펼쳐지는옛날이야기는1955년인천의대불호텔을무대로한다.‘나’가쓴소설에서대불호텔은중식당건물3층에작게재오픈되는데,운영을맡은이는‘고연주’라는젊은여성이다.그녀에게해코지하려는사람은대불호텔의귀신붙은계단에서굴러떨어져목뼈가부러지거나크게다친다는소문이돈다.사람들은고연주를두고수군거리는동시에내심그녀를두려워한다.
하지만고연주에게임시로고용되어호객일을하는‘지영현’은그런고연주를동경한다.지영현의고향인월미도는전쟁시기극심한좌우대립으로서로죽고죽이는땅이되었고,좌익활동에연루된부모와살던지영현은그곳에서몰래도망쳐나와야했다.그런지영현의눈에고연주는존재할장소를지켜내안심을되찾은사람이자,귀신의보호를받는존재다.

사람들은말했다.연주에게는귀신이붙었다고.드센팔자라고.하지만연주는끝끝내살아남았다.그녀에게들러붙은귀신은그녀를해치려한이들의목뼈를부러뜨렸다.계단에서밀어넘어뜨렸다.누구도그녀를내쫓지못했고,그녀를쫓아오지도않았다.괴롭히지못했다.그리고그녀는오히려과거의목덜미를잡고되돌아왔다.그래.연주야말로이건물의진짜주인이었다.이단단하고웅장한벽의보호를받는사람!아,나도그럴수있다면.부디귀신이나도‘동등’하게잡아먹어준다면.(104쪽)

그러던어느날,한미국인이대불호텔에장기투숙하게되면서지영현은대불호텔에서고연주와함께살며호텔일을본격적으로거들기시작한다.그미국인의이름은‘셜리잭슨’,귀신들린집이야기를쓰기위해흉가를찾아온소설가이다.
그런데셜리가대불호텔에서겪는기이한경험에대해털어놓으면서서사는긴장감으로더욱조여들기시작한다.셜리뿐만아니라고연주도,그리고중식당에서일하며부엌방에얹혀사는화교‘뢰이한’까지,대불호텔에서지내는이들은유령의소행이라고밖에생각할수없는환각에시달리며그건물에영원히갇혀버릴것만같은공포를느끼고있는것이다.그러나그누구보다도대불호텔에자리잡고싶어하는지영현에게만은아무런일도일어나지않는다.

왜당신은그런모습으로나타나나요?화가났나요?외롭나요?왜저사람들을묶어두려하나요?왜저사람들에게만그러는건가요?무슨원한이있나요?풀지않을생각인가요?저들에게만?오직저들에게만?(171쪽)

홀로소외감을느끼며마음이점점뒤틀려가던지영현은급기야함께지내는이들에게원한을터뜨리기에이른다.그와함께좌익과우익간의증오,화교에대한한국인들의혐오,삶을개척하려는젊은여성을향한세간의적개심등수많은악의가세월의광기를업고터져나온다.이러한세상에서고연주와셜리잭슨,뢰이한은대불호텔의저주를풀수있을까.지영현은안락한대불호텔에남아영원히안심할수있을까.
그리고대불호텔에얽힌이야기가마무리된후,소설가‘나’는제3의인물에게서박지운을통해접하지못한사건의뒷이야기를듣게된다.박지운의구술에서지워지거나공백으로남은장면속에놀라운비밀이숨어있었다는사실이밝혀지며,소설은전혀새로운서사로전환된다.


“당신은내가없으면무엇도판단할필요가없겠지만,
나는당신이없어도무엇이든쓸수있어.”

제목과주요설정에서감지할수있듯,이소설은셜리잭슨의장편소설『힐하우스의유령』에대한오마주이기도하다.『대불호텔의유령』이작가자신을화자로내세운메타소설이라는점,강화길이현재고딕소설을왕성하게창작하고있다는점을고려한다면,그가이장편을쓰며셜리잭슨의삶과소설가로서자기자신의삶을겹쳐보았으리라짐작해볼수도있지않을까.그렇게읽을때,셜리잭슨과마찬가지로외부에서던져지는부담과스스로의내면에서울리는억압적인목소리를극복하며자신만의소설을계속해서써나가려는소설가‘나’의움직임은한층더귀중하게다가온다.
무엇보다중요한것은강화길소설이혐오를그리는데서그치지않고‘혐오를끌어안는사랑’이라는더큰감정에대해말하기시작했다는사실이다.『대불호텔의유령』은유령의집으로걸어들어가는이야기이기도하지만,결국은그곳에서빠져나오는이야기이기도하다.지금까지강화길소설이심리적긴장감을한껏고조시켜나가그정점에서결말을맺었다면,이작품은그긴장이해소되어감동으로전환되는지점까지서사를이어나간다.독자를소설속에영영가두는것이아니라그로부터풀려난이후의이야기로안내함으로써,강화길소설은지금스스로새로운국면으로나아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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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적’이고‘상업적’이라는이유로폄하되던고딕소설은20세기후반페미니즘비평에의해재평가됐는데,이장르에해박한강화길은고딕의문법을한국전쟁직후인천의대불호텔이라는역사적시공간으로이식해모던고딕의우월한변이형하나를창조했다.고딕의핵심이사회적약자의좌절된열망에있음을잘아는이소설은여성들과이방인의환대받지못한내면을복원하면서‘원한을이겨내는사랑의힘’이라는보편적메시지에동시대적인울림을담는다.이작품은또한강화길에게는매우특별한문학적선배인셜리잭슨을위한트리뷰트이기도한데,이작업은등단이후강화길자신이감당해야했던세상의악의와내면화된억압을떨쳐내고용기있는자기긍정에도달하는과정과포개져있어감동적이기까지하다.이많은일이이책에서이루어졌다.이것은지금강화길이할수있는거의모든것이고,어쩌면강화길만이할수있는어떤것이다.이소설을간과하려는당신의시도는성공하지못한다.고딕풍으로말하자면,귀신들린집이입주자를고르듯,이이야기가당신을선택할것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